2015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교향악축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5월 4일 12:00 오전

2015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교향악축제

선율이 봄을 탈 때

큰 공연장은 교향악의 향연으로 가득 차고, 아담한 공연장은 아기자기한 실내악으로 가득 차는, ‘4월’이 왔다!

열 번째 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매해 봄이 되면 찾아오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는 국내 실내악의 현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지반이 된다. SSF는 서울문화재단의 재정 지원과 후원 모임 프렌즈 그룹의 도움으로 2006년에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0회를 맞이하는 올해의 SSF 주제는 ‘텐(10)’이다.
이번 축제는 지난 10년 동안 SSF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개막 공연은 4월 27일에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SSF의 첫 무대에 올린 2006년 레퍼토리를 다시 선보이며 10년 전을 회고한다. 개막 공연인 만큼 강동석·권혁주·김영호·김상진·송영훈 등 SSF 주역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공연에서도 과거로의 회귀는 계속된다. 2012년의 ‘신비의 소리’(4월 28일), 2007년의 ‘민속 음악 하모니’(4월 29일), 2009년의 ‘B4+ 베토벤과 함께 시련을 넘어 희망으로…’(5월 1일), 2011년의 ‘건반 소리 향기에 취하다, 피아니시모’(5월 2일), 2010년의 ‘못다 한 여정’(5월 6일), 2008년의 ‘삶의 이야기’(5월 9일) 등 역대 SSF의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주제를 재연한다.
취향에 따라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고를 수도 있다. 4월 30일 ‘네오-3B’는 기존 3B(바흐·베토벤·브람스)를 뉴 3B(베토벤·브람스·버르토크)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베토벤의 클라리넷 3중주 Op.11·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2번·버르토크의 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를 통해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현대음악의 정수를 선보인다.
5월 3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족음악회가 열린다. 이날은 특별히 국립발레단과 함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보여준다.
1회 때부터 프렌즈 그룹은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 앞마당에서 일반인과 언론의 출입을 차단한 채 SSF 참가자들의 연주회를 열었다. 올해 처음으로 공개 공연을 하는데 슈만·슈베르트·보로딘 등 봄에 어울리는 향긋한 레퍼토리가 눈길을 끈다.
SSF가 지난 10년간 걸어온 발자취는 곧 한국 실내악의 역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다. SSF는 발 빠르게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실내악 저변 확대를 위해 SSF가 이뤄낸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는 단발성으로 모인 실내악단이 주를 이룬다. 이번에 참여하는 아티스트 중 고정 실내악단은 노부스 콰르텟과 브라스 아츠 서울이 전부다. SSF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예술감독 강동석과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조영창·양성원, 피아니스트 김영호가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는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SSF의 전통을 계승할 ‘젊은 연주자’와 ‘고정 실내악단’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풍성한 울림의 발현, 교향악축제
4월의 첫날, 우면산 기슭의 봄기운을 전하는 교향악축제가 개막한다. 교향악축제는 각 오케스트라의 상향 평준화, 중앙과 지방단체의 교류, 소속 행정기관의 지원 촉진 등을 취지로 1989년 출범해 지난 26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여전히 프로그램 면에서 집중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간 닦아놓은 견실한 기반 위에 깊이를 더하고 각자의 개성을 창출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는 18개 단체가 작곡가 34명의 54개 작품을 연주한다. 개막 공연은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책임진다. 지난해 폐막 공연에서 부천필하모닉과 백병동의 ‘계절 그리기’를 연주해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빠져 있던 청중을 위로한 임헌정은 이번 축제에서 새로 예술감독을 맡은 코리안심포니와 김택수의 ‘스핀 플립’(초연), 슈만의 첼로 협주곡(문태국 협연),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으로 축제의 서막을 연다.
지난해에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해 호평 받은 리신차오/부산시향은 올해 R.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과 ‘세실리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그리고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내 이름은 미미’,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속에 살고 싶어’(황수미 협연)로 흥미로운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지난 4일, 멘델스존의 ‘엘리야’로 호연을 펼친 성시연/경기필하모닉은 라이네케의 플루트 협주곡(조성현 협연),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모음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주하며 김대진/수원시향은 수원시립합창단과 교향악축제의 유일한 합창곡인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선보인다. 또한 서진/과천시향은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솔로 부분을 편곡한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박종훈 협연)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대구시향과 제주도립교향악단(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경기필하모닉과 울산시향(차이콥스키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의 연주곡목이 겹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창작곡은 김택수의 ‘스핀 플립’을 포함해 총 네 곡을 연주한다. 제주도립교향악단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4.3 붉은 섬’(작곡가 최정훈)을 연주하고, 율리안 코바체프/대구시향은 진규영의 교향시 ‘남해’, 장윤성/프라임필하모닉은 유범석의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부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사무국과 교류해 3년간 콩쿠르 우승자에게 교향악축제 협연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는 성악 부문 우승자인 소프라노 황수미가 참여한다. 이 외에도 조진주(바이올린), 문태국(첼로), 윤홍천·조성진(피아노) 등의 젊은 연주자와 정명화(첼로), 이경숙(피아노)을 비롯한 연륜 있는 연주자들이 19일간의 여정에 각각 동행한다.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장혜선 기자(hyesun@gae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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