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오브스트링스는
올해 창단 18주년을 맞은 실내악 단체로 다양한 기획공연과 정기공연과 초청공연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한국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창단돼 지금까지 다양한 장소와 방송 프로그램·페스티벌에서 폭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8월 10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엘가와 바흐·포퍼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무대’
뜨거운 여름, 음악을 들으며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공연계도 다양한 무대를 준비합니다. 조이오브스트링스도 해마다 여름이면 깜짝 선물을 준비해왔는데요. 바로 ‘써머 콘서트’입니다. 올해는 이성주와 지로 요시다가 함께하는 무대를 준비했어요. 이번 연주회는 특별히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조이오브스트링스와 일본 출신의 뛰어난 기타리스트 지로 요시다·바이올리니스트 타바시 시미즈·첼리스트 이강호·피리 연주자 강주희·장구 연주자 연제호가 함께 합니다. 지로 요시다는 특히 재즈 기타뿐 아니라 작곡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전반부에는 스트링 앙상블 작품과 김석기가 작곡한 작품을 스트링과 피리·장구의 협연으로 컬래버레이션한 작품을 연주합니다. 후반부는 바이올린과 기타의 협연으로 영화 ‘디어헌터’ 중 아름다운 선율과 요시다가 작곡한 작품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요시다와는 2년 전 알게 되어 음악적 교류를 많이 해왔고, 시미즈는 1980년대 초부터 연주회를 통해 잘 알고 지내던 사이라 오랜만에 만나는 이번 무대가 저도 무척 기대되네요.
1997년 창단한 조이오브스트링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트링 현악 앙상블을 통해 기쁨을 전한다는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처음에는 기획사에서 기획한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음악회를 시작으로 출발한 건데,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 연주자들로 서서히 멤버가 바뀌었죠. 그렇게 한국 음악계는 많은 성장을 하며 지금에 이르렀어요. 그리고 이제 그때와는 또 다르게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던 시절, 그땐 뛰어난 연주자들이 다양한 실내악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귀국하면서 앙상블 단체를 만들어 좀 더 색다른 기획으로 청중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창단된 조이오브스트링스, 첫 연주의 결과는 완전히 성공이었어요. 이후 여러 단체에서 연주 초청이 들어왔고, 서울시 지정 단체로 발탁되면서 사단법인화하기에 이르렀죠. 혼자의 힘보다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신 덕에 조이오브스트링스는 지금의 앙상블로 자리 잡았습니다.
25년간 유학과 외국 생활을 마치고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여전히 많은 음악인이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였습니다. 그러면서 음악계에도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있었어요. 저 역시 클래식 음악과 청중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요. 얼핏 보면 상업 음악과 클래식 음악은 전혀 달라 보여도 훌륭한 상업 음악의 바탕에는 늘 클래식 음악이 존재해 왔습니다. 제가 요즘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과연 젊은 세대에게 이 클래식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접하게 할까 하는 문제예요.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이제는 클래식 음악 한 분야보다 다른 분야와 혼합된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무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러니 굳이 몇 백 년 내려오는 명곡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곡을 훼손하기보다는 음악을 다른 분야와 연결하여 다양한 형식으로 들려주는 방법을 이제 더 많이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무엇을 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전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젊은 세대의 음악가들과 더 가까워지는 노력은 필수겠지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젊은 세대와 대화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무척 많은 편이에요. 그리고 그들 역시 삶을 살아갈 용기와 어른들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지요. 더구나 음악을 하는 친구들 중에는 악기 살 돈조차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학생도 많거든요. 앞으로는 공연 단체에 대한 꾸준한 후원뿐 아니라 그런 학생들을 위한 후원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술의 가치를 아는 사회
우리 사회가 문화 예술에 대한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국민 모두가 그 가치를 알아야 하는데, 예술의 가치를 알게 하는 건 어린 시절 문화 예술에 대한 경험과 교육 만큼 중요한 것이 없지요. 자연스럽게 예술의 가치를 알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을 후원하고 아껴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저도 현장에서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조이오브스트링스의 음악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물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내 후년이면 창단 20주년을 맞는 조이오브스트링스, 세계적인 앙상블 단체로 도약해 많은 나라에 초대받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저희도 진심을 다해 연주하겠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행복은 스며드는 거고 기쁨은 달려드는 거라고요.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그 기쁨을 이번 여름, 음악과 함께하면 어떨까요? 한여름 밤 실내악의 아름다움 속으로 여러분을 초청합니다.
올라 비올라 사운드
‘올라’는 스페인어로 ‘안녕’이라는 의미로 대중에게 비올라의 다양한 음색과 레퍼토리를 소개하고 다정한 친구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탄생했다. 비올리스트 오순화(음악감독)를 중심으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젊은 엘리트 비올리스트그룹이다. 그동안 정기연주회는 물론 지역아동센터, 병원과 보육원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자선음악회를 통해 감동을 전해왔다. 8월 18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텔레만과 레스피기·빌라 로보스를 비롯해 히사이시 조·이영조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비올라만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
매년 있는 연주회지만 이번 연주회가 특별한 건, 올라 비올라 사운드가 1999년 창단한 후 처음 내는 음반 발매 기념 연주회이기 때문이에요. 당시 계간지와 함께 지휘자를 초빙해 오케스트라 형태로 시작했던 올라 비올라 사운드는 10년 뒤 제가 음악감독으로 리드를 하면서 일반 청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앙상블 규모로 변모했죠.
그동안 1999년 12월 창단연주를 시작으로 2000년, 새로운 세기를 열며 정기연주회와 다양한 장르의 레퍼토리를 비올라만의 고유 사운드로 승화하여 소개해왔습니다. 청소년 음악회는 물론 포항공대, 미술관 리움에 초청되어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를 들려줬지요. 반응도 좋았고 관심도 무척 높았어요. 물론 여러 어려움도 있었죠. 재정 문제로 힘들었고, 항상 새로운 레퍼토리로 다양한 공간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 비올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제는 비올라가 어떤 악기인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 마음이 흐뭇하고 보람이 느껴지네요.
이번 연주회에서는 올라 비올라 사운드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문화 소외 이웃 등 다양한 관객과 나눴던 추억, 한 해 한 해 쌓아온 올라 비올라 사운드만의 따뜻한 에피소드를 함께 전할 예정입니다. 비올라의 음색과 기교적인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텔레만의 비올라 협주곡 G장조와 현만으로 옛 류트 음악을 훌륭히 재생해 새로운 면을 개척한 레스피기의 걸작 옛 춤곡과 아리아 제3모음곡 중 3악장 시칠리아나와 4악장 파사칼리아도 연주합니다. 잘 알려진 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 바흐 1번도 이날의 무대를 멋지게 빛낼 겁니다. 마지막 곡으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과 ‘겨울’을 연주할 건데, 이 작품을 들으며 저희가 걸어온 사계를 함께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후반부에는 친숙한 애니매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중 ‘인생의 회전목마’와 작곡가 이영조가 편곡한 ‘아리랑’ 그리고 비올라를 위한 ‘타령별곡’ 등 영화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소외된 이웃의 음악 친구
올라 비올라 사운드의 첫 시작은 어느 날 우연히 들은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이 계기였어요. 당시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퀴즈 문제를 냈는데, 제가 들었을 땐 너무 쉬운 문제였죠.(웃음)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악기 중 바이올린과 첼로 말고 다른 악기는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였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의외로 ‘비올라’를 답하지 못하더군요. 비올라를 연주하는 저로서는 충격이었죠.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비올라라는 악기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걸 실감한 사건(?)이었어요.
그날 이후 비올라에 대해 알려주고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기쁨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죠. 그것이 올라 비올라 사운드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오디션을 통해 학생들 위주로 단원을 뽑아 단체를 이끌어갔는데, 10년이 지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한 비올리스트들이 단원으로서 연주하기 시작했죠.
많은 사람들이 제게 ‘비올라의 매력’에 대해 물론 하죠. 그러면 전 우선 비올라 소리를 실제로 꼭 들어보라고 말해줘요. 비올라는 단일 악기뿐 아니라 실내악의 화음 악기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바이올린의 높은 음역과 첼로의 낮은 음역의 중간 음역으로 오히려 함께 연주를 했을 때 더 다양한 소리가 나는 특별한 악기예요. 마치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파트를 듣는 것처럼 비올라가 모이면 굉장히 아름다운 화성이 나오죠.
그동안 앙상블의 리더는 제가 맡아왔지만 얼마 전부터 새로운 세대에게 앙상블을 이어주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연 때마다, 각각의 작품 안에서 여러 리더를 세우고 있어요. 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질 수 있는 점도 의미 있지만, 그렇게 되면 청중도 다양한 음악 색깔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비올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의 리더들을 키우고 그들을 통해 어떻게 예술 문화를 이끌어가게 할지 이어주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귀국하고 연주자와 교육자로 활동하는 동안 우리 음악계는 대단한 발전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음악인 모두의 열정이 그 뒷받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새 우리 음악계가 눈앞에 보이는 성공과 결과에 집착해 음악 본연의 순수한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열심히 뛰어온 만큼 음악을 더 깊이 바라보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시간들을 많이 가지려 하는데요. 교육자로서 요즘 변화가 많이 생겼어요. 사실 예전엔 제가 굉장히 무서운 선생님이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시간이라는 게 참 좋은 선물을 가져다주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음악에 대해, 학생들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젠 완벽하고 화려한 연주보다는 여운이 깊은 연주가 하고 싶고, 누군가의 단점보다는 좋은 점을 마음에 담고 싶어요. 나만의 음악에서 우리들의 음악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고요.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좀더 따뜻하게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올라 비올라 사운드가 여러분의 행복한 음악 친구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식혀줄 오아시스 같은 앙상블, 저희들의 인사를 받아주세요.
‘안녕(Ola) 비올라!’
사진 심규태
장소제공 카페 모차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