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라몬 바르가스

남미의 서정 품은 고운 소릿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9월 1일 12:00 오전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가을밤을 물들일 세기의 리릭테너가 내한한다

오페라에 막 입문했을 무렵. 지인의 추천으로 접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영상에서 비올레타를 연기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를 보고 한동안 그녀에게 빠져 있던 때였다. 그녀가 출연하는 오페라와 콘서트 영상을 이것저것 찾아보곤 했는데, 그중 한 콘서트 영상에서 작은 키에 네모난 얼굴을 한 테너가 네트렙코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이었다. 네트렙코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테너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부드러운 발성과 찬란한 고음을 갖춘 미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바로 라몬 바르가스(Ramón Vargas)였다.

1960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라몬 바르가스는 아홉 살 때 과달루페 성당의 소년 합창단에서 노래를 시작, 1986년 이탈리아의 엔리코 카루소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해는 1992년. 당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하는 도니제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갑작스럽게 건강에 문제가 생긴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대역으로 에드가르도 역을 맡게 된 것이다.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그는 이듬해 라 스칼라 무대에서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베르디 ‘팔스타프’에 출연하여 라우리 볼피 상을 수상했다. ‘제2의 파바로티’ ‘(3대 테너를 잇는) 제4의 테너’ 등으로 불리는 그는, 현재까지 각종 오페라의 주역을 맡으며 성공적인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다가오는 10월 8일과 11일, 라몬 바르가스가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서울과 부산에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는 소프라노 홍혜경이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하이라이트와 함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비롯한 아리아와 2중창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한 공연을 앞두고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소감이 어떤가? 그동안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한국 성악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오랫동안 한국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한국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 매우 설레고 있다. 한국 성악가로는 이번에 함께 무대에 오르는 홍혜경을 비롯해 신영옥, 조수미를 알고 있다. 한국에는 뛰어난 음악성과 훌륭한 목소리를 지닌 성악가가 많은 것 같다.

 


▲ 소프라노 홍혜경

소프라노 홍혜경과는 이전에도 함께 공연한 적이 있나?

홍혜경은 놀라운 소프라노다. 우리는 몇 년 전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함께 공연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또다시 홍혜경과 함께 노래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1992년 파바로티 대역으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 역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할 당시 이야기가 궁금하다. 갑작스럽게 제안을 받았을 때 심정은 어땠나?

젊은 시절에는 참 겁이 없었다. 당시에는 그 데뷔 무대가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그 전에 다른 무대에서 에드가르도를 몇 번 연기해본 적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중요한 것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얼마만큼 준비가 돼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맡았던 오페라의 배역 중에서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은 무엇이었나?

내가 좋아하는 고귀한 캐릭터들의 역할에 잘 맞는 것 같다. 도니제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와 ‘사랑의 묘약’의 네모리노, 그리고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구스타보를 좋아한다.

당신을 표현하는 ‘제2의 파바로티’ ‘제4의 테너’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 그 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각 세대마다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그의 세대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내 차례가 온 것뿐이다. 예술의 풍성함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나? 음악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궁금하다.

홍혜경과 함께 ‘라 트라비아타’의 하이라이트를 비롯해 아름다운 아리아와 듀엣 곡들을 부를 예정이다. 공연장에 오면 우리가 노래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금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의 첫 무대이기에 지금까지의 삶과 성악가로서의 경력을 대표하는 아리아를 통해 내 자신을 한국에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과는 달리 부산에서의 공연은 야외무대다. 실내 무대와 야외무대는 공연장 시설뿐 아니라 청중의 분위기도 다를 텐데, 공연을 준비하는 성악가의 입장에서도 테크닉 측면이나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는가?

기본은 같다. 단지 야외 공연은 무대가 크기 때문에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면 더욱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서울 공연 후 부산 공연 사이에 이틀 정도 여유 시간이 있다. 그 동안 서울이나 부산에서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이기에 서울과 부산 두 도시 곳곳의 아름다움을 모두 느껴보고 싶다. 물론 한국의 맛있는 음식도 기대하고 있다.

사진 미쎄랑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