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우연

5명의 새 선장, 돛을 올리다 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월 1일 12:00 오전

동시대 연극이 피어나는 곳, 남산. 새해 남산예술센터는 제작극장으로 더 강력한 발걸음을 내딛는 가운데, 희곡에 동시대 개념을 더한 새로운 연극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 우연
1971년생.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및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기획실장, 서울예술단 기획 PD,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장, LIG 문화재단 기획실장 외

 

동시대 연극이 피어나는 곳, 남산

새해 남산예술센터는 제작극장으로 더 강력한 발걸음을 내딛는 가운데, 희곡에 동시대 개념을 더한 새로운 연극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2015년 연극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슈 중 하나는 국립극단-명동예술극장의 통합, 그리고 이윤택·박근형 연출가의 정부 창작지원사업 탈락에 대한 의혹 제기에서 불거진 ‘예술 검열’이다. 특히 연출가 박근형의 극단 골목길과 협업이 예정된 음악그룹 앙상블시나위의 국립국악원 공연 취소로 인해 예술 창작 및 표현에 대한 검열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서울시 창작공간으로 재개관해 창작초연 제작극장으로 자리를 지켜온 남산예술센터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예술지원본부 내 극장운영팀이 맡아온 남산예술센터를 대표이사 산하 독립 부서로 개편하게 된 것. 이로써 그간 남산예술센터가 실행해온 공동제작을 통한 민간 공연단체 창작 활동 지원, 우수 희곡작품 발굴 및 창작자 육성에 대한 기능이 확대되고, 창작 환경 조성에 대한 연극인들의 기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9월, 개편된 남산예술센터의 새 극장장으로 취임한 우연은 극장의 예술작품 프로그래밍을 총괄하며, 서울문화재단의 일원으로서 행정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다.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우연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달라지는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우연의 이야기

최근 극장을 기능에 따라 분류해 기관 구조로 통합하는 상황 가운데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를 독립적인 부서로 내놓았다는 건 통합을 통한 효율성 추구보다는 극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개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극장 고유의 기능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해석할 수 있어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최근 남산예술센터의 개편을 극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사례이자 독특한 행보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전속·상주 단체의 제작이 주가 되는 대개의 국·공립 제작극장과 달리, 민간단체와 접촉 빈도가 높고, 이들과 공동 제작 및 자체 제작을 병행하는 남산예술센터의 역할은 최근 공공극장의 역할과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새해부터 남산예술센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기능이 확대되고 정체성을 확고히 갖게 될 것입니다.

 

민간 단체와의 협력 파트너십 확대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 서울시 창작 공간으로 재개관할 무렵부터 미션이 잘 잡힌 극장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관한 명동예술극장과 함께 제작극장을 표방하면서 극장이 주체가 되어 작품을 만드는 좋은 예가 되어왔어요. 특히 제작비 부담이 많은 연극계 상황에서 주체적인 프로듀싱을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재 연극계는 극장과 더불어 제작하는 데 익숙하죠. 모든 제작 비용을 극장 측이 전액 부담하는 명동예술극장과 달리, 남산예술센터는 민관협력 방식으로 제작을 해왔습니다. 공모를 통해 뽑힌 극단과 작품을 만들 때 남산예술센터는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하고, 나머지는 극단 측이 부담합니다. 대신 극장은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죠. 이 같은 공동 작업은 극장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저작권 역시 극장이 아닌 극단이 갖는 방식입니다.

이제 현대예술은 프로덕션 개념으로 프로모션하지 않습니다. 한 작가의 철학을 두고 장기적으로 판단합니다. 해외 아트 페스티벌에선 단일 ‘작품’에 대한 관심이 이제 ‘예술가’로 이동했고, 공연장들은 ‘협력 아티스트’라는 제도로 예술가를 띄우고 있습니다. 연극은 장르의 특성상 앙상블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한국 연극계에서 작가나 연출가의 이름만을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이들의 작업은 결국 단체와 결부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산예술센터는 민간 공동 제작의 특별함이 더 큰 장점이 될 수 있도록 ‘협력 단체’ 개념을 도입합니다. 그들의 계획을 듣고, 재정 이외에 홍보나 네트워킹 영역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힘을 실어주는데, 일부 작품은 제작하는 순간 유통까지 결정될 것입니다.

 

‘희곡’과 ‘개념’을 담은 동시대 연극

남산예술센터는 동시대성과 현대 연극을 표방하며 희곡, 창작극의 산실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방향을 수용하되 새로움을 더하는 것이 앞으로 남산예술센터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동시대에 공존하는, 서로 모순된 연극의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수용하고자 합니다. 먼저 동시대 연극에 존재하는 텍스트 재료의 ‘희곡 기반 연극’입니다. 남산예술센터는 이것을 이미 희곡 낭독 페스티벌 등을 통해 텍스트를 기초로 하는 전통을 확고히 세워왔습니다. 작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극장이라는 정체성은 매우 중요하며,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계획입니다. 동시대 연극의 방식 중 다른 하나는 텍스트를 버리거나, 뛰어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개념 기반 연극’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오리진에 대한 존중과 가능성에 대한 존중, 안정과 위태로움 사이의 긴장감이 지금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모순되는 그것도 수용하겠다는 것이 남산예술센터의 새로운 미션입니다. 이 외에도 서울연극센터와의 연계 구조를 세워, 각각 진행해온 희곡 낭독 페스티벌과 희곡 릴레이 페스티벌을 통합해 극작과 관련된 것들은 모두 동일한 시기에 남산예술센터와 서울연극센터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많은 현장 예술인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안정적인 창작 공간과 제작 전문성을 제공받을 수 있고, 예술적 자율성과 거기에서 비롯된 발언이 차단되지 않는 공공 제작극장과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이에 대한 가능성을 찾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남산으로 오세요.”

특정 사회나 역사적 조건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예술적인 맥락 안에서 다원적 현대 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열쇠가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이 최근 예술계의 ‘로컬 컨템퍼러리’ 경향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2016년 남산예술센터는 텍스트 기반의 창작극을 생산해온 예술가와 단체들에게 영감과 창작의 동력을 제공하는 환경이 될 것입니다.

사진 필주(Purpl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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