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끌 젊은 예술가,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아벨 콰르텟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월 1일 12:00 오전


▲ 1984년생 전현주, 1987년생 전희진 자매로 구성된 베리오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영재 음악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6년 카우나스 콩쿠르 피아노 듀오 부문 1위, 2009년 슈베르트 콩쿠르 피아노 듀오 부문 1위, 2010년 ARD 콩쿠르 피아노 듀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

세 살 터울의 자매 전현주·전희진으로 구성된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입니다. ‘베리오자’는 러시아의 자작나무라는 뜻으로 러시아 정통 피아니즘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에요. 저희는 1995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고, 알렉산드르 산들레르 선생님의 권유로 1997년에 듀오를 결성했죠. 화려한 테크닉과 웅장한 피아니즘을 지닌 언니와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연주에 능한 동생으로 다채롭고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고 있어요.

자매지간에 연주 활동을 하니 자주 싸우지 않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연습 과정에서는 언니(제)가 리드하면 동생이 따라주는 편이죠. 어릴 때부터 낯선 환경과 치열한 경쟁을 함께 겪으며 성장해서인지 다투기보다는 서로 많이 의지합니다. 뮌헨 ARD 콩쿠르 갈라 콘서트 때는 해프닝이 있었는데요. 순서를 기다리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던 중 갑자기 동생의 드레스가 흘러내려 크게 당황했죠. 드레스 뒷부분의 접착력이 떨어져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언니(저)는 동생의 옷자락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죠. 기적처럼 연주 직전에 무대 사정으로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객석에 계시던 어머니께 달려가 바느질로 문제를 해결했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헤쳐나가다 보니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언가가 생긴 것 같습니다.

15년 간 러시아에서 생활하며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됐어요. 유럽의 정석적인 음악과 미국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도 좋지만, 러시아 특유의 ‘진한’ 정서가 특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지역적 환경과 문화에서 비롯된 ‘한’스러움이 한국 정서와도 통하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라흐마니노프·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자주 연주합니다.

한국에서는 피아노 듀오가 여전히 낯설죠. 피아노 솔로에서는 들을 수 없는 다채로운 테크닉과 풍부한 사운드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 아벨 콰르텟은 2013년 독일 유학 중 실내악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네 명의 젊은이가 뜻을 모아 결성한 팀이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구분을 두지 않고 곡의 성격에 따라 수평적인 관계로 연주하고 있다. 2014년 아우구스트 에버딩 콩쿠르 2위, 2015년 하이든 실내악 콩쿠르 1위, 2015년 리옹 실내악 콩쿠르에서 2위와 청중상을 수상했다. 뮌헨 국립 음대에서 멤버 전원이 실내악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학했으며, 현재 스위스 바젤 국립 음대에서 하겐 현악 4중주단의 라이너 슈미트를 사사하고 있다

아벨 콰르텟

패션에 관심이 많은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 요리를 셰프급으로 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우일, 영화나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 비올리스트 김세준, 한때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첼리스트 조형준으로 이루어진 저희는 현악 4중주단 아벨 콰르텟입니다. 각자의 취미나 좋아하는 것이 정말 다른데요.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2013년부터 현악 4중주단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벨(Abel)’은 라틴어로 ‘생명력’이라는 뜻입니다. 저희에게 음악은 에펠탑 같은 것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에펠탑과 바로 밑에서 올라가기 전 올려다보는 에펠탑, 중간 정도 올라갔을 때, 그리고 끝까지 올라갔을 때 보이는 에펠탑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잖아요. 저희 역시 10대, 20대 초반에 생각하던 음악과 지금 생각하는 음악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물론 앞으로도 달라지겠지만요. 에펠탑의 꼭대기처럼 음악의 꼭대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더 음악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처음 팀을 결성했을 때 주위에서 ‘콰르텟을 한다는 것은 나머지 세 명과 동시에 결혼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처음엔 좀 과장된 표현 아닐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야기가 정말 공감이 되더라고요. 좋은 실내악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그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완성될 수 있거든요.

연주는 늘 우리를 하나 되게 하죠. 그동안 함께 한 공연이 많지만 그중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스위스 루가노라는 도시에서 열린 티치노 무지카 페스티벌에서의 연주였어요. 그때 상주 아티스트로 초청되었는데, 연주하는 곳이 케이블카를 타고 거의 산중턱까지 올라가야 하는 1100년 전에 지은 교회였어요. 그 높은 곳까지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행복하게 연주했던 기억이 나요. 2016년, 올해는 저희에게 더욱 특별한 해가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 1월에 금호아트홀 라이징스타 시리즈가, 8월 12일에는 아벨 콰르텟의 첫 정기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어요.

앞으로 또 어떤 무대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저희는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매달 그리고 매년 아주 조금씩 계속 발전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다 보면 언젠가 에펠탑 끝자락에 가 있지 않을까요?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