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바로크 음악 팬들의 발길이 무척 분주해질 2월이다. 8년 만에 내한하는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는 이안 보스트리지와 손을 잡았고,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은 조너선 켈리(오보에)·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을 선택했다. 금호아트홀은 사토 스케(바이올린)·오주희(하프시코드)를 시작으로 상반기 ‘우리 시대의 바로크’ 시리즈 공연을 올린다. 지난해 ‘겨울 나그네’로 ‘남심’을 흔든 테너 마크 패드모어가 올겨울엔 ‘시인의 사랑’을 성남에서 외친다. 라벨·스트라빈스키 등 현대음악 작품들로 오랜만에 독주회를 꾸미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변신도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 창작오페라 인큐베이팅에 힘쓰고 있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새로 내놓는 ‘열여섯 번의 안녕’도 주목해보길 바란다. 모두가 기다리던 ‘쇼팽 열풍’의 주역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쇼팽 콩쿠르 수상자 갈라 콘서트도 이달에 있지만, 이미 매진이라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3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른다. 유럽의 페스티벌과 오페라극장을 매진시키는 그녀의 실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힐러리 한·율리아 피셔·야니너 얀선에 이어 차세대 트로이카로 손꼽히는 알리나 이브라기모바가 첫 내한 독주회를 가지며, 앞선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 중인 베로니카 에베를레는 지난해 서울시향 협연에 이어 반년 만에 바이올린 리사이틀로 한국을 찾는다.
2014/2015 시즌부터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1986년생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가 3월 11일 서울시향과 선보이는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모음곡이 아닌 합창이 곁들여진 전곡 연주로 더욱 기대되는 공연이다. 일주일 뒤 서울시향은 말러 스페셜리스트 엘리아후 인발과 함께 그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인 말러 교향곡 7번을 선보인다.
장 콕토의 영화 ‘미녀와 야수’에 필립 글래스가 음악을 입힌 동명의 필름 오페라가 서울과 통영에서 초연되며, 필립 글래스와 만남의 자리도 마련된다. 올해 국제현대음악협회(ISCM)와 공동 주최로 더욱 풍성해진 통영국제음악제는 25일 개막 공연으로 성시연/경기필의 바그너 ‘파르지팔’ 중 ‘성 금요일의 마법’을 올리며, 스즈키/바흐 콜레기움 재팬, 카살스 현악 4중주단, 에셴바흐/TFO가 음악제를 장식한다.
4월
바로크 시대 편성으로 소박하면서도 정밀한 앙상블로 인정받는 쾰른 카머오케스트라가 첫 내한해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선보인다. 크리스토프 포펜이 지휘봉을 잡고 그의 제자 클라라 주미 강이 지원사격에 나선다. 지난해 소프라노 황수미와 대구의 뜨거움(!)을 경험한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올해 임선혜와 같은 무대에 오르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도 하반기 협연 내한에 앞서 수성아트피아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달엔 크고 작은 음악 페스티벌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켠다. 우리 오케스트라의 오늘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예술의전당 ‘2016 교향악 축제’가 1일부터 열리며, 세종체임버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시리즈 공연이 5월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이틀 동안 16시간에 걸쳐 열린 마라톤콘서트 ‘라잇나우뮤직’은 올해 2회를 맞아 뱅 온 어 캔을 비롯해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함께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는 마라톤 콘서트에 도전한다.
5월
2014년 봄 폴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해 건재한 테크닉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막심 벤게로프가 리사이틀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른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보를 잇는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 역시 같은 무대에서 7일 만나볼 수 있다. 정통 독일파 노장 로타어 차그로제크가 서울시향과 연주하는 말러 ‘대지의 노래’는 일찌감치 애호가들의 기대치를 올려놓은 상태. 2016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슈베르트에 대한 헌사’를 테마로 두 번째 무대를 갖고, 지난해 DG에서 모차르트 소나타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를 녹음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의 실연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비발디의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국내 초연하며, 완연한 봄의 길목에서 만나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17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다.
6월
한껏 달궈지는 계절만큼 솔리스트와 앙상블의 각축전이 뜨겁다. 2일 베를린 필의 수석 주자 안드레아스 오텐자머가 클라리넷 리사이틀을 갖고, 같은 날 통영을 찾는 반더러 트리오는 포레와 생상스 피아노 트리오 등을 선보인다. 두 팀 모두 2년 만의 내한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는 9개월간의 안식기 끝에 지난해 내놓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으로 내한 공연을 8일 LG아트센터에서 갖는다. 임동혁 역시 같은 레퍼토리로 11일 독주회를 예정해 각기 다른 개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유자 왕과 함께 현재 유럽에서 감각적인(?) 피아니스로 손꼽히는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개피건/루체른 심포니와 24일 첫 내한한다. ‘그루지아의 젊은 선동가’로 불리는 그녀의 연주력과 성숙한 해석을 두고 일찍이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파보 예르비가 엄지를 세웠다. 유튜브에서 그녀의 영상을 본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창을 닫을 수 없다는 점 유념하시길. 6월 중 세종체임버홀에는 임헌정이 지휘를 맡은 ‘오마주 투 모차르트’와 첼리스트 양성원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 공연이 번갈아 오른다. 앙상블 디토는 열 번째 시즌 기념 투어 준비하며, 디토 페스티벌 기간 중 플루트 조성현·오보에 함경·클라리넷 김한을 중심으로 결성된 파이츠 퀸텟의 첫 내한 공연과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마련된다.
7월
한여름의 미풍을 가득 실은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가 첫 내한해 안토니오 멘데스가 지휘봉을 잡고, 백건우가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지난 1월 급작스럽게 빈 서울시향 포디엄에 오르며 의리를 지킨 에셴바흐는 본래 예정된 말러 교향곡 1번으로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난다. 젊은 솔리스트들의 개인 무대가 특히 눈에 띄는 이달엔 스위스 바젤 심포니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의 리사이틀을 놓치지 말자(14일 금호아트홀). 냉혈한의 심장도 뜨겁게 만드는 엄청난 마력(?)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젊은 피아니스트의 독주회도 눈에 띈다. 김다솔은 쇼팽 24개의 프렐류드를 7일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하며, 김선욱은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K281,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등을 선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젊은 관악주자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오슬로 필하모닉 호른 수석으로 이름을 올린 김홍박의 리사이틀(16일 IBK챔버홀)은 호른의 부드러운 진면목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여름의 클래식 음악 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올해도 변함없이 7월 중에 열린다.
8월
롯데콘서트홀이 8월 18일,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진은숙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세계 초연으로 개관콘서트를 갖는다. 국내에서 처음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빈야드 스타일을 도입했으며, 연말까지 20여 개의 다채로운 공연을 올린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자연스러운 터치와 정갈한 테크닉의 공존. 이 조합이 더 이상 역설적이지 않은 건 유자 왕 덕일 것이다. 랑랑 이후, 새로운 차이니즈 파워로 손꼽히는 그녀가 서울시향과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로 내한한다. 데카 소속 최연소 영국인으로 지난해 첫 내한한 벤저민 그로브너는 레비/KBS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관객과 만난다. 노부스 콰르텟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만나 27일 쇼스타코비치 실내악 작품들을 연주하며, 차세대 이끌 현악 4중주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벨 콰르텟의 리사이틀도 예정되어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유럽에서 번진 콘서트오페라 열풍을 한국에서 이어가는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저주’가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유럽 극장의 주역 가수로 손꼽히는 테너 강요셉,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출연을 예정해 기대를 모은다. 콘서트오페라 버전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은 박영민/부천필이 26·27일 선보인다.
9월
네덜란드의 오르간 연주자 겸 지휘자 톤 코프만이 이끄는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내한한다. 시대악기에 당대연주로 바흐 관현악 모음곡 3·4번과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4번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달에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로열 필하모닉과 도이치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를 비교 분석하게 될 듯하다. 각 악단의 지휘봉은 젊은 지휘자인 알렉산더 셸리와 성시연에게 맡겨졌다. 서울시향은 한스 그라프와 드뷔시 교향곡 B단조를 한국 초연하며, 지난해 양일 다른 레퍼토리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을 매진시킨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천은 콘서트홀로 자리를 옮겨 협주곡 콘서트를 갖는다. 21세기 비르투오소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싶다면 필수 체크!
10월
올 한 해 가장 많은 별들이 가을에 쏟아진다. 지난해 4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베토벤 전곡 연주로 전무후무한 나흘 밤을 선사한 이반 피셰르는 10일 그가 이끄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를 직접 대동하며, 협연자로 마리아 주앙 피르스를 내세운다. 현재진행 형 디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프라하 방송교향악단(20일)과 무대에 오르고, 일주일 후엔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봉을 든 독일의 명문 악단 밤베르크 심포니가 첫 내한해 26·27일 양일간 교향곡만으로 승부를 건다. 브루크너 스페셜리스트인 블롬슈테트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비롯해 베토벤 교향곡 5·6번 등 이들의 환상적인 ‘케미’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은하수 같은 관현악 군단의 물결 속에서 강렬한 빛을 내는 연주자들도 눈에 띈다. 한국에서 12년 만에 리사이틀을 갖는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13일 금호아트홀)의 공연 이튿날에는 안네 조피 무터가 자신의 재단 장학생인 첼리스트 김두민과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서고, 21세기 여성 바이올린 트로이카 율리아 피셔는 피아니스트 마르틴 헬름헨과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리사이틀을 갖는다. 시대의 고전이 된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머리 페라이어는 23일과 24일 각각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며, 여기에 게르기예프/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의 내한 예정까지 확정된다면, 지금부터 예매를 서두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듯싶다.
11월
첫 내한하는 마이클 틸슨 토머스/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일찍이 레코딩으로 호평받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택해 지난 20년간의 환상 호흡을 증명한다. 파리 오케스트라의 사령탑을 새롭게 맡은 대니얼 하딩은 6일, 프랑스 레퍼토리의 낭만적인 선율을 선사한다. 암보 연주로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바흐의 창작세계를 조명할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20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으며, 나흘 뒤 같은 무대에 피아니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가 올라 쿠르탁과 메시앙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23일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유라의 리사이틀 역시 기대를 모으며, 클라라 주미 강과 손열음은 독일 낭만 소나타로 중무장한 듀오 콘서트로 전국을 다닌다. 지난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이어 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 시리즈로 ‘로엔그린’을, 서울시오페라단은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을 기념하며 베르디 ‘멕베스’를 올린다. 한껏 옷깃을 여미는 계절에 빠질 수 없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이안 보스트리지와 마티아스 괴르네의 음성으로 각각 들어볼 수 있다.
12월
2012년 베토벤으로 첫 내한해, 2014년 러시아 레퍼토리를 이어간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커플은 올해 4·5일 양일간 무대에 오르며, 협연자로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을 내세운다. 하이든 교향곡부터 현란한 관현악법이 돋보이는 R.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까지 만날 수 있다. 임헌정/코리안 심포니는 3년간 이어온 예술의전당 ‘그레이트 컴포저 시리즈-브루크너’의 종지부를 찍는다. 국립오페라단은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한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겨울을 맞이하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앤 마리 맥더모트와의 듀오 연주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공연의 마지막을 매듭짓는다. 레비/KBS교향악단은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