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쥘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의 리바이벌 공연이 펼쳐졌다. 연출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4회 노미네이트된 프랑스 영화감독 브누아 자코(Benoît Jacquot)다. 두 번째 리바이벌 공연임에도 극장장인 스테판 리스너는 촉망받는 스타 피오트르 베찰라(Piotr Beczala)와 엘리나 가랑차(Elna Garana)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승부수를 띄웠다.
‘베르테르’는 최근 바스티유 오페라가 제작한 작품 가운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작품으로, 프랑스적이고 대중적인 오페라에 브누아 자코의 연출력이 더해져 더욱 관심을 모았다. 브누아 자코는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작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푸른 하늘, 아이비 덩굴이 무성한 바이의 집, 베르테르의 자살을 예고하는 눈 내리는 검은 밤 등 서정적인 무대장식은 마스네의 아름다운 선율과 결합해 괴테의 ‘질풍노도(Strum und Drang)’적 낭만성을 극대화했다.
2009/2010 시즌 초연에서는 요나스 카우프만과 소피 코흐가, 2013/2014 시즌에는 로베르토 알라냐와 카린 데예가 베르테르와 샤를로테로 캐스팅돼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때문에 청중이 베찰라와 가랑차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베찰라는 “‘베르테르’ ‘로미오와 줄리엣’ ‘마농’ ‘파우스트’ 같은 전형적인 프랑스 낭만주의 작품은 내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라고 말한 후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베르테르를 완벽히 연기했다. 특히 2막에서 알베르트와 샤를로테를 만난 후 좌절하며 부른 베르테르의 아리아 ‘다른 이가 그녀의 남편이라니!’와 3막 ‘왜 나를 깨우는가’는 감동을 불렀다. 낭만적인 청년이 자살로 치닫는 격정적인 장면을 온화하고 고운 음색으로 묘사한 역설적인 퍼포먼스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엘리나 가랑차가 연기한 샤를로테는 가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파워풀한 성량과 테크닉, 균질한 음색은 샤를로테를 연기하기에 과해 보였고, 프랑스어 딕션 또한 다소 부족했다. 베찰라가 자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확한 프랑스어 딕션을 선보인 데 반해 가랑차는 불분명한 자음 발음 때문에 가사 전달력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자! 내 눈물이 흐르게 두세요’에서 피상적인 감정 저편에서 우러나는 심오하고 진솔한 퍼포먼스로 감동을 선사했다. 베르테르와 샤를로테의 마지막 이중창 또한 인상 깊었다.
지휘에는 전작의 음악을 담당했던 미셸 플라송이 예정돼 있었지만, 오프닝 공연을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이탈리아 지휘자 자코모 사그리판티(Giacomo Sagripanti)로 교체됐다. 사그리판티는 ‘마스네를 마치 푸치니처럼 지휘했다’는 비평을 사기도 했지만, ‘베르테르’라는 작품 자체가 바그너풍 흥분과 푸치니풍 전율이 프랑스적인 경쾌함과 믹스매치되어 있지 않던가. 사그리판티의 해석은 미셸 플라송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적어도 혹평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사진 Émilie Brouch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