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교실의 음악 수업 풍경은 날로 달라지고 있다. 아이들의 시작과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변화해야 할까? 초등 음악 교육 현장을 취재했다.
창작 국악부터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이 채택되는 초등 음악 교과 현황
3월 새 학기를 앞둔 겨울, 학교에서 새 학년 교과서를 받은 날은 유독 책가방이 무거웠다. 새 책을 미리 들춰보고, 때가 탈까 싶어 깨끗한 비닐이며 종이로 교과서 표지를 포장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하교 후엔 피아노를 곧잘 치는 단짝 친구와 음악 교과서를 펼쳐 들곤 이런저런 동요를 부르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지난 명절에 만난 초등학생 조카들에게 “요즘 음악 시간에 무슨 노래를 배우냐?”고 물으니 5학년 아이가 “요즘엔 동영상으로 음악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교실에서 풍금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된 일. 어린 시절 추억의 동요는 구석기시대 화석이 되어버렸고, 학교에서 TV 화면 반주에 맞춰 배웠다는 노래 제목을 들어보니, 같은 서울에 살아도 배우는 노래는 각기 달랐다. 우리 때야 교육부에서 일괄로 내놓은 국정교과서에 창작동요제도 있었지만, 현재 초등학생 시절 배우는 음악은 어느 교과서냐에 따라 다르고, 아이들은 TV 가요 프로그램과 아이돌 그룹의 신곡에 더 빈번히 노출되어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 요즘 우리 아이들은 어떤 교과서로 음악을 어떻게 배우고 있을까?
국악부터 대중음악까지, 다채로워진 초등 음악 교과서
현재 초등학교 음악 검정교과서는 3~4학년 8종, 5~6학년 6종이 나와 있다. 취재를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음악 교과서를 살펴보니 출판사마다 목차 및 단원 구성이 확연히 달랐고, 수록곡(제재곡)의 경우 동일한 몇몇 곡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주제별 각기 다른 곡이 실렸고 창작 동요, 클래식 관현악곡에 대한 해설, 전통 국악부터 창작 국악까지 종류와 범위도 천차만별이었다. 과거와 사뭇 달라진 음악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현 교육부 김대원 교과서정책과장을 만났다.
“2007년 개정부터 음악 교과에 검정교과서가 채택되면서 각 교과서별로 단원 구성이 차별되지 않으면 굳이 5~6종을 둘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예를 들어 리코더를 배울 때 운지법·연습곡·연주곡이 순서대로 제시되는 학습법이 효과적일 수도 있는데, 기존 국정교과서는 구성 매뉴얼이 정해져있어 그런 변화가 불가능했죠. 현재 제재곡(학습에 재료가 되는 악곡), 장르 구성 비율을 두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내용을 기초로 고루, 적절하게 반영해 다양한 방식으로 창의적인 단원 구성을 하도록 제시하고 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1차 교육과정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 교육부에서 편찬한 국정교과서를 사용했다. 교육부 로고가 찍힌 1종 교과서를 펼치면 ‘필수 감상곡’으로 정해진 곡들이 왼쪽에는 악보, 오른쪽에는 응용 학습 내용으로 분류되어 실렸고, 대부분 가창곡이 주를 이뤘다. 이후 2007 개정(종전의 전면 개정에서 수시 개정으로 바뀌면서 8차 교육과정 부터는 ○○○○ 개정 교육과정으로 사용)부터 현재까지 예체능 과목을 중심으로 일부 과목에 대해 검정교과서를 채택하여 국정 및 검정교과서를 병행하여 사용하는 중이다.
각 검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제시하는 교육과정(인간상, 구성 방침, 교육 목표 및 교과용도서 편찬 방향)을 구현하도록 편찬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도서 개발을 위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 기준’의 초등 음악 교과서 편찬상의 유의점과 구성 체제에는, ‘적절하게’ ‘다양한’ ‘(골)고루’ ‘가급적 충실히’ 등과 같은 단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제시 기준들이 구체적이고 상세했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에는 여지를 많이 열어두는 추세라고 한다. 가격과 직접 연관되는 교과서 분량(부록 포함 책별 80쪽, 10% 범위 내에서 증감 가능)만이 유일하게 수치로 제시된 기준이다.
출판사는 교육부가 제시하는 교육과정에서 해당 학년군의 내용 체계 및 성취 기준과 시간 배당 기준에 근거해 학습 분량을 조절하되 주제별, 영역별, 장르별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단원 구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2011·2015 개정에 제시된 성취기준 영역(표현·감상·생활화)을 균형 있게 반영하되, 실음(實音)을 통한 학습이 되도록 가창곡·기악곡·감상곡 등 다양한 악곡을 고루 제시한다는 것이 유의 사항에 적힌 내용이다. 특별히 기술된 음악 분야는 국악이 유일한데, ‘국악은 시대별, 지역별로 다양한 종류의 악곡을 학습할 수 있고, 전 영역에 걸쳐 고루 학습할 수 있도록 내용을 선정하며, 국악보를 위주로 제시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초등학교 음악교과서는 3~4학년(군), 5~6학년(군)으로 나뉘어 있다. 각 교과서를 살피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대중적인 음악도 상당수 교과서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일부 교과서에는 ‘뽀로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라이온 킹’ 같은 애니메이션 음악과 ‘사랑으로’ 같은 대중가요, 어린이를 위해 작곡된 랩 음악도 수록되어 있다.
“7차 교육과정부터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대중음악이 교과서에 수록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 밖에서 부르는 음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실제로 그 괴리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가요 중에서도 명곡으로 불릴 만한 곡들이 상당하고, 부모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아이들 눈높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곡은 교과서에 실려도 좋지 않겠느냐는 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가요가 어떤 변천사를 겪어왔는지 함께 알아가는 것이죠. 현재 일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일부 가요가 실려 있습니다.”
짧아지는 개정 기간, 2015 개정 초등 음악 교육 방향은?
과거 1차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 전면 개정됐던 방식이, 8차 교육과정부터 수시 개정으로 바뀌면서 개정된 해가 표기되는 방식으로 ‘2007 개정’ ‘2009 개정’과 같이 불리게 됐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7차(1997년) 교육과정 이후 2007 개정이 10년 만에 이뤄진 반면, 이후부터는 개정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2009 개정·2015 개정). 시대 변화 및 국가·사회적인 요구, 문제점 개선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가운데 매일, 시간 단위로 지식 정보가 달라지는 시대에 하나의 교과서를 5~6년 이상 쓰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사들과 학생이 겪는 혼란이 만만치 않다는 것 역시 최근 개정 시 제기되어온 문제들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3일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을 고시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역량’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차원에서는 ‘초·중등 교육을 통해 모든 학습자가 길러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이며, 보편적인 능력’으로서의 핵심 역량을 총 6개(자기관리·지식정보처리·창의적 사고·심미적 감성·의사소통·공동체)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음악과 교육과정은 앞선 6개 핵심 역량을 교과 특성에 맞게 수정·반영하여 음악교과 역량 요소를 구성했으며, ‘음악적 감성 역량’ ‘음악적 창의·융합 사고 역량’ ‘음악적 소통 역량’ ‘문화적 공동체 역량’ ‘음악정보처리 역량’ ‘자기관리 역량’과 같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8년부터 초·중·고등학교 현장에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초등학교 1~2학년 통합 교과 국정교과서는 2017년부터 적용).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되는 교과서는 2016년까지 개발이 이뤄지며, 2017년 교과서 검·인정 검사를 거쳐 2018년 3월부터 심사에 합격한 새 교과서가 학교에 적용된다.
국정·검정·인정 교과서 차이점은?
국정교과서 특정 학년의 실과·체육·음악·미술·영어를 제외한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책이 국정교과서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편찬하고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로 국가가 직접 제작하거나 연구기관 또는 대학에 위탁해 제작한다.
검정교과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로 일반인 또는 일반 출판사가 연구 개발한 교과용 도서를 국가에서 적합성 여부를 심사해 합격한 책이다.
인정교과서 국정 및 검정 도서가 없거나 보충학습 도서가 필요한 경우, 인정 도서를 개발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신청하고 심의에 합격하면 필요로 하는 학교에서 인정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다. 몇몇 지역교육청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독도 교과서가 여기에 해당한다.
2015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내용 체계
자문 김대원(현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
중·고등학교 음악교사, 교감, 교장 역임
교육부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역임
교육부 국가교육과정기획팀장, 음악과 편수 담당관 역임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 교과용도서 심의위원, 검정위원
한국음악교육학회, 한국음악교육협회 이사
(주)동아출판 초등·중학교 음악교과서 공동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