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이 시어터 예술감독 마이크 셰퍼드

예술을 완성하는 가장 예술적인 방법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4월 1일 12:00 오전

무한한 가능성으로 혁신을 거듭하는 영국 극단 니하이 시어터가 온다!

영국 서쪽 최남단에 위치한 콘월. 맑고 잔잔한 바다와 아득한 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평화로운 도시. 이곳에 거대한 텐트를 세워둔 채 함께 요리하고, 대화하고, 춤추며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것’을 위해서라면 서로 어떤 감정 표현도, 어떤 행위도 이해할 수 있는 끈끈한 사람들. 작가와 작곡가, 배우와 연출가가 매일 아침 만나 영역의 구분 없이 ‘표현 방식’을 고민하며, 누구 하나 만족하지 못한 채로 작품을 올리는 법이 없다.

이상적인 창작 과정을 통해 매번 혁신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이들은 바로 영국의 극단 니하이 시어터(Kneehigh Theatre)다. 창립된 지 36년이 된 이 중견 극단은 역사의 시작부터 남다르다. 1980년 어느 날, 콘월의 한 학교 젊은 교사 마이크 셰퍼드(Mike Shepherd)는 여가 시간을 활용해 연극 워크숍을 연다. 학생들을 비롯해 마을의 농부, 전기공, 슈퍼마켓 점원과 지역 밴드의 기타리스트 등을 불러 모아 연극을 완성하고,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개최한다. 참가자들의 남다른 열정으로 극장뿐 아니라 항구, 숲속, 언덕 꼭대기에서도 공연을 갖게 되고, 이들의 참신성과 도전 정신은 영국 전체의 관심을 받게 된다.

마이크 셰퍼드는 교사가 아닌 예술 감독으로서 본격적으로 연극계에 뛰어든다. 이들이 국제적 명성을 얻은 건 2003년, 콘월 지역의 전설을 바탕으로 각색한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다. 작품의 성공은 영국 투어 공연과 미국 진출이라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2008년에 내놓은 ‘밀회’ 역시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미국 투어가 이어지며 세계무대에 극단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

이번 첫 내한 공연에서 니하이 시어터는 2014년에 창작한 ‘데드 독’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근간으로 한다. 1728년작 ‘거지 오페라’는 자국의 부패한 정치판과 호화롭게 치장된 이탈리아 오페라를 풍자하는데, 2016년에 공연하는 ‘데드 독’의 탄생 배경 역시 그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게 마이크 셰퍼드의 설명이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셰퍼드에게 극단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거지 오페라’를 바탕으로 하는 ‘데드 독’의 창작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거지 오페라’는 탄생한 지 300여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명작이며,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1728년에 존 게이는 모든 인간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분리한 사회, 정부에 작품으로서 ‘반응’했다. 1928년, 이 작품을 ‘서푼짜리 오페라’로 각색한 브레히트 역시 현재의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시대가 흘렀음에도 당대가 지니던 문제와 현대의 그것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다름없이 부정을 저지르고 살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서푼짜리 오페라’도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우리는 현대의 청중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현대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강렬하게 살아 숨 쉬는 작품을 완성했다.

극작가·작곡가와 작품의 형식과 분위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논의를 했나? 노래·연주·연기를 겸하는 배우들에게 표현법에 있어 어떠한 요구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니하이 시어터의 작품은 공동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우리는 매일 아침 최초의 아이디어로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이는 절대 머무르지 않고,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무언가로 자란다. ‘데드 독’의 창작 일지 첫 페이지에는 ‘정치적 호러 발라드’라고 적었다. ‘서푼짜리 오페라’와 묘사 방식이 같은 것이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며 초기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한 지역 예술가의 ‘어두운 시대’라는 그림을 보았고, 누군가 지붕을 뚫고 들어가는 사진, 환경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사진 등을 보았다. 주인공 맥히스는 모든 여성이 사랑에 빠지는 마성의 바람둥이이며, 우리는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러나 동시에 여자를 홀리고 풀려나는 과정이 너무 쉬우면 안 된다는 판단으로 아이들의 코러스를 넣었다. 담배를 태우고 욕을 하고 도둑질을 하는 아이들이 불쾌한 노래를 부른다. 교도소라는 공간은 많은 것이 존재하지만, 어수선하지는 않도록 표현했다.


▲ 뮤지컬 ‘데드 독’ 중 맥히스가 총을 겨누고 있는 장면

작품 개발을 매우 자유롭게, 열어둔 채로 진행한다고 들었다. 작품이 자연스럽게 무르익도록 시간을 충분히 두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던데, 연출가로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무엇이든 콘월이라는 우리의 구역 안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드넓은 바다와 풍부한 먹을거리가 있고 악기, 의상, 조명 등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것이 있다. 고유의 빛깔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러한 조건은 우리의 창의력을 끌어올린다. 니하이 시어터는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데드 독’의 작곡가 찰스 헤이즐우드와 극작가 카를 그로즈 역시 극단에서 영향력이 큰 ‘니하이 패밀리’다.

2010년 해안가에 세운 천막형 공연장 어사일럼(Asylum)이 방금 이야기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어사일럼은 극단에게 어떤 의미인가?

어사일럼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지난 6년 간 수많은 장난과 놀라운 일, 불손한 재미가 가득했다. 공연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의 여름 달력에 꼭 가야만 하는 장소로 체크될 만큼 자리를 잡았다.

30년 전 니하이 시어터가 탄생한 순간을 돌이켜보자. 전문가가 아닌 학생들, 주민들과 ‘무엇’을 만들고 싶었나? 그것이 곧 니하이 시어터만의 정체성일 것 같은데.

과거에는 극장의 제약에서 벗어나 커뮤니티를 위한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니하이 시어터의 정체성은 ‘정의’라 불리는 모든 것에 반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지닌 철학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는 것, 그리고 창의적인 영혼을 갖는 것이다.

함께할 배우나 창작자는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는가?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모험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앞으로 펼쳐질 모험을 기대한다.

그동안의 작품 목록을 보면, 기존에 있던 캐릭터나 작품을 니하이 시어터만의 색깔로 각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정해진 규칙이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보석을 찾지만,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작품을 어느 정도 완성해 여러 번의 리허설을 가진 후 최종 대본을 완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는 그저 스토리를 사랑하고, 그것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며, 청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가장 독창적인 방법을 찾는다. 늘 목표하는 것은 당장 시급한 문제를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말하려고 한다.

‘니하이 쿡북(Kneehigh Cookbook)’이라는 이름의 흥미로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더라. 창작 과정을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니하이 쿡북’은 니하이 시어터의 또 다른 시도다. 이것은 우리의 창작 과정을 필요로 할, 예를 들면 어딘가에서 극예술을 가르칠 선생님이나 이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니하이 쿡북’은 니하이 시어터가 만든 모든 작품의 뒷면을 보여준다. 영상, 텍스트, 드로잉 이 모든 것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광기가 활기를 띠며 마술이 되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은 무척 멋진 일이다!

현재 구안 중인 작품이 있는가? 앞으로 계획을 들려준다면?

올해는 세 편의 신작을 선보이는 무척 뜻깊은 해다. 소설가 짐 도지의 현대 우화를 바탕으로 하는 오리 이야기 ‘FUP’과 소설가 마이클 모퍼고와 협력한 ‘946’, 화가 마르크 샤갈의 젊은 시절을 그린 ‘플라잉 러버스 오브 비텝스크’로 관객을 만난다. 우리는 수백만 개 아이디어로 무궁무진한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뮤지컬 ‘데드 독’의 줄거리
사업가 피첨은 마을 시장인 굿맨이 자신의 뒷거래를 파헤치려고 하자 청부 살인업자 맥히스를 고용한다. 맥히스는 굿맨을 살해하고, 곁에 있던 그의 애완견까지 죽인다. 피첨의 딸 폴리는 맥히스와 사랑에 빠져 아버지 몰래 결혼을 하는데, 피첨은 이 사실을 알고 맥히스를 밀고한다. 맥히스는 수감되지만, 경찰서장의 딸이자 맥히스의 아이를 임신 중인 루시의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한다. 그러나 자유의 몸이 된 맥히스는 루시가 아닌 폴리를 찾아가고, 결국 다시 체포된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맥히스는 교수대에 오른다.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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