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인 서울 총감독 이정헌

새로운 가능성의 음악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5월 1일 12:00 오전

한국에서 첫 시도되는 재즈 뮤직 마켓에 관한 이정헌 총감독의 이야기

한국에서 첫 시도되는 재즈 뮤직 마켓에 관한 이정헌 총감독의 이야기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재즈 뮤직 마켓 ‘재즈 인 서울(Jazz in Seoul)’이 5월 6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야외 공간 및 통의동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일대에서 개최된다. 첫 문장을 읽었을 때 일반 관객에게 다소 낯선 단어를 꼽아보자면 아마 ‘뮤직 마켓’일 것이다. 뮤직 마켓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국내외 아티스트와 마케터들이 모여 좋은 공연과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교류하는 장이라 할 수 있겠다. 잠비나이, 거문고팩토리, 숨 등 지난 몇 년간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우리 음악 그룹들을 보면 대부분 해외 뮤직 마켓과 페스티벌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소개되고 알려지면서 지속적인 해외 진출의 쾌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때문에 아티스트뿐 아니라 이들을 발굴해야 하는 관계자 모두에게 ‘뮤직 마켓’은 중요한 기능을 소화하는 그릇이다.

올해 1회로 시작되는 ‘재즈 인 서울’은 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UWMF)과 에이팜(APaMM)을 설립한 이정헌이 총감독을 맡은 뮤직 마켓이다. 지난 10년간 국내외 주요 월드 뮤직 페스티벌과 전 세계 뮤직 마켓을 순례하면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서 깊은 음악 마켓부터 신생 마켓까지 눈여겨본 장단점을 녹여낼 예정이다.

현재 인디음악, 국악, K-Pop이 주를 이루는 국내 뮤직 마켓에서 ‘재즈 인 서울’은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된 ‘재즈’를 중심으로 내세우되, 해외 진출 가능성이 엿보이는 타 장르 음악을 쇼케이스 안에 포함한다. 재즈·월드뮤직·인디음악·라틴·포크 뮤직 등 다양한 국내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총 45개 쇼케이스, 12개 컨퍼런스, 뮤지션이나 매니저가 국내외 초청자를 만나 자신들의 음악을 홍보하는 스피드 미팅과 더욱 가벼운 분위기에서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애프터 파티로 구성되는 제1회 ‘재즈 인 서울’의 첫 행보에 관해 이정헌 총감독에게 들어보았다.

‘재즈’에 방점을 둔 ‘뮤직 마켓’을 구상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케이팝(K-Pop)을 제외하면 재즈나 인디 음악, 국악은 소위 말하는 ‘메이저 음악’이 아닙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국악 연주자, 인디 뮤지션들에 대한 지원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즈의 경우는 달라요. 한 예로 수백 명이 넘는 한국 출신 재즈 뮤지션들이 해외 명문 대학에서 유학하고 와서도 클럽을 제외한 공연장은 물론이고 페스티벌 무대에 설 기회조차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해외 진출은 더 요원하죠. 유명 연주자 몇몇을 제외하면 한국 재즈 뮤지션의 해외 초청 공연은 뜸한 편에 속합니다.

한국발 재즈가 현재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에 앞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재즈라는 장르에 이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재즈 인 서울’은 한국 재즈 뮤지션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악, 인디음악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소개되고 아티스트 해외 투어가 성사된 지 불과 5년 남짓입니다. 지금도 긍정적인 반응이 지속되고 있고요. 젊은 뮤지션들이 카피가 아닌 자신만의 음악을 찾고 수준 높은 연주를 보여준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즈 인 서울’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재즈와 클래식, 국악 장르의 녹음에 특화된 스튜디오이자 음반사인 오디오가이와 한국 뮤지션 해외 진출을 돕고 국내외 음악 관련 비즈니스 컨설팅을 목적으로 제가 이끄는 Across the Universe가 ‘재즈 인 서울’을 공동 제작합니다. 지난해 5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2015년 한 해만 14개국 뮤직 마켓과 페스티벌을 돌며 재즈 인 서울과 한국 음악을 소개했는데, 그 결과 해외팀 대부분이 자국 문화재단과 대사관의 후원으로 항공료를 지원받아 참가하고 자비 참가는 4팀 정도 됩니다. 이탈리아의 풀리아 주정부가 운영하는 풀리아 사운드(Puglia Sounds)와 MOU를 맺어 매년 이탈리아 뮤지션들의 쇼케이스를 준비할 예정이고, ‘재즈 인 서울’ 쇼케이스에 선정된 팀들의 해외 진출과 국제 교류를 위해 모로코의 비자 포 뮤직(Visa for Music), 인도뮤직엑스포(IMEX), 스페인 빅 라이브 뮤직마켓(MMVV) 등 해외 뮤직 마켓과의 교류 협력도 추진 중입니다.

공연 관계자부터 관객 모두가 참여하는 자리

일반 관객들에게 ‘뮤직 마켓’은 다소 생소한 개념입니다. 말 그대로 ‘음악을 사고파는 시장’인가요?

뮤직 마켓의 메커니즘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질 좋은 상품(음악)과 이를 사고자 하는 바이어(페스티벌 및 뮤직 마켓 감독, 에이전시 및 음반사 대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쇼케이스 공연과 정보 교환, 미팅을 주선해 시장이 문을 여는 동안 사고파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연장, 회의장, 숙소, 식당 등의 동선도 세심하게 관리해야지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쇼케이스에 나온 뮤지션의 음악이고, 더불어 마켓에 참가한 관련 인사들의 수준과 안목입니다. 이 둘 중 하나만 어긋나도 마켓은 실패합니다. 사실 제법 많은 뮤직 마켓이 이 같은 목적을 추구하면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운영자의 경험 부족과 자신의 시장에 나온 물건(음악)을 살 사람에 대한 정보와 네트워크의 부재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관계자가 참여하느냐가 곧 ‘마켓의 영향력’이 될 텐데요.

올해 ‘재즈 인 서울’을 통해 한국 뮤지션을 해외 진출을 도울 해외 관계자는 총 16명입니다. 월드 와이드 뮤직 엑스포인 워멕스(WOMEX)를 비롯해 스페인의 빅 라이브 뮤직 마켓(MMVV), 이탈리아의 메디멕스(Medimex), 아랍·아프리카 뮤직 마켓인 모로코의 비자 포 뮤직(Visa for Music), 캐나다의 문디알 몬트리올(Mundial Montreal)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뮤직 마켓 디렉터들을 먼저 꼽아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홍콩 아츠 페스티벌, 후지 록페스티벌, 세르비아 엑시트 페스티벌 등의 디렉터들이 참가합니다. 잠비나이, 숨, 이디오 테이프의 해외투어 에이전시인 네덜란드의 어스 비트(Earth Beat)에 이르기까지 페스티벌, 뮤직 마켓, 에이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고루 초청되었습니다.

향후 가장 중요한 음악 시장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협력을 위해 중국 음악 마켓인 ‘사운드 오브 시티(SOTX)’와 해외 인사 및 뮤지션 공유를 통해 상호 교류와 시장의 파이를 키울 생각입니다. 서울과 베이징에서 열리는 두 뮤직 마켓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전 세계 뮤지션과 에이전트들에게 한국과 중국 시장 진입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아주 큰 기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갈 예정입니다.

관계자가 아닌 관객이 ‘뮤직 마켓’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있을까요?

과거의 뮤직 마켓은 사실 관객과의 소통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일반 관객에게 소개되기 전에 미리 선보이는 쇼케이스 개념이 강하고 음악 관련 분야의 프로페셔널들의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하나둘씩 마켓의 형태와 지향점이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으로 바뀌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또 유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쇼케이스는 공연 시간이 40~50분으로 공연장 단독 공연이나 페스티벌보다 상대적으로 짧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기에 관객 입장에선 1개 팀의 공연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고, 컨퍼런스나 프레젠테이션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단히 유익한 정보가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나, 꽤 알려진 뮤지션의 경우도 새로운 앨범 출시 전, 이들의 라이브를 다른 대중보다 먼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관객 입장에서는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재즈 인 서울’에 오르는 쇼케이스 중 눈여겨볼 만한 아티스트를 추천해주신다면.

해외팀 중 먼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을 대표하는 재즈 트리오 숨라(Sumrra)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이들의 공연은 연주력뿐 아니라 드러머의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퍼포먼스가 가히 숨 막힐 정도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엘스 카타레스(Els Catarres)는 올해 ‘재즈 인 서울’에 참가하는 해외 아티스트 중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밴드로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란(Catalan) 지역의 신나는 룸바 등 라틴 팝을 연주합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 출신으로 구성된 트리오 플린트(Trio PLINT) 역시 여느 유명 트리오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연주력을 자랑합니다. 포르투갈 파두(fado)를 부르는 마라(Mara)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입니다. 한국 팀으로는 해외 페스티벌에서 인정받고 있는 정가악회와, 국악과 랩을 융합한 그룹 아나야, 치밀하고도 따뜻한 감성을 들려주는 이한얼 트리오, 최근 주목받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블루스와 록을 융합한 그룹 빌리 카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재즈 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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