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예술과 과학의 미래 ③

로봇, 인간의 예술을 훔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6월 1일 12:00 오전

과학자·음악가·작곡가·철학가·소설가에게 들어보았다. 예술과 과학이 아름답게 공존할 순 없을까? ⑤ 인간의 예술성에 도전하는 로봇 ⑥ 로봇과 인간의 피아노 배틀

⑤ 인간의 예술성에 도전하는 로봇

로봇 르네상스

작곡+로봇, 그 로봇 참 음악적이군요

음악은 추상적이고 비정형적이기에 기계에게 그 틈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날마다 등장하는 신기술은 음악의 영역에도 여지없이 발을 뻗었다. 조성을 기반으로 작곡을 하는 알고리즘이 197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현재는 인간이 작곡한 음악 작품과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곡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말라가대 ‘아이앰어스’와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 데이비드 코프가 개발한 ‘에밀리 하월’, 예일대 도냐 퀵이 만든 ‘쿨리타’가 대표적이다. 음악 스타일을 지정하면 프로그램이 거기에 맞춰 스스로 작곡해내는 방식인데, 아무런 정보 없이 들으면 기계가 작곡했는지 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상당히 정교한 작곡 능력을 보여준다. 연주하는 로봇 또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2013년 일본에서 개발된 로봇 밴드 ‘지-머신스’는 인간보다 4배 빠른 연주가 가능하며 정확한 테크닉을 구사한다. 또한 훔볼트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미온’은 2015년 독일의 오페라 무대에 주연으로 등장해,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와 연기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글 이정은 인턴 기자

미술+로봇, 캔버스를 꿈꾸는 그대여

예술가의 언덕 몽마르트르. 지금 그 언덕에 오르려는 기술의 도전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구글은 자선 행사에서 AI ‘딥 드림’이 주어진 대상을 추상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29점을 판매하며 97,600달러(약 1억1500만원)를 모금해 주목받았다. 이어 이미지를 특정 화가의 작풍으로 변환시키는 ‘딥 스타일’을 출시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렘브란트의 화풍을 모방하는 AI도 있다. 렘브란트 박물관과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이 모여 개발한 ‘넥스트 렘브란트’다. 그림 300여점을 데이터화한 뒤, 3D 프린팅 기술로 렘브란트 특유의 작풍은 물론 유화와 판화의 질감까지 표현해낸다.

‘알아서’ 그려내는 AI 개발도 계속되고 있다. 화가 헤럴드 코헨은 1968년부터 인간을 돕는 도구로서가 아닌 독립된 창작 주체인 ‘아론(AARON)’을 개발해왔다. 순식간에 추상화 한 점을 그려내는 ‘아론’은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색채부터 구성까지 모두 스스로 선택한 후 캔버스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다.

글 정원 인턴 기자

요리+로봇, 역전! 로봇 요리사

요리를 못 하면 시집 장가를 못 간다는 것도 다 옛말이 됐다. 이제 로봇이 요리를 해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로봇 개발 업체 몰리 로보틱스와 섀도우 로봇 컴퍼니는 주방 일체형 로봇인 ‘몰리’를 제작했다. 몰리는 사람의 두 팔 모양으로, 20개의 모터와 24개의 이음새 관절 및 129개 센서로 구성돼있다. 요리법은 방송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의 2011년 우승자인 팀 앤더슨에게 배웠다. 앤더슨이 요리하는 과정을 입체 영상으로 촬영한 뒤 몰리가 그를 인식하고 따라하는 것이다. 2017년 상용화 예정인 몰리를 통해 주방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대해볼 만하다. 순서대로 냄비에 재료를 넣으면 조리를 알아서 해주는 로봇 ‘쿠키’, 커피와 폭탄주 제조 로봇 ‘마젠타 W’ 등도 화제다. 나아가 이미 요리하는 로봇을 사용해 영업에 성공한 음식점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카페에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비스트로봇사의 로봇 셰프가 있다. 중국 하얼빈의 한 과학관에서는 사천요리를 할 줄 아는 로봇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글 김지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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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화제의 대결 현장 취재

로봇과 인간의 피아노 배틀

로봇과 인간의 피아노 대결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는 상상했던 만큼 인간의 음악을 위협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 대표이자 공연 기획자,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공연은 프로세다, 테오, 사회자가 선보이는 한 편의 연극처럼 진행됐다. 테오와 프로세다는 쇼팽, 모차르트를 비롯한 클래식 음악을 번갈아 연주하며 서로를 평가했다. 루바토나 아고기크와 같이 음악적인 설명이 필요한 때에는 사회자가 나섰다.

“난 나만의 해석과 감정을 담아 연주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전달한다.”(프로세다)

“악보대로 치지 않는 연주는 작곡가를 모독하는 행위다. 내 데이터베이스에 ‘감동’은 입력되어 있지 않다.”(테오)

공연은 아이들의 센스있는 기립박수로 마무리 됐다. 초등학생의 흥미를 끌기엔 충분했던 무대지만, 다소 부족한 구성과 내용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70분이라는 시간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담아내기엔 너무 짧았으리라. 공연이 끝난 뒤 프로세다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테오 트로니코는 프로세다 당신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어떻게 테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게 됐나?

요청하지 않았다. 유투브를 통해 테오를 발견했을 뿐이다. 나는 공연을 위해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로봇을 찾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저 컴퓨터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그러던 중 테오가 연주하는 영상을 보게 됐고,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수소문한 끝에 테오 트로니코를 만든 엔지니어를 알게 됐다.

피아노 칠 수 있는 기계를 왜 찾았나?

그동안 클래식 음악에 담긴 감정 표현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던 중 인간과 다른 성향을 지닌 로봇이라는 존재를 생각해냈고 기계와 인간의 피아노 연주를 비교하고 싶었다. 그래서 로봇을 찾기 시작했다. 테오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적합한 친구였다.

테오 트로니코와 함께하는 피아노 배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인간의 음악이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들을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래서 피아노 배틀을 통해 로봇처럼 음악을 대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현대 사회의 아이들은 컴퓨터나 휴대폰, 전자기기가 들려주는 미디 음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연주자가 담아내는 미묘한 차이들, 예를 들면 루바토나 아고기크가 주는 분위기의 변화를 인지하고 클래식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다.

감정이나 사소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고, 나아가 서로 어우러진다는 걸 의미한다. 음악은 그런 삶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도구라고 생각한다.

예술 분야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마지막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로봇과 인공지능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다. 로봇은 자신의 해석을 담을 수 없고 다른 존재와 소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행하는 개인적인 창작은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

인간의 음악은 손가락 힘, 다이내믹이나 악상 기호의 표현 정도, 심지어 그날의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해진다. 그러나 로봇에게는 이런 변화가 없다. 오로지 입력된 악보를 바탕으로 옳은 것과 틀린 것에 기인해 실수 없이 매번 똑같은 음악을 연주할 뿐이다. 그런 테오가 때로는 부럽기도 하지만.(웃음)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예측불가능한 일들은 때론 연주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기도 하고, 약간의 실수가 오히려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예측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음악은 항상 기대되고 지루하지 않다. 전적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기계와 인간을 접목하는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도 많은 음악가들이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보다 뛰어나게 교육받았다. 이런 점은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더 많이 발굴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작품, 도저히 인간이 연주할 수 없는 난곡을 시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유용하다. 작곡가들은 창작에 도움을 얻기도 한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인간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예술을 창작할 때 도구로서 기계를 사용하거나 그들과 협업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아이디어나 감성을 대신하도록 해선 안 된다. 기술이 더 발전되면 로봇이 음악을, 더 크게는 예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정말 먼 미래에나 가능할 일이다.

글 정원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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