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오우양나나

음악과 연기, 두 얼굴의 요정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8월 1일 12:00 오전

열다섯 나이에 데뷔 음반을 발매한 첼리스트로, 또 아름다운 배우로 대중을 만나는 소녀

열다섯 나이에 데뷔 음반을 발매한 첼리스트로, 또 아름다운 배우로 대중을 만나는 소녀

작은 얼굴, 짙은 쌍꺼풀과 오똑한 코, 큰 키에 마른 몸매. 음악가를 수식하기에 조금은 낯선(?) 표현이다. 그러나 첼리스트 오우양나나(歐陽娜娜)를 소개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말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첼리스트로서 대만의 ‘첼로 요정’이라 불리는 그녀는 2000년, 배우인 어머니와 가수인 고모를 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직 배우이자 현 타이베이 시의원인 오우양룽. 이런 배경을 두고 혹자는 그녀를 ‘엄친딸’이라 말하곤 한다.

만약 화려한 수식어에만 의존하는 연주자였다면 ‘반짝 스타’에 머물고 말았을 터. 그러나 꾸준히 음악을 갈고닦은 그녀는 2013년, 13세의 나이로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한 후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15세이던 지난해 말에는 멘델스존 ‘무언가’, 구노 ‘아베 마리아’,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등 낭만주의 소품을 담은 데뷔 음반 ‘15’(Universal Music China)를 대만에서 출반했다. 10대 소녀의 순수한 감성이 녹아 있는 이 음반은 지난 5월,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됐다.

첼리스트로 바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기자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드라마 ‘시! 상선생’의 주역을 꿰찼고, 역시 주연을 맡은 영화 ‘뷰티풀 엑시던트’가 이달 대만에서 개봉된다. 그녀의 현재 SNS 팔로워는 750만 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클래식 음악가가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한다. 그러나 오우양나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확고하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실제로 그녀는 24시간을 쪼개어 두 활동을 병행한다. 첼로 연습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배우이자 첼리스트인 그녀의 ‘두 집 살림’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첼로에 대한 호기심, 나아가 선율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 촬영으로 한창 바쁜 그녀와 이메일로 만났다. 이하 오우양나나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첼로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부모님은 제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되길 바라셨어요. 네 살부터 감상 수업을 시작했고, 다섯 살엔 피아노를, 그다음 해엔 첼로를 배웠죠. 단순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연습했는데, 어느새 첼로를 사랑하게 된 저를 발견했어요. 악기를 안았을 때 전해지는 울림, 부드러우면서도 때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음색 등 모든 것에 매료되었죠. 첼로를 ‘남자친구’라고 표현할 정도로요.(웃음) 첼로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13세에 커티스 음악원에 진학했어요. 미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갑자기 중학생에서 대학생이 되었어요. 미국에선 모든 것이 처음이었죠. 다른 언어와 사고방식, 가족이 없는 삶, 낯선 환경… 홀로 부딪히고 적응하며 많이 성장했어요. 음악적으로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게 됐고요.

첼리스트 다비트 게링가스(David Geringas)를 존경한다고 들었어요.

네덜란드에서 게링가스의 실연을 접했어요. 무반주 첼로 작품을 연주하며 내는 허밍 소리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그것처럼 아름다웠어요. 그날 이후 게링가스의 감정 표현에 푹 빠졌죠. 그는 표현이 강렬한 다른 러시아 음악가들과 달리 아주 섬세해요. 곡을 해석할 때 종종 그의 연주를 떠올리며 영감을 받곤 해요.


‘열다섯’만의 순수한 감성으로

이른 나이에 데뷔 음반을 발매했는데, 이번 음반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요?

열다섯. 이 나이에 음반을 낼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15’라는 숫자는 제게 상징과도 같아요. 음반에는 ‘15세’의 감정을 녹여낸 ‘15곡’을 담았어요. 지금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을 전하고 싶었죠. 낭만, 열정, 즐거움, 슬픔 등이 느껴지는 다양한 작품을 직접 골랐어요. 이 모든 감정이 듣는 사람들에게 한 편의 이야기와 같이 전달되면 좋겠네요.

나나 양이 선택한 레퍼토리들은 주로 낭만주의 작품이네요.

이야기가 있는 소품을 좋아해요. 선생님께선 제가 ‘첼로로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고 하시며 제 매력이 잘 드러나도록 멜로디가 뚜렷한 작품을 주로 가르쳐주셨어요. 그래서인지 ‘선율’을 통해 감동받는 편이고 낭만주의 음악이 크게 와 닿아요. 환상이 가득해 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개성 넘치는 피아니스트 장티엔린이 반주를 맡았죠.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음악과 ‘논다’는 생각으로, 함께 작품 속에 숨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작업했어요. 티엔린은 음악적 파트너이자 친구이고, 선생님이며 가족이에요. 열 살에 콩쿠르 반주자로 처음 만난 후 항상 그와 함께했죠. 벌써 6년째네요.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요.

음반과 함께 뮤직비디오와 녹음 현장 영상이 담긴 DVD를 구성했습니다. 클래식 음반으로는 드문 시도인데요.

우선 ‘첫 녹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 사람들에게 음반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제가 어떤 모습으로 연주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죠. 녹음하는 과정을 보면서 마치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는 느낌이 들게 말이죠. 3일 동안 녹음실 곳곳을 촬영했어요. ‘멘털이 붕괴된’ 제 모습도 볼 수 있답니다.(웃음)

첼리스트와 배우라는 두 삶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아무리 스케줄이 꽉 차 있더라도 첼로 연습은 절대 빠뜨리지 않아요. 틈날 때마다 첼로를 꺼내죠. 제게 24시간은 너무나 짧아요. 어떻게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 노력해요. 덕분에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해내는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 클래식 음악 연주가 아닌 외모에 더욱 주목받는 것이 싫지는 않나요?

큰 문제가 되진 않아요. 음악에 대한 확고한 태도와 열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게 첼로는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가 아니라 ‘삶의 일부’예요. 대중이 저의 음악적 견해를 알아주신다면, 외모에 대한 논란은 전혀 상관없어요.

나나 양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연기와 첼로 두 가지 모두 잘 소화해내는 것! ‘연기를 잘하는 첼리스트, 첼로 연주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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