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대, 4명의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빅지윤·김다미·김영욱

청춘이 그리는 인생의 사계(四季)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1월 1일 12:00 오전

네 대의 바이올린으로 듣는 바이올린 본연의 아름다운 음색을 만나볼 기회

젊은 열정의 바이올리니스트 네 명이 뭉쳤다. 노부스 콰르텟 김재영과 김영욱,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유일한 동양인 악장 박지윤, 루체른 페스티벌의 히로인 김다미까지. 편곡·개작 작품이 아닌 원곡 그대로의 바이올린 두 대, 네 대를 위한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네 명이 각각 한 계절씩 협연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의 색채가 궁금하다. 그들이 음악으로 그려낼 사계(四季)는 무슨 색깔일까?

드디어 넷이 뭉쳤다

김다미 하나의 연주회에 네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모여 듀오와 앙상블같이 다양한 구성으로 연주하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개인적으로도 처음 해보는 구성이라 무척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가 돼요.

김재영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는 것이 아주 즐거운 기대감을 갖게 하네요. 바이올린 네 대로만 꾸미는 무대는 흔치 않은 만큼 저희도 청중도 모두 즐겁고 행복한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욱 이런 구성의 무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특별한 공연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연주자로서도 많이 기대가 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네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한 무대에서 어떻게 다른 색깔과 매력을 발산하는지를 지켜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박지윤 바이올리니스트 네 명이 모여 한 콘서트의 프로그램 전체를 맡는 공연은 본 적이 거의 없을 만큼 색다른 시도라고 생각해요. 각자 개성이 다른 비슷한 또래의 친한 친구, 또 친해지고 싶은 친구와 함께 연주하게 되어 즐겁고 설레네요. 이번 연주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사랑하는 청중에게 좋은 음악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함께 연주하는 기쁨

김다미 솔로 연주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살짝 내려놓고, 함께 다른 연주자와 서로 음악적 관점을 존중하며 화합된 호흡이 가장 필요하죠. 그리고 동시에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자체가 지닌 솔리스트적 요소를 더욱 잘 살려 개개인의 연주자가 지닌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재영 혼자 무대를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겠죠. 청중도 연주자끼리의 조합이나 케미스트리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면서 듣는다면 흥미로울 것 같고요.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솔로든 앙상블이든 많이 공부해야 하고 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 같다고 생각해요.

김영욱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작품들 또한 실내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어떤 음악적 해석을 가지고 있는지 귀를 열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과 상대방의 음악을 잘 조율해야 할 것 같아요. 기본에 충실하면서 연주자들이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무대 위의 진정한 친구

김다미 이미 10대와 20대 초반을 여러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많은 경쟁으로 시간을 보냈기에 ‘경쟁’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웃음) 클래식 음악계를 함께 이끌어나가는 젊은 연주자들로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도 모자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젊은 연주자를 보면서 경쟁하는 입장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요. 제 연주에 대한 확신이 강한 편이라 다른 사람의 연주에 큰 영향을 받기는 표현보다는, 제 개성을 살리면서도 그들의 장점을 충분히 존중하고 또 배울 점은 겸허히 받아들이며 연주하는 편이죠. 함께 연주하는 세 명의 연주자 모두 실내악의 경험이 많은 연주자들이기 때문에, 서로 소리에 대한 민감함보다 소리의 화합을 중요시하는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재영 경쟁은 20대에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많이 겪었으니 이제 경쟁보다는 다른 음악가들에게 영감도 얻고 자극도 받는 관계라고 말하고 싶어요. 연주자로서 위치나 커리어에 대한 자극보다는 연주력, 음악성 그리고 소리 그 자체에 더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이젠 모두 나이들이 마냥 어리지만은 않기 때문에 레퍼토리와 음악적 색깔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중이고, 그것들을 잘해내고 음악으로 자신을 잘 드러낼 때 같은 음악가로서 자극을 받습니다. 우린 모두 친구니까요. 함께 연주하는 영욱이 만해도 벌써 가족처럼 지낸 지가 10년이 넘어요. 영욱이는 성격이 복잡하지 않고 내면이 선한 사람이지만 자존심도 강한 만큼 그것이 음악에도 아주 긍정적으로 나타나죠. 따지거나 생각해서 나오는 음악이 아닌 아주 원초적인 매력들이 작품마다 잘 발현되고 아주 매끄럽고 반짝반짝한 소리를 가졌어요. 지윤이는 예전부터 정말 성품 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성격이 음악에 나타나기도 하고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지만 독일 음악도 잘 이해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많아요. 다미는 착한 성격인데 반전 매력이 있어요. 재밌을 땐 정말 재밌고 유쾌하고, 무대에서는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하죠.

김영욱 저도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 좋은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해요. 다른 연주자들에게 좋은 점, 배울 만한 점이 있으면 빨리 받아들이려고 해요. 배움은 끝이 없으니까요. 오랫동안 같이 연주하고 있는 재영이 형은 섬세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묵직함과 진중함이 있어요. 형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해요. 다미 누나는 만나면 무척 기분 좋아지는, 유쾌하고 밝은 매력을 지니고 있죠. 마지막으로 지윤 누나는 존재 자체가 매력인 것 같아요. 볼 때마다 그 우아함에 놀라니까요. 결국 각자 가지고 있는 매력과 성격이 음악에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박지윤 순위를 매겨야 하는 콩쿠르를 준비하던 20대 때에는 다른 연주자들을 모두 경쟁자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저에겐 앞으로 길고 긴 세월을 함께 보낼 음악 동료들이라고 생각해요. 음악 앞에서는 경쟁이 무의미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김영욱·김다미의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응원하고 또 제 자신을 돌아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죠. 지금 모두 각자 위치에서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 뿌듯한 마음이에요.

베리오의 작품을 함께 연주할 재영이와는 예원학교 동창이에요. 재영이를 사석에서 만날 때면 마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마치 그때처럼 어려지고 순수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이번에 연주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설레요.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기에 존경심도 들고요. 중학교 시절 우리의 모습과, 전문 연주자로서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네 대의 바이올린, 네 가지 색깔

김다미 듀오로 연주하는 프로코피예프 듀오 소나타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중 특정 파트에 치우쳐 있지 않고, 두 파트가 모두 각각 솔리스트적인 화려한 요소와 테크닉적인 부분을 대화하듯 주고받는 것이 묘미예요.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는 비발디의 ‘사계’를 바탕으로 작곡된 작품으로, 원곡의 화려함을 유지해 훨씬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에 귀 기울여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재영 텔레만은 바로크 시대의 곡이고 짧고 가벼운 작품이니만큼 너무 로맨틱하게 연주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네 대의 바이올린 소리의 합이 그만큼 명쾌하고 맑게 들리겠죠? 지윤이와 함께 하는 베리오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듀오 콘체르탄테는 테크닉적으로도 쉽지 않은 곡이고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좋은 곡을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연주하고 싶어요.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계절적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들으면 좋을 것 같고요.

김영욱 이번 연주는 작품보다 네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어떤 매력과 색깔, 에너지를 가졌는지 어떻게 다른지를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의 목소리가 각기 다르듯이 악기를 연주할 때도, 같은 악기지만 다르다는 것을 느껴보았으면 좋겠어요.

박지윤 베리오는 작곡가 자신이 바이올리니스트였기 때문에 듀오 곡에서 바이올리니스트의 테크닉을 완벽하게 활용했어요. 테크닉이 주는 화려함과 프랑스 특유의 세련됨이 더해진 이 듀오 곡은 하나의 바이올린이 화려한 주제를 연주하는 동시에 다른 바이올린은 든든하게 받쳐주는 구실을 하죠. 하지만 동시에 서로 번갈아가며 돋보일 수 있도록 작곡되었기 때문에 실내악 경험이 풍부한 재영이와 함께 하는 것이 더욱 기대됩니다.


▲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우리의 봄·여름·가을·겨울

김다미 저는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겨울’악장을 연주하게 되는데요. 봄과 여름과 가을이 빠른 악장이라고 한다면, 겨울은 사계 중에서 유일하게 느린 음악이 주를 이루는 악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섬세한 음악적 표현이 필요한 계절인데,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차가움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따뜻함을 함께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해요. 인생에서 각각의 시기마다 표현하는 음악이 다르기 때문에 청춘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그 나이에 맞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만큼 오랫동안 음악 생활을 하며 행복해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김재영 인생의 각 시기마다 중요한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그만큼 연습이나 악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작곡가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나이가 들수록 그것을 어떻게 나의 언어로 해석해 무대에 올릴 것인지 고민해야 하죠. 아직 40대가 되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생각하고 느끼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생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서 갖게 되는 사회적 위치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순수한 음악가로서 살아가고 싶어요. 또, 세월과 함께 음악 그 자체가 저인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한 마디 한 마디, 그리고 연주할 때 보이는 모습을 음악 그 자체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김영욱 전 항상 현재 존재하고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제나 현재에 충실하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요즘은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웃음) 올 한 해도 앞만 보고 달려왔고, 한 해의 마무리도 늘 그랬듯이 연주 여행을 하면서 마무리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연주자로서 지금 제가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고, 그 마음이 변치 않는 음악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윤 20대에는 40, 50대 중년이 되면 지금까지 깨우치지 못한 음악의 비밀이라든지, 감정의 깊이를 저절로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얼른 나이가 들었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늘 조급함이 앞섰는데, 30대에 접어든 지금은 하루하루 충실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지금의 제 나이에 맞는 음악을 연주하며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든 다음에 돌아봤을 때 얼굴에 파인 주름살 같은 세월이 주는 선물이 있지 않을까요?

사진 목 프로덕션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