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기획할 수 없는 토속민요와 판소리 음반

MBC 한국민요대전 vs 브리태니커 판소리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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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8월 1일 12:00 오전

평론가·칼럼니스트 추천 테마 음반

 

2,255곡의 토속민요와 판소리 5바탕

1987년 3월 국내 최초의 국악 CD 음반인 국악 제1집 ‘정악’이 SKC를 통해 발매된 이래로 현재까지 약 4,800 여 매의 국악음반이 출반되었다. 이는 매주 3장의 국악음반이 출반된 셈이니 대단한 일이라 하겠다. 이렇게 한 나라의 민족음악이 줄기차게 출반되고 있는 사실을 필자는 ‘작은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 그간 많은 국악음반이 국가기관·단체·음반사에서 기획·제작되어 왔으나 지금은 거의 답보상태이다. CD라는 음악매체는 이미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어 이전에 기획·제작하던 때처럼 국악 음반이 활발하게 출반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로써 다시는 기획할 수 없는 음반으로, 그 선두에 있는 귀한 음반 2개를 살펴보려 한다.

 

 

방방곡곡을 품은 ‘MBC 한국민요대전’

국악음반 역사상 최고의 금자탑은 MBC에서 출반한 ‘한국민요대전’이다. MBC 라디오는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전국 153개 시군 1,010개 마을을 방문하여 토속민요 17,697곡을 채록하였으며, 이 중에서 2,255곡을 발췌하여 1991년부터 순차적으로 103장의 음반을 출반하였다.

‘제주도편’(10장, 1991)을 시작으로 ‘전라남도편’(20장), ‘경상남도편’(8장), ‘전라북도편’(12장), ‘경상북도편’(15장), ‘충청북도편’(6장), ‘충청남도편’(12장), ‘경기도편’(8장), ‘강원도편’(12장)을 마지막으로 총 103매를 1996년에 이르러 완반하였다. 별도의 두터운 해설집에는 수록곡의 노랫말과 해설, 가창자 정보, 사진, 해당지역의 지리개관, 민요개관과 악보가 수록되어 소중한 자료로 자리매김했다. MBC는 비매품 한정으로 500세트를 제작하여 국공립도서관, 문화관계기관, 해외 연구기관 등에 기증한 바 있는데, 이 음반에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에 있던 소리들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채록된 토속민요로 누구라도 고향의 소리가 그리울 때 들을 수 있는 ‘우리의 소리’이다.

소량 제작한 이 귀중한 음반은 찾는 이가 많아 2000년에 MBC는 비매품인 103장의 ‘한국민요대전’을 발췌하여 한국민요대전 1-12집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12장을 판매용으로 출반하였다. 여기에는 농요·어로요·기타노동요·장례의식요·세시민요·유흥민요·서사민요, 7개 부문으로 나누어 주옥같은 우리의 토속민요 256곡을 담았다.

‘한국민요대전’ 103장의 음반은 거의 구할 수 없지만, 고향의 소리, 기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음반은 지금도 중고음반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영어해설도 잘 되어 있어 외국에 우리의 토속민요를 알리는 데에도 유용하다. MBC ‘한국민요대전’의 채록 및 음반제작 작업의 책임자는 당시 MBC 라디오의 최상일 PD였다. 최상일 PD는 2002년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1·2권을 출판하면서 부록으로 CD 2장에 56곡의 토속민요를 담아 배포하기도 했다.

MBC는 자기들이 소유한 모든 토속민요 음원과 관련 자료들을 지난 2월에 서울시에 기증했는데, 서울시는 2019년에 오픈예정인 민요박물관(가칭:돈화문 앞에 위치)을 통해 기증받은 음원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여 서비스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판소와 단가를 담은 브리태니커 판소리 전집

우리의 판소리가 빛 바래고 현대인의 귓전에서 멀어져 가던 1970년대. 판소리학회는 1973년 가을부터 판소리 감상회를 열기 시작했다. 기독교방송국의 연주실을 빌려 한 달에 한번 진행하다가, 1974년 1월부터는 한국브리태니커회사(대표 한창기)와 판소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함으로써 판소리 감상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1976년 3월 창간된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에서 그 이름을 ‘뿌리깊은나무 판소리감상회’(매주 수요일 공연)로 변경하였고, 1978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중앙홀에서 100회 기념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여기엔 당대의 최고의 명창 21명과 명고 5명이 참여하였다. 이 감상회는 국내에서 음악공연 행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회를 기록하였으며, 판소리 부흥의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브리태니커 사는 판소리 감상회 무대에 올려놓았던 판소리를 음반과 활자로 기록하여 영원히 간직하는 사업을 기획하면서 ‘뿌리 깊은 나무’의 편집진을 동원해 1982년에 스튜디오 녹음을 진행했다. 이때 판소리 다섯 바탕과 단가 음반을 LP전집으로 고급스럽게 출반하기도 했다. 해설서에는 ‘판소리란 무엇이냐?’라는 이름으로 판소리의 전반에 대해 설명, 판소리의 내력, 소리꾼과 고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주석이 달린 가사가 수록되었으며 영어로 번역(가사 제외)되어 있다.

브리태니커 사는 2000년 이 LP전집을 CD전집 ‘브리태니커 판소리 전집’이란 이름으로 ‘적벽가’(소리:정권진 북:김명환 4CD), ‘춘향가’(소리:조상현 북:김명환 6CD), ‘심청가’(소리:한애순 북:김명환 5CD), ‘흥보가’(소리:박봉술 북:김명환 4CD) ‘수궁가’(소리:박봉술 북:김명환 3CD) 5바탕과 ‘단가’(1CD), 총 23장을 출반하였다. 당시 최고의 명창이었던 정권진·조상현,·한애순 명창의 소리를 담았으며, 박봉술 명창은 ‘수궁가’, ‘흥보가’, 2바탕에 참여했다. 반주는 모두 김명환 명고가 맡았다. ‘단가’ 음반에는 판소리 음반에 참여한 4명창의 소리가 2~3곡씩 수록되어 있다. CD에는 LP음반의 자세한 해설서가 축소 수록되었으며, 주석이 생략되었다. CD작업하면서 트랙을 세분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브리태니커 판소리 전집’은 단연 최고의 판소리 5바탕 전집이라 하겠다.

 

다시는 기획할 수 없을 귀한 음반

본 지면을 통해 2종의 국악음반을 여러 차례 소개했지만, 지금까지 출반된 많은 국악음반이 다시는 기획할 수도, 될 수도 없는 귀한 음반들이다. 1987년 국악 음반을 처음 출반한 SKC 사는 국악시리즈 제15집 ‘서울 새을 가야금 3중주’와 박동진 명창의 판소리 전집 음반 등을 출반했으나 2000년대 초에 사업을 접었다. 대기업인 삼성은 삼성나이세스라는 레이블로, 엘지는 LG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콜럼비아유성기원반시리즈’를 14집까지 출반하였지만, 사업은 얼마 지속되지 못했다. 서울음반은 ‘빅터유성기원반시리즈’ ‘93일요명인명창시리즈’ ‘생활국악전집’ 등 많은 국악음반을 출반했으나 지금은 사주가 계속 바뀌어 이전에 출반한 국악음반을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악 음반을 제일 많이 출반한 회사는 신나라레코드이다. ‘오정숙 판소리 다섯마당’ ‘이일주 명창 판소리 5바탕’ 각종 아리랑음반, ‘박범훈의 음악세계’ ‘동초제 김연수 창 판소리 다섯바탕’ ‘한국의 전설적인 가야금산조 명인들’과 ‘가야금병창 명인들’ 음반을 출반하고, 심지어 미국에서 녹음한 국악 음반을 출반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에 인연이 닿은 연주자가 새로운 국악음반 출반시 유통을 해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국악음반 기획·제작은 옛일이 되어버렸다. 국내 대부분의 음반출반사는 국악 음반에 투자하지 않은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국민요대전 1-12집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출반은 계속되어야 한다

MBC의 ‘한국민요대전’은 대단한 일이다. 토속민요는 농·어촌의 일이 기계화되고 시대의 변화와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변하고 사라지고 있지만, 지금은 지금대로의 토속민요가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 충북 음성군은 음성군 9개 읍.면의 토속민요를 읍·면별로 음반 한 장씩을 출반하기로 하고 현재 음성읍·감곡면·삼성면·대소면, 4개 읍·면의 토속민요를 두꺼운 책자의 부록을 더한 음반으로 출반하였다.

음반을 들어보면 토속민요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나머지 5개 면의 음반이 출반된다면 이는 MBC ‘한국민요대전’의 다음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지자체에서 토속민요를 녹음하여 책과 더불어 음반을 출반한다는 사실만으로 볼 땐 더욱 가치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토속민요의 계속적인 녹음은 이와 같이 지자체의 의지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판소리 5바탕 완창공연은 판소리꾼이 뛰어 넘어야 할 태산이며, 5바탕을 음반으로 출반한다는 것은 태산 넘어 태산이다. 이는 판소리꾼 개인의 역량으로 완성해야 할 작업이지만, 5바탕 완창공연에 도전하는 판소리꾼이 그 실황녹음을 활용하여 디지털음반(음원사이트 소개)으로 출반하는 것은 가능 할 것이다. 그 첫 소리꾼이 누가 될 지, 필자는 기다리고 있다.

 

이달의 추천 음반

❶ MBC 한국민요대전 녹음 : 1989년~1996년 녹음 MBC 103 매 / 1991년-1996년 출반

❷ 브리태니커 판소리 전집 녹음 : 1982년 한국브리태니커 23 매 / 2000년 출반

※MBC 한국민요대전은 구하기 불가능하다. 발췌반인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와 ‘브리태니커 판소리전집’은 지금은 중고음반 시장에서만 볼 수 있다.

 

글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이 세상에서 국악CD 음반(www.gugakcd.kr)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이다. 10년 넘게 국악FM방송에서 ‘정창관의 음반에 담긴 소리향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1896년 7월 24일 한민족 최초의 음원을 재발굴하여 국내에 CD로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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