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HOT_글 안드레스 아센시오(스페인 음악전문기자) 사진 Markus Palmer/SWRClassic, TOOLMUSIC
피아니스트 임효선이 이끄는 루드비히 트리오와 엘리아후 인발의 베토벤 궁합
11월 8일부터 22일까지 8회에 걸쳐 엘리아후 인발이 이끄는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임효선이 이끄는 루드비히 트리오가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임효선은 2003년에 이탈리아 비오티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07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5위 입상 등을 통해 솔리스트로 두각을 나타냈고, 2011년 만 30세의 나이로 경희대 피아노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한국음악계의 큰 이슈가 되었다.
그녀는 커티스음악원 재학 시절부터 실내악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는데, 특히 첼리스트 다니엘 리와 함께 하며 그 매력을 더 알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실내악단을 만들어 실내악콩쿠르에도 도전하기도 하여 하이든 콩쿠르와 바이마르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솔리스트 외에 실내악 연주자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소문난 트리오, 루드비히 트리오
그녀가 이끄는 루드비히 트리오는 2009년 3월에 바르셀로나 오디토리에서 공식 데뷔 공연을 가졌다. 임효선과 함께 하는 멤버는 카잘스 콰르텟의 창립 멤버인 아벨 토마스(바이올린)와 아르나우 토마스(첼로)이다. 이들은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는데 그중 베토벤이 중심을 차지한다. 트리오의 이름을 ‘루드비히’라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루드비히 트리오는 네덜란드 올랜도 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베토벤 피아노 3중주 1번 Op.1-1과 Op.97을 첫 번째 음반에 담았고, 스페인의 음악잡지 ‘스케르조’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음반은 빅토르 파블로 페레츠/갈리시아 심포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3중 협주곡과 임효선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 커플링되었다. 이번 투어에서 인발/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한 베토벤 3중 협주곡은 예전에 테네리페 심포니, 갈리시아 신포니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보기도 했다.
루드비히 트리오는 현재 스페인의 이베르카메라(ibercamera)사에 소속되어 있다. 1980년 바르셀로나에서 창립된 이베르카메라사는 노하우를 토대로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포르투갈·독일 등지에서 다양한 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1995년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와 25개 도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음악사에 거대한 프로젝트로 남았다. 이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드미트리 키타엔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다니엘 트리포노프, 마리아 주앙 피레스 등이 소속되어 있으며 현악 4중주단으로는 카잘스 콰르텟, 하겐 콰르텟, 보로딘 콰르텟이, 그리고 피아노 3중주로는 루드비히 트리오가 유일하게 소속되어 있다.
베토벤의 핵심을 선보인 순간
투어가 막바지에 달한 11월 18일 사라고사홀의 공연으로 가보자. 스페인에서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사라고사홀에서의 공연은 루드비히 트리오의 디테일한 표현을 만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발은 기본박을 정확히 꺼내놓으며 베토벤 특유의 다이내믹한 표현과 중후한 사운드를 만들어나갔고, 단원들은 마치 한사람이 연주하는 듯 뛰어난 조직력과 아름다운 음색을 표출하였다. 루드비히 트리오는 베토벤 3중 협주곡의 특색을 간파하고 있었다. 아벨 토마스의 바이올린은 아르나우 토마스의 첼로와 환상적인 선율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솔리스트적인 면모를 과시하였다. 특히 아르나우의 독주 선율들은 주옥같은 음색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임효선은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터치감으로 관중을 시종일관 사로잡았다. 투어 일정의 다섯 번째 순서라 그런지 투어 중에 쌓인 노하우의 에너지도 강했다. 연주가 끝난 후 그들은 일곱 번의 커튼콜을 통해 관객과 뜨거운 인사를 나누었다.
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관중들만이 아니었다. ‘크라이스차이퉁’지는 “세 사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으며 바이올린과 첼로는 민감하면서도 풍부한 노래를 불렀고, 피아노는 2악장에서 루바토가 또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라고 호평했다. 이외 ‘루드비히 트리오는 사랑스럽고 진주 같은 매력을 지닌 실내악 연주(요하네스 아담)’ ‘세 연주자들의 대화와 개성의 표현의 완벽함(카를 게오르크 베르크)’ ‘아벨과 아르나우 형제는 훌륭한 실내악 형제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고, 임효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아한 노래와 리더십을 보여주었다(한스 귄터 피셔)’ 등 전문기자들과 평론가들의 호평도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달군 유럽의 현장이 임효선의 고향인 한국으로도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 뒤에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이번 투어는 루드비히 트리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무대였는가.
임효선 독일의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면서 피아노 트리오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시간이었다. 음악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르나우 토마스 베토벤의 3중 협주곡에서 솔로와 트리오를 결합하는 연주 방식은 오케스트라마다 다르게 다가오는데, 또 다른 느낌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아벨 토마스 루드비히 트리오가 이런 투어를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의 명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함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음악가로써 성숙해진 느낌이다.
형제인 아르나우 토마스와 아르나우 토마스에게 묻고 싶다. 임효선은 어떤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는가.
아르나우 토마스 한마디로 ‘멋진 피아니스트’가 아닐까 싶다. 스페인에서 브람스의 5중주를 그녀와 처음 연주했을 때, 처음 두 마디 연주 후에 직감이 들었다. 아, 함께 해야되겠구나! 그녀는 기술적으로 원숙하며, 음악적으로는 열정적이고 변화무쌍한 표현력을 지녔다.
아벨 토마스 아르나우가 멋진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한다면 내게는 특별한 피아니스트이다. 내 음악적 취향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리허설을 많이 할 필요가 없으며, 무대에 오르면 기대했던 소통을 모두 할 수 있다.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기쁘게 다가온다.
다가오는 2019년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내년 10월 1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두 번째 공연이 확정되었다고 들었다.
임효선 지금과 같이 주어진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베토벤의 레퍼토리를 비롯한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 내년의 한국연주는 두 번째 내한공연이기에 여러 모로 더 신경 쓰고 있다. 이번에는 베토벤을 비롯하여 다양한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벨 토마스 루드비히 트리오의 주된 목표는 최고의 베토벤을 들려주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베토벤의 작품을 사랑하고 그의 음악을 매우 가까이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연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인의 문화와 기질, 그리고 음식을 사랑한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좋은 무대로 잘 보여주겠다.
아르나우 토마스 우리의 목표는 좋은 연주를 지속하면서 훌륭한 음반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내년 한국공연의 선곡이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최고의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아벨의 말처럼 그와 나는 한국의 관객들의 그들의 반응,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정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