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RECORD 평론가·칼럼니스트 추천 테마 음반
무대 위에서 더욱 풍성해진 음악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낸 음악
디즈니가 공연제작 법인인 디즈니 시어트리컬을 설립하고 브로드웨이에 본격 진출할 의사를 밝혔을 때, 많은 공연 관계자는 환영의 인사보다는 걱정 어린 시선을 먼저 보냈다. 1989년 선보인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포카혼타스’ ‘타잔’ 등 애니메이션 필름으로 10여 년간 이어온 디즈니 르네상스가 무대에서까지 재현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1994년 ‘미녀와 야수’를 시작으로 ‘라이온 킹’ ‘아이다’ ‘타잔’ ‘인어공주’ ‘메리 포핀스’ ‘뉴시즈’ ‘알라딘’ 등을 꾸준히 제작하며 디즈니 뮤지컬은 독보적인 색깔을 확보했고, 명실상부 브로드웨이의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로 자리 잡았다. 본 글에서 소개할 추천 음반은 디즈니의 영역을 확장한 두 편의 뮤지컬 음반이다.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디즈니의 첫 번째 마법
1994년 4월 첫선을 보인 뮤지컬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는 1991년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디즈니의 첫 브로드웨이 작품이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소녀 벨과 마법에 걸려 야수로 변한 왕자의 우연한 만남과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는 줄거리는 같지만, 뮤지컬에는 새롭게 추가된 음악으로 한층 풍성함을 더했다. 작곡가 알란 멘켄과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이 함께 작업한 애니메이션은 19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 골든글로브 어워드에서 작품상·음악상·주제가상 등을 석권한 바 있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제작 도중 사망한 애쉬먼을 대신해 팀 라이스가 새롭게 합류해 멘켄과 함께 6곡을 추가로 작업하였다. 공연계의 우려 섞인 시선을 감지하고 있는 창작진과 제작진에게 디즈니월드에서 소개되는 테마파크용 공연과는 확연하게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더욱이 라이스에게는 원작이 지닌 음악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추가 창작을 진행한다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멘켄과 라이스의 손길로 탄생한 새로운 음악은 스크린을 벗어난 캐릭터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촘촘히 채우며 극의 완성도를 더했고, ‘미녀와 야수’를 향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발판으로 디즈니는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특히 벨이 야수의 성에 도착해 부르는 ‘집(Home)’, 가스통의 ‘나(Me)’, 벨을 향한 야수의 애절한 감정이 묻어나는 ‘내가 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면(If I Can’t Love Her)’, 벨의 아버지인 모리스의 부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어떤 일이 있어도(No Matter What)’ 등은 각 캐릭터의 섬세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하며 어린이만이 아닌 어른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애니메이션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에게 익숙했던 멘켄과 애쉬먼의 곡들 역시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벨이 등장하며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벨(Belle)’, 저녁 식사에 초대된 벨을 위해 뤼미에르와 미세스 폿츠, 콕스워스 등이 함께 부르는 ‘오세요(Be Our Guest)’, 그리고 이 작품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등은 수잔 이건·테렌스 만 등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음성을 통해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멘켄과 애쉬먼이 완성했으나 아쉽게도 애니메이션 필름에서는 누락되었던 ‘다시 인간이 되었으면(Human Again)’도 뮤지컬에는 포함되었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2007년 7월까지 13년간 공연되었으며, 디즈니의 또 다른 프린세스 뮤지컬 ‘인어공주’에게 바통을 물려주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은 월트 디즈니 레코드를 통해 1994년 녹음되어 출반되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합작품
두 번째로 추천할 음반은 뮤지컬 ‘메리 포핀스(Mary Poppins)’의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이다. ‘메리 포핀스’는 1934년부터 1988년까지 시리즈로 발간된 파멜라 린던 트래버스의 어린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비롭고 완벽한 보모 메리 포핀스가 런던의 뱅크스 가족에게 나타나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1964년 줄리 앤드류스와 닥 반 다이크 주연의 디즈니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뒀다. 196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 그래미 어워드에서 영화음악상을 수상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 작품을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영국 웨스트엔드의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디즈니보다 앞서 원작 소설의 무대화 권리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뮤지컬 영화로 많이 알려진 넘버를 손에 쥐고 있던 디즈니와 매킨토시는 오랜 논의 끝에 공동제작을 통해 비로소 뮤지컬 ‘메리 포핀스’를 완성할 수 있었고, 이 작품은 2004년 웨스트엔드,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각각 개막했다.
뮤지컬에는 영화에서 사용된 리처드 셔먼·로버트 셔먼의 음악에 작곡가 조지 스타일스와 작사가 앤서니 드류가 창작한 6곡의 새로운 넘버가 추가되었다. 이들은 기존 음악을 무대 극본에 맞춰 새롭게 재작업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2005년 4월 발매된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의 음반에서는 디즈니 영화로 익숙한 명곡 ‘침침 체리(Chim Chim Cher-ee)’ ‘설탕 한 스푼(A Spoonful of Sugar)’ ‘새들에게 모이를 주다(Feed the Birds)’ ‘슈퍼칼리프래질리스틱엑스피알리도셔스(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등을 로라 미셸 켈리와 게빈 리 등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의 음성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스타일스와 드류의 손을 거쳐 완성된 ‘실질적으로 완벽한(Practically Perfect)’ ‘템퍼, 템퍼(Temper, Temper)’ ‘뱅크스 부인 되기(Being Mrs. Banks)’ ‘체리 트리 레인(Cherry Tree Lane)’ ‘어떤 일이건 일어날 수 있어(Anything Can Happen)’ 등의 새로운 음악은 무대로 옮겨진 이야기를 보다 촘촘하게 채우며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디즈니와 매킨토시의 첫 번째 공동 작업이었던 ‘메리 포핀스’는 웨스트엔드에서 최초로 선보인 첫 번째 디즈니 뮤지컬로 기록되었다. 이후 2005년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과 안무상을 받았고, 2008년 1월까지 공연되었다. 2006년 11월 뉴욕에서 개막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2013년 3월까지 공연되었으며, 미국 배우 애실리 브라운이 포핀스를, 런던 프로덕션에서 활약했던 게빈 리가 자리를 옮겨 굴뚝 청소부 버트 역을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뉴욕보다 앞서 개막한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의 앨범이 공식 음반으로서 월트 디즈니 레코드를 통해 2005년 9월 출반되었다.
영화, 뮤지컬, 다시 영화로
디즈니는 2017년 새로운 넘버를 추가하여 ‘미녀와 야수’의 실사 영화를 제작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메리 포핀스의 뒷이야기인 ‘메리 포핀스 리턴스’를 제작하면서 무대에서 다시 스크린으로 한 번 더 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디즈니 뮤지컬의 환상적인 세계에 빠져들기 위해 이 두 편의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을 먼저 감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글 지혜원(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객원교수·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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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추천 음반
❶ 뮤지컬 ‘미녀와 야수’
Walt Disney Records / B00000DT8E / 수잔 이건(벨)/테렌스 만(야수)/ 알란 멘켄(작곡)/하워드 애쉬먼·팀 라이스(작사)
❷ 뮤지컬 ‘메리 포핀스’
Walt Disney Records / B000AOF9NY / 로라 미셸 켈리(메리 포핀스)/게빈 리(버트)/리처드 셔먼·로버트 셔먼·조지 스타일스(작곡)/앤소니 드류(작사)/캐머런 매킨토시(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