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글 ‘객석’ 편집부 기획·진행 이미라 기자
2018년, 우리 사회는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물음을 던졌다. 연초부터 불어온 ‘미투’ 운동으로 예술계에도 탄식과 각성의 목소리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다양하게 무대에 올려졌다. 극단과 학교 등 곳곳에서 뿌리 깊게 드러난 병폐들은 어려운 예술계를 더 힘들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성숙한 예술계로 거듭나기 위한 필요악이었다. 이후 예술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 서사의 주체가 된 작품들이 등장했고 청년 예술가들의 지원을 위한 배려도 꾸준히 늘어났다. 또한 젊은 예술가들의 미래를 의논하고 우리 음악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많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들은 개관 30주년과 40주년을 맞아 축하 공연을 치렀고, 대형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의 내한 연주가 많은 청중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물론 성과만큼 아쉬웠던 순간도 많았다. 예술 지원 시기와 맞물려 공연 횟수의 월별 분포도가 고르지 못했고 스타 위주의 공연에 청중의 관심이 쏠리는 현상은 올해도 여전했다. 그러나 우리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수많은 작품은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이제 2019년에 만날 새로운 감동을 기다리고 있다. ‘객석’은 송년을 맞아 올해 무대를 빛낸 다양한 예술 장르 중 음악·뮤지컬·연극·무용·국악 분야로 나누어 기획자, 평론가, 기자들이 직접 공연 현장에서 느꼈던 예술계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2018년, 우리는 어떤 공연에 가장 감동하고 설레었을까?
PART I 국내 주요 공연장과 단체, 기획사가 바라본 2018 공연예술계
PICK ① 올 한 해 가장 의미 있었던 공연
PICK ② 올 한 해 가장 인기 있었던 공연
*2018년 11월 10일을 기준으로 선정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
예술의전당
①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
예술의전당 30주년을 기념하는 첫 공연으로, 개관기념일(2월 15일)에 맞춰 개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4년 만에 선보인 한국 공연이자, 솔리스트로서 명성을 떨치며 앞으로의 3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현악 주자 17명과 함께 한 무대로, 선후배 비르투오소의 음악적 교감이 뜻깊었다.
② 정경화 & 조성진 듀오 콘서트 외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와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의 세대를 뛰어넘은 협연으로 음악 애호가와 대중의 인기를 모두 끌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댄스시어터Ⅰ 내한공연과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개최하는 ‘아티스트 라운지’ 또한 큰 사랑을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①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개관 40주년을 맞이해 달컴퍼니와 공동제작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창작 뮤지컬로 세종M씨어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좋은 기반이 되었다. 특히 완성도 높은 작품임에도 여러 외부 여건으로 무대에 올려지지 못하고 5년간 표류하고 있었는데, 다시 무대에 올려 많은 뮤지컬 팬들의 성원을 받았다.
② ‘디바 & 디보 콘서트’
소프라노 조수미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가 클래식 음악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특히 알라냐는 2002년 내한 이후 1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면서 큰 관심을 받았으며, 힘차고 개성이 강한 달콤한 음색과 완벽한 고음으로 찬사를 받았다.
롯데콘서트홀
①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쇼스타코비치의 명작들을 조명한 작곡가 시리즈. 총 4회에 걸쳐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과 협주곡, 실내악뿐 아니라 음악극까지 아우르며 다채롭고 심도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최희준과 KBS교향악단, 노부스 콰르텟, 에머슨 콰르텟, 에드가 모로, 이진상 등 국내 연주단체와 해외 연주자들이 함께해 음악적 풍성함과 호기심을 모두 충족시켰다.
② 사이먼 래틀/런던 심포니
사이먼 래틀의 런던 심포니 예술감독 취임 후 첫 내한공연으로 95%의 객석점유율과 91%의 유료점유율을 기록했다. 지휘자와 악단 모두 개별적으로 한국에 온 적은 많았지만, 사이먼 래틀과 런던심포니의 조합은 본래 제 옷을 찾아 입은 듯한 자연스러움과 안정감으로 자유로우면서도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했다.
금호아트홀
①② 2018 상주음악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리본 파가니니(Reborn Paganini)’
객석 점유율은 95%를 넘어섰고, 그에 상응하게 유료 관객 수도 올해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9년 만에 탄생한 2015년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의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파가니니 실황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아 큰 인기를 끌었고, 본 무대로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첫 실황 음반을 발매했다.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2016년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의 라이징 스타 연주를 거쳐 올해 2018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바이올리니스로, 이번 공연 역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모토인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를 잘 보여주었다.
통영국제음악당
① 루돌프 부흐빈더 피아노 독주회 & 베토벤 협주곡 전곡 연주
국내 단독 개최로 전국 각지에서 관객이 찾아왔다. 리사이틀과 더불어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서 부흐빈더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함께 연주했던 오케스트라 멤버들은 완전히 새로운 베토벤을 만났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② 스티븐 슬론/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정경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이다. 음악제 개막이라는 프리미엄을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 그리고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와의 만남과 함께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도 관심을 끌었다.
서울시향
① 바실리 페트렌코 지휘 & 미클로시 페레니 협연 공연
바실리 페트렌코 지휘 공연(6월 14·15일)과 미클로시 페레니 협연 공연(9월 14·15일)을 꼽을 수 있다. 페트렌코는 4개 교향악단을 맡은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여주며 단원과 관객 모두를 흡족하게 했다. 페레니의 연주는 관객은 물론 단원 중에도 연주하며 눈물 흘린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감동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음악에만 충실한 음악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② 신년음악회
프랑스 벨기에 악파의 거장 오귀스탱 뒤메이를 초청하여 다채로운 프랑스 음악들로 프로그램을 꾸민 것이 관객에게 호소력을 발휘한 듯하다.
KBS교향악단
① 파비오 루이지/KBS교향악단(협연 임동혁)
세계 최정상 지휘자 중 하나인 파비오 루이지와 함께 선보인 특별공연이다. 그의 매너와 공연에서 보여준 음악성에 반한 몇몇 단원들은 공연 후에도 파비오 루이지 앓이를 했을 정도.
② 정명훈/KBS교향악단
20년 만에 KBS교향악단과 정명훈 지휘자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합창석을 제외하고 총 2,200석(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객석을 오픈했는데, 95%의 객석점유율과 85%의 유료관객율을 기록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① 정치용 예술감독 취임 기념 음악회
새로운 예술감독의 취임음악회이자 단체의 역사를 기념하는 메모리얼 콘서트였다. 초대 예술감독 故 홍연택을 기념하며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연주했다. 이 시기에 정치용 예술감독이 북한 예술단 공연을 위한 실무접촉에 남측 대표단으로 방북하면서, 오케스트라와 예술감독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② ‘게임속의 오케스트라: 메이플스토리’
국내 회원수 약 1,800만 명의 국민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선정해 완성도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워낙 팬덤이 큰 게임이기 때문에 8분 만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석이 매진되었고, 공연 당일에는 게임 캐릭터의 코스튬을 입은 열혈 관객도 눈에 띄었다.
크레디아
① 정명훈/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평화 콘서트’ 외
전 세계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에 주목하고 있는 시점에서,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노래하는 것은 기획과 홍보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도 감동적이었다. ‘스타즈 온 스테이지’ 또한 한국의 클래식 기획사들이 모여 한 무대에 선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② 조성진 피아노 독주회 외
단일 공연으로는 모두 매진을 기록했던 조성진 피아노 독주회(1월 11일)와 키신 피아노 독주회(10월 28일), 그리고 조수미 콘서트(9월 5일)를 꼽을 수 있다. 한편,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즈니 인 콘서트’도 합산 관객 수를 보았을 때 많은 인기를 끌었음을 알 수 있다.
마스트미디어
① 레 벙 프랑세 내한공연
5명의 세계적인 관악 주자와 피아니스트가 선보인 본 공연에 서울을 비롯해 지방에서도 많은 관객이 찾아왔다. 롯데콘서트홀의 1·2층이 관객들로 꽉 찬 것을 볼 수 있었다.
② 에사 페카 살로넨/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협연 에스더 유·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영국 클래식 음악의 심장이라 불리는 필하모니아와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의 무대도 기대가 컸지만,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15년 만의 내한이 확정되었던 시점부터 많은 이슈가 되었다.
빈체로
① 볼쇼이 발레 ‘백조의 호수’
볼쇼이 발레와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합동 내한이 무려 23년 만에 성사되며 많은 관객에게 뜻깊은 시간을 선사했다. 클래식 음악 공연을 주로 기획하는 빈체로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발레공연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② 파보 예르비/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협연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클래식계의 두 슈퍼스타인 파보 예르비와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조합, 그리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의 대표 격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말러 교향곡 5번의 조합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이었다. 예르비는 12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공연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무용
유니버설발레단
① ‘발레 춘향’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번째 창작 발레 ‘발레 춘향’이 대한민국발레축제를 통해 4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랐다. 토슈즈를 신은 춘향과의 오랜만의 만남에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지난 9월에는 콜롬비아 보고타 훌리오 마리오 산토도밍고 마요르 극장에 초청되었다.
② ‘라 바야데르’
세계적인 발레 스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데니스 로드킨의 내한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이현준·이동탁·홍향기 등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스타들이 총출동했고, 김유진·서혜원·임선우가 각 니키아·감자티·황금신상 역으로 주역 데뷔했다.
서울무용센터
① ‘댄스필름프로젝트 TAKE#’
올해 3년 차 사업으로 서울무용영화제와의 연계 상영을 하는 등 점차 폭넓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무용센터 자체적으로 진행된 상영회에는 준비한 좌석이 부족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아직은 낯선 분야이지만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 지원을 통해 국내 미개척분야인 댄스필름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② 정성태 안무가 ‘시그널’
극장을 벗어나 미지의 공간을 휘저으며 관객을 매료시킨 공연.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작’이자 ‘PAMS Link 서울무용센터 쇼케이스’ 선정작이다. 세 명의 무용수가 뿜어내는 즐거운 ‘춤’ 에너지로, 무용센터 옆에 자리한 초등학교 학생까지 까치발 들고 삼삼오오 창문너머로 환호성을 지르며 ‘앙코르’를 외치게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① 안무 공모 프로젝트 ‘스텝업’
안무 공모에서 선정된 기존 창작물에 국립현대무용단의 제작시스템을 지원, 보완 작업을 거쳐 완성도 높은 레퍼토리로 발전시키는 프로그램.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로 총 68개의 공모 작품 중 서류·면접·쇼케이스, 3단계 심사를 거쳐 세 작품을 선정했다. 창작 과정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완성된 작품을 레퍼토리화하는 프로젝트로, 창작시스템의 건강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② ‘스윙’
안성수 예술감독 신작으로 공연 3주 전에 전석 매진되어 객석점유율 100% 달성 및 유료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했다. 서울공연 외에도 음성·태백·사천·대전·세종 등 지역공연장에 초청되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인기 클래식 음악이나 스윙재즈처럼 일반 관객에게 친숙한 음악을 현대무용과 접목한 것이 인기의 이유.
연극
남산예술센터
① ‘처의 감각’
2015년 벽산희곡상 수상작이다. 2016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곰의 아내’(각색·연출 고선웅)라는 제목의 각색본으로 공연, 같은 해 원작은 희곡집으로 발간됐다. 2017년 낭독공연을 통해 원작의 무대화 가능성을 확인했고, 올해 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시 관객과 만났다. 하나의 텍스트를 다양하게 해석·변주하고, 여러 가지 제작 경험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극장의 바람이 담겨 있다.
②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관객의 몰입이 가장 좋았던 공연이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억과 현재를 모두 해체하여 재구성했다. 무대 위 떠오른 경사진 두 개의 달 위에서 연기한 극단 ‘동’ 배우들을 통해 관객은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을 만나고 각자의 새로운 감각과 연극적 경험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극단 동의 작업 중 객석점유율이 가장 높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관객이 극단 동의 메소드인 ‘신체행동연기’에 대해 주목했다는 점, 전체 유료관객 중 청소년·대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도 의미 있다.
국립극단
① ‘텍사스 고모’
국립극단과 안산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한 공연으로, 지역 간의 문화 교류를 확대하고 상생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지역 문화기관과 처음으로 공동 제작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②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동아연극상 대상, 대한민국연극대상을 비롯하여 연극계 주요 상을 휩쓴 작품이다. 2015년 초연 이후 관객들이 매년 기다리는 공연으로 꼽히며, 3연을 맞은 이번 공연 역시 유료 객석점유율 87%, 전체 객석점유율 91%를 기록했고, 각 예매처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얻었다.
두산아트센터
① ‘러브 스토리’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신작 ‘러브 스토리’(연출 이경성)에서는 ‘상상하기’와 ‘쓰기’라는 방법을 통해 경계 너머의 타인(북한 개성공단의 근로자)에 대해 다가가고자 했다. 격랑처럼 출렁이는 남북관계 속에서 결국 갈 수 없었던 개성공단을 그리며, 갑작스러운 공단 전면 중단의 상황을 맞이한 북측 근로자들의 그 날 전후의 시간을 상상하고 쓴 작품이다. ② ‘낫심(NASSIM)’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의 첫 문을 연 ‘낫심’은 티켓 오픈 2분 만에 21회 전석 매진되었다. 연극·영화·드라마·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출연해 티켓오픈 전부터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매 공연 다른 배우가 출연해 무대에서 처음 본 대본 속 작가의 지시를 따라 관객과 함께 공연을 진행하는 작품으로, 배우와 관객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럽고, 실험적인 즉흥 1인극이다.
삼일로창고극장
①② ‘퍼포논문’ 매년 무수히 배출되는 연극 관련 졸업논문에 주목하여 기획한 프로그램. 논문 저자들에게 무대를 제안하고 연극을 이론화한 텍스트를 다시 무대화하여, 논문의 또 다른 사용법을 발견해보고자 했다. 그중 ‘노래의 마음’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비극을 먼 이국땅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들어야만 했던 한 유학생은, 인간의 참혹과 저열을 다룬 동시대 연극에 천착했고, 그것이 불어로 쓴 논문의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거기에 미처 담기지 못한 개인적인 사연과 흐느낌이 모국어로 불리는 노래가 되어 마주한 것은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EMK뮤지컬컴퍼니
① ‘웃는 남자’ EMK뮤지컬컴퍼니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로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노리고 만든 작품이니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작품이다. 관객과 평단의 큰 사랑으로 유례없는 흥행성적과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7관왕이라는 성적을 얻었다. 2019년 4월 도쿄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으로 해외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며 가하고, 더욱 발전해서 2년 후 한국에서 더 훌륭한 프로덕션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신시컴퍼니
① ‘마틸다’ 신시컴퍼니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함께 어린이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타 공연보다 제작과정이 매우 어렵다. 온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라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작품으로도 매우 적합해 보인다.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도 호평받았으며,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을 받았다.
오디컴퍼니
① ‘지킬앤하이드’ 2004년 한국 뮤지컬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지금까지의 프로덕션 중 단연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큰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 현재 최고의 흥행률과 함께 관객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국악
국립국악원
① ‘소녀를 위한 아리랑’
올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국립국악원이 나눔의 집과 함께 선보인 기념 공연이다. 영화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과 국립국악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역사를 알리고, 슬픔보다는 희망을 열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②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맞이해 세종대왕의 음악적 업적을 담은 기획공연. 가장 높은 관객점유율(99.7%)과 유료점유율(77.7%)을 보였다. 1433년(세종 15년) 정월 초하루에 거행된 회례연을 복원한 이번 공연은, 화려한 궁중 예술을 담아내고 문화적 자주 국가를 꿈꾸었던 세종대왕의 음악적 업적들이 극적인 장면들로 펼쳐졌다.
서울남산국악당
① ‘젊은국악오디션-단장’ 공연들
‘한옥마을 버스킹’ ‘젊은국악 도시 락樂’ 등이 포함된 ‘젊은국악오디션-단장’은 올해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시작한 청년국악육성 지원사업이다. 올해 이 경연에 참여한 젊은 국악팀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차례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하고, 매번 전문가 멘토링을 받으며 성장했다. 궁예찬·극단 깍두기·넋넋(KNOCK KNOCK)·뮤르(MuRR)·헤이스트링(Hey string)까지,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인 다섯 팀의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② 음악그룹 나무 ‘신新 나무풍류’ 올해 서울남산국악당 상주단체인 음악그룹 나무의 첫 번째 기획공연. 국악계의 주목받는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음악그룹 나무가 각자의 개성과 음악적 지향점을 담아 연출한 무대다. 특히, 첫 무대가 다수의 공연계 유명 아티스트들의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다음 회차의 공연들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SNS상에서의 뜨거운 반응으로 유럽공연 초청도 받았다는 후문.
국립극장
① 국립창극단 ‘심청가’ 외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펼쳐온 ‘판소리 다섯 바탕 현대화 작업’의 마지막 작품. 한국 연극계의 거장 손진책 연출과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으로 합심해 3백 년이 넘는 우리 소리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가야금 명인이자 작곡가·교육자·예술학자 등 다양한 역할로 한국 문화예술계에 굵직한 한 획을 그었던 황병기의 음악적 유산을 되새겼던 무대, 국립국악관현악단 ‘2018 마스터피스-황병기’가 뜻깊은 무대로 남는다.
② 국립무용단 ‘향연’
가장 인기 있었던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향연’(유료 객석점유율 87%)이다. 2015년 12월 초연되어 3년 연속으로 총 네 차례에 걸친 공연에서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전통 춤사위를 현재의 감각으로 새롭게 다듬어, 동시대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얻고 있다.
BEHIND STORY 공연계 뒷이야기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의 유별난 한국 음식 사랑
비빔밥을 좋아하는 외국 분들은 많이 보았지만, 깻잎장아찌와 게장을 ‘정확’하게 발음하며 “너무 먹고 싶다. 어디서 살 수 있냐?”를 묻던 제레미 덴크였답니다. 광화문 주변에는 반찬가게가 없었고, 그 흔하던 깻잎 통조림조차 찾을 수 없어서 담당자는 그와 함께 광화문 주변의 편의점을 세 군데나 다녀왔다는 후문이….(금호아트홀)
한국의 밀가루가 최고!
네덜란드 댄스시어터Ⅰ 내한공연 프로그램 중 ‘스톱 모션(Stop-Motion)’에서 무대 효과를 내기 위해 밀가루를 사용했어야 했는데, 단원들이 한국 밀가루가 최고라며 미끄럽지 않고 가볍다는 평을 해서 웃음바다가 되었다.(예술의전당)
바지를 찾아서···
연주하러 다니다 보면 단원들이 종종 검정 스타킹이나 양말, 나비넥타이 등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해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책을 찾곤 합니다. 그런데 올해 정기연주회 중 협연 피아니스트가 공연 시작 5분 전에 연주복 바지를 놓고 왔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은 스태프가 급하게 2부에만 출연하는 한 단원의 바지를 벗겨 피아니스트에게 입히는 기지를 발휘했다고 합니다.(KBS교향악단)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공연 녹음과 녹화에 굉장히 예민하기로 소문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연주를 위해 공연 전 홀의 카메라, 마이크를 수십번 체크해야 했다. 백스테이지에는 연주자의 입·퇴장을 확인하기 위한 카메라가 있는데, 오디오가 연결된 이 카메라도 물론 꺼야 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매니지먼트와 상의하여 오디오가 연결되지 않은 카메라 하나만 간신히 살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로비를 포함, 백스테이지에도 연주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1부 첫 곡을 연주하지 않았던 단원들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 다음곡 스탠바이에 애를 먹었다.(마스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