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공연예술계를 돌아보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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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2월 17일 9:00 오전

PART II 숫자로 본 2018 공연예술계

정리 권하영 기자

2018년 역시 대형 공연이 주로 열리는 하반기의 매출액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다른 해에 비해 상반기 매출액도 꽤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중·소규모 극장의 기획공연들이 강세를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개막 편수는 클래식 음악이 타 장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상연 횟수는 연극·뮤지컬을 합한 수치가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장기간 공연하는 연극·뮤지컬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무용계에서 주로 돋보였던 스타 플레이어 마케팅 또한 타 장르보다 높은 내한공연의 매출액·관객점유율로 나타났다. 클래식 음악의 높은 티켓 가격 역시 대형 오케스트라의 내한이 잦았던 결과로 해석되며, 뮤지컬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평일과 주말의 티켓 가격을 다르게 책정함으로써 치솟는 가격을 지적받은 바 있다.

 

PART III ‘객석’ 기자가 바라본 장르별 공연계 흐름

 

CLASSICAL MUSIC 국지연 기자

 

경쟁이 아닌 공존을 모색했던 한 해

2018년 클래식 음악계는 유난히 대형오케스트라 내한이 큰 이슈가 되었던 해였다. 특히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사페카 살로넨과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협연한 번스타인의 ‘불안의 시대’는 세련된 음향과 완벽한 테크닉이 결합된 호연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의 꾸준한 인기와 함께 양인모, 손정범 등 20대 국제 콩쿠르 수상자들의 수준 높은 무대와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키신, 첫 내한한 피아니스트 레온스카야의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서울시향에서 ‘올해의 음악가’ 제도가 처음 시행된 것도 눈에 띈다.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가 많아질수록 그들의 미래를 논의하고 우리 음악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많았던 해였다. 영 아티스트 포럼을 비롯해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직접 그룹과 무대를 기획해 구성된 클럽 M의 활동은 우리 음악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했으며, 기획사들이 경쟁이 아닌 공감의 연대를 통해 만들어 낸 ‘스타즈 온 스테이지’에서는 우리 클래식 음악계가 앞으로 가야 할 다양한 길들을 제시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올해 처음 시작된 롯데콘서트홀의 ‘엘 콘서트’는 다양한 시간과 콘셉트로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네이버에서 기획한 ‘V살롱콘서트’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각각 개관 30주년과 40주년을 맞는 해였다. 다양한 축하 공연들이 있었지만 그 명성만큼 개관 기획 무대가 전문성과 신선함을 띠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가 많았던 대신 중견급 교수진만이 들려줄 수 있는 학구적인 무대가 많이 줄어든 점이 아쉽다. 신선한 현대음악 프로그램으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았던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가 올해를 끝으로 마지막 무대를 가졌다는 점도 아쉬운 뉴스였다.

 

DANCE 이미라 기자

사회 흐름에 발맞춘 변화와 노력

무용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점차 결과로 드러나는 한 해였다. 대중에게 보다 익숙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다가간 ‘위 댄스 페스티벌’ ‘하남아시아코믹댄스페스티벌’ ‘서울무용영화제’는 무용이라는 장르에 친숙한 이미지를 더했고, 전형적인 공연 형태와 공연장을 벗어나거나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퍼포먼스,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과 행사가 춤과 대중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끌었다.

타 공연 예술 장르에서 주로 보였던 스타 플레이어 마케팅도 올해 국내 무용 무대에서 눈에 띄는 점이었다. ‘라 바야데르’ 전막 무대로 1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데니스 로드킨, 마린스키 발레 &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 한국의 스타 무용수 김기민, 그리고 16년 만에 이루어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I의 내한공연이 여기에 속한다. 스타 무용수와 단체를 앞세운 공연은 애호가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끌고 공연장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새로운 시도를 담은 창작 공연보다 이미 몇 차례 검증되며 많은 팬층을 확보한 공연들이 주를 이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국립무용단의 ‘더 룸’은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김설진과의 콜라보로 새로운 색깔을 제시했고, 재즈음악을 기반으로 한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스윙’ 또한 서울을 비롯해 지방에서도 높은 관객점유율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스텝 업’ ‘공연예술창작산실’ 등 안무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도 계속됐다. 하지만 전체적인 무용계의 흐름은 여전히 새로운 레퍼토리에 대한 연구와 시도보다는 지금까지의 색깔에 안주하려는 것이 주를 이뤘다.

국내 단체와 작품의 해외 진출은 더욱 늘었다. LDP무용단 등 국내 현대무용단체의 해외 초청이 잇달았고, ‘인어공주’ ‘발레 춘향’ 등 국내 창작 발레의 해외 진출도 이루어지는 등 한국 무용수들의 높아진 수준과 함께 한국 무용계의 입지 또한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THEATER 이정은 기자

‘미투’ 폭풍과 페미니즘의 물결

2018년 연극계를 뒤흔든 키워드는 ‘미투(#MeToo)’였다. 2017년 하반기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전 세계로 퍼졌고, 오래지 않아 한국에도 상륙했다. 2월 연희단거리패와 밀양연극촌의 예술감독인 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불길은 거세졌다. 극단 목화의 대표인 연출가 오태석과 배우 조민기·한명구 등의 성추문 폭로가 이어졌고,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남자 교수진 전원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극단과 학교 등 곳곳에서 뿌리 깊은 병폐가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연히 페미니즘으로 이어졌다. 올해 초 ‘산울림 고전극장’ 시리즈는 ‘5필리어’와 ‘줄리엣과 줄리엣’ 등 셰익스피어의 고전 속 여성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로 주목받은 바 있다. 6·7월에 열린 제1회 페미니즘연극제는 ‘미투’ 운동을 거치며 변화된 연극계의 분위기를 다채롭게 담아냈다.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 ‘노라이즘’ 등 다양한 작품들과 포럼을 통해 여성뿐 아니라 노인·장애인·동성애 등 다양한 지점의 페미니즘에 다뤄, 여러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의 호응과 지지를 얻었다. ‘미투’ 운동으로 중견 남성 연출가들이 다소 숨죽인 반면, 젊은 연출가들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구자혜(‘사물함’ ‘셰익스피어 소네트’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김수정(‘이갈리아의 딸들(워크숍 공연)’ ‘광인일기’), 김수희(‘말뫼의 눈물’ ‘두 번째 시간’) 등 젊은 여성 연출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MUSICAL 권하영 기자

갖가지 색의 꽃을 피우다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한국 뮤지컬계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한 해다. 먼저,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애니’ 등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극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관객층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가족극과 아동극을 같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족극 역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할 뿐, 전 연령층이 즐기는 작품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006년 국내 흥행에 참패했던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지난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변화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주로 남자 주인공의 조력자로 그렸던 여성이 서사의 주체가 된 작품 또한 다수 등장했다. 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대화·본공연까지 지원하는 공연예술 지원 사업들의 역할이 컸다. 야한 상상을 즐기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레드북’은 2016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올해 재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2018년 선정작인 ‘마리 퀴리’ 역시 주체적인 여성을 앞세워 오는 12월부터 공연한다. 우란문화재단은 오직 10명의 여배우만 등장하는 ‘베르나르다 알바’를 전석 매진으로 이끌며 성공적인 레퍼토리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 역시 고무적이다. 지난 11월 한국 공연을 끝마친 ‘웃는 남자’는 내년 4월부터 도쿄 닛세이 극장에서 공연되며, 한·중·일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된 ‘랭보’ 역시 오는 12월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 주요 도시의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제작한 ‘투란도트’는 유럽과 최초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내년부터 슬로바키아 노바스체나 국립극장에서 공연된다.

 

KOREAN TRADITIONAL MUSIC 송현민(음악평론가)

소극장의 부지런한 활약, 넘쳐난 청년국악

국악공연의 흐름은 10월부터 바빠지기 시작하여 11월과 12월은 절정을 이룬다. 이유는 지원금의 흐름 때문이다. 지원금은 각종 심의를 거쳐 봄에 분배되고, 예술가들은 여름과 겨울에 공연준비를 하여 겨울에 그 결실을 내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에 이목을 끄는 공연들이 대거 포진되었다. 중·소규모 극장들이 다양한 기획공연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중·소규모의 작품은 대극장용 공연에 비해 기획과 제작과정이 가볍고 빠르다. 이러한 사례를 잘 보여준 것은 돈화문국악당 ‘신통방통’, 서울남산국악당의 ‘젊은 국악도시 樂(락)’이다.

올해 공연들에는 ‘청년’이라는 코드가 녹아들어 있었다. 작년부터 청년세대들을 위한 여러 사회적 제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국악계에도 자연스레 흘러들어와 지원사업과 기획공연의 중요 코드가 되었다. 앞서 거론한 공연 외에 ‘젊은국악 오디션-단장(丹粧)’(서울남산국악당), ‘신진국악 실험무대-별난소리판’(서촌공간 서로) 등을 꼽을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청년예술단이라는 제도를 통해 청년예술가들에게 매달 활동비를 지급하며 청년세대의 지원과 안정을 도모하기도 했다. 한편, 청년지원 사업은 과속화·과열화되어 있기도 하다. 특정한 계획 없이 ‘청년’만 내세우면 된다는 안일한 기획, 자신이 설 무대가 언제든지 달려가는 청년 특유의 빈곤한 현주소의 합일이 부작용을 빚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청년국악인들의 등장은 긴장의 순간이라는 것을. 청년의 무대를 지켜본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씨앗 뿌리기와 발아의 과정이며, 미래를 점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는 이를 통해 국악계의 밟은 미래를 보기도 했고, 내심 실망한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희비와 명암이 교차되었던 것이 청년국악으로 대변되는 올해 국악계의 큰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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