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INTERVIEW
‘전쟁과 평화’라는 음반과 동명의 공연으로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미국의 디바, 조이스 디도나토의 첫 내한 공연
드디어 그의 목소리를 한국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Joyce DiDonato, 1969~)가 1월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디도나토만큼 화려하게 종횡무진하는 메조소프라노가 또 있던가? 여전히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가 소프라노에게 집중되지만, 디도나토는 메조소프라노로서 본인의 존재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메조소프라노에게도 ‘프리마돈나’라는 수식어가 얼마든지 붙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1969년 미국 캔자스에서 태어난 디도나토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성악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합창단 활동 정도만 하던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에 캐스팅되면서 발을 들이기 시작했고, 대학 졸업 후 필라델피아 보컬 아트 아카데미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이후 1995년 산타페 오페라 페스티벌, 1996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1997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등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오페라 가수로서의 기량을 쌓아갔다.
프로페셔널 성악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은 1998/1999 시즌부터였다.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 토드 마코버의 ‘부활(Resurrection)’의 주인공 마슬로바 역을 맡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다음 시즌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무대에 올린 또 다른 초연작인 마크 아다모의 ‘작은 여인(Little Women)’에서도 디도나토는 주인공 멕 역으로 활약했다. 현대 오페라에 대한 그의 애정은 2015년 제이크 헤기의 ‘그레이트 스코트(Great Scott)’의 초연까지 이어졌다.
2000년 이후 디도나토는 자신의 활동 반경을 유럽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2000/2001 시즌 그는 로시니 ‘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역으로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에 발을 디뎠고, 이후 파리 오페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등에 데뷔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5년 드디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오른 디도나토는 문자 그대로 ‘미국 출신 성악가로서 유럽에서 인정받고 미국으로 금의환향’했다.
오페라 가수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진 디도나토는 음반 발매도 적극적으로 이어갔다. 2010년 독일 에코 클래식 ‘올해의 가수상’을 받았으며, 2012년 제5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디바 디보’ 음반으로 ‘최고의 솔로 성악가’로 선정됐다. 2015년 ‘나폴리의 별’ 음반으로 디아파종 황금상과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BBC 뮤직매거진상, 에코 클래식상을 휩쓸었다.
디도나토가 최근 선보인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전쟁과 평화(In War and Peace)’다. 2014년 11월 파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테러 소식을 접한 그는 ‘전쟁과 평화’라는 콘셉트의 음반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헨델과 퍼셀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아리아 중 ‘전쟁’과 ‘평화’를 노래하는 곡들을 모아서 엮었다. 이번 내한 공연도 ‘전쟁과 평화’의 레퍼토리로 진행된다.
한국 무대에서 조만간 만나게 될 디도나토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꼼꼼한 답변에 열정이 묻어난다.
드디어 한국에 방문한다. 첫 내한 소감이 어떤지?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제야 한국에 오게 됐다! 여러 해 동안 많은 훌륭한 한국인 동료들을 만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016년 발매한 음반 ‘전쟁과 평화’에 수록된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무대를 꾸민다. ‘전쟁과 평화’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전쟁과 평화’는 매우 개인적인 프로젝트였다. 그것은 나의 주변, 혼란에 빠져 있는 듯한 현재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나 자신의 직접적인 반응이다. 이것은 스스로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탐색이었지만, 동시에 청중이 나와 함께 이 혼란 속에서 평화를 찾길 바란다. 음악은 혼돈과 고난의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자, 내가 답을 찾기 위해 의지하는 존재다. 이번 공연은 전쟁과 공포, 내면의 감정적 투쟁, 평화에 대한 갈망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환희에 도달하는 서사로 설계됐다.
헨델과 퍼셀, 제수알도 등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엮은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크 음악에서 전해지는 순수한 감정이 있다. 음악의 명료함과 단순함이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를 더욱 강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음악들에서 명료하고 감정적인 임팩트가 나를 압도하곤 한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앙상블 일 포모 도로와의 호흡은 어떤가? 그들은 나의 오랜 파트너였고, 그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의 파트너십은 이제 매우 깊게 뿌리내렸고, 이는 우리 공연의 수준을 더욱 높인다.
‘전쟁과 평화’ 공연은 화려한 극적인 무대 연출로도 눈길을 끈다. 청중을 강하게 끌어당겨 그들이 즉각적으로 혼돈과 전쟁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만들고 싶었다. 거기서부터 각각의 노래를 거쳐 마지막의 평화와 환희의 장소로 인도하고자 한다. 청중이 이 경험에 완전히 몰입하기를 바란다.
‘전쟁과 평화’는 음악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프로젝트다. 오늘날의 관객에게 음악은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음악을 통해 우리가 내면의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있다. 주변의 혼돈에 잠식될 수도 있고, 평화와 화합을 가져오는 것들을 추구할 수도 있다. 내면의 평화를 키우는 것이 내가 모든 청중에게 바라는 일이다.
강렬한 감정을 전하는 목소리
소프라노와는 다른 메조소프라노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조소프라노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맡을 수 있는 엄청난 범위의 역할들에 개인적으로 감사한다. 또한 듣는 이와 깊게 마주할 수 있는 메조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5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월에 따라 목소리도 변할 텐데. 성악가의 목소리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대부분 아주 미묘하고 찰나적인 순간에 일어난다. 사실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예술적 차원의 변화다. 매년 나는 청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점점 더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 나아가, 그것을 주저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자유를 더욱더 느낀다. 어쩌면 지금 내 목소리가 바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자유를 느낀다. 내 목소리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청중에게 더욱 강력한 경험을 가능케 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성악가의 중요한 능력이 ‘지금 정확한 순간에 완벽하게 나타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지금만 우리는 음악에 대한 모든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시간의 흐름을 신경 쓰는 것보다, 현재의 그 무엇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
무대에 서지 않는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 최근에는 야외 활동을 통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를 많이 찾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사진 찍는 것과 독서, 친구들과의 저녁식사를 사랑하고, 밀린 잠을 보충하는 걸 좋아한다.
글 이정은 기자 사진 롯데콘서트홀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내한 공연
1월 2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지휘·하프시코드 막심 에멜랴니체프
연주 일 포모 도로 앙상블
안무·무용 마누엘 팔라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