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월 11~1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송경근은 월드뮤직 그룹 공명에서 21년째 활동 중이다. 손재주도 좋아 서리서리 공방의 대표로 대나무 조명공예와 악기 제작도 겸하고 있다. 새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대나무를 활용한 악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악기 짓기와 음악 짓기는 ‘자연주의’적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도공지몽(陶工之夢)’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공연예술 창작산실 선정작이다. 송경근이 전통악기 훈(壎)을 복원·개량했고, 이 악기를 위한 13곡의 창작곡을 발표한 무대였다.
국악창작의 역사는 개량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12현 가야금에 현이 더해져 17현과 19현이 만들어졌고, 창작음악에 25현 가야금이 안착했다. 거문고에도 현이 더해져 화현금이 나오기도 했다. 대금, 피리 같은 관악기도 대나무에 뚫린 지공 외에 금속키를 더하여 음역을 넓혔다. 이렇듯 개량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목표는 더 많은 소리를 탐구한다는 데에 공통된다. 이러한 개량도 악기의 틀과 연주방식이 어느 자리 잡혀야 가능하지만 훈은 이러한 조건마저 갖추지 못한 악기다. 양파 모양의 이 악기는 음정이 불안하여 ‘아리랑’ 한 자락도 연주하기 쉽지 않다. 문묘제례악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고, 그나마 대금연주자 김영동이 ‘바람의 소리’라는 곡을 통해 이 악기가 지닌 ‘태곳적 부드러움’을 알린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경근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만든 ‘송훈’을 선보였다. 지공의 크기를 다듬었고, 구멍을 하나 더 내어 열두 음정을 모두 낼 수 있도록 했다. 악기의 크기도 달리하여 각기 다른 음역과 음색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훈이 송씨의 솜씨를 거쳐 송훈이라는 이름의 악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훈만을 조명한 무대로는 거의 처음이었다. 음량이 작아서 작곡된 13곡은 아기자기한 실내악 형태일 수밖에 없었다. 그룹 공명의 멤버인 강선일, 박승원, 임용주는 뛰어난 작곡과 구성력을 지녔다. 그들이 중심이 되어 작곡・구성・연주를 맡아 힘을 실어주었다. 공연명이 된 ‘도공지몽 1’과 ‘도공지몽 2’은 훈을 만들던 조선 도공의 이야기를 송경근의 원작을 토대로 영상삽화, 음악, 나래이션이 함께 하기도 했다.
훈훈한 지온(地溫)을 담은 소리는 편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피아노 같은 평균율 악기와 함께 할 때 송경근은 예민해보였다. 개량을 거쳤지만 아직 음정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중 특별히 의미와 의의를 부여하고 싶은 건 정악곡 ‘세령산’이었다. 훈이 생황(김효영), 가야금(박경소), 양금(강선일)과 함께 하도록 송경근과 김수진이 편곡했다. 원래 대금·피리·해금·거문고·가야금 등이 함께 하는 곡으로 훈, 생황, 양금은 기존 편성에 없다. 하지만 훈은 마치 오래전부터 ‘세령산’을 함께해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앞으로 다른 단체들이 ‘세령산’을 연주할 적에 송훈을 넣어도 되겠다 싶었고, 송경근의 작업 노선이 창작품만큼 전통음악에도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악기 복원과 보급에 있어 ‘세령산’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움’은 굉장히 중요하다. 창작곡을 통해 새 악기의 특징을 부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 새로움이 기존의 맥락과 어울림보다는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송훈이 다른 악기와 만날 약속을 잡는 일. 그것이 송경훈의 새로운 의무이자 그의 ‘자연주의’ 음악관이 확장되는 길일 것이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 김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