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젊은 지휘자 양성 시스템의 운영 현황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에서는 마스터클래스와 부지휘자 제도를 통해 신진 지휘자들에게 폭넓은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마스터클래스가 되어야 하며, 부지휘자 제도가 좀 더 많은 악단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지휘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지휘캠프는 단단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국립합창단과 국립국악원에서도 참신한 시도를 통해 젊은 지휘자와 만나고 있다.
서울시향
마스터클래스 서울시향은 2013년부터 총 6회에 걸쳐 지휘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차세대 지휘자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서울시향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휘 전공 학생과 신진 지휘자에게 명지휘자들의 노하우와 지휘법을 전수한다. 역대 지도자로는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마르쿠스 슈텐츠가 있으며, 올해는 오스모 벤스케와 두 명의 수석객원지휘자가 연 3회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신진 지휘자에게는 오케스트라 지휘의 기회를, 마스터 클래스 우수 참여자에게는 재단 정규 리허설과 시민공연 지휘 기회를 제공하여 차세대 지휘자 군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한다. 역대 참가자로는 최수열(부산시향 상임지휘자)·서진(과천시향 상임지휘자)·박준성(2016 아람 하차투리안 콩쿠르 우승)·윤현진(KBS교향악단 부지휘자) 등이 있다.
부지휘자 부지휘자는 서울시향의 시민공연과 교육공연 등을 지휘하고, 정기공연 리허설의 사전 연습지휘, 음악감독의 음악적 방향 공유 등 서울시향의 음악 활동 전반에 참여한다.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역임한 성시연 지휘자(2009~2013)는 경기필하모닉 단장을 거쳐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최수열 전 부지휘자(2014~2017)는 지난해 9월 부산시향 상임지휘자로 발탁되었다. 그후 공석이 된 부지휘자 선정을 위해 2017·2018년 공개채용을 진행한 결과, 수석부지휘자 1명이 선정되었다. 홍콩 태생의 윌슨 응(1989~)으로, 2016년 아스펜 음악제에서 제임스 콘론 지휘자상과 201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게오르그 솔티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한 바 있다.
경기필하모닉
마스터클래스 경기문화재단은 8년째 지휘·작곡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은 35세 미만의 국내외 지휘·작곡 전공자만 가능하다. 2018년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는 4명이 선발되었고, 경기필 부지휘자 정나라와 북텍사스주립대 교수 홍성지 등이 강사진으로 참여하였다. 1차는 지원서와 공연실황 또는 리허설 영상으로 심사하며, 1차 합격자에게는 한정된 시간 동안 경기필하모닉과 과제곡 리허설을 수행하는 과제를 부여한다. 최종 합격자는 한 작품 또는 한 악장씩 교대로 파이널 콘서트에서 지휘하는데, 지휘 부문 최우수자는 경기필하모닉 순회공연에서 객원지휘를 맡게 된다. 역대 클래스 참가자로는 진솔·이규성·최재혁 등이 있다.
부지휘자 부지휘자는 경기필하모닉의 연습이나 공연을 지휘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파트 및 오케스트라의 연습을 지도하며, 경기도 내 순회공연을 진행한다. 초청공연 승인 및 관리를 포함하여 예술의 전반에 관하여 지도한다. 2019년 1월 1일부로 외국인 상임지휘자인 마시모 자네티가 부임하면서 정나라 부지휘자가 행정감독 직까지 대행하게 되었다. 행정감독은 예술단장의 직무 중 예술단 행정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역할을 한다.
KBS교향악단
부지휘자 KBS교향악단은 2017년 10월 지휘자 윤현진을 부지휘자로 임명하였다. 임기는 2019년 9월까지 총 2년이다. 윤현진 부지휘자 임명 이전의 KBS교향악단은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연주 외 모든 연주를 객원지휘자가 연주하였다. 당시 객원지휘자의 성향이나 실력에 따라 교향악단의 연주도 기복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보완하고자 음악감독 부재 시에도 음악감독이 지시해왔던 음악적인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고, 연주력의 편차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지휘자 채용을 검토하였다. 총 서른 명이 넘는 지휘자가 응시하였으며, 오케스트라 실연을 통하여 윤현진을 부지휘자로 선정하였다.
한국지휘자협회 지휘캠프
한국 지휘자들의 질적인 향상과 한국 교향악단의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2000년 설립된 한국지휘자협회는 현재 중견 지휘자들과 신진 지휘자들을 포함하여 7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2001년부터 개최한 한국지휘자협회의 지휘캠프는 구모영·김광현·김은선·지중배·최수열 등을 배출하며 국내 신진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자리했다. 역대 강사진으로는 정치용·최희준·박은성·도야마 유조 등이 참여했다. 2017년 지휘캠프부터는 실전 지휘 경험을 위해 프로 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할 수 있는 특전을 최우수지휘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2017년 지휘캠프 최우수 지휘자로 선정된 이승원과 김숙종은 원주시향·강남 심포니·춘천시향·목포시향·제주교향악단을 지휘했다. 이번 2019년 지휘캠프에서는 코리안 심포니·강남 심포니·춘천시향 등을 객원지휘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합창단
국립합창단은 올해로 8회에 접어든 합창지휘경연대회를 통해 합창계를 이끌어갈 젊은 합창지휘자에게 국립합창단을 직접 지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합창지휘의 인적 자원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1차를 통과한 지휘자들에 한해 2차 결선에서 국립합창단과 직접 리허설하는 것을 평가한다. 경연 종료 후 시상식이 곧바로 진행되며, 1·2·3위에게 상장 및 상금을 수여한다.
2009년 시작된 데뷔콘서트 역시 젊은 지휘자 인재양성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으로, 매년 초 선발된 객원부지휘자들은 연간 국립합창단의 연습에 함께 참여하며 데뷔콘서트를 준비·지휘한다. 올해 선발되는 두 명의 신진 객원부지휘자 역시 오는 11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20회 데뷔콘서트를 직접 지휘하게 된다.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은 올해 처음으로 국악관현악 신진 지휘자 공개 모집을 통해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선발된 신진 지휘자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함께 오는 3월 8·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청춘, 청어람’이라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대학별로 국악에서도 지휘 전공을 개설하고 있으나 실제 국악관현악단과의 지휘 경험을 갖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점을 개선하고, 서양 음악의 지휘자 발굴 기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국악관현악의 지휘자 발굴 기회를 늘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글 권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