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지휘자 벤게로프와 함께 첼암제 음악제가 첫 시작을 알린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에 위치한 첼암제(Zell am See)는 알프스의 보물이라 불리는 작은 도시다.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삼고, 이를 비추는 에메랄드빛 호수가 보석처럼 빛난다. ‘호수 옆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형성된, 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인구를 지닌 작은 마을이다.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뜨리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첼암제.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이 작은 마을에 클래식 음악이 찾아왔다. 올해 9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첼암제 음악제는 앞으로 이곳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채울 것이다.
제1회 첼암제 음악제(www.musikfestivalzellamsee.at)를 위해 빈 국립음대의 유일한 한국인 강사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와 바이올리니스트 이고르 페트루솁스키(Igor Petrushevski)가 힘을 모았다.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자 교수진으로 함께하는 이고르 페트루솁스키는 유럽에서 가장 명성 있는 바이올린 교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영국 트리니티 음대와 영국 왕립음악원 등을 거쳐 현재 바그너 콘서바토리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동안 수많은 음악가를 키워왔다. 그의 제자들은 차이콥스키·인디애나폴리스·파가니니·롱 티보 콩쿠르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로열 필하모닉·런던 필하모닉 등 유수의 악단은 물론 벤게로프, 펜데레츠키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이고르 페트루솁스키는 스트링 런던 음악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조르지 에네스쿠 콩쿠르 등 여러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젊은 연주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하고 있다.
페스티벌에 앞서 그가 한국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고르 페트루솁스키를 만나 올해 첫선을 보이는 첼암제 음악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가을, 오스트리아에서 제1회 첼암제 음악제가 개최된다. 처음 페스티벌을 기획한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다. 나는 예술감독으로서 그녀와 함께 페스티벌에 누구를 초대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고민했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라면 이번 페스티벌이 높은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저명한 아티스트들을 초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빈 국립음대의 바이올린과 학장인 엘리자베스 크로피치와 에드워드 진코프스키, 도쿄예술대의 카즈키 사와 등 유럽과 아시아의 유명한 바이올린 교수들을 초청했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또한 초빙교수 겸 지휘자로 음악제에 초대했다. 훌륭한 교수진은 물론 음악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수준 높은 참가자들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바이올린 전공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에 충실하고 싶었다. 우선 바이올린 연주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음악제의 프로그램 또한 개인레슨, 마스터클래스, 학생 콘서트 등 다양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짜임새로 구성하려 노력했다. 물론 앞으로 첼리스트나 피아니스트를 초대하는 등 점차 범위를 넓혀갈 생각도 가지고 있다.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해 기본을 단단히 다지고 그 위로 천천히 쌓아 올리고 싶다.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장소도 독특하다.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환경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곳이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음악제와 차별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막심 벤게로프와 함께하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비디오 오디션을 통해 뽑힌 우수 참가자들에게 그와의 마스터클래스 기회가 주어진다. 갈라 콘서트에서는 막심 벤게로프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어볼 수 있다. 이 무대에는 우수 참가자로 선정된 세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협연자로 오르는데, 일반적인 공연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무대에서 벤게로프는 두 가지 역할을 소화한다. 바로 지휘와 함께 무대 위에 오른 세 명의 협연자를 직접 지도하는 것. 다시 말해 연주와 마스터클래스가 결합된 형태의 공연이다. 내가 아는 한 이런 형식의 무대는 아직 오스트리아에서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을뿐더러, 세계적인 음악가, 프로 오케스트라와 함께한다는 점도 참가자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첼암제 음악제의 시작을 앞두고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이번 페스티벌이 오스트리아 국영 방송인 ORF를 통해서 소개된다는 점도 기대가 되지만,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만나는 것에 기대가 크다. 음악가는 단순한 연주력뿐 아니라 음악을 포함한 모든 예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지성 또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능 있는 학생들과 이런 부분을 함께 의논하고, ‘왜’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하는지를 나누고 싶다. 페스티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재능 있는 학생들이 수준 높은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 레슨만으로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이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