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살아있는 전설이자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서울을 비롯해 대구·광주·인천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세계의 저명한 지휘자,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오랜 시간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전 세계에서 무려 50회 이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가졌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세 차례나 발매해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PART 1 루돌프 부흐빈더의 음악세계
더 높은 곳을 향한 숭고한 도전
누구 말대로 인생의 낭비일지 필수품일지 모르나, SNS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때때로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커졌다. SNS는 그것을 영위하는 사람들 모두를 호사가로 만들어 버리는 듯하다. ‘이슈가 있는 곳을 찾아가 이러쿵저러쿵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해서 호사가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점점 빨라지는 사람들의 온라인 입소문보다 더 빨리 돌아가는 사회에선 오히려 중요한 소식통이며, 트렌드를 찾아 다녀야 하는 사람들에겐 건강한 ‘경종’의 역할도 한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이름이 센스 있는 클래식 음악 호사가들의 머릿속을 차지하게 된 것은 8년 남짓이다. 계기는 말할 것도 없이 2012년 가을 많은 피아노 마니아들을 놀라게 했던 베토벤 소나타 독주회였다. 음반 수집가들이나 독일 고전파의 팬들에겐 이미 친숙한 부흐빈더였지만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과 여유, 카리스마가 동시에 살아있는 그의 연주는 음표 하나하나마다 베토벤의 달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집중력과 에너지가 실린 놀라운 솜씨였다. 그 후 협연과 독주 무대를 두루 거치며 한국 무대에서 뒤늦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부흐빈더가 베토벤의 크고 작은 소나타 10곡을 연주하는 무대를 이틀 연속으로 가질 예정이다. 통영 등에서의 연주를 제외하고 수도권에서는 6년 만의 반가운 소식이다.
꾸준한 활동을 이어 온 피아니스트 부흐빈더에게 특별히 연주 생활의 부침이나 지명도의 변화가 올 만한 사건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요컨대 마니아층에서만 즐기던 그의 피아니즘이 노년에 이르러 보다 폭 넓은 지지를 받는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쯤 되면 젊은 시절 부흐빈더의 모습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1970·1980년대의 부흐빈더는 내실있는 실력파이지만 반짝하는 인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피아니스트였다. 1946년생으로, 현재까지도 기록으로 남아있는 최연소 기록인 5세에 빈 국립음대를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스무 살이던 1966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입상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후 빈 필을 포함한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잦은 협연을 가지며 화려한 경력을 시작했지만, 거장 브루노 자이들호퍼 선생 밑에서 동문수학한 선배 알프레드 브렌델의 인기는 무시할 수 없었다. 독일 고전파라는 중심 레퍼토리까지 많은 부분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었던 브렌델의 피아니즘이 부흐빈더의 활동을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만든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부흐빈더 디스코그라피의 본격적인 시작인 하이든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는 대중적인 지지를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으며, 연주 스타일도 시대적 양식에 고지식하게 충실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자체가 다듬어진 매력이 되었지만, 부흐빈더의 터치나 프레이징은 일견 ‘무뚝뚝하게’ 들릴 때가 있으며, 혹자에게는 부드러운 설명이 아니라 학구적인 강의처럼 들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듣기 좋게 만들어진 쉬운 음반이 아니었음에도 그의 하이든 프로젝트는 각종 음반상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했다. 텔덱 레이블에서 CD 10장 분량의 방대한 녹음을 끝마쳤을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8세였는데, 구조에 대한 명확한 파악과 금속성의 울림이 그대로 드러나는 단단한 음상이 두드러지는 호연이었다. 젊음 넘치는 신선한 감각으로 만들어진 뉘앙스는 은유적으로 고전파의 미덕을 전했고 과도하지 않게 드러나는 유머감각 역시 일품이었다. 지금까지 부흐빈더는 하이든을 작업할 당시가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고 회상하는데, “아티스트로서의 자세 뿐 아니라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의 원칙을 다시 새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하고 있다.
‘베토베니안’으로서의 강렬한 무게감
이보다 앞서 부흐빈더의 경력을 장식한 것이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빈 필, 콘세르트허바우 등과의 협업이다. 이는 그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좋을 결과를 얻은 직후부터 시작되었는데, 본상 수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러 전문가들은 유연한 스케일 조절 능력과 넉넉한 공간감을 갖춘 ‘큰 그릇’의 신인을 알아보았음에 틀림없다. 그가 만난 세계의 오케스트라 중 빈 심포니커와의 작업들은 오랜 세월동안 주목받아왔는데, 2004년 라이브 녹음으로 발표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집은 그 중 하이라이트다. 단정함이나 고전적 양식에 대한 지나친 고민 없이 편안한 흐름과 외향적인 스타일을 강조하는 분위기 아래 작품마다 다양한 색채를 내고 있다. 오히려 초기작에서 명랑한 비르투오시티가 빛을 발하며 21번 C장조, 23번 A장조 협주곡에서는 화사한 서정성을 과감한 루바토로 드러낸다. 단조 협주곡인 20번 D단조, 24번 C단조 등에서는 지휘를 겸한 오케스트라와의 긴밀한 호흡으로 마치 실내악을 감상하듯 정교한 앙상블의 모차르트를 감상할 수 있다.
거장들과의 만남 역시 부흐빈더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모멘트들인데, 그중 선입견 없는 자세로 텍스트 속에서 무한 상상력을 발휘하곤 했던 니콜라우 아르농쿠르와의 연주는 특별하다. 지휘자 최만년의 기록인 2012년 모차르트 협주곡 녹음에서는 느릿한 템포와 풍부한 양감으로 시종일관 부드러운 노래를 펼치는 부흐빈더의 피아노포르테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며, 1990년 텔덱에서 발표된 브람스의 협주곡들에서는 자로 잰 듯 정확히 블렌딩된 오케스트레이션 속을 부드럽게 유영하며 여유로운 명인기를 발산하는 모습이 멋지다. 후기 낭만 레퍼토리 중 브람스의 협주곡들은 부흐빈더의 핵심 프로그램이기도 한데, 이후 헬리콘 레이블(2009)과 소니(2016)에서 발매한 두 번의 녹음에서는 또 다른 거장 주빈 메타와의 호흡으로 세월이 가면서 점점 더 깊어진 서정과 무게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부흐빈더의 ‘감각’이 색다르게 빛을 낸 연주를 찾으려면 2004년 1월 빈에서 연주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의 실황(마르첼로 비오티/빈 심포니)을 들어보면 된다. 각진 터치 속 다소 근육질적인 성격을 지닌 라벨인데, 피아노 사운드의 외피가 세련된 질감으로 포장돼 있어 듣기에 부담이 없다. 2악장에서 표현돼야 할 센티멘탈도 짙은 서정성으로 그려져 있어 포만감을 준다.
연주 인생의 화려한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부흐빈더의 에너지는 아직 차고 넘치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세월에 따른 변화를 가장 확연히 설명해주는 작곡가는 역시 베토벤이다. 한두 번도 힘든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사이클을 50회 이상 성공시킨 그를 ‘베토베니안’으로 부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이는 없을 것이다. 39가지 이상의 베토벤 소나타 에디션을 소유하고 있는 부흐빈더의 집착에 가까운 베토벤 연구는 결국 ‘자유로움’이라는 화두로 집약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부흐빈더는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존경했던 리스트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발굴해 낸 카잘스를 예로 들었다. 어지러운 오버 에디팅이 성행하던 19세기의 리스트는 베토벤의 악보에 운지법을 전혀 표시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의도가 작곡가가 최대한의 자유로움으로 남겨놓은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든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고 부흐빈더는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바흐의 악보에 자의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덧붙였던 카잘스의 경우는, 작품보다 작곡가와의 교감을 이루는데 확신이 생겼기에 창조적인 재해석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아울러 부흐빈더는 자유로움이 느껴져야 할 ‘호흡’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작곡가의 호흡과 자신의 그것을 일치시키고, 나아가 청중들과 나누는 호흡도 연주 행위에 있어서 필수라는 것을 느끼게 된 후부터 모든 녹음을 라이브로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가 남긴 베토벤 소나타들은 과거 텔덱의 스튜디오 녹음과 60대 이후 만들어진 라이브에서의 차이가 뚜렷하다. 단단한 긴장감과 준엄한 권위가 느껴졌던 것이 과거의 해석이었다면 드레스덴 젬퍼오퍼에서의 라이브 녹음(RCA)과 잘츠부르크에서의 동영상 실황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홀가분하며 편안한 릴랙스가 이루어진 모습이다.
이번 내한 첫날인 인천 공연에서 연주될 작품 중 소나타 27번 Op.90을 비교해 보면, 악상 차이가 뚜렷하여 그 자체로 긴장감과 입체감을 만들어냈던 텔덱 녹음과 보다 완만한 분위기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드레스덴 라이브는 ‘작품 속의 자유로움’에 대한 부흐빈더의 깨달음이 어떤 종류인지 짐작하게 한다. 둘째 날 연주 예정인 23번 ‘열정’ 소나타를 비교해도 그 차이는 확연하다. 꽉 조여진 조형감에 다소 드라이한 연출로 만들어진 파토스가 깔끔한 인상을 준 30대 중반의 녹음과 비교해, 2011년 라이브 앨범에서는 보다 농염한 표정과 즉흥적 아고긱으로 무대 위에서의 뜨거운 흥분을 쏟아낸다. 2004년 만들어진 잘츠부르크에서의 또다른 실황은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자의적인 해석들이 더욱 두드러져 듣는 이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역시 정평이 있는 협주곡 해석에서도 변화는 흥미롭다. 자신이 지휘를 겸한 빈 심포니커와의 2003년 라이브가 손에 잡힐 듯 단단하고 야무진 음상과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관현악과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면, 영상물로 만들어진 빈 필과의 2011년 공연은 한층 노련해진 솔리스트로서의 역할 외에 오케스트라와 객석간의 거리를 좁혀 조금이라도 더 생생한 베토벤의 의식세계를 나누려는 의지가 강하다.
흔들림없는 꾸준함, 연주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새로움에 대한 부흐빈더의 강한 호기심은 이미 익숙해진 베토벤의 걸작들도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내 피아니즘이 목표한 곳에 다다랐으면 하고 바라지만, 도무지 어디까지 왔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노력합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그럴수록 오르고자 하는 음악의 눈높이가 더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부흐빈더야말로 음악에 대한 감사함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연주자라고 느끼게 된다.
글 김주영(피아니스트, 음악칼럼니스트)
PART2 루돌프 부흐빈더와의 대화
베토벤의 세계는 날마다 새롭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 울림은 사람마다 다르다. 말하는 이의 삶이 그 말의 울림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 베토벤 연주에 굵은 획을 그어온 루돌프 부흐빈더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큰 기대를 했다. 상세히 서술한 질문들을 보냈다. 답변이 도착했을 때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한눈에 훑어보았을 때 답변이 매우 간결했고, 누구에게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일반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노(老)대가가 혹시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선문답 같은 문장들을 다시 차분히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그러나 서서히 분명하게 다가오는 울림이 있었다.
음악학자 정경영은 “‘지대넓얕’ 시대를 생각한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인문학적 글은 명료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여운을 남기는 깊은 물음을 던지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이렇게 물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또 다른 물음을 던져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명쾌한 해답이 아닌 수많은 해석과 이해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부흐빈더의 답변은 이제 또 다른 물음으로 이끄는 인문학적 질문으로 읽혔다.
지금까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개 전곡 연주를 50회 이상 한 부흐빈더는 철저한 악보 분석과 연구로도 유명하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서로 다른 편집본 39판을 소장하고 있는 열렬한 악보 수집가이며, 두 권의 책(‘Da Capo’와 ‘My Beethoven–Life with the Master’)의 저자이기도 하다. 부흐빈더의 자택에서 이루어진 한 인터뷰 영상에 담긴 그의 서재에는 그가 수집한 베토벤의 악보와 자료들이 가득했다. 부흐빈더는 오직 베토벤의 흔적만 있는, 아무 것도 수정하지 않은 오래된 악보에 코를 바짝 대고 감탄하며 말한다. “이 냄새… 여기에서는 다른 냄새가 나요. 나는 이 냄새를 사랑합니다.”
부흐빈더는 베토벤 자필본과 각기 다른 에디션들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을 즐긴다. 악보 상에 나타난 작은 차이가 연주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이것은 실제 연주를 통해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6년 전의 영상 속 그는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베토벤은 제 음악의 레퍼토리 뿐만 아니라 제 삶의 중심점입니다. 그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 했습니다. 단지 한 작곡가로서만이 아닙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대답한다. 그러나 그의 문장만으로는 실제 그의 연주가 어떤 울림을 만들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베토벤의 악보들이 그러하듯이.
당신은 연주와 녹음, 책들을 통해 평생 베토벤에게 헌신해왔다. 베토벤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베토벤은 내 레퍼토리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중심이다. 베토벤이라는 인물과 그의 음악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매료시켰다.
그동안 베토벤을 연주하면서 작곡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그에 대해서 더 알수록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내 해석에 변화를 준다.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본질적인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사람들과 그의 음악을 구별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베토벤이 바흐·하이든·모차르트 없이는 베토벤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베토벤은 혁명가이다. 그 누구도 에스프레시보(espressivo, 표현적으로) 이후에 아 템포(a tempo, 원래 빠르기로)를 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에스프레시보가 깊은 감정을 요구할 뿐 아니라 빠르기의 변화까지 만드는 것(즉 좀 더 느리게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토벤의 다양한 악보 판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당신의 연주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다양한 판본의 다른 실수들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선생으로서 베토벤을 공부하거나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떤 작곡가가 쓴 작품을 연주하기 전에 먼저 그에 관한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다섯 개의 소나타(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 8번 ‘비창’, 25번, 23번 ‘열정)를 직접 선택했다고 들었다. 이 작품들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소나타 1번(Op.2)에서부터 32번(Op.111)까지의 소나타들은 베토벤의 전 생애를 함께 동행한 작품들이다. 우리는 이 모든 소나타에서 인간 베토벤과 그가 처했던 독특한 상황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당신이 연주할 때마다 발견하는 베토벤 음악의 새로움, 아름다움, 의미는 무엇인가? 당신의 끊임없는 영감의 근원은 무엇인가? 결정적이고 확실한 해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베토벤이 지금 우리 곁에 없기 때문에 우리 중 누구도 그와 함께 아침식사를 할 수 없다. 이것이 그의 음악을 불멸의 것으로 만든다. 당신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녹음한 10개의 다른 음반들을 들을 수 있다. 10개가 다 훌륭하고 각기 다른 스타일의 연주라면, 아무도 그것들 중 하나만이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왜 우리에게는 여전히 베토벤의 음악이 필요하고, 그것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가? 당신이 생각하기에 베토벤이 인류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인가? 당신이 살아 있는 한 당신은 베토벤의 음악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항상 발견하게 될 것이다.
베토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 당신의 연주회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음악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나의 해석으로 청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베토벤의 작품은 그에게 매번 질문을 던진다. 70대의 이 피아니스트는 평생을 함께한 베토벤을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와 연주를 결코 멈출 수 없다고 고백한다. 베토벤은 그에게 새롭게 발견할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그가 계속적으로 발전하는 이유일 것이다. “당신이 살아 있는 한 당신은 베토벤의 음악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항상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흐빈더의 이 단순한 한 마디 말 앞에서 오래 서성이게 된다. 단정히 마침표를 찍은 이 문장은 답변이라기보다는 질문이 아닌가.
글 서주원(음악평론가)
루돌프 부흐빈더 피아노 리사이틀
5월 7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5월 8일 오후 7시 30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월 10일 오후 8시 강동아트센터
5월 11일 오후 5시 아트센터 인천
5월 12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9·14·17·21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