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창작안단 계성원·대만국악단 리우리전

한국과 대만의 전통음악 다리 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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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5월 15일 9: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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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만 교류공연 ‘음악으로 만나다’를 앞두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계성원

대만국악단 리우리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대만국악단은 서로 닮은 예술단체다. 두 악단은 국립예술단체이다. 20세기 근대화 이후 전통악기를 서구식 관현악단처럼 배치했고, 전통음악을 토대로 작곡한 작품을 연주한다. 관현악은 물론 여러 악기를 위한 협주곡도 있다. 악단원들은 지휘자의 지휘를 따른다. 이처럼 형식과 발전의 양상도 닮았지만 전통음악이 서양문법과 닿으며 생긴 음악적인 고민도 놀랍도록 닮아 있다.

2017년, 대만국악단이 소속된 대만전통예술중심에서 국립국악원에 제안하며 3년간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음악으로 만나다’는 그 교류의 두 번째 순서. 대만국악단은 이를 위해 40명 규모로는 처음 내한한다. 두 악단의 합동 공연은 양일간 이어진다. 계성원 창작악단 예술감독과 리우리전 대만국악단 단장으로부터 교류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대만과의 교류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계성원 대만국악단이 소속된 대만전통예술중심에서 2017년 공연교류를 제안했다. 국립국악원도 매해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018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대만을 방문하여 대만국악단과 공연했다. 당시 민속악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각국의 창작품을 전면에 내세운다.

대만국악단은 2014년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합동공연(‘대만의 소리’)을 진행한 바 있다. 교류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달라질 텐데.

리우리전 뛰어난 실력과 소명을 가지고 자국의 문화를 존경하는 한국음악가들로부터 큰 감명을 받는다. 대만과 한국은 악기형태, 연주방식, 작곡기법 등 비슷한 음악적 어휘를 사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양국이 작곡가들을 교류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과정도 필요하겠다. 아무튼 지금은 동반자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성장과 고민이 닮은 두 악단

대만국악단처럼 전통악기로 구성된 관현악단이 몇 곳이나 운영되는가?

리우리전 타이베이, 타오위안, 타이난, 가오슝 현(县)이 운영하는 4개의 악단이 있다. 대만국악단은 국가단체로 문화부 대만전통예술중심 소속이다.

이러한 악단과의 차별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리우리전 국가대표 악단이기에 대만 전통음악을 계승하고 전파하는 책임이 크다. 전역에 걸친 정기공연과 해외공연을 다닌다. 젊고 유능한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등 인재육성을 위해 위촉과 협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국 전통악기로 구성됐지만 대만만의 색채를 내고자 노력하기도 할 것이다.

리우리전 전통음악으로 대만의 ‘이야기’와 ‘색’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취지다. 보존 외에 전통공연예술의 여러 요소와 협업 및 창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통 희곡작품과 예술가들과의 협업. 대만 각지의 민속과 특색을 창작에 활용하기도 한다. 외국과의 문화 교류도 마찬가지다. 이런 교류가 새로운 작품과 색다른 공연을 가능케 한다.

대만에서 작곡가나 지휘자가 되기 위한 공부와 과정은 어떠한가?

리우리전 중국은 물론 서양 음악이론과 음악사, 화성법과 대위법 등을 공부한다. 현장조사를 통해 민요수집을 하는 교육도 있다. 대만 내 여러 민족의 전통음악을 느끼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만 원주민과 객가(중국 경계지역에서 온 이주민), 북관·남관음악들이다. 가자희(음악극)와 포대희(인형극) 등의 음악도 공부한다.

계성원 국악관현악계에서 지휘자 부재가 늘 지적된다. 악단들도 지휘자 발굴에 좀 소홀하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지난 3월 양일간 ‘청춘, 청어람’을 통해 신진지휘자들을 무대에 세웠다. 국악관현악의 역사에서 신진지휘자만을 위한 ‘최초의 공연’이었다. 비슷한 공연이 과거에 있었지만 신진작곡가들이 자작곡을 지휘했던 공연이었고 ‘청춘, 청어람’은 지휘자 발굴에 집중했다. 공개모집을 통해 4명의 지휘자를 선발했다. 사실 기획단계부터 지원자가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높은 경쟁률 속에 진행됐다. 여러 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 발굴을 촉구한 공연이었다.

한국에선 1960년대부터 전통악기를 사용한 관현악단들이 만들어지며 악기와 연주 형태에 관한 여러 문제들이 도출되었고, 이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대만의 경우는 어떠한가?

리우리전 우리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기에 악기편성을 많이 연구한다. 중저음의 생황과 태평소를 보충하고, 악기수를 조절하여 중저음을 조정하기도 한다. 얼후 파트에도 개량된 중호와 울림이 큰 혁호와 배혁호를 더했다. 개량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대만국악단과 서양 관현악단과의 큰 차이는 비파·중완·대완·삼현 등이 속한 발현악기에 있다. 예전에 에네스쿠의 ‘루마니아 광시곡’을 편곡해 연주했는데 발현악기만의 특징이 잘 드러나 큰 호응을 얻었다.

 

대만전통예술중심 대만국악단

 

차이 속의 상생. 공통점으로 연대하기

2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는 대만국악단의 단독 공연이 오른다. 관현악 ‘대만수상곡’을 시작으로 태평소·얼후·양금협주곡을 연주한다. 편곡한 아리랑도 준비되었다. 25일은 양국의 합동 공연. 한국은 합주곡 1번(김희조)과 해금협주곡 ‘공수받이’(김영재)를, 대만은 디즈·얼후·생황 협주곡을 선보인다. 모두 전통음악을 토대로 오늘의 작곡가들이 빚은 작품이다. 양일간의 교류는 계성원의 한국·대만타악기 협주곡 ‘북관소묘’로 막을 내린다.

악기의 특성이 돋보이는 협주곡을 많이 준비했다. 각 곡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리우리전 양국이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곡들로 선곡했다. ‘대만 수상곡’(24일)은 대만의 빼어난 산수를 그린 곡이다. 두 곡의 얼후 협주곡 중 ‘조광’(24일)은 강렬한 리듬이 돋보이고, ‘종이우산 아래의 추억’(25일)은 선율이 고운 객가의 전통음악을 모티프로 삼았다. 태평소 협주곡 ‘객가음화’(24일)도 활달하면서도 조용한 객가음악의 특성을 잘 담고 있다. ‘대무산남’(24일)은 말레이계 원주민 파이완족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양금 협주곡이다. 디즈 이중 협주곡 ‘수탉 놀리는 메뚜기’(25일)는 한족계 본성인(대만 원주민) 복노인의 친근한 민요를 편곡한 곡이다. ‘아리랑 조곡’(24일)은 지역마다 전승되는 아리랑을 모아 편곡했다. 3년간의 교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야심작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북관소묘(北管素描)’는 어떤 곡인가?

계성원 대만 전통음악 중 남관음악이 우아한 분위기라면, 북관은 약간 거친 북방계 음악이다. 사용되는 악기도 다르다. ‘북관소묘’는 북관음악에 사용된 타악기와 한국의 사물 타악기(꽹과리·장고·북·징)를 위한 협주곡이다. 한국의 전통선율과 장단이 북관의 음악과 조화를 이루도록 작곡했다.

 

얼후 협연자 왕춘닝

 

얼후 협연자 카오 밍란

 

 

1980년대부터 동아시아 국가들이 전통음악으로 교류한 역사가 누적되어 있다. 이를 통해 민족성 발현과 동아시아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했다면, 시스템보다는 이를 주도한 특정 인물의 활동과 시야로만 국한되었다는 한계와 지적도 있다.

계성원 민족음악을 통한 교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한·중·일의 전통음악가들이 모여 1993년에 창단한 ‘오케스트라 아시아’도 그 당연함에 동의한 삼국의 예술가가 만든 중요한 결과물이다. 다만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교류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한계다. 국악계의 특정 계파나 학교 출신의 일시적 행사로만 바라본 시각도 일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 아시아가 북한과 아시아 교류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많다.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들이 교류를 통해 ‘아시아음악’이라는 존재감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그것을 향한 과정이다.

악기, 작품, 연주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서양음악은 ‘만국 공통어’로 통용된다. 하지만 아시아의 전통음악에선 이 말이 성립될 수 없다. 한국과 대만의 교류는 공통점을 찾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아니면 개성과 특징을 찾고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리우리전 결국 두 개 모두 중요하다. 국가 간 교류와 대화는 예술가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작 역량을 키운다. 이는 전통음악에 대한 혁신으로도 이어진다. 예술가뿐 아니라 관객에겐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생긴 음악의 묘미와 문화적 차이를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때에는 각자에게 익숙한 음악적 어휘를 잘 활용해 이해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리랑 조곡’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곡이다.

계성원 공통점과 특수성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교류로 발견한 공통점은 조화와 융합의 요소(보편성)이며, 특징을 부각시킬 수 있는 요소(특수성)이기도 하다. 이것들이 ‘동아시아음악’이 뚜렷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맥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론적이고 교과서 같은 태도 같지만 실제로 교류의 이유와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 국립국악원

 

한국-대만 교류공연 ‘음악으로 만나다’

5월 24일 오후 8시(대만 단독), 25일 오후 4시(합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얼후·양금·태평소·생황 협주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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