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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와 슈트라우스로 물들 낭만의 정수, 죽음 너머의 세계를 탐미하다
말러와 슈트라우스는 낭만주의 음악의 정수로 뽑힌다. 특히 나치 시대의 굴곡진 동시대 역사를 살아낸 이들이 음악으로 표현한 인간 본연의 모습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마시모 자네티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의 이번 마스터시리즈는 이 두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조명한다. 말러 교향곡 4번과 슈트라우스의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죽음과 삶, 인간의 깊은 내면을 꽤 뚫고 있는 작품들로, 2015년 오슬로의 소냐 여왕 콩쿠르 2위, 2016년 도밍고 콩쿠르에서 최고 여성 가수 1위를 수상한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의 음성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엘사 드레이지는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승리상’에서 보컬 디스커버리로 지명되었고 덴마크의 코펜하겐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젊은 오페라 가수상’을 수상했다. 특별히 함께 무대에 서는 경기필하모닉은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을 발매한 오케스트라이기에 말러만의 특별한 그들만의 호흡이 기대를 모은다.
파리 음악원을 졸업한 엘사 드레이지는 워너뮤직을 통해 2018년 첫 솔로앨범을 출시했고 현재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 중이다. 2020년에는 사이먼 래틀과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내한 공연을 앞둔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누었다.
한국에서 공연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한국은 처음이라 굉장히 흥분되고 궁금하다. 늘 새로운 장소와 문화를 접하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의미있는 여정이 될 것 같다.
올해 파리 국립오페라에서는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는가. 현재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체를리나 역을 맡고 있으며, 9월에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에서 엘비라로 데뷔한다. 베르디 오페라에서는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맡게 되어 기대가 크다.
이번 내한 공연 때 들려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은 각 작품마다 어떤 음악적인 감동이 있나? 모든 것이 삶으로 이어지는 ‘봄’에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저녁노을’까지 이 4곡들은 서로 연결되면서 삶의 순환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이 그 이어짐이 무척 긍정적이고 평화롭다는 것이다. 죽음은 삶에 대한 작별인사이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축하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품을 작곡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는데, 마치 자신의 삶 이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음악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슬프지만 감동적이다. 그 안에 자연이 있고 여전히 남아 있는 삶의 신비로움은 또 다른 음악으로 승화된다. 죽음을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름답다.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이 드나.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인생이라는 여정의 시작과 같다. 우리는 그 삶의 여정을 통해 저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천국의 삶을 노래한 말러의 교향곡 4악장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말러 교향곡 4번에서는 소프라노 솔로가 4악장과 마지막 악장을 장식한다. 말러의 교향곡 4번은 자연과 전원의 모습들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전원적인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매우 독자적으로 사용하며, 중세의 독일 민속 노래를 인용한다. 그의 음악은 슈트라우스의 가곡에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뛰어난 유머감각 역시 곡 속에 녹아있다.
당신에게 천국은 어떤 존재인가. 천국이 말러의 교향곡 4번 같다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 농담이다. 사실 나는 천국이나 지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 내 삶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음악적인 영감은 어디에서 받는가. 내가 읽는 책, 보는 그림, 전시들이 내 음악적 자양분이 되고 음악 그 자체로부터도 영감을 받는다. 자연에서,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감을 받는다. 음악처럼 나를 생기있게 하는 것이 있을까. 노래는 내 영혼이다.
음악을 통해 당신이 나누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마음속에 삶에 대한 아름다움을 가득 채워 넣는 특별한 경험을 했으면 한다. 음악회에서 만나게 되는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통찰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 안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글 국지연 기자 사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마시모 자네티/경기필하모닉(협연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
7월 19일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7월 20일 오후 5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말러 교향곡 4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