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기회와 힐링, 열정과 재미, 그리고 오랜 신뢰로 쌓아갈 그 남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내악계의 ‘어벤저스’가 탄생할 예정이다.” 2017년 6월, 이들의 시작을 앞두고 ‘객석’이 예고한 말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클럽 M이 등장했다. 피아니스트 김재원,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비올리스트 이신규, 첼리스트 심준호,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오보이스트 고관수, 바수니스트 유성권, 호르니스트 김홍박, 그리고 상주작곡가 손일훈. 각각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우는 젊은 음악가들의 이름이 한 자리에 놓였다.
창단 연주부터 이들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수석 및 단원,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로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모인 것도 이슈였지만, 피아노와 현악, 목관과 금관 악기를 모두 아우르는 독특한 편성의 앙상블은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이었다. SNS 티저 영상을 통해 클럽 M의 시작을 알린 것부터 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다가가기 프로젝트’로 SNS를 통한 라이브 퍼포먼스, 길거리 버스킹 등을 시도했고, 뮤직비디오와 캐럴 디지털 싱글도 선보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시도들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클럽 M의 중심은 단연 클래식 음악에 있다. 이것은 정기연주회는 물론 클럽 M-var.1, var.2 등 다양한 편성의 여러 유닛 활동에서도 느낄 수 있다.
2019년 현재, 클럽 M은 결성 3년 차를 맞았다. 무슨 일이든지 3년은 해보아야 알 수 있다던데, 이들도 그 시기에 다다른 것이다. 각자가 지닌 실력만큼 수준 높은 연주 무대를 선보이고, 그것을 누구나 격의 없이 찾아와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클럽 M 이름 속 ‘뮤직(Music)’, 그리고 ‘클럽(Club)’에 담긴 의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모든 멤버가 함께하는 세 번째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클럽 M의 다섯 남자와 만났다. 국내외 연주 일정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멤버 모두를 한자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 가장 많은 멤버가 모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리더인 김재원과 함께 김덕우(서울시향 제2바이올린 수석·클래시칸 앙상블 악장), 고관수(서울시향·뷔에르 앙상블), 김상윤(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 김홍박(오슬로 필하모닉 수석·한양대 음대 교수)을 만났다. 클럽 M 완전체를 만나고 싶다면 8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가보시길.
돌아보다
팀을 결성한 지도 벌써 3년 차를 맞이했네요.
김재원 실력도 출중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믿는 연주자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처음 그렸던 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팀이든 3년 정도의 시간은 흘러야 그때부터 진짜 팀으로서의 분위기도 갖추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클럽 M도 3년 차가 되었으니, 이제 시작인 셈이죠.
시간을 되돌려 각자의 기억에 첫 리허설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궁금해요.
김홍박 각자가 다 유명한 연주자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소리가 어떻게 어우러질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실력은 물론 열정과 센스까지 갖추고 있어 잘 섞이더라고요. 지금은 연주하는 바탕에 신뢰가 많이 쌓였어요.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팀에 대한 소속감도 더 커졌고요. 지금은 멤버들의 리사이틀도 찾아가 보며 에너지를 받고 있죠.
창단 연주회는 어땠나요?
김상윤 정말 정신없게 지나갔어요. 공연 하루 전날도 단체 사진을 찍고 새벽 2시까지 리허설을 했는데요, 촬영이 길어지는 바람에 자정이 넘어서야 다시 연습 장소를 잡고 다 같이 이동해서 겨우 리허설을 마쳤던 기억이 나요. 당일에도 공연 30분 전까지 리허설을 했고요.
김덕우 이제 좋은 추억이 되었죠. 지금은 서로 연주도 많이 하고 서로를 잘 아니 그런 시행착오의 시간은 지났어요.(웃음)
창단 당시 현악과 관악의 컬레버레이션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고.
김덕우 처음 팀을 결성했을 때 어떤 음악이 나올지 정말 궁금했어요. 관악 주자들과 앙상블을 결성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편성을 저희가 시작한 거였죠. 첫 리허설을 하며 함께 만드는 시너지가 굉장히 크다고 느꼈어요.
다른 앙상블 연주와 어떤 점이 달랐나요?
김홍박 기존 목관 5중주나 현악 앙상블보다는 소리가 훨씬 풍성하고, 오케스트라보다는 개개의 악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재원 9명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편성의 레퍼토리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상주작곡가와 함께 편곡하고 있죠. 작곡가가 아주 고생을 하고 있긴 하지만, 덕분에 클럽 M 공연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편곡과 편성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요.
중간에 프로그램을 변경하기도 어려울 것 같네요.
김재원 그래서 처음이 어렵죠. 일단 제가 공연의 주제를 정해서 공유하고, 그 안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을 나눠요. 인원이 많다 보니 의견도 많죠. 모두가 다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대신 한 번 정하면 그것에 대한 변경은 없어요.
김상윤 그런데 희한하게 서로 취향이나 의견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김홍박 마지막에 밸런스를 맞추는 건 리더의 몫이죠.
공연의 콘셉트는 어떻게 정하나요?
김재원 철학 관련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처음에는 나라나 작곡가를 가지고 주제를 잡아볼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보다는 철학적인 주제가 조금 더 상상의 여지를 주더라고요. 이번 공연의 주제인 ‘상보성(Complementarity)’도 철학 용어에요. 어떤 존재를 설명할 때 하나의 언어로는 불충분해서 두 개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보는 용어죠. 각각의 활동영역이 있는 연주자들이 클럽 M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또 그 안에서 개개인의 능력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오늘을 이끌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클럽 M을 보면 잘 기획된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 등장부터 새로웠는데.
김홍박 처음엔 다 어색했죠. 물론 신선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저는 연주에만 집중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팀 이름부터 시작해서 사실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어요. 너무 색다르잖아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금은 그런 신선한 과정들을 통해서 저희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리더가 그렸던 큰 그림들을 많이 느껴요.
클래식 음악가들의 버스킹도 큰 이슈를 가져왔죠.
김덕우 공연장에서 주로 연주하다 보니 그곳을 벗어나서 연주하는 게 쉽지 않아요. 특히 야외무대가 그렇죠.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밌었어요. 음악을 즐기는 데에는 때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걸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김재원 장소는 일부러 클래식 음악과 가장 거리가 느껴지는 홍대에서 했어요. 버스킹도 사실 제가 제안했던 거였는데, 다들 반신반의했죠. 막상 길 한복판에 피아노가 놓이니까 저도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희 연주를 보고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유닛으로도 활동 하고 있는데.
김재원 다 같이 모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다양한 편성을 선보이고 있어요. 이름 뒤에 바리에이션 약자(var.)를 쓰고요. 팀 안에서 변주한다는 뜻으로 편성이 달라질 때마다 숫자도 다르게 붙이고 있습니다.
다른 활동에 주는 영향도 있나요?
김상윤 지금 있는 곳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이다 보니 클럽 M 활동과도 연결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 연주했던 작품에 대해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요. 다다음 시즌에는 지난해 클럽 M 정기공연에서 선보였던 블랑크 7중주를 연주하기로 했어요.
고관수 클럽 M과 더불어 서울시향과 목관 5중주 팀인 뷔에르 앙상블에도 소속되어 있는데요, 배울 수 있는 게 다 달라요. 클럽 M도 앙상블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라나 목관 5중주 연주에 비해 솔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는 맞춰주는 역할이 많았는데, 클럽 M을 통해서 솔로이스틱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어요.
아무리 음악적 센스가 좋은 사람들이 모였다 해도 연습에 있어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김덕우 3년째 함께하며 모두의 목표가 같다고 느껴요. 음악과 작곡가 앞에서 겸손하고 양보할 줄 알고.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를 가지고 만나니 낭비하는 시간도 없죠.
현악기와 관악기, 그리고 피아노 모두 호흡이 조금씩 다른데.
김덕우 맞아요. 그걸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오케스트라에서는 뒤를 볼 일도 거의 없고, 지휘자의 사인에 맞춰서 따라가기 때문에 다른 악기가 어떤 호흡으로 가는지 잘 모르거든요. 처음 경험하는 거라 재미있었어요.
김홍박 활을 긋는 순간, 피아노가 나오는 타이밍을 보며, 제 표현의 범위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내일을 보다
창단 당시 인터뷰에서 클럽 M의 이름을 후배 연주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었죠.
김재원 우리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비슷한 형태의 팀이 지속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미였어요. 이만한 인재들을 찾아 모으기란 쉽지 않겠죠. 적어도 20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클럽 M이라는 이름은 저희가 시작과 끝을 맺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정기 공연마다 현대 작곡가의 작품도 보여요.
김재원 좋은 작곡가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저희에게 굉장한 큰 힘이에요. 창작곡을 연주한다는 것이 작곡가와 저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창작곡을 소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더 여유가 생긴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클럽 M으로 활동하며 체감하는 변화들이 있었나요?
김덕우 국내에 더욱 다양한 구성의 실내악 공연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관객들의 반응도 더 좋아졌고요. 독주라는 게 사실 되게 외로운 작업이잖아요,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니까. 물론 실내악 연주도 개개인의 연습은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슈퍼밴드’나 ‘팬텀싱어’ 등 잘 차려진 기획과 미디어의 역할로 만들어지는 그룹들이 늘고 있는데, 클럽 M도 관객을 위해 잘 짜인 하나의 기획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재원 기획을 한다는 부분에서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슈퍼밴드나 팬텀싱어는 방송 매체를 위해 만들어진 기획이고 클럽 M은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기획이라는 점에서 방향이 다른 것 같아요. 오디션 같은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으려 한 게 아니라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듣는 분들도 그것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열혈건반’이나 ‘디토 페스티벌’ 등 한국 클래식 음악 신에서 유난히 남성 연주자를 중심으로 한 기획이 많은데.
김재원 그건 인터파크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티켓을 예매하는 분들의 대다수가 여성이거든요. 여러 가지 기획이 생기는 건 재밌고 좋은 일이긴 하지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자꾸 한 무대에 여러 연주자를 세우는 공연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약간 ‘보여주기식’이랄까요. 클럽 M은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아요. 저희의 만남이 이벤트성이 아닌 음악을 전달하는 데 가치관을 두고 있음을 잊지 않고, 팬과 관객들이 보기에 적당한 중간점을 찾기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죠.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클럽 M의 존재 의미가 궁금해요.
김상윤 기회요. 대단한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고관수 제게는 힐링이에요. 리허설하는 동안이나 연주하는 순간이나 제게는 모두 힐링이 돼요. 너무 좋은 사운드를 바로 옆에서, 함께 연주하며 들을 수 있으니까요.
김홍박 지금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연주자로서 보다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얻는 게 더 많은데요, 클럽 M의 무대는 제가 연주자로서 가장 열정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연주자로서의 자존감도 느끼게 해주고요.
김덕우 저는 재미! 모든 면이 재밌어요.
김재원 클럽 M의 ‘클럽’은 사교모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나이는 다 다르지만 모두 동료이자 친구이고,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믿음을 주는 좋은 친구이자 동료 연주자로 오랜 시간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글 이미라 기자 사진 신화섭(스튜디오 무사)
클럽 M 정기연주회 ‘컴플리멘테리티(Complementarity)’
8월 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손일훈 편곡), 모차르트 플루트 4중주 K285, 풀랑크 6중주 Op.100, 온슬로우 9중주 Op.77, 손일훈 ‘메디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