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교향곡 6번
로빈 티치아티(지휘)/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Linn CKD 620
지휘자 로빈 티치아티의 이번 신보에는 브루크너 교향곡 6번, 단 한곡만이 담겨있다. 완성된 지 20년이 지나서야 전 악장 모두가 완전히 초연된 이 곡은, 이전의 교향곡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비로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의 선율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티치아티는 이 교향곡을 “야생적이고 대담하며 아슬아슬하다”고 묘사했는데, 51분 30초 동안 펼쳐지는 그의 광대한 그림이 이를 잘 설명한다. 티치아티와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의 호흡은 오는 10월 내한공연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오펜바흐 페스티벌
마리안 크레바사(메조소프라노)/플라시도 도밍고(테너)/장한나·에드가 모로(첼로)/마뉘엘 로젠탈(지휘)/몬테카를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외 Warner Classics 0190295499587 (3CD)
자크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그의 대표작을 모은 음반이다. 1819년 오펜바흐는 독일에서 태어나 파리 음악원에서 첼로를 공부했다. 이후 오페라 코미크에서 관현악 주자로 활동하다가 지휘자로 전향했다. 그는 특히 가곡과 첼로 곡에서 칭송을 받았다. 오펜바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천국과 지옥’ 중 ‘캉캉’,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 등 대표적 오페레타와 오페라를 통해 유머에 담긴 아름다운 선율을 만끽할 수 있다. 첼리스트 에드가 모로가 최근에 녹음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던 ‘뮈제트’를 최초로 수록했다.
유쾌한 사계
토비 밀러(바로크 허디거디·지휘)/앙상블 당귀 Ricercar RIC 398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대표곡으로 사랑받고 있는 비발디 ‘사계’는 18세기 프랑스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뮈제트와 허디거디 등의 악기에 능했던 프랑스의 작곡가 세데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디거디를 중심 악기로 편곡하고 비발디의 다른 협주곡을 추가하여 ‘봄’ ‘여름의 기쁨’ ‘수확기’ ‘가을’ ‘생 마르탱 축제의 즐거움’ ‘겨울’의 총 6악장 구성으로 ‘사계’를 재편성한 ‘유쾌한 사계’를 내놓았다. 허디거디의 비르투오소 토비 밀러가 시대악기로 구성된 앙상블 당귀와 함께 유쾌한 사계를 들려준다.
2019 빈 여름음악회
유자 왕(피아노)/구스타보 두다멜(지휘)/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ony Classical S80460C
올해 역시 쇤브룬 궁전에서 빈 필하모닉의 여름음악회가 펼쳐진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함께 즐기는 한여름 밤 콘서트의 생생함을 담은 실황 음반. 이번 음악회의 핵심은 미국 음악사로, 미국을 위해 작곡된 것들이면서도 빈의 음악 전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를 비롯해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이 수록됐다. 구스타보 두다멜, 그리고 ‘랩소디 인 블루’를 협연하며 빈 여름음악회의 데뷔를 알린 유자 왕의 연주는 황홀한 밤을 선물한다.
드보르자크 & 에네스쿠 첼로 협주곡
비온 창(첼로)/스콧 유(지휘)/스코틀랜드 내셔널 오케스트라 Sony Classical S80459C
동유럽의 진한 색채를 간직한 드보르자크와 에네스쿠의 첼로 협주곡이 미국 첼리스트 비온 창의 선율로 색다르게 태어났다. 그는 11세에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통해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알렸다. 7세에 첼로를 처음 시작한 이후 줄리아드 음대와 하버드, 예일대에서 차례로 수학하며 음악적 기량을 키웠다. 뉴욕 필하모닉뿐 아니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홍콩 필하모닉 등과의 협연을 거치며 점차 그만의 색채를 갖췄다. 묵직한 첼로 선율과 어우러지는 스코틀랜드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연주 역시 고급스럽다.
슈만 ‘시인과 사랑’ 외
율리안 프레가르디엔(테너)/상드린 피우(소프라노)/에릭 르 사주(포르테피아노) Alpha 457
한스 젠더 편곡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로 센세이션한 반응을 얻었던 율리안 프레가르디엔이 들려주는 슈만 ‘시인의 사랑’이다.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3개의 로망스’ ‘이 몸이 새라면’과 같은 클라라의 가곡도 함께 불렀다. ‘밤에’ ‘사자의 약혼녀’와 같은 듀엣곡에서는 소프라노 상드린 피우가 함께해 황홀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피아노에는 에릭 르 사주가 블뤼트너 포르테피아노를 사용하여 슈만 당대 음향에 각별히 다가서도록 노력했다. 슈만의 빛나던 시절이 눈앞에 그려지는 음반이다.
러브 더 클래식
플러스 챔버 그룹 악당이반 ONWCD105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플러스 챔버 그룹의 신보다. 앞선 두 앨범에서 각각 애니메이션과 대중가요를 주제로 크로스오버 음악을 연주했다면, 이번엔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인를 선보인다. 실내악곡 중 많은 이들이 즐겨듣는 모차르트 피아노 4중주 1번과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를 들을 수 있다. 플러스 챔버 그룹은 한국·캐나다·미국·폴란드 등지의 실력 있는 솔리스트들과 실내악 연주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완성도 높은 음악과 친근한 레퍼토리로 관객과 소통하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슈베르트 & 브람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듀오
EPR Classic EPRC 030 피터 비스펠베이(첼로)/파올로 지아코메티(피아노)
피터 비스펠베이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듀오 작품 전집 완결 음반이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비롯해 소나티나 D384, 첼로로 편곡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3번, 그리고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가 담겨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4집에서 들려주었던 일반적인 첼로 편곡의 D장조가 아닌 원조인 G장조로 연주해 더욱 흥미롭다. 강렬한 리듬이 살아 숨 쉬는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의 생생한 감흥은 시리즈의 마지막에 걸맞게 압도적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 Vol.1
박지영(바이올린)/권요안(피아노) Audioguy AGCD0121
베토벤의 초기 바이올린 소나타와 후기 바이올린 소나타가 한 음반에 수록됐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영의 연주로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다수의 베토벤 작품에서 느껴지는 파워를 명랑한 흐름으로 재해석했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역시 젊은 시절 가졌던 베토벤 특유의 음악성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 두 개의 악기만으로도 장엄한 선율을 끌어낸다. 바이올린 소나타 10번에서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보다 풍부해진 베토벤의 음악성을 느낄 수 있다. 한 음악가의 삶을 자연스레 따라가 볼 수 있는 음반이다.
프랑스 피아노 작품집 ‘나의 파리 시절’
알랭 르페브르(피아노) Warner Classics 0190295689414
프랑스에서 태어난 캐나다 국적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알랭 르페브르의 워너 클래식 데뷔 앨범이다. 드뷔시 ‘아라베스크’ 1번, 사티 ‘3개의 짐노페디’, 라벨 소나티네 등 널리 사랑받는 프랑스 작곡가의 명곡을 수록했다. 피에르 상캉을 사사한 알랭 르페브르는 파리 음악원에서 수학하는 동안 프랑스 문학을 탐독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스승의 가르침과 우아하면서 전달력 있는 프랑스 예술의 특성이 묻어나는 연주가 특징이다. 음반에 담긴 모든 곡이 파리에서의 한 순간, 어느 장소를 묘사하는 것처럼 들린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109 외
스티븐 오스본(피아노) Hyperion CDA68219
앞선 2장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녹음에 이은 세 번째 음반이다. 후기 소나타 세 곡인 Op.109·110·111을 담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스티븐 오스본은 1991년 클라라 하스킬 피아노 콩쿠르와 1997년 뉴욕 나움버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09년 브리튼 피아노 협주곡으로 영국 그라모폰상 협주곡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이번 음반 역시 그라모폰 이달의 음반과 BBC 라디오 3 이주의 음반에 선정되는 등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연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동일한 레퍼토리로 10월 24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연주한다.
판타지아와 파사칼리아
김진(바로크 바이올린) Audioguy AGCD0123
바로크 시대는 바이올린의 기교와 표현에 있어서 찬란한 꽃을 피어낸 시기였다. 당대에는 연주자의 즉흥성을 발휘해 음악을 말하는 것처럼 연주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은 당대 연주법을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바이올린 솔로 곡들을 모아 음반을 발매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을 극적으로 표출한 판타지아는 자유를 선사한다. 반면에 파사칼리아는 다양한 변주곡 형식을 펼쳐나가면서도 반복되는 베이스 성부가 특징이다. 샤콘은 모험의 시간을 거쳐 평온해진 삶의 여정을 그려낸다. 따뜻하게 이어지는 김진의 연주는 노스텔지어를 불러온다.
멘델스존 ‘론도 카프리치오소’ 외
뉴뉴(피아노) Decca DD41176
중국의 차세대 피아니스트 뉴뉴의 데카 데뷔 음반이다. 1997년생으로 6세에 첫 리사이틀을 가진 그는 상하이 음악원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이후 뉴잉글랜드 음악원과 줄리아드 음대에서 공부했으며 2007년 EMI 클래식과의 독점계약으로 최연소 EMI 클래식 아티스트가 됐다. 같은 해 로열 페스티벌홀 공연과 2014/2015 시즌 이르지 벨로흘라베크가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홍콩·일본·영국 등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음반에서는 멘델스존, 쇼팽, 리스트 등을 연주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집
서정민(가야금) 외 악당이반 ADCD 529
동시대 가야금 음악을 탐구하는 가야금 연주자이자 창작자 서정민의 두 번째 음반이다. 서정민은 직접 작곡·연주·프로듀싱한 첫 솔로 앨범으로 2017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음반에서는 무의식에 남아있는 소리의 근원을 찾는 색다른 음악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그는 오래된 한국 가정집에서 이뤄진 즉흥 연주 중에 날 것의 소리가 나왔던 경험이 프로젝트의 출발이었다고 전한다. 실험적인 주제 의식뿐 아니라 원초적인 소리를 25현 가야금으로 구현한 연주 테크닉도 돋보인다.
소담, 우스개소리
정수년(해금) 외 Geum GGC19009
정수년은 해금 창작곡을 개발하고자 장기프로젝트 ‘정수년의 해금세계’를 진행하고 있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매한 이번 음반은 2009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연주 실황을 담았다. 해금과 바이올린,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소리 그림자 No.2’와 해금과 피아노를 위한 2중주 ‘소리 그늘에서’ 등 총 세 작품을 수록했다. 특히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의 ‘이불 속에서 웃노라’를 소재로 한 ‘소담, 우스개소리’는 해금의 표현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이규보의 작품을 해금의 해학적인 표현과 전통적인 소리를 중심으로 풀어내 색다름을 준다.
포토그라피아
마리아 킴(보컬·피아노) 외 Sony Classical S80455C
재즈 뮤지션 마리아 킴이 따뜻한 흥겨움을 담은 새 음반으로 돌아왔다. 강렬한 리듬감을 특징으로 하는 브라질리언 음악을 보사노바 재즈풍으로 부드럽게 풀어냈다. 앨범명이자 타이틀곡 ‘포토그라피아’는 해 질 녘 바닷가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처럼 그려낸 곡이다. 섬세한 피아노 연주와 말하듯 노래하는 마리아 킴의 목소리는 청중들에게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버클리 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한 그녀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등 국내외 무대에 오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