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MUSIC
생동하는 국악
국립극장 개관 70주년을 기념해 국립창극단은 연출가 김명곤과 20년 만에 협업한 신작 ‘춘향전(가제)’을 선보인다. 학계에서는 판소리 ‘춘향가’를 바탕으로 만든 ‘춘향전’을 현대 창극의 시초로 본다. 국립창극단의 초심찾기인 셈이다. 국립극장 창설 50주년에 초연됐던 국립국악관현악단 ‘겨래의 노래뎐’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꾸며진다. 국립국악원은 새해, 가족 관객 맞춤형 공연에 주력한다. 조선 왕실의 세자 이야기를 담은 국악극 ‘효명(가제)’을 새로이 선보이고, ‘토요국악동화’ 상연 횟수를 기존 27회에서 40회로 늘였다. 또한 여름밤에 열리던 우면산별밤축제는 선선한 봄, 가을로 시기를 옮겨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게 했다. 한편 신작에는 각 단체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반영됐다. 정악에 담긴 인문학적 이야기를 연주와 함께 풀어내는 ‘조선음악기행’, ‘섬’으로 지역적 색채가 더해진 소리를 들려주는 민속악단이 그러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선 올해 일곱 편의 국악 작품이 기획됐다. 그중 신진 창작자에게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두 작품이 눈에 띈다. 전곡 위촉 초연작품으로 구성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첫선음악회’와 20대 신진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2020 새로고침’이다. 경기도립국악단은 새 예술감독 원일과 새해를 맞았다. ‘창조’를 중요한 주제로 내세운 경기도립국악단은 동시대의 시나위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신(新), 시나위’, 한국적 오케스트라를 보여줄 ‘역(易)의 음향’, 음악감독 장영규, 작곡가 라예송의 위촉초연곡을 포함한 ‘21세기 작곡가 시리즈’로 관객과 만난다. 2020년엔 톡톡 튀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국악 작품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정동극장은 판소리 합창과 현대무용이 만난 ‘적벽’(2017), 뮤지컬과 창극이 만난 ‘아랑가’, 조선 시대 전기수를 다룬 ‘판’ 등을 공연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국악과 사주 운세 풀이가 함께하는 독특한 공연 ‘당신의 팔자를 살리는 음악’, 옛 국악인들의 본거지였던 돈화문로를 거니는 투어형 공연 ‘돈화문나들이’ 등을 선보인다.
박서정
THEATER
관객의 감각을 일깨우는 연극
눈길을 사로잡는 대작과 사회의 면면을 담아낸 신작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는 한 해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 ‘워 호스’가 마침내 한국을 찾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기마대 군마로 차출된 말 조이와 소년 앨버트의 모험과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실물 크기의 말 퍼펫이 압권인 작품이다. 2007년 올리비에상 2개 부문, 2011년 토니상 5개 부문을 석권했다. LG아트센터는 올해 역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연출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짚는다. 스위스 연출가 밀로 라우의 ‘반복-연극의 역사’는 2012년 벨기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폭력을 꼬집는다. 유럽 연극계에 다큐멘터리 시어터 바람을 일으킨 밀로 라우의 장기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러시아 레드 토치 시어터의 예술감독 티모페이 쿨리아빈 역시 대표작 ‘오네긴’을 통해 한국을 처음 찾는다. 러시아 문학가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귀족과 여인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그린다. 캐나다 아트 서커스 단체 세븐 핑거스 ‘여행자’는 2018년 캐나다 아트 마켓 시나르(CINARS) 최고 화제작으로, 서커스 기술과 드라마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서커스 드라마’를 표방한다. 국립단체들 역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간다. 먼저 창단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은 기념공연 ‘화전가’(배삼식 작·이성열 연출)를 시작으로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기군상 작·고선웅 연출)’을 재연한다. 국립극단과 협업하는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SC)의 2019년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 내한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관습적 성 역할을 뒤집은 파격적인 설정과 장애인 배우 캐스팅으로 영국에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한국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최초로 공연화 된다.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국립극단이 함께 제작하는 이번 공연은 셀마 알루이가 각색과 연출을 맡고, 한국 배우들과 양국 디자이너들의 협업으로 완성된다. 경기도립극단은 ‘브라보, 엄사장’ ‘파묻힌 아이’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등의 신작을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직면한 문제를 색다르게 풀어낸다. 특히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국내에서 러시아 작품이 활발히 오르는 가운데 LG아트센터와 경기도립극단 모두 ‘오네긴’을 선보인다. 러시아 연극계의 앙팡테리블로 불리는 연출가 콘스탄틴 보고몰로프가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신작으로, 두 가지 버전의 ‘오네긴’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서울시극단은 구자혜, 이기쁨 등 젊은 연출가들의 손길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로드킬 인더씨어터’ ‘나, 혜석’ 등을 무대에 올린다. 매년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해 과학적·인문학적·예술적으로 접근해온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인문극장이 내세운 올해 키워드는 ‘푸드’다. ‘1인용 식탁’ ‘대결! 궁극의 맛’ ‘식사’ 등이 공연되고, 두산아트랩 시리즈도 변함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권하영
MUSICAL
초연, 그 설레는 이름의 뮤지컬
새로운 뮤지컬을 기다렸던 관객이라면 올해는 만족스러울 듯하다. 라이선스와 창작에서 모두 신작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특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 대거 찾아온다. 열여섯 고등학생 제이미가 편견을 극복하고 드래그퀸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제이미’가 아시아 초연된다. 팝 스타일의 신나는 음악과 안무가 돋보인다.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아메리칸 사이코’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꼬집는다. 지난해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관객참여형(이머시브) 공연의 가능성을 엿봤다면, ‘더 그레이트 코멧’으로 그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19세기 러시아 귀족 살롱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진다. 여성 4인조 록 뮤지컬 ‘리지’, 미국 작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다룬 ‘펀 홈’에서는 여성이 온전한 주인공이 된다. 창작뮤지컬 신작에서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미스트’는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했으며, ‘봄을 그대에게’는 1987년 6월 항쟁의 한복판으로 달려간다. 일곱 왕자의 세자 선발전을 그린 ‘세자전’은 동명의 인기 웹툰에서 가져왔고, 큰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또 오해영’이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현대인의 SNS 활동을 독특하고 코믹하게 풀어낸 ‘차미’는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프로그램으로 탄생한 후 정식 공연을 확정했다. 다소 익숙한 서양 영화 및 만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역시 눈길을 끈다. 로마 시대 노예 검투사 반란을 다룬 ‘글래디에이터’와 연출가 왕용범이 참여한 ‘글루미 선데이’ ‘베르사유의 장미’가 공연된다. 초연 외에도 10주년을 맞은 ‘마마, 돈 크라이’ ‘모차르트!’ ‘몬테 크리스토’ 등의 스테디셀러가 명맥을 이어가고, ‘렌트’ ‘드라큘라’ ‘캣츠’의 귀환 역시 반갑다.
권하영
DANCE
인간과 삶을 고찰한 무용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 되는 올해, ‘러시아’라는 큰 줄기를 타고 다양한 몸짓이 뻗어 나가는 모양새다. LG아트센터는 러시아 문학을 원작으로 하는 공연을 묶어 패키지를 출시했다. 니콜라이 고골이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크리스털 파이트가 안무·연출한 무용극 ‘검찰관’이 5월 공연된다. 러시아 고전 문학의 정수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또한 러시아 출신의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로 무대에 오른다. 에이프만은 고전 문학을 드라마 발레로 과감하게 재해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안나 카레니나’는 4월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으로도 만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은 2020년의 시작과 끝을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를 만날 수 있는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으로 채운다. 유니버설발레단과 경기도립무용단은 각각 ‘오네긴’을 선보인다.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존 크랑코가 안무하고 제인 번이 연출한 ‘오네긴’을 2009년 한국 최초로 라이선스를 획득해 소개한 바 있다. 경기도립무용단은 러시아 출신의 연출가 세르게이 제믈랸스키와 함께 플라스틱 드라마(비언어극의 일종으로 대사가 아닌 소품·소음·동작 등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표현)로 재창작한 ‘오네긴’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그간 발레나 오페라로 공연되던 ‘오네긴’이 한국무용을 만나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올가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소속의 마린스키 발레는 세종문화회관을 찾는다. ‘카르멘’ ‘젊은이와 죽음’ ‘파키타’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이며, 수석 무용수 김기민을 포함한 100여 명이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적 색깔이 더해진 창작 공연도 눈에 띈다. 서울시무용단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한국전쟁 때 헤어진 부모를 찾는다는 내용의 ‘놋(Not One There)’(2019)을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 역시 구한 말 언론인 장지연이 조선시대 하층민의 생활상을 그려낸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에 기반한 창작발레 ‘호이 랑’(2019)을 재공연한다. 경기도립무용단은 고려 후기 ‘만적의 난’을 바탕으로 한 무용극 ‘률(律)’을 시즌 첫 작품으로 택했다. 가상의 인물인 률이 만적을 대신해서 민중 개혁을 이끈다는 내용을 남성 무용수의 역동적인 군무로 표현했다. 조선 시대 풍속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본(本)’은 경기도립무용단·무용가 노정식·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가 함께하는 컨템포러리 댄스 공연이다. 이밖에 굵직한 내한 공연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LG아트센터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튜 본의 작품이 오른다. ‘빨간 구두’(2016)는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발레리나의 이야기로, 올리비에상 2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현대 무용·안무가 아크림 칸은 ‘제노스’(2018)로 6년 만에 내한한다. 안무가 로이드 뉴슨은 100년 역사의 영국 램버트 무용단과 자신의 초기작 ‘엔터 아킬레스’(1995)를 다시 제작해 선보인다. 남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집단 내 폭력성을 고찰하는 작품이다. 중국 현대무용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안무가 타오 예의 대표작인 숫자 시리즈 두 편이 국내에 소개된다. 국립극장의 해외초청작인 타오 댄스 시어터 ‘4’(2012) ‘9’(2017) 가운데 ‘4’는 해당 시리즈 중 가장 호평받은 작품이며, ‘9’는 가장 최신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춤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찾아온다. 20회를 맞은 서울국제즉흥춤축제가 4월 열린다. 제39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는 5월, 제16회 부산국제무용제와 제10회 대한민국발레축제는 6월에, 지난해부터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무용인 한마음축제와 제5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는 7월에 관객을 찾아온다. 제23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박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