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캐스린 맥다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7월 13일 9:00 오전

GLOBAL ORCHESTRA CEO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캐스린 맥다월

관객 친화적 악단의 힘과 원천

 

캐스린 맥다월
에든버러 대학에서 음악 전공
영국 오케스트라 협회 교육 프로젝트 수립
영국 웰시 내셔널 오페라·북아일랜드 얼스터 오케스트라 근무
영국 문화 예술위원회 대표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 대표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감독 
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2012년, 사이먼 래틀/런던 심포니는 런던 올림픽에서 미스터 빈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런던 심포니(이하 LSO)가 앞으로 대중에게 더욱 친화적인 악단이 되리라는 선언과 같았다. 이후 래틀과 LSO의 조합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역시나 2017년부터 사이먼 래틀은 본격적으로 LSO의 지휘봉을 잡았다.
LSO는 1904년 초대 음악감독인 한스 리히터를 시작으로, 에드워드 엘가(1911~1912 재임), 앙드레 프레빈(1968~1979 재임), 클라우디오 아바도(1979~1988 재임), 마이클 틸슨 토머스(1988~1995 재임), 콜린 데이비스(1995~2006 재임), 발레리 게르기예프(2006~2015 재임) 등 저명한 지휘자들이 거쳐 갔다. 현재는 사이먼 래틀(1955~)이 음악감독,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잔안드레아 노세다(1964~)와 프랑수아 자비에르 로스(1971~)가 객원 지휘를 맡고 있다.
정통 클래식 음악부터 영화 음악, 게임 음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력을 자랑하는 악단이다. 그동안 영화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뉴문’ ‘스타워즈’ ‘슈퍼맨’ 등의 영화 음악, ‘슈퍼 마리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앵그리 버드’ 등의 게임 음악 공연을 진행해왔다. 영화 ‘해리 포터’의 작곡가로 알려진 패트릭 도일이 LSO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하기 했다.
세계 초연에도 적극적으로 임한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3·5번, 엘가 첼로 협주곡,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교향곡 1번 등이 LSO를 통해 처음 연주됐다.
악단 운영 방식에선 차별점이 보인다. 단원이 오디션을 시행하는 등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자치 운영(Self-Governing)을 지향한다. 단원 모두 LSO Ltd의 주주이며, 음반 녹음 중 문제가 있으면 LSO 이사회가 대신 결정을 내린다. 2005년부터 LSO 대표로 부임 중인 캐스린 맥다월(Kathryn McDowell, 1959~)과 인터뷰를 했다.

LSO는 2015/16시즌부터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함께하고 있다. 래틀이 이끄는 LSO 내한은 늘 한국 음악팬들을 설레게 한다.
사이먼 래틀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창의적인 지휘자다. 악단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현대음악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모색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래틀이 LSO에 부임할 때 전용홀 설립에 관한 이슈가 있었다. 
최근 LSO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전용홀이다. 바비컨 센터에 상주한지 40년 정도 됐고, 이곳에서 1년에 70회 정도 공연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케스트라에 적합한 공연장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런던 박물관(Museum of London) 부지에 오케스트라 전용홀 건립을 확정했다. 홀의 디자인은 이미 나온 상황이다. 하루빨리 런던 박물관이 새 보금자리로 옮겨야 한다.

공연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무엇을 중요시 하나? 다음 시즌에 주목해야 할 공연이 있다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성 있게 기획하려고 한다.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가스펠·재즈·영화 음악·게임 음악까지 아우르며 새로운 관객 유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다음 시즌에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 나온 곡들을 연주한다. 이 시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작곡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LSO의 성장에는 영화 음악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내부적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려는 분위기인가?
모든 장르의 음악에는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악단 내부에서는 장르를 한정 짓지 않고, 좋은 음악이면 영화 음악이든 게임 음악이든 연주하고자 한다. 가능한 다채로운 장르를 통해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

LSO는 초연에도 관대한 편이다. 이는 신인 작곡가에게 친화적인 악단이란 뜻인데.
신인 작곡가들을 위한 콩쿠르를 진행하고, 선발된 작곡가는 1~2년의 작업 기간 동안 LSO를 위해 곡을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 다음 시즌에는 세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세계 초연되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이다.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래틀이 지휘할 것이다. 내년 1월에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LSO의 예산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정부와 런던시의 지원이 22%이고, 나머지 78%는 자체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구조다. 78%의 수익 중에서 25~30% 정도는 티켓 판매 수입, 개인 및 기업의 지원이다. 나머지 약 50% 정도는 LSO가 연주로 벌어야 하는 수입이다. 현재 코로나19로 투어가 어렵기 때문에 수입 창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

2000년도에 만들어진 자체 레이블 LSO Live는 악단 운영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편인가?
사이먼 래틀·발레리 게르기예프·존 엘리엇 가디너·잔안드레아 노세다 등 많은 지휘자들이 음반 녹음에 함께했고 다수의 그래미 상을 받았다. LSO Live는 우리 악단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매 시즌 연주되는 주요 공연을 녹음하기 때문이다. 수석 객원 지휘자인 잔안드레아 노세다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번, 자베에르 로스가 지휘한 ‘파누프니크 레가시 3(Panufnik Legacies III)’가 최근 발매됐다. ‘파누프니크 레가시 3’에는 신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담았다. 한국인 작곡가 신동훈(1983~)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신인 작곡가에게 전문적인 음반 녹음의 기회를 주려고 한다. 이들이 음반을 통해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LSO Live의 비즈니스 모델은 녹음료를 선지급하지 않고, 로열티를 베이스로 진행해 성공적인 평가받고 있다.

바이러스 때문에 세계 공연계가 어수선하다. LSO는 언제쯤 다시 공연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나?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계획은 7월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음반 녹음부터 하고, 가을에는 바비컨 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오케스트라의 재정 운영 방법도 변경됐나?
사무국 직원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다. LSO 단원들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내부적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에서 LSO 음악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음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LSO 홈페이지에서 ‘Always Playing’이라는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제공한다.(lso.co.uk/whats-on/alwaysplaying.html) 실황 공연을 할 수 없는 동안에도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공연 녹음·인터뷰·기사·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

임기 동안 LSO에서 이루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LSO 임기 동안 이루고 싶었던 첫 번째 목표는 사이먼 래틀을 음악감독으로 오게 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는 이뤘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오는 10월, 2년 만에 다시 내한한다. 한국 관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무엇보다 LSO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관객은 매우 열정적이다. LSO 음반과 공연 실황은 물론, 수석 플루티스트가 쓴 ‘길 위의 오케스트라’(아트북스)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올해 10월 한국에서 꼭 만날 수 있기를!

 

©Mark Allan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LA 필하모닉에서 수석지휘자를 맡았다. 1980년부터는 시티 오브 버밍엄 심포니 수석지휘자로 일했다. 2002년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후임으로 베를린 필 음악감독으로 임명됐으며, 2010년 투표를 통해 임기가 2018년까지 연장된 바 있다.
사이먼 래틀과 런던 심포니의 인연은 1977년 10월, 22세 나이로 런던 심포니 지휘를 맡은 걸로 시작된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LSO를 지휘했다. 2017년 9월부터 런던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BOOK

사이먼 래틀
카라얀을 뛰어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지휘자
니콜라스 케니언 저 | 김성현 역 | 컬처그라퍼 | 2008
“현대 음악과 영국 음악에 대한 래틀의 헌신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버밍엄 시절에 수많은 신곡을 위촉하고 세계 투어에서 연주했으며, 언제나 자신의 작업에서 새로운 작품을 중심에 놓았다. 다른 어떤 지휘자도 이점에서 래틀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33쪽)
영국의 음악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케니언(1951~)이 30년 가까이 사이먼 래틀의 행보를 지켜보며 꼼꼼하게 기록한 자료다.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필을 맡기까지의 시점을 담았다. 래틀이 그의 동료들과 직접 말한 내용이 곳곳에 배치되어 생동감을 준다. 이야기는 2000년 래틀이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로 부임하기 전 단원들과 함께 새로운 개혁을 감행한 사건에서부터 출발한다. 래틀이 어떻게 우리 시대 최고의 지휘자 대열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길 위의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100년의 연주여행
가레스 데이비스 저 | 장호연 역 | 아트북스 | 2015
“미국에 연주여행을 갈 때 가장 못마땅한 것은 취업 비자를 받으려고 런던의 미국 대사관에서 줄을 서는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다. 가끔 그곳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스타를 구경할 때도 있다.”(112쪽)
가레스 데이비스(1971~)는 2000년부터 런던 심포니 수석 플루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책에서 데이비스는 1912년 런던 심포니의 첫 미국 순회공연과 2012년 연주 여행 기록을 전한다. 특히 악단 단원들을 주목한다. 우연히 저자 손에 들어온 한 단원의 일기와 런던 뉴욕 기록보관소의 자료들, 당시 신문기사를 바탕으로 입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1912년과 2012년 투어 상황을 번갈아가며 배치했다. 100년 전과 오늘날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삶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정리 장혜선 기자

 

 

 

박선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및 뉴욕대 예술경영 석사, 홍콩과학기술대 MBA, 성균관대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싱가포르 IMG 아티스트, 미국 뉴욕 필하모닉 기획팀에서 근무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며, 예술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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