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정복한 팬텀싱어, 고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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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8월 28일 12:44 오후

세상에 없던 목소리

팬텀싱어 시즌3의 라비던스 멤버 소리꾼 고영열

피아노 위로 판소리 한 자락이 흐른다

 

 

 

현재의 음악신은 예전과 달리 빠르게 다양화·다분화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관객의 취향과 다양성이 쑥쑥 성장하는 시대이다. 그 속에서 특정 장르를 고수하는 ‘뿌리’론과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횡단’론이 자연스럽게 충돌 중이다. 대중 매체와 인터넷 속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러한 양측의 만남과 결합을 시도하는 공개된 실험실이 되고 있다. 그 속에서 예술가는 새롭게 태어나고, 청중은 새로운 음악에 열광한다.
지난 4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진행된 ‘팬텀싱어’ 시즌 3을 통해 고영열도 한편의 실험보고서를 썼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판소리와 거리를 좁혔고,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한 대목을 그의 다부진 입모양을 보며 흥얼거렸다. 결국 고영열(1993~)은 결승전을 거쳐 2위에 달한 라비던스의 멤버로 다시 태어났고, 각기 다른 네 명의 소리가 모인 소리-사각형의 한 변을 맡는 소리꾼이 되었다.

 

팬텀싱어를 출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크로스오버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고수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진정한 크로스오버의 묘미를 체험하고 싶었다.
목을 써서 소리를 내는 성악을 공통으로 한 경연이었지만, 서로 다른 개성과 장르의 주인공들이 모였던 만큼 남다른 깨달음도 얻었을 것 같다. 참가자들의 발성과 음을 맞추는 방법 등이 완전히 틀리더라. 각기 다른 소리들을 서로 이해하고 하나의 소리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성악가들은 정서적으로 판소리꾼이 되어갔고, 나는 성악가들의 전문용어나 발성법에 자연스레 물들며 서로를 재밌게 바라보고 배우는 과정이었다.
김준수, 유태평양 등과 함께 차세대 젊은 소리꾼으로 통한다. 같은 전공의 소리꾼들과 함께 무대에 설 때와 라비던스(고영열·존노·김바울·황건하)의 멤버로 무대에 설 때의 차이점이 있을 텐데. 소리꾼들과 함께 할 때, 우리는 하나의 뿌리를 공유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반면, 전공이 다른 라비던스는 하나의 접점을 찾는 게 먼저고, 후에 개성을 입힌다.
2015년, 피아노 치는 소리꾼으로 데뷔하며 ‘피아노병창’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6년 두번째달과 ‘판소리 춘향가’ 프로젝트, 2017년 송소희와 유열의 ‘이별이래’를 재해석하여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최종 우승, 2019년부터 뜨거워진 유명세… 그리고 2020년 팬텀싱어. 이런 여정을 걸을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었나? 전혀. 당장 내일의 나 자신도 가늠되지 않는데… 그저 음악적으로 여러 모험을 시도하며 살아왔다.
공연장의 무대 위와 TV 속.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히 다르진 않다. 이를 떠나 개인 콘서트가 제일 편하고 좋다. 좀 더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러하다 보니 관객과 소통도 더 편하다.
고영열의 인생, 그 첫 시작으로 돌아가 보자. 소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수영선수가 꿈이었다. 그래서 판소리가 폐활량에 도움이 된다하여 소리를 배웠다. 그런데 수영을 배웠던 탓에 폐활량이 좋아 오히려 판소리에 더 도움이 되더라. 주객이 바뀐 셈이지.(웃음)
스스로 생각해볼 적에 몇 살 때까지 ‘평범한 고영열’이었나? 스승의 목소리를 꼬박 따라하고, 지극히 평범한. 대학 입시 준비할 때까지만.
그럼 어떻게 하다가 피아노와 함께 하는 소리꾼이 되었나. 광주예술고와 한양대를 다녔는데, 음악학교에는 대개 연습실이 있지 않은가? 학생들은 학교측으로부터 연습실을 배정 받는데 보통 국악 전공 학생들이 쓰는 연습실은 안방처럼 생겨 좌식으로 국악기를 연습한다. 그런데 내가 배정 받는 연습실마다 우연치 않게 항상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건반을 하나하나 두드려 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턴가 자연스레 연주하게 됐고, 어느 순간 ‘사랑가’를 부르고 있더라.
그렇게 넘기기엔 피아노 실력이 월등한데. 심지어 판소리와 어울리는 코드를 찾아 누르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더라. 무엇보다 목소리의 레이어가 독특하다. 판소리 특유의 쇳소리가 없으면서도 강한 힘이 있고, 강하면서도 발라드틱하다. 매력적이다. 특히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랑가’를 할 적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판소리는 마당에서 군중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예술이었다. 그러한 탓에 발성이 크고 단단하며 발음 체계도 정확하다. 여기에 연극적인 연기도 함께 전달해야 하고. 그런데 ‘사랑가’를 부를 때에는 감성적인 면이 부족한 것 같았다. 노래 속의 감성을 보다 더 잘 전달하고 싶었고, 그러면서 지금 나만의 ‘사랑가’를 만들게 되었다.
대중과 점점 가까워지며 과감한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판소리의 근원이나 뿌리로부터 멀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나? 없다. 뿌리가 흔들리면 그 어떤 음악도 다양하게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도 계속 전통적인 판소리를 연구하고 연습한다.
즐겨 듣는 음악이나 장르가 있다면? 벤자민 클레멘타인과 제이콥 콜리어. 사실 나는 ‘편음’하지 않는다.(웃음) 모든 음악과 장르를 다 좋아하고 그것들이 나의 자양분이 된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 사진 Hello!Artist

 

 

 

경기국악원 ‘짬콘서트:조선클럽’-고영열 ‘클럽 PAN’

 

경기아트센터 경기국악원(용인시 소재)의 기획공연 ‘짬콘서트:조선클럽’은 젊은 국악인들이 출연하는 시리즈이다. 지난 6월, 이희문밴드의 ‘한국남자’를 시작으로 앞으로 4회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고영열은 ‘클럽 PAN’ 공연(8.19)을 선보인다. “판소리와 민요, 창작곡 등 ‘국악인 고영열’로서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에게 공연에서 만날 수 있는 3곡을 엄선해 달라고 했다. “리드미컬한 삼바 리듬으로 편곡하여 ‘삼바민요’라 부르고 싶은 풍년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그니처 ‘피아노 병창-사랑가’, 대중에게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올해 3월 싱글앨범으로 발표한 ‘이룰 수 없는’을 기대해 달라.”
‘짬콘서트:조선클럽’은 9·10월로 이어진다. 판소리와 발레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일 오단해와 서울발레시어터의 ‘조선연애담’(9.9), 국악어쿠스틱앙상블 재비와 유엔젤보이스의 ‘풍류정원’(10.14), 첨단 소리꾼 권송희·신유진·이나래·안이호가 함께 하는 이날치 밴드의 ‘환락’(10.21)이 이어질 예정. 매 공연은 고강도 객석간 거리두기로 재정비된 경기도국악원 앞 야외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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