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 필하모닉 대표 잉리 뢰위네스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9월 7일 9:00 오전

GLOBAL ORCHESTRA CEO

오슬로 필하모닉 대표

잉리 뢰위네스달

노르웨이 최고(最古) 오케스트라의 자부심

 

잉리 뢰위네스달

– 오슬로 대학교 정치학 전공

– 오슬로 음악원 피아노 전공

– 전) 에드바르 그리그 뮤지엄 트롤하우겐 대표

– 현) 오슬로 필하모닉 대표(2013~)

 

노르웨이는 ‘북유럽 예술의 고장’이라고 불린다. 눈부신 설경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이 된 노르웨이. 빙하와 백야, 오로라 등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클래식 음악에선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의 나라로 유명하고, 연극에선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 미술에선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나라라고 불린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도 다양한 문화 명소가 있다. 시내 곳곳에는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오슬로 콘서트홀·오슬로 국립극장 등 여러 공연장이 있다. 도심에 위치한 오슬로 콘서트홀에는 오슬로 필하모닉이 상주한다.

오슬로 필하모닉은 1919년에 만들어진 북유럽 대표 교향악단이다.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와 모리스 라벨(1875~1937)이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지도했고,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1943~2019)가 이 오케스트라를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과 견줄만한 악단으로 끌어올렸다. 1986년부터 리코딩 레이블 EMI와 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음반을 발매하고 있다.

올여름부터는 핀란드 출신의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1996~)가 상임지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북유럽 감수성’을 장착하게 된 이들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3년부터 오슬로 필하모닉 대표로 있는 잉리 뢰위네스달(Ingrid Røynesdal, 1978~)과 인터뷰를 했다.

1919년에 창단한 오슬로 필하모닉은 지난해 백주년을 맞았다. 노르웨이 최초의 오케스트라라는 자부심이 클 것 같다. 오슬로 필만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인가?

오슬로 필하모닉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얀손스는 오슬로 필하모닉을 북유럽 중심 오케스트라로 우뚝 서게 했다.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전통적으로 현악기와 관악기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리스 얀손스와의 음반 작업으로 오슬로 필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얀손스와 오슬로 필은 노르웨이 음악은 물론 새로운 음악들을 녹음해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얀손스와 녹음한 차이콥스키 교향곡은 오슬로 필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현재도 마에스트로 얀손스를 그리워하는 단원들이 많겠다.

몇몇 단원들은 얀손스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리더십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기존 단원들은 지금도 여전히 얀손스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젊은 단원들은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얀손스는 1979년부터 2000년까지 재임 기간 동안 단원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겼기에 오케스트라가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유럽 출신의 클라우스 메켈레를 음악감독을 영입해 이목을 끈다. 임기를 4년 계약으로 진행한 이유도 궁금하다.

새로운 음악감독을 찾을 때 나이와 출신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북유럽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오슬로 필에 클라우스 메켈레를 초대하기 전, 나는 지난 몇 년 간 그의 커리어를 꼼꼼히 살폈고, 메켈레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첫 리허설부터 완벽했다. 단원들의 호응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2018년 1월 베토벤 교향곡을 함께 연주했는데 단원들은 메켈레의 음악성과 잠재력에 압도당했다. 그리고 그와는 4년 계약이 아닌 7년 계약을 했다!

오슬로 필하모닉 ©Marco Borggreve

한국의 호르니스트 김홍박과는 수석 종신 계약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김홍박 호른 수석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오케스트라의 호른 파트와 음색이 잘 어울리는 연주자를 찾았다. 베를린에서 열린 오디션에서 드디어 김홍박을 만났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영감을 주는 연주자다.

스스로 오슬로 필의 사운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을 가진 현악기 파트와 개성 있는 금관악기 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강렬함과 따뜻함의 ‘레가토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면 될까나?

프로그래밍 할 때 어떤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나?

상임지휘자와 지속적으로 의논해 프로그램을 결정한다. 프로그램을 정하는 데에는 어떤 곡을 녹음할지, 투어에서는 어떤 곡을 연주할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대중적인 오케스트라 작품과 현대 곡 초연을 포함해 노르웨이의 고전부터 현대 작품까지 균형 맞춰 편성한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1927~), 유카 페카 사라스테(1956~), 바실리 페트렌코(1976~)와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들과도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그들과 함께할 기회도 만든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음악인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음악과 문화의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슬로 필하모닉은 야외 음악회에도 강점을 보이는데.

올해는 오슬로의 해안가에서 야외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슬로 중심부 해안가에 새 공연장을 짓고 있다. 무관중 공연이지만,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노르웨이의 전국으로 방영될 것이다. 클라우스 메켈레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후 첫 번째 공연이기도 하다.

춥고 서늘한 북유럽만의 특징이 노르웨이의 음악에 어떻게 발현됐을까? 이러한 문화적 특징으로 인한 노르웨이의 음악적 특징이 있을까?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다, 숲, 산속의 오두막에서 지내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리그를 포함한 노르웨이 작곡가들은 유럽의 전통음악과 노르웨이의 민속음악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지만, 특히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의 일상은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삶이다.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음악가가 많은 것은 다 자연이 주는 영감 때문이 아닐까.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20여 명의 사무국 직원이 관리하고 있다.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오슬로 필을 노르웨이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운영을 단순화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조직을 경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능력은 많지만 겸손한 직원들이 있기에 오케스트라를 잘 운영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운영 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리더십 덕목은?

몇 문장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노르웨이의 문화 예술 기관의 리더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와 사업 부분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협업해야 하며 동시에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고, 단원들의 예술성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

한 해 예산 규모는? 지원은 어떻게 받는지?

총예산은 약 280억 원이며 이 중 약 85%는 정부 지원이다. 오슬로 필은 노르웨이 정부 지원이 비교적 많다. 그래서 해외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민간 후원자들에게 덜 의존하는 편이다.

오슬로는 인구수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닌데.

그래도 우리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고정 관객이 많다. 다만, 젊은 관객에게도 다가가고 싶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오슬로 필하모닉의 공연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2020년 봄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Mellomspill(ofo.no/no/mellomspill)’을 시작했다. 올가을부터는 오슬로 콘서트홀에서 20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공연 프로그램은 지난 2년 동안 기획한 것이기에,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기존에 기획했던 프로그램과 최대한 비슷하게 진행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오슬로 필하모닉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악단은 현재 한국에 많이 낯선 편이다. 아시아 투어 계획이 궁금하다. 또한 클래식 음악에서의 아시아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는 내년에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시아에는 훌륭한 공연장이 많이 있고, 클래식 음악을 향한 열정적인 관객이 많아서 기대가 크다. 최근 바실리 페트렌코의 음반이 아시아에 좋은 호응을 얻었고, 이러한 응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시아 투어를 앞둔 기대감은?

코로나19 동안 ‘Mellomspill’이라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진행했는데, 전 세계의 많은 시청자 중 한국의 관객에게도 많은 감사의 메시지를 받았다. 한국 관객에게 라이브로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

글 박선민(음악 칼럼니스트)


상임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핀란드 출신의 클라우스 메켈레(1996~)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첼로를 전공했다. 첼리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지휘봉을 든 그는 동시대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젊은 지휘자다. 2019/20 시즌에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핀란드 내셔널 오페라에서는 모차르트 ‘마술피리’를 지휘하며 오페라에도 데뷔했다. 또한 스웨덴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이며, 2022년부터는 파리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발탁됐다.

메켈레/오슬로 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2020/21 시즌에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헬싱키 필하모닉 등에서 지휘가 예정되어 있다. 2020년 8월부터는 오슬로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취임해 앞으로 7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간다.

©Heikki Tuu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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