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ORCHESTRA CEO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대표
투라 사로티에
민족주의 정신을 계승하다
1982 투르쿠 대학 경제학 석사
1982~1986 투르쿠 뮤직 페스티벌 프로듀서
1986~1997 헬싱키 필하모닉 대표
1987~2001 파체르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매니징 디렉터
2001~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대표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은 아픔 있는 나라다. 1917년 러시아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 국가로 거듭난지 겨우 100년이 조금 넘었다. 그래서인지 문화를 통해 민족주의 정신을 강하게 드러낸다. 장 시벨리우스(1865~1957)의 ‘핀란디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민족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핀란드 교향악단이 있다. 600여 곡의 핀란드 작곡가 곡을 초연하고, 핀란드의 젊은 지휘자와 연주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1927년에 열 명의 연주자로 시작한 악단은 1960년대에 교향악단의 규모만큼 성장했다. 역대 음악감독으로는 토이보 하파넨(1889~1950), 닐스 에릭 포우그스테트(1910~1961), 파보 베르글룬드(1929~2012), 오코 카무(1946~), 레이프 세게르스탐(1944~), 유카 페카 사라스테(1956~), 사카리 오라모(1965~)이 거쳐갔고, 2021년부터 니콜라스 콜론(1983~)이 지휘봉을 이어 받는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대표 투라 사로티에(Tuula Sarotie)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통화 시간을 맞추는 게 도통 쉽지가 않았다. 시차라는 장벽은 물론 투라 사로티에의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이었다. 핀란드 시간으로 오후 2시,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고 핀란드 억양이 섞인 다소 차가운 발음의 ‘헬로’가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핀란드는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 강국이다. 그 중심에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이 있다.
우리 악단은 핀란드 공영방송(YLE)에 소속된 방송 교향악단이다. 지원금은 100퍼센트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자국의 작곡가들을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악단이 세워진 이래 우리는 600여 개의 핀란드 곡을 초연했다. 핀란드 곡을 많이 연주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자, 다른 오케스트라와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지휘 강국답게 핀란드의 유명 지휘자들과 함께 해왔다. 살로넨·멜키·벤스케·사라스테·오라모·미코 프랑크, 현재 수석 지휘자인 한누 린투까지! 핀란드 출신 지휘자 아래 핀란드 곡을 연주하니 그야말로 오리지널 핀란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1년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약 135억 원이다. 대부분의 예산은 단원들의 월급으로 지출된다.
현재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 역시 핀란드 출신이다. 핀란드에 세계적인 지휘자가 많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의 요르마 파눌라(1930~) 교수의 훌륭한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벤스케를 비롯해 살로넨·오라모·멜키·린투까지 요르마 파눌라를 사사했다. 그는 훌륭한 학생들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현재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노장의 위력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은 세계적인 핀란드 지휘자와 함께 공연을 해오고 있다. 이들과 일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우리 악단은 자국 지휘자들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가족 같다. 재밌는 점은 각각의 지휘 스타일이 명확하게 다르다는 것.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지휘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스타일로 표현되어 이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현재 상임지휘자인 한누 린투와의 호흡은 어떠한가?
그는 드라마틱한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시대를 아우르는 무궁무진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것도 그의 강점이다. 상임지휘자로서 핀란드 작곡가의 음악을 더 많이 연주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2021년 한누 린투와의 계약이 끝나고, 니콜라스 콜론이 할 예정이다.
항상 핀란드인이 상임지휘자였는데 처음으로 영국 사람이 상임 지휘를 맡는다. 색다른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3년 계약이지만 우리는 더 오래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
함경(오보에 제2수석), 김한(클라리넷 제2수석), 에즈라 우(비올라 부수석)와 같은 한국인 연주자들이 현재 단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세 명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연주자들이다. 연주도 잘 하지만 참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핀란드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웃음) 가능하다면 평생 동안 우리와 함께 연주하면 좋겠다. 세 음악가의 입단 오디션은 모두 헬싱키에서 진행되었다. 첫 오디션에서부터 셋 모두 우리 단원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보통 오디션은 3~4차까지 진행되는데, 1차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3·4차는 대면으로 진행한다. 함경은 11월 13일 바흐의 오보에 협주곡 BWV 1055R, 김한은 12월 6일 핀란드 작곡가의 곡인 베른하르트 크루셀의 클라리넷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생방송 될 예정이니 한국 음악 애호가들이 꼭 봐주면 좋겠다.
지금까지 600곡이 넘는 핀란드 작곡가의 곡을 초연한 악단이다. 곡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지난 90년 동안 정말 많은 핀란드 작곡가의 곡들을 초연했다. 에사 페카 살로넨·마그누스 린드베리·카이야 사리아호 등 유명 작곡가의 곡들도 초연했지만, 신인 작곡가를 발굴하기 위해 많은 노력했다. 무엇보다 잘 알려진 작곡가와 신인 연주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자 한다.
초연 곡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에게 특히 더 필요한 역량이 있을까?
곡의 스타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연성을 가지고 적합한 음색을 찾아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밍 구성 시 어떤 점을 우선순위로 두나?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곡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2년 전에는 말러 사이클, 작년에는 쇼스타코비치 사이클을 선보였다. 올해는 아쉽게도 코로나19 사태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없었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시벨리우스와의 관계는?
우리는 시벨리우스를 정말로 사랑한다! 지휘자에 따라 시벨리우스 음악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석하는데, 이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헬싱키 음악 센터(Musiikkitalo)의 음향은 디즈니 콘서트홀·엘프 필하모니·산토리홀 등의 음향을 담당한 야스히사 도요타(1952~)에 의해 설계되었다. 그는 국내 롯데콘서트홀의 음향도 담당했다.
2011년부터 헬싱키 음악 센터에서 공연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아주 작은 소리도 홀의 구석구석까지 정확히 들리기 때문에 연주를 아주 잘 해야 한다. 정말 아름다운 공연장이다.
악단을 대표하는 음반을 꼽는다면?
2018년에 그라모폰상을 수상한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지휘 한누 리투/협연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과 2020년에 녹음한 린드베리의 작품집(지휘 한누 리투)을 소개하고 싶다.
현재 핀란드를 비롯해 북유럽 음악계에 나타나는 새로운 음악적 경향이 궁금하다
젊은 여성 작곡가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물론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재능 있는 작곡가들을 지원해야 한다.
핀란드 국민의 문화 감수성은 어떠한가?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는 만큼 예술을 사랑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그런 것 같다. 특히 문학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깊다. 코로나가 있기 전까지 우리 공연은 항상 매진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향악단 운영 변화가 있다면?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연주를 해 왔지만, 코로나 이후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대폭 줄였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50명의 단원만이 무대에 서고 있으며, 1,7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에 400명만 들어갈 수 있게 제한했다. 대신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을 통해 공연 실황을 생중계한다.
글 박선민(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한누 린투
한누 린투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첼로와 피아노를 공부한 후, 요르마 파눌라에게 지휘를 공부했다. 1994년 베르겐에서 열린 북유럽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누 린투는 7년째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에서 지휘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핀란드 국립 오페라·발레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2022년까지. 국내에도 내한하여 서울시향과 함께 시벨리우스의 교향곡들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