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크리스마스 & 송년 공연 총정리
강제 ‘방콕러’가 된, 당신의 연말을 위하여
12월, 바람은 차갑지만, 마음만은 풍성해지던 시기이다.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된
거리를 지나 꽁꽁 언 손을 입으로 호호 녹이며 공연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오페라와 발레, 합창, 교향악 등 각 공연장과 단체, 연주자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무대를 선보이고, 관객은 어느 곳으로 향할지
기분 좋은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나 아직 가시지 않은 불청객으로 인해, 2020년 올해는 조금 다른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야 할 듯하다.
강제 ‘방콕러’가 된 당신을 위해 연말 인기 레퍼토리를 음반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라 보엠’과 ‘호두까기 인형’의 단골 주역들에게 듣는 작품 속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준비되고 있는 크리스마스와 송년 공연도 모았다. 해외 통신원이 전하는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미국의 연말 분위기도 담았다.
2020년,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바쁜 한 해를 보낸 모두에게
위로의 음악, 치유의 예술을 전한다. 올 한 해도 잘 이겨내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예술이 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자.
글 이미라 기자
PART I
연말 단골 레퍼토리 & 음반•영상
교향곡•오페라•오라토리오•발레
PART II
오페라 ‘라 보엠’ & 발레 ‘호두까기 인형’
주역 인터뷰
PART III
국내 크리스마스 & 송년 공연 프리뷰
PART IV
해외의 연말 풍경
PART I 연말 단골 레퍼토리 및 추천 음반•영상물 ①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추운 겨울을 지나 환희의 빛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 생각나는 12월이 다가왔다. 형제애에 대한 호소이자 찬가인 이 곡은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더 자주 연주되었을 테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냉엄한 현실 속에서 작품의 의의마저 위협받고 있다. 1989년 번스타인이 통독 기념 연주회에서 ‘환희(Freude)’를 ‘자유(Freiheit)’로 바꾸어 시대정신을 강조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얼어붙어 버린 작금에는 ‘한파(Frieren)’가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적당해 보인다.
작품의 탄생과 초연
교향곡 9번은 완성까지 거의 30년 이상 걸렸으리라 짐작된다. 실러의 송시 ‘환희에의 송가’는 출판 당시부터 큰 인기를 얻었는데, 베토벤은 1790년대 초에 이미 이에 음악을 붙일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한 증거는 1808~1811년 사이에 작성된 베토벤의 노트에서 찾을 수 있다. 1817년 런던의 필하모니 협회에서 신작 교향곡 의뢰가 들어왔을 때, 그는 실러의 시를 두고 수백 가지의 가능성을 고민하다가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 독창자와 합창단을 붙이는 형태로 완성했다.
교향곡이 완성된 직후인 1824년, 베토벤은 곧바로 초연에 적합한 장소를 물색한다. 런던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빈은 이탈리아 작곡가의 경쾌한 작품이 워낙 인기를 끌던 터라 실패를 염려했다. 결국 베를린에서 초연하고자 했으나, 빈 예술계가 적극적으로 후원에 나서며 결국 1824년 5월 7일,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세계초연이 성사됐다.
초연 당일까지도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당대에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난해한 작품이었을 뿐만 아니라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이 직접 지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단원, 특히 성악가와의 마찰이 심했다. 단원을 충원하기 위한 오디션을 따로 열어야 했는데, 전문 연주자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에 새로 추가된 아마추어 단원들까지 더해져 연주 수준은 처참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악장의 성악 파트는 당시의 성악가들에게 악몽 같은 경험을 선사했음이 분명하다. 초연에 오른 소프라노 헨리에테 손타크(1806~1854)는 아예 베토벤을 일컬어 “목소리의 파괴자”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초연 무대는 청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전설적인 공연으로 남았다. 하지만 초연 이후의 공연들이 계속 실패했고, 당대의 여러 음악가가 이를 연주 불능에 가까운 작품으로 치부했다. 교향곡 9번은 연주회 프로그램으로 상당 기간 재론되지 않았으며, 간혹 연주회가 개최되더라도 축약 버전으로 연주되었다. 특히 4악장이 온전한 형태로 연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베토벤은 합창을 제외한 순수 기악 버전으로의 개정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이에 착수하기 전에 타계하며 실현되지 못했다.
전설로 부활하다
교향곡 9번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은 18세기 중반 이후 전문 연주자와 관현악단의 등장으로 인해 비로소 돌아서게 된다. 특히 바그너의 애착이 각별했는데, 그는 이 작품을 4악장을 포함한 완전한 형태로 여러 번 공연하며 당대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이 곡은 걸작으로 칭송받으며 여러 음악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한스 폰 뷜로가 “우리는 드디어 10번 교향곡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평을 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는 ‘환희의 송가’ 주제를 모방한 멜로디가 등장한다. 브루크너는 교향곡 3번을 베토벤의 ‘합창’과 똑같은 d단조로 작곡했으며, 교향곡 8번과 9번에서 아다지오와 스케르초의 순서를 바꾸어 베토벤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말러 또한 교향곡 2번 ‘부활’을 작곡할 당시, 합창을 도입하는 것이 베토벤의 모방이라는 비난을 들을까 걱정했다고 밝혔다. 쇼스타코비치는 1943년, 대편성에 여러 독창자와 합창까지 포함한 “소련 인민들의 위대함과 적에게서 조국을 해방시킨 붉은 군대에 대한” 교향곡을 작곡하겠다고 선언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이 계획은 전쟁이 끝나고 소편성의 밝은 성격의 교향곡이 튀어나오면서 변경되었지만, 원래 의도는 다분히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염두에 둔 것임이 틀림없었다.
글 송준규(음악 칼럼니스트)
주요 공연 및 추천 음반
푸르트뱅글러/베를린 필
Archipel ARPCD 0270 1942년 실황
쇼스타코비치의 경우처럼 9번 교향곡과 관련된 정치와 예술의 불행한 관계로 인해 악명을 떨친 공연으로는 푸르트뱅글러(1886~1954)의 ‘히틀러 생일 기념 연주회’➊가 독보적이다. 유태인 힌데미트가 나치 문화담당자에 의해 독일에서 추방당했을 때 푸르트뱅글러는 이에 반대하며 힌데미트를 옹호했다. 일명 ‘힌데미트 사건’ 등으로 인해 나치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두었던 푸르트뱅글러였지만, 거듭된 승전으로 전황이 독일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신호에 고무되었던 것인지, 기존의 태도를 바꾸었다. 결국 1942년 4월, 히틀러의 생일을 기념해 교향곡 9번을 지휘했고, 이는 그와 나치의 관계에 대한 커다란 논쟁거리로 남았다.
매우 열악한 녹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의미 때문인지 음반으로 출시되었고, 오늘날에도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린 명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처했던 상황, 세계대전과 히틀러의 생일 축하라는 시대적 조건, 이런 장소에서 인류애를 부르짖는 작품의 아이러니 등 연주를 둘러싼 이야깃거리는 끝도 없다. 이 공연에 대한 갑론을박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카라얀/베를린 필 Berliner Philharmoniker BPH0606
리카르도 샤이/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Decca 478 2721 (5CD) 4악장
1963년,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베를린 필하모니홀 개관 기념 연주➋는 교향곡 9번의 축전 의례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베를린 필하모니홀은 이후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건되었는데, 이를 기념하는 연주회 프로그램으로 거의 대다수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요구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연주 자체는 비슷한 시기에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DG의 정규 녹음에 미치지 못하며 음질 역시 썩 기대할 수준은 못 되지만, 그 역사적 의의와 작품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외에도 새로 문을 연 콘서트홀의 첫 작품으로 베토벤의 9번을 채택하는 곳이 제법 되는데, 루체른 문화컨벤션센터(KKL)의 개관 기념 공연에서도 아바도/베를린 필이 이 곡을 연주했다.
교향곡 9번의 축전적 성격은 이 작품이 송년 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연말이 되면 자주 공연되는 것은 물론, 이를 전통으로 삼고 있는 관현악단도 존재한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매년 12월 31일 교향곡 9번을 송년 음악회 프로그램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기간에 녹음한 리카르도 샤이의 음반➌은 최신의 연주 성과들을 반영한 쾌속의 연주로, 섬세한 디테일과 강력한 금관의 향연을 들려준다.
이밖의 추천 음반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지휘자 경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도 자주 채택된다. 실제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명지휘자의 마침표 역할을 한 음반으로는 칼 뵘/빈 필의 1980년 녹음➍과 하이팅크/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음반➎이 있다. 뵘의 연주는 거장의 몇 안 되는 디지털 리코딩이다. 80분에 육박하는 느린 템포로 당시에는 두 장의 CD로 나누어 출시해야 했을 만큼 가성비가 최악인 음반이었으나, 노장의 풍부한 경험이 잘 살아 있다. 하이팅크의 마지막 9번 녹음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과감한 템포 변화와 약동하는 생명력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오늘날의 다양한 연주 시도들이 종합된 연주로는 파블로 헤라스 카사도(1977~)의 신반➏과 하인리히 알퍼스의 리스트 편곡판➐ 등이 있다. 헤라스 카사도는 당대악기 연주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지나치게 교조적인 성향의 악보 지상주의를 피해갔다. 알퍼스(1981~)의 피아노 편곡 연주는 4악장의 독창과 합창 부분을 포함한 신선한 시도가 매력적이다.
PART I 연말 단골 레퍼토리 및 추천 음반•영상물 ②
푸치니의 라 보엠
젊은 예술가들의 가슴 시린 러브스토리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라 보엠’은 프랑스 파리의 대학가 ‘라탱 지구’에 모여 사는 젊은 예술가 네 명의 이야기를 그려낸 서정적인 오페라이다. 가난하지만 저마다의 가슴 속에 푸른 희망을 품고 사는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열정과 방황의 이야기가 푸치니 특유의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선율 속에 참으로 가슴 시리게 펼쳐진다.
오페라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배경이다. 가난한 시인 로돌포는 촛불을 빌리러 온 이웃집 여성 미미와 우연히 마주친다. 그녀의 청초한 모습에 반한 로돌포는 미미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붙잡고는 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랑 고백을 절절히 쏟아낸다. 저 유명한 테너 아리아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이다.
“저는 시인입니다. 생활은 곤궁하지만 시와 노래의 아름다운 파라다이스에 둘러싸여 행복하지요. 그렇습니다. 마음만은 진정 백만장자인 것입니다.”
미미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는데, 리릭 소프라노 아리아의 대명사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이다.
“제 이름은 미미라고 해요. 저는 삯바느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요. 혼자 사는 다락방에서는 파리의 높은 지붕만이 보일 뿐이지만, 봄의 첫 햇살과 4월의 첫 키스는 바로 제 차지랍니다.”
로돌포의 절친인 화가 마르첼로 또한 사랑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자신을 버리고 부잣집 남자를 찾아 떠났던 무제타와 파리의 한 카페에서 마주쳐 다시금 극적인 재결합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들 청춘의 달콤한 러브스토리는 곧 현실의 차가운 벽에 부딪힌다. 미미는 폐병이 심해져 로돌포의 곁을 떠나게 되고, 생활고에 지친 마르첼로와 무제타 커플도 날마다 싸우다 이별을 결심한다. 오페라의 마지막인 제4막에서 다시금 로돌포 앞에 나타난 미미는 이미 심신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친구들이 약을 구하러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 다시금 로돌포에게 애절한 사랑 고백을 하고는, 모두의 앞에서 힘없이 숨을 거둔다.
마법 같은 사랑의 기적
젊은 예술가들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푸치니의 음악은 로맨틱하면서도 참으로 표현력이 넘친다. 성악을 압도하며 시종일관 극을 이끌어 나가는 적극적인 오케스트라의 역할이나,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냉정하게 묘사되는 미미의 죽음 장면 등은 대단히 현대적이기도 하다.
푸치니는 전통적인 ‘막(act)’의 개념 대신 ‘정경’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어 ‘콰드로(quadro)’를 써가며 이 오페라를 네 장면으로 나눴다. 그것은 이 작품이 기승전결을 지닌 극적인 드라마라기보다는, 마치 지난 시절의 빛바랜 편지를 보는듯한 아련한 노스탤지어로 가득 찬 ‘청춘 스케치’라는 의미일 것이다.
노만 주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니콜라스 케이지와 팝스타 쉐어가 주연한 영화 ‘문스트럭’(1989)에서 터프한 제빵사 쟈니(니콜라스 케이지)는 로레타(쉐어)에게 어렵게 마련한 공연 티켓 한 장을 쥐어준다.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 보엠’ 공연이었다. 그날 밤 땀에 전 작업복 대신 말쑥한 턱시도 차림으로 나타난 쟈니에게 로레타는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곧 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오페라 ‘라 보엠’의 마법이라고나 할까. 마침 이 무대의 배경은 더없이 로맨틱한 ‘크리스마스이브의 프랑스 파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2월마다 국립오페라단이 전력을 다한 최고 수준의 ‘라 보엠’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아니 해마다 12월이 오면 푸치니의 이 오페라를 반드시 챙겨 듣도록 하자. 마법 같은 사랑의 기적이 다시 한번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글 황지원(오페라 평론가)
주요 공연 및 추천 음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가 연출한 프로덕션이다. 1981년부터 뉴욕 무대에 선을 보였는데, 자신이 앞서 만든 1960년대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프로덕션을 보다 큰 스케일로 확대하고, 좀 더 영화적으로 가다듬어 뉴욕 버전을 완성하였다. 2막에 등장하는 모무스 카페를 2층으로 나눠 무대를 꽉 채운 장면이나, 눈 내리는 파리의 겨울을 실감 나게 표현한 3막이 실로 압권이다. 벌써 30여 년이 지난 무대지만 메트로폴리탄은 새 프로덕션을 제작할 생각이 전혀 없을 정도로 이 무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나긋한 사운드로 유명한 니콜라 루이소티가 지휘봉을 잡아 한결 부드러운 음색으로 작품 전체를 다듬어내고 있으며, 로돌포를 노래한 테너 라몬 바르가스의 절제된 미성과 소박한 시인의 감성은 인상적이다. 반면 안젤라 게오르규가 해석한 미미는 감정의 진폭이 크고, 대단히 적극적인 여성이다. 특히 ‘내 이름은 미미’에서 대사의 미묘한 분위기에 따라 오케스트라와 가수가 함께 조응하며 극적인 내러티브를 자아내는 모습은 ‘21세기의 오페라 공연이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➊ 호세 카레라스와 테레사 스트레타스가 로돌포와 미미를 노래한 같은 연출가의 1980년대 버전 공연도 영상물➋로 나와 있으니, 둘을 비교해서 감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보엠’(2008) Warner Classics 5099921741791(DVD)
안젤라 게오르규(미미)/라몬 바르가스(로돌포)/니콜라 루이소티(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합창단/프랑코 제피렐리(연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보엠’(1982) Deutsche Grammophon 00044007345399 (DVD)
테레사 스트레타스(미미)/호세 카레라스(로돌포)/ 제임스 러바인(지휘)/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연출)
201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젊은 연출가 다미아노 미키엘레토(1975~)가 시대 배경을 21세기로 바꿔 새로운 관점에서 작품➌을 재해석했다. 여기서 로돌포는 무명의 영화감독으로 등장하고, 미미는 짙은 색 가죽점퍼로 온몸을 감싼 채 담배와 약물에 기대어 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여성으로 나온다. ‘라 보엠’ 특유의 센티멘털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현실의 어둡고 건조한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나, 외로움과 소외에 지친 젊은이들이 따뜻한 위로를 찾아 서로에게 애정을 느낀다는 접근 방식은 그 자체로 참신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대단히 낭만적이다. 안나 네트렙코가 이 콘셉트의 연출에 완벽하게 조응하는 노래와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표트르 베찰라의 로돌포는 다소 소극적이면서도 감수성 짙은 젊은 예술가라는 설정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미키엘레토를 세계적인 연출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라 보엠’ 공연사에 길이 남을 독창적인 공연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라 보엠’(2012) Deutsche Grammophon 00044007347720 (Blu-ray)
안나 네트렙코(미미)/표트르 베찰라(로돌포)/다니엘레 가티(지휘)/빈 필하모닉/빈 슈타츠오퍼 합창단/
다미아노 미키엘레토(연출)
앞서 소개한 두 가지 버전 이외에도 루마니아 태생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활동 중인 거장 로베르트 도른헬름(1947~) 감독의 ‘라 보엠’은 롤란도 비야존과 안나 네트렙코 등 원작과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가수들을 적극 캐스팅하여 청춘의 낭만과 방황의 분위기를 한껏 강조한 오페라 영화(KULTUR/2008)➍이다. 영화 버전이다 보니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겨울의 정서를 가장 실감 나게 반영하고 있으며, 로맨틱한 분위기 위에 원작 소설의 사실적인 요소도 반영하여 다소 어둡고 쓰라린 정조도 엿보인다. 전설적인 로돌포로 유명했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라 보엠’은 1977년 메트 오페라 실황(DG/2005)➎과 1989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스펙트럼) 공연이 모두 영상물로 남아 있다. 파바로티의 빛나는 미성이 주는 찬란한 감동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들이다.
PART I 연말 단골 레퍼토리 및 추천 음반•영상물 ③
헨델의 메시아
소리로 만나는 성서
독일에서 태어난 헨델(1685~1759)과 바흐(1685~1750)는 동갑내기였지만 삶의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은 채 수많은 자녀를 기르며 곡을 쓴 붙박이형 작곡가가 바흐였다면, 헨델은 유목형 인간이었다. 유럽 전역을 무대로 삼았고 가정도 없었다.
1710년, 헨델은 오페라 ‘리날도’의 공연차 영국으로 향한다. 현지의 열광과 성공은 그가 런던에 정착하는 데 큰 계기가 되었다. 이후 그의 오페라들은 런던을 뜨겁게 달군다. 영국 귀족들이 창설한 왕립음악아카데미의 총책임자 직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720년대부터 영국 경제가 차츰 어려워진다. 비용이 많이 드는 오페라는 부담스러운 장르가 되었다. 이에 헨델은 차츰 오라토리오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1741년 작 ‘메시아’와 1747년 작 ‘유다스 마카베우스’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음악들이다. 하지만 오페라에 취해있던 헨델이 오라토리오로 전과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는 레치타티보, 독창 아리아, 중창, 합창이라는 뼈와 살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세주 탄생의 예언부터 미래의 약속까지
‘메시아’는 종교음악의 대표적 장르인 오라토리오로 태어났다. 하지만 당시 오라토리오는 성스러운 음악에서 벗어난 뒤였다. 오늘날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 대중가요처럼 불리는 상황이 지금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라토리오 작곡가들은 성서, 고전 문학, 서사시 등 장대한 내용과 가사를 차용했다. 독창과 합창의 소리를 극대화하는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음향적 배치, 대중의 관람 리듬을 고려한 적절한 시간 균형, 그리고 소리 자체가 주는 청각적인 쾌감도 계산했다. ‘메시아’는 이러한 철저한 계산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도 성경 속 구절을 가사로 차용하여 종교음악으로서의 속성을 지녔다. 1부는 예언과 예수의 탄생, 2부는 예수의 수난과 속죄, 3부는 부활과 영생의 내용이다.
1부는 구세주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려는 신의 계획과 예수 탄생의 이야기다. 호소력 있는 독창과 합창이 인상적이다. 특히 ‘오 기쁜 소식을 시온에 전하는 자여’는 알토와 합창이 함께하는 곡으로 시칠리아나의 자장가 같은 리듬이 인상적이다. ‘우리를 위해 나셨다’는 1부의 중심부를 잡는 합창곡이다.
1부 후반에는 소프라노의 레치타티보(서창)가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하고 인상적인 합창이 이어진다. 특히 ‘갑자기 천군이 나타나서’에서 맥동하는 현악기들의 움직임은 1부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며, 동시에 ‘메시아’가 합창음악을 넘어 기악으로도 탄탄하게 구성된 음악임을 증명한다.
2부는 예수의 수난과 속죄이다. ‘메시아’는 보통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연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부로 인해 희생의 드라마를 안고 있기에, 크리스마스뿐 아니라 부활절의 주요 레퍼토리로 안착할 수 있었다.
애절한 반음계 진행과 하강하는 선율 라인으로 유명한 알토의 아리아 ‘주는 멸시를 당하고’는 2부의 주제(수난)를 잘 드러내는 핵심이다. 채찍질 당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중간 부분은 어두운 c단조로 진행된다. ‘우리들은 양떼 같이 헤매며 다녔네’는 그 광경을 일종의 회화처럼 묘사한다. 2부의 마지막 곡은 트럼펫과 드럼이 웅장하게 수사하는 44곡 ‘할레루야’이다. 기쁨에 가득 찬 합창이다. 이 곡을 통해 ‘메시아’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1·2부에 비해 간략한 구성의 3부는 부활과 영생이 주제이다. 소프라노의 아리아 ‘주가 살아계심을 나는 안다’가 3부의 첫 곡이다. 이 노래는 일명 ‘천상의 조성’으로 알려져 종교음악에서 주로 사용하는 E장조의 노래이다. 우아한 흐름이 특징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헨델의 기념비에는 이 곡의 첫 소절이 새겨져 있다.
3부이자 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3성부의 합창 ‘죽임 당하신 어린양’이다. 모든 성부가 똑같은 리듬으로 확신 있게 시작하다가 모방 대위법과 유니즌이 뒤섞이는 대목이 나온다. 마지막 ‘아멘’에서는 푸가가 장대하게 이어지며 막을 내린다.
생전의 헨델은 ‘메시아’를 ‘부(part)’라는 단위보다, 오페라를 구성하는 ‘막(act)’으로 나누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그만큼 오페라적인 요소들이 내재된 오라토리오로, 이러한 속성이 오늘날 특색있는 연출가들에 의해 가시화되고 있다. 이처럼 ‘메시아’는 음악적으로, 연출적으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이유가 가능한 이유는 헨델이라는 위대한 작곡가가 이 음악 안에 그 모든 ‘가능성’을 담았기 때문이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주요 공연 및 추천 음반
글라인드본 오페라 헨델의 오라토리오 ‘사울’ Opus Arte OA BD7205 D
크리스토프 퍼브스(사울)/레스팅 데이비스(다윗)/이보르 볼턴(지휘)계몽시대 오케스트라/글라인드본 합창단/배리 코스키(연출)
오라토리오는 음악을 위해 태어났지만 오늘날 오페라처럼 연기, 의상, 무대디자인을 가미하여 선보이곤 한다. 국내에서 익숙한 문화는 아니다. 하지만 악동 연출가 배리 코스키(1967~)는 2015년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하우스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사울’을 잔인하고도 그로테스크하게 연출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는 충격’으로, 헨델의 작품은 물론 그가 애정한 ‘오라토리오’라는 장르를 재해석해낸다. 따라서 오늘날 오라토리오 연출의 파격적 변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프로덕션이다.
2015년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으로 배리 코스키의 연출작이자 글라인드본 오페라하우스 데뷔작이다. 음악감독보다 연출가가 강한 발언권과 결정권을 쥐고 있는 코미쉐 오퍼에서 경력을 쌓은 그답다. 그와 보폭을 맞춘 카트린 탁이 디자인한 무대에는 다윗이 베어버린 골리앗의 머리가 뒹굴고, 기괴하게 널려져 있는 꽃과 과일은 아르침볼도(1527~1593)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땅속에서 엔도의 마법사가 슬며시 올라올 때는 공포감에 관객석이 술렁인다.
헨델/모차르트 편곡 ‘메시아’ Unitel 803504
엘레나 찰라고바(소프라노)/비프케 렘큘(메조소프라노)/리차드 크로프트(테너)/호세 코카 로자(베이스)/민코프스키(지휘)/루브르의 음악가들/로버트 윌슨(연출)
잘츠부르크의 2020년 모차르트 주간을 장식한 헨델 ‘메시아’의 모차르트 버전(모차르트 하우스 실황)이다. 위대한 작곡가들은 죽음과 동시에 작품들도 점점 망각되어갔다. 하지만 헨델의 인기는 음악사에서 한 번도 식어 본 적이 없다. 특히 모차르트(1756~1791)나 멘델스존(1809~1847) 등의 후배 작곡가들은 점점 발전한 근대적인 관현악과 합창을 활용하여 ‘메시아’를 편곡하였다. 이 영상물은 1741년 작 ‘메시아’를 모차르트가 50년만에 편곡한 버전이다.
만년에 이른 연출가 로버트 윌슨(1941~)의 작품 세계는 지치지 않고 전진 중이다. 파르네세에 올린 베르디 ‘르 투르베르(일 트로바토레)’(2018), 마드리드 테아트르 레알에서의 ‘투란도트’(2018) 등을 통해 드러낸 색조와 연출은 2020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주간을 장식한 ‘메시아’(모차르트 하우스 실황)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장방형의 무대는 네온사인으로 둘러 싸여 있다. 마치 사이버 세계 같다. 윌슨은 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하얀 분칠의 인물(성악가)들을 무대에 올린다. 창백한 목각 인형 같다. 배경이 검은색일 때는 흰 의상과 인물로, 그 반대의 경우에도 흑백 대비를 통해 묘한 색조감을 유지해나간다. 윌슨이 비주얼을 책임진다면, 음향은 민코프스키와 그의 수족인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책임진다.
PART I 연말 단골 레퍼토리 및 추천 음반•영상물 ④
호두까기 인형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흔히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의 3대 발레로 꼽히지만, 프티파가 실제 안무한 춤은 없다. 그런데도 이 작품들이 프티파의 발레로 불리는 건 프티파와 차이콥스키(1840~1893), 그리고 이반 브세볼로즈스키(1835~1909) 황실극장 극장장까지, 이 세 명이 이룬 팀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1888년,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성공하자 브세볼로즈스키는 서둘러 호프만의 동화를 각색한 후속작을 기획했다. 그러나 검증된 드림팀에게도 성공은 쉽지 않았다.
브세볼로즈스키는 각색과 25벌의 의상 디자인, 무대장치 드로잉을 숱하게 남기며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침울했고 프티파는 아팠다. 차이콥스키는 자기 작품이 극장 레퍼토리에서 밀려난 데다 여동생까지 갑작스레 사망했기에 우울감에 작곡이 진척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대본과 음악, 안무구조까지 모두 정해진 상태에서 프티파가 건강 악화로 손을 뗐다.
이런 상황에 합류한 차석 발레마스터 레브 이바노프는 여성 무용수들이 복잡한 대형으로 휘몰아치는 ‘눈송이 왈츠’, 웅장하고도 명료한 ‘별사탕 요정 파드되’, 코믹한 분위기로 인기가 높아 두 번씩 공연되었던 ‘중국 춤 바리에이션’ 등을 남겼다. 그는 프티파의 그늘에서 영원한 2인자로 남았지만 떠들썩한 스펙터클에 시적이고 성찰적인 순간을 부여했다.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다
‘호두까기 인형’은 ‘어린이를 위한 발레’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선물을 받고, 인형 병정이 쥐 떼와 전쟁을 하고, 과자 나라를 여행하는 등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환상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어린이에 의한’ 발레이기도 하다. 주인공 클라라도 아이인 데다 작품 곳곳에 어린이들이 대거 등장한다. 초연 당시엔 별사탕 요정과 기사를 제외하곤 모두 학생이 춤을 췄고, 이후로도 발레학교의 단골 레퍼토리로 공연되었다.
어린이가 춤추는 어린이를 위한 발레. 이로 인해 ‘호두까기 인형’은 오늘날 크리스마스 시즌의 가족 여흥으로 자리 잡았지만, 어린이 중심성은 ‘호두까기 인형’의 매력이자 약점으로 작용했다. 당연히 초연 당시엔 혹평받았다. 이야기가 유치한 데다 전문 무용수의 춤이 적기 때문이다.
이후의 개작들은 어린이 중심성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클라라가 별사탕 요정 파드되를 추게 한 알렉산더 고르스키의 버전(1919)은 오늘날 버전의 기초가 되었다. 아예 볼쇼이 발레처럼 1막 파티 장면에서 클라라와 프리츠를 비롯한 어린이 역할을 어른 무용수들이 맡기도 한다. 여러 차례 이어지는 공연에 어린이 무용수를 대거 출연시키는 것은 행정적으로 까다롭고 품이 많이 들 테니 합리적인 선택이긴 하다.
그러나 ‘호두까기 인형’은 어린이의 발레이다. 늘 예의 바르거나 착하지 않은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싸우고 장난감을 뺏고 심술부린다. 트리가 끝없이 커지는 상상을 하고 과자를 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가운데 클라라는 두려움을 직면하고 타자와 연대하며 ‘어른’이 되고,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사랑에 눈을 뜨며 ‘여성’이 된다. 어린 무용수들은 쥐와 병정, 어린이 역할을 거쳐 발레 무용수로 성장한다. 무대 위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동등하게 공존하고, 객석에서 아이들의 감탄사와 꿈지럭거림이 용인된다. 이처럼 어린 존재들을 환대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고전발레의 경직성을 허물고 유연하고 열린 공간이 되었다.
글 정옥희(무용 칼럼니스트)
주요 공연 및 추천 음반
세상에는 ‘호두까기 인형’이 숱하게 존재하지만, 우리에겐 러시아 버전이 친숙하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각각 볼쇼이와 마린스키 버전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엔 미국 뉴욕 시티 발레(조지 발란신, 1954)와 영국 로열 발레(피터 라이트, 1984)를 감상해보자. 발란신 버전으로는 처음으로 축약 없이 TV 방영용으로 촬영된 1993년도 영상을, 라이트 버전으로는 그의 90세 생일을 축하하며 공연된 2016년도 공연영상을 선택했다. 시차가 상당함을 감안하더라도 두 버전의 스타일과 해석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고전 레퍼토리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느낄 수 있다.
두 버전은 러시아 버전과는 달리 드로셀마이어의 조카가 등장하고, 조카와 호두까기 인형이 겹치며, 클라라(발란신의 버전에서는 ‘마리’로 불림)와 별사탕 요정이 분리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일 설정 위에서도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본다.
발란신의 따뜻함 vs 라이트의 우아함
발란신(1904~1983)의 버전은 따뜻하고 소박하다. 클라라 역을 어린이가 맡았을 뿐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 역시 지극히 평범하다. 그들은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쓴다. 어린이가 어린이 역을 맡았으니 춤은 많지 않다. 인기 아역 배우였던 맥컬리 컬킨이 조카 역을 소화했을 정도다.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로 변하고 눈송이가 흩날리는 동안 클라라는 침대에 쓰러져 있고, 과자 나라에 간 클라라와 호두까기 인형은 산더미 같이 쌓인 과자를 먹으며 구경만 한다.
발란신 버전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본 어른의 세계라면 라이트(1926~)의 버전은 어른이 투사하는 어린이의 세계로, 정교하고 우아하다. 주역급 무용수가 클라라와 호두까기 인형 역을 맡았다. 클라라는 포인트 슈즈를 신고 춤추며 아이들 역시 동선과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클라라와 호두까기 인형은 눈송이 장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된 듯 격양된 2인무를 출 뿐 아니라 2막의 디베르티스망에도 합류하여 춤춘다. 정말이지 원 없이 춤춘다. ‘호두까기 인형’엔 춤이 별로 없다는 통념을 깨부수려는 듯 꼭꼭 다져넣은 춤에서 무용수들이 개성과 기량을 맘껏 뽐낸다.
뉴욕 시티 발레는 빠르고 역동적이며, 로열 발레는 절제되고 우아하다. 이는 별사탕 요정의 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의 사탕 요정 다르시 키슬러(1964~)는 땅에 두 발을 내디딜 틈 없이 튀어 오르고 한 동작 후에 착지하지 않은 채 다음 동작으로 이어간다. 반면 영국의 요정 로런 커버슨(1984~)은 정교하고도 안정적인 무게감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완벽히 통제한다. 영국은 눈송이마저 점잖아서 손가락만 파닥거릴 뿐 좀처럼 휘날리지 않는다.
똑같은 ‘호두까기 인형’이건만 발란신과 라이트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발란신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따뜻한 목소리로 철없는 어린이의 모험담을 전개하고, 라이트는 시종일관 드로셀마이어의 관점에서 첫사랑에 빠지는 사춘기 소녀의 설렘을 묘사한다. 라이트는 온갖 마법을 부려 어린 관객을 매료시키고 무대를 황금과 반짝이로 뒤덮으며 어른 관객을 숨 막히게 한다. 그러나 나는 인형을 뺏은 동생을 쫓아갈 때도 즈테(jeté) 동작을 하는 라이트 버전의 클라라보다는, 또래 대신 엄마랑 춤추어서 심통 난 나머지 누나 머리를 잡아당기는 발란신 버전의 프리츠가 마음에 남는다. 그것이 어린이가 어린이로 존재하는 세계니까.
뉴욕 시티 발레
‘조지 발란신의 호두까기 인형’(1993)
조지 발란신(안무)/에밀 아돌리노(영화감독)
바트 로빈슨 쿡(드로셀마이어)/맥컬리 컬킨(호두까기 인형/드로셀마이어 조카)/제키사 린 코헨(마리)/다르시 키슬러(사탕 요정)
영국 로열 발레 ‘호두까기 인형’(2016)
피터 라이트(안무)/프란체스카 헤이워드(클라라)/알렉산더 캠벨(호두까기 인형)/
로런 커버슨(사탕 요정)/페데리코 보넬리(왕자)/게리 아비스(드로셀마이어)
PART II 연말 인기공연의 주역 인터뷰
오페라 ‘라 보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크리스마스이브. 한 여인이 다락방 문을 두드린다. 똑똑똑. 촛불을 빌리기 위해 찾은 미미와 문을 열고 나온 로돌포. 두 남녀의 사랑은 어둡고 차가운 겨울, 따뜻하게 타오르며 빛을 내는 촛불처럼 시작된다. ‘라 보엠’은 겨울 시즌이면 항상 돌아오는 인기 레퍼토리 중 하나다. 초연 이후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사랑받는 데는 시대마다 전해지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일 터. 1896년에 초연되어 10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공감은 무엇일까?
오는 12월, 국립오페라단이 김숙영 연출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라 보엠’을 선보인다. 2012년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라 보엠’(연출 마르코 간디니) 이후 완전히 새로운 프로덕션을 제작하는 것은 8년 만이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세 주역, 강요셉(로돌포)과 서선영(미미), 박소영(무제타)을 통해 작품과 만나보자.
글 이미라 기자 사진 국립오페라단
테너 / 로돌포
강요셉
강요셉과 로돌포의 첫 만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인 ‘라 보엠’에 정명훈/서울시향과 함께 데뷔한 것. 이후 빈 슈타츠오퍼, 베를린 도이치 오퍼, 드레스덴 젬퍼오퍼, 만하임 내셔널시어터, 말뫼 오페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말보로 아트센터 등의 무대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로돌포로 열연했다. 올해 시애틀 오페라 공연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으나, 국립오페라단이 준비한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작품과의 만남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간 빈, 베를린, 시드니 등의 오페라하우스에서 로돌포 역을 소화했는데요, 극장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겠죠? 연말에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인 만큼 관객이 이 시기에 작품을 통해 보고 싶은 장면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무대에 올랐지만, 너무 큰 변화보다는 기본 틀 안에서 디테일한 감정들에 다르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테너의 시각으로 바라본 ‘라 보엠’은 어떤가요? 대학 시절에 항상 듣던 음반이 파바로티와 프레니의 것이었는데요, 하도 많이 들어서 음반을 몇 차례나 다시 사야 할 정도였죠. ‘라 보엠’은 테너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서정적인 음악과 고음, 사랑이 제일이라 생각하는 단순함,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감정, 나이가 들어도 철들 것 같지 않은 순수함 등 테너에게서 흔히 보이는 것들이 로돌포 역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로돌포’의 매력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세요. 여러 배역 중에서도 가장 폭넓은 감정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보헤미안으로서의 자유로움과 긍정적인 마인드, 한 여인을 사랑하지만 결국 떠나보내야만 하는 절절함까지. 캐릭터가 지닌 수많은 감정이 관객과 가수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로돌포의 폭넓은 감정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항상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특히 한국에서 이 역할을 할 때면 주변 혹은 드라마 속 캐릭터를 접목하려 노력합니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외국인’이 아닌, 친근하고 가까운 인물로 느껴졌으면 하거든요. 관객이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어디인지, 또 캐릭터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감정’에만 빠져들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노력합니다.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요? 아름다움과 슬픔이 함께 느껴지는 장면으로 3막을 꼽고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미미의 아리아 ‘당신의 사랑의 외침에’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옆에서 연기할 때마다 울게 되는 아리아이지요.
‘라 보엠’이 주는 특별한 공감이 있을까요? 진지함, 즐거움, 행복, 좌절, 슬픔 등이 이루는 ‘적절한 조화’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러한 감정들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 아닐까요?
“안녕, 이제 돌아가렵니다.
당신의 사랑의 부름을 좇아 떠났던 옛집으로···.”
– 3막 미미의 아리아 ‘당신의 사랑의 외침에’ 중
소프라노 / 미미
서선영
누구에게나 ‘처음’이 주는 기억은 특별하다. 서선영에게 ‘라 보엠’은 그런 처음의 기억을 선물한 작품이다. 독일 유학 시절 ‘사랑의 묘약’(아디나 역)과 ‘피가로의 결혼’(백작부인 역)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프로로서 출연료를 받은 첫 작품이 바로 ‘라 보엠’이었다. 국내에서는 2018년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미미 역으로 관객과 만났고, 오는 12월,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1896년에 초연된 이래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변치 않는 가치인 ‘사랑’이 100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는 연결고리가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조금은 무모하고 철없는 그 순수한 사랑이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가치로서 모든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적이고 감각적인 텍스트 역시 큰 매력이고요.
다른 작품과 비교해 ‘라 보엠’ 속 미미가 지닌 매력은 무엇인가요? ‘미미’는 제가 이제껏 경험한 역할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으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연인인 로돌포는 죽음으로 그녀를 잃게 되는 것이 너무도 두려운 나머지 차라리 헤어짐을 선택하고, 친구들은 미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물건을 팔죠. 마르첼로는 아픈 미미를 위해 집과 침대를 내어주고, 콜리네는 단 한 벌 가지고 있는 겨울 코트를, 무제타는 가장 값나가는 진주 귀걸이를 팝니다. 쇼나르는 병간호를 하며 죽어가는 미미의 곁을 지키고요. 이토록 극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의 희생과 사랑을 받는 역은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극 중이지만, 이렇게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역을 노래하며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미미’를 표현하는 나만의 비법이 있나요? 오페라 가수가 캐릭터를 표현할 방법은 ‘노래’와 ‘연기’, 이 두 가지입니다. 발성적인 면에서는 푸치니만의 아름다운 선율을 가사 그대로 순수하게 표현하려고 하고, 연기에서는 ‘진심’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캐릭터의 상황과 대본을 완벽히 이해하고 온 마음으로 그 캐릭터가 되면, 어떤 연출 속에서도 역할 그 자체가 되곤 하죠.
작품을 빛나게 하는 데는 아름다운 아리아가 큰 역할을 하고 있죠. 특히 3막에 나오는 미미의 아리아 ‘당신의 사랑의 외침에’가 아름답습니다. 이별을 고하는 복잡한 심경과 대비되는 아주 현실적인 가사와 간결한 선율의 노래로, 더욱 마음이 저려오죠. 4막에서는 “모두 갔나요? 당신과 단둘이 있고 싶어 잠든 척했어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2중창이 있는데요, 미미가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로돌포에게 유언과도 같은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입니다. 죽어가면서도 오히려 남아있을 연인을 위로하며 안아주는 장면에서 따뜻하고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모두 갔나요?
당신과 단둘이 있고 싶어 잠든 척했어요”
– 4막 미미와 로돌포의 2중창
소프라노 / 무제타
박소영
지난 객석 6월호에서 성악가 75인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역’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당시 소프라노·테너·베이스 등 전 영역에 걸쳐 상위권에 오른 작품이 바로 ‘라 보엠’이다. 박소영 역시 ‘라 보엠’의 음악에 빠져 무대를 꿈꿔온 소프라노다. 국립오페라단을 통해 ‘라 보엠’ 첫 데뷔를 앞둔 그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무제타 역을 맡았다. 항상 마음에 두었던 역할이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무제타의 발랄함과 닮았다.
지금까지 보아온 ‘라 보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덕션이 있나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 보엠’(줄리 테이머 연출)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실제로 말이 끄는 마차가 무대 위에 올라가는 등 볼거리가 많았죠. 음악과 연기, 연출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이날 관객의 공감을 일으키는 무대를 보고, 오페라도 영화나 뮤지컬처럼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장르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오페라가 발전해 가야 할 방향성과 성악가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고요.
‘라 보엠’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페라는 한 시대를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시대의 삶과 여러 이슈를 녹여내고 있어요. 사랑과 우정, 만남과 이별, 죽음 등은 시대와 장소, 언어를 초월하는 소재이죠. 작곡된 지 10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등장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의 변화 등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캐릭터도 작품의 인기에 한몫을 한 것 같아요. 6명의 남녀 캐릭터 모두 충분히 실존 가능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이죠. 개인적으로는 무제타의 성격을 좋아하지만, 그와 비교되는 미미도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끝까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는 순수한 캐릭터죠. 언젠가 이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작품 속 가장 인상 깊은 음악이 있다면요? 3막의 4중창을 꼽고 싶어요. 미미와 로돌포의 듀엣에서 무제타와 마르첼로의 합류로 완전히 다른 두 음악이 어우러지는 이 4중창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 위에 불같이 싸우는 연인의 모습을 그대로 음악에 담고 있어요.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 모두 완벽하죠.
이번 국립오페라단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만난 ‘무제타’는 어떤 매력이 있던가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캐릭터입니다. 좋고 싫음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인간적이고 당당한 여성이죠. 감정에 충실한 만큼 많은 것들이 즉흥적입니다. 노래 라인이 짧고 패턴도 다양하죠. 갑자기 고음 혹은 저음으로 가기도 하고, 혼잣말했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했다가 아주 정신없어요.(웃음) 그런 그녀의 감정에 충실히 따라가려 노력 중이입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하게 해보려고요!
“난 자유롭고 싶을 뿐이에요!”
– 3막 4중창 中 무제타의 노래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12월 11·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1일 오후 7시 30분 네이버TV 온라인 생중계)
서선영·권은주(미미)/강요셉·최원휘(로돌포)/박소영·김유진(무제타)/정승기·김기훈(마르첼로)/김종표·이승왕(쇼나르)/이형욱·박준혁(콜리네)/박상욱·박경태(알친도로/베누아)/이승규(파피뇰)/세바스티안 랑 레싱(지휘)/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김숙영(연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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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호두까기 인형’
‘호두까기 인형’은 겨울이면 어김없이 돌아와 어른에게는 ‘순수한 시절’에 대한 회상을, 아이에게는 ‘꿈’을 선물한다. 왁자지껄한 크리스마스 파티로 시작해 꿈과 모험이 펼쳐지고, 온갖 상상의 나래가 무대 위로 실현되는 이야기. 모든 세대의 열렬한 지지와 호응을 얻는 작품이 또 있을까?
유니버설발레단의 연말 스테디셀러인 ‘호두까기 인형’은 마린스키 발레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 버전을 기반으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유니버설발레단 5대 예술감독)의 연출과 로이 토비아스(3대 예술감독)·유병헌(현 예술감독)의 각색 버전을 따른다.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예정. 어린 시절부터 작품과 함께 성장해온 세 명의 수석무용수와 어린 클라라까지, 네 명의 무용수가 ‘호두까기 인형’의 매력을 전한다.
글 이미라 기자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발레리나 / 클라라
강미선
1막 1장은 크리스마스 파티로 시작한다.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클라라’의 집에서 파티가 열린다.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등장해 신비한 마술로 인형들을 춤추게 하고,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강미선은 ‘파티 소녀’로 첫 ‘호두까기 인형’ 데뷔 후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늘 겨울을 보내왔다. 어린 시절 ‘병정’ ‘양’ 등을 시작으로 거의 매해 빠짐없이 유니버설발레단의 무대에 섰고, 2002년 입단 후 여러 코르 드 발레 역할은 물론 ‘스페인 춤’ ‘중국 춤’ 등의 다양한 캐릭터 댄스를 소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호두까기 인형’ 정기공연에 주역 ‘클라라’로 올랐다. 그의 삶과 성장의 시간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
발레단에 입단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역할이 ‘클라라’였다고요. ‘클라라’는 대개 어린 무용수들의 주역 데뷔작으로 꼽히는 역할이에요. 여러 동작이나 파트너십에서 기본을 강조한 부분이 많기도 하고, 캐릭터의 순수하고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어린 무용수의 풋풋함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저 역시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웠고요. 클라라로 데뷔한 지도 벌써 12년 차가 되었는데요, 매년 발전하고 변화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려 노력하고 있어요.
12년 차의 ‘클라라’가 보는 캐릭터는 어떤가요? ‘클라라’는 작품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이에요. 1막에서는 두근거리고 설레는 감성을 간직한 어린 느낌의 클라라라면, 2막에서는 조금 더 따뜻하고 성숙한 느낌을 주죠. 이에 따라 춤의 느낌도 달라지는데요, 눈빛이나 표정, 팔 동작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주고 있어요.
그간 변화된 무대 안팎의 모습이 있을까요? 연출 면에서의 변화는 2막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기존 마린스키 버전에는 없었던 양치기 캐릭터가 생겼고, ‘스페인 춤’과 같은 캐릭터 댄스에도 테크니컬한 동작이 많이 추가되었죠. 의상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여자는 핑크색 가발을, 남자는 흰색 가발을 쓰고 춤추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우리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헤어스타일과 의상 모두 시대를 반영하고 있죠.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은 다른 무용단에 비해 더욱 아기자기한 연출이 많은 것 같아요. 동화를 보는 듯한 따뜻한 분위기의 연출이 많죠. 전체적으로 핑크빛의 조명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특히 1막 1장에서의 쥐와 병정들의 전투신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다른 발레단에 비해 쥐의 의상이 너무 귀여워요.(웃음) 2막에는 귀여운 꼬마 양들과 양치기, 늑대가 함께 등장해요. 이 장면 역시 어른, 아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장면 중 하나죠.
관객에게 작품 감상을 위한 팁을 준다면요? 한 편의 동화를 본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발레’라는 장르적 틀에 갇혀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발레리노 / 호두까기 왕자
이현준
‘호두까기 인형’의 1막 2장은 하얀 눈이 내리는 숲속에서 시작된다. 힘을 합쳐 생쥐 군단을 물리친 클라라와 호두까기 인형이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드로셀마이어가 나타나 두 사람을 멋진 왕자와 숙녀로 만들어 준다. 두 사람은 눈송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썰매를 타고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2012년, 미국 털사 발레로 이적하기 전 이현준의 유니버설발레단 마지막 무대는 바로 ‘호두까기 인형’이었다. 호두까기 왕자가 축복 속에 환상의 나라로 떠난 것처럼, 그도 많은 이들의 박수와 축복 속에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2017년에 풍성한 경험을 안고 유니버설발레단에 돌아왔다. 여러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도 경험했다. 그동안 주로 왕자 역을 맡았던 그에게 올해 처음 드로셀마이어 역할이 추가됐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의 첫 도전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호두까기 왕자와 함께 드로셀마이어 역을 맡았는데요. 클라라의 대부인 드로셀마이어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고 재미난 인형극과 마술을 보여줘요. 클라라가 희망적인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죠. 실제 마술을 선보일 예정이라 전문 마술사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처음이지만, 털사 발레에서 이미 드로셀마이어 역을 맡았었죠? 처음엔 저와 분위기가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마술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며 익살스러우면서도 노련한 연기를 펼쳐야 했는데, 저는 손재주가 없거든요.(웃음) 유니버설발레단은 털사 발레 버전보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더욱 강하기 때문에 조금 더 익살스럽고, 장난기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려 해요.
‘호두까기 인형’에는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데요, 유니버설발레단은 마린스키 발레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따르고 있죠. 다른 버전과 비교해 어떤 다른 점이 있나요? 현대적인 의상과 세트, 테크니컬한 요소가 많이 가미된 털사 발레의 ‘호두까기 인형’보다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이 관객에게 더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스토리와 연출 모두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죠.
작품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와 장면을 꼽아본다면요? 1분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스페인 춤’도 좋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의 자랑은 아무래도 군무진의 화려한 춤에 있죠! 특히 1막, 클라라의 꿈속 눈이 내리는 장면에 등장하는 여성 군무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꼽혀요. 군무로 표현하는 눈송이가 아주 다이내믹하고 화려한 장면을 만들어 내죠.
발레리나 / 클라라
홍향기
2막, 과자의 나라에 도착한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를 위한 축제가 열린다. 스페인(초콜릿), 아라비아(커피콩), 중국(차), 러시아(막대사탕)의 캐릭터 댄스가 펼쳐지고, 사탕 요정이 된 클라라는 호두까기 왕자와 사랑의 그랑파드되를 춘다. 홍향기는 2002년 선화예중 재학 중에 ‘어린 클라라’ 역을 맡으며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 데뷔했다. 당시 발레단과 함께한 그리스 투어 공연은 어린 그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으리라. 2011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여러 역할을 거쳐 2013년 클라라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클라라로 무대에 선 지도 벌써 8년 차인데요, 오랜 기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지만, 클라라의 시간은 항상 작품 속에 그대로 정지되어 있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연륜이 쌓이기 마련인데, 클라라는 풋풋함이 많이 묻어나는 캐릭터여서 이 역할을 연기할 때만큼은 나이를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륜을 감추고 싶은 유일한 작품이랄까요.
클라라 역을 맡은 주역 무용수가 주로 ‘스페인 춤’도 함께 맡는다고 들었어요. 스페인 춤은 짧게 한 번 등장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예요.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형 가운데 테크닉적인 면이 가장 부각되는 역할이기도 하죠.
‘호두까기 인형’은 ‘무용수에겐 지겨운 돌림노래’라는 말도 있죠. 그만큼 자주 오르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시간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호두까기 인형’은 초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인 것 같아요. 매년 하고 있지만, 항상 완벽할 수 없으니까요.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나의 지난 시간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에요.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마술이 등장하는 1막 1장은 동심을 깨워주고, 어린 무용수도 많이 등장해 귀엽고 아기자기한 요소가 많아요. 1막 2장부터는 무용수들의 정교한 춤을 감상할 수 있고요. 특히 1막의 마지막, 눈송이들의 군무는 볼 때마다 절로 감탄이 나와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합쳐질 때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죠.
조수민(어린 클라라)
‘어린 클라라’ 역 데뷔를 앞둔 소감이 궁금해요. 2학년 때 ‘어린 양’을 시작으로 지난 몇 년 동안 ‘파티 소녀’를 맡아왔는데요, 6학년인 올해 드디어 ‘클라라’를 맡게 되었어요. 항상 꿈꿔왔던 역할이라 정말 기대됩니다. 세종문화회관의 무대가 큰 만큼 더욱 깜찍하고 멋진 클라라의 모습을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수민 양의 시선에서 본 ‘클라라’가 궁금해요. 귀엽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 소녀예요. 호두까기 인형에 빠져서 춤추는 모습을 보면 눈을 뗄 수 없을 걸요! 프리츠(오빠)와 싸우다가 호두까기 인형의 목이 빠져 울다가도, 인형이 고쳐지면 금세 기분이 풀리는 모습을 보면, 나와 다를 것 없는 영락없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클라라가 더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고요.
내가 실제 클라라였다면 어떨지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이런 상상은 항상 하고 있어요. 내가 클라라 그 자체가 되어야 관객들도 몰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클라라처럼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저라면 프리츠와 절대 싸우지 않았을 거예요. 그 싸움 때문에 호두까기 인형의 목이 빠져버렸으니까요!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2월 11·12일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 12월 18~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강미선·홍향기(클라라)/이현준·콘스탄틴 노보셀로프(호두까기 왕자) 외/
레프 이바노프·바실리 바이노넨(안무)/로이 토비아스·유병현(개정안무)/
올레그 비노그라프(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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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II 크리스마스 & 송년 음악회 프리뷰
마지막은 화려하게!
당신의 연말을 채워줄 무대
글 박찬미 기자
교향악
국내 대표 교향악단들이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아 화려하게 귀환한다. 서울시향은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함께 색다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선보인다(12.18~20/롯데콘서트홀).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핀란드 작곡가 야코 쿠시스토(1974~)의 축소 편곡 버전을 연주하는 한편, 성악가 라인업에 힘을 실었다. ‘합창’ 원곡의 풍부함을 즐기고 싶다면 부천 필과 지휘자 홍석원의 무대를 찾아보자(12.29/부천시민회관). ‘합창’에 앞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도 이효주의 협연으로 만날 수 있다. 경기 필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독특한 선곡으로 연말 무대를 꾸민다(12.20·22/경기아트센터 외).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봄의 소리’와 더불어, 베르디의 발레 음악과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유명 아리아로 이탈리아의 짙은 낭만을 선사한다. 서예리(소프라노)가 협연에 나선다.
정명훈/KBS교향악단(12.29)은 춘천문화예술회관을 방문해 ‘베토벤의 해’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와 베토벤의 협주곡 op.61을 연주하고, 교향곡 6번 ‘전원’으로 어려운 시기를 딛고 평화를 되찾을 새해를 염원한다. 지휘자 최수열/디토 오케스트라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이틀 간 관객과 만난다(12.30·31/롯데콘서트홀). 베토벤 교향곡 5번의 4악장으로 힘차게 포문을 열고, 김정원의 협연으로 츠파스만(1906~1971)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재즈 모음곡을 선보인다. 이어 크로스오버 그룹 레떼아모르와 소프라노 캐슬린 김,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이 함께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펼치고,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이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으로 화려한 마무리를 한다.
무용 & 뮤지컬
송년 발레의 대표작 ‘호두까기 인형’은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중 골라보는 재미는 선사한다. 국립발레단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대구 수성아트피아(12.14·15)와 예술의전당(12.19~27)을 찾고,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의 안무 버전으로 군포문화예술회관(12.11·12)과 세종문화회관(12.18~30)을 방문한다. 국립현대무용단 ‘어린이·청소년 무용 레퍼토리 개발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루돌프’(12.4~6/예술의전당)도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아온다.
사랑과 낭만을 담은 두 편의 뮤지컬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고스트’(2021.3.14/디큐브아트센터)는 지난 2013년 처음 한국에서 공연되어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지난 2018년 초연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옷을 입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2021.1.17/블루스퀘어)의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한국에 상륙했다. 1998년 초연 당시 주인공 ‘프롤로’ 역을 맡은 다니엘 라부아가 다시 무대에 선다.
전통음악
명창 안숙선이 만정제 ‘흥부가’로 송년판소리(12.19/국립극장) 무대를 연다. 안숙선은 스승 김소희가 남긴 만정제 ‘흥부가’의 여러 대목을 후배들과 함께 나누어 부르는 분창(分唱)으로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한다. 국립창극단 정미정·김미나·김준수 단원과 소리꾼 박애리가 분창자로 나서 풍성한 무대를 꾸밀 예정.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윈터 콘서트’(12. 30·31/국립극장)는 2018년 시작된 이래 매해 전석 매진을 이룬 인기 공연이다.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50인조 오케스트라가 영화음악부터 캐럴·뮤지컬 넘버·국악관현악 명곡 등으로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올해 무대에는 뮤지컬 배우 강홍석과 박혜나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실내악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는 김다미(바이올린)·이한나(비올라)·김민지(첼로)·조성현(플루트)·김한(클라리넷)·황세희(하프) 등으로 구성된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의 무대가 펼쳐진다. 24일은 ‘프랑스 판타지’를 테마로 라벨과 생상스, 장 크라와 장 프랑세의 작품을, 25일은 ‘클래식 판타지’를 테마로 로시니와 모차르트, 차이콥스키와 슈베르트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수에서는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이 ‘선물 2020’을 준비했다(12.25/GS칼텍스 예울마루). 1부는 양인모(바이올린)와 함께 하는 비발디, 바흐의 바로크 음악을, 2부는 조윤성 트리오와 영화 ‘핑크팬더’ ‘찰리 브라운’ ‘라라랜드’ 속 음악을 연주한다.
인천 앞바다는 하프의 고운 음색으로 물든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주목받은 윤혜순(하프)을 중심으로 한 앙상블 ‘더 하프’의 이름을 내건 무대다(12.26/아트센터 인천). 바흐와 차이콥스키로 시작해 크리스마스 메들리로 마무리된다. 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오르간 오딧세이’(12.23)도 크리스마스를 위해 특별한 구성으로 찾아온다. 바흐와 장 부바르(1905~1996)의 작품을 오르가니스트 박준호의 연주로 만나고,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각색한 동화 ‘별아이와 스크루지’로 색다른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배우들의 마임 연기도 함께한다.
오페라 & 합창
국립오페라단이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12.11·12/예술의전당)으로 찾아온다. 연출가 김숙영과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의 시선으로 다시 태어난 새 프로덕션을 만날 기회다.
바흐는 1734년 성서와 찬송가에 자유시를 곁들여 그리스도 탄생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대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창작했다. 성탄을 기뻐하는 듯한 밝은 표현과 세속 칸타타로부터 차용한 요소가 많아 친근히 다가가기 쉽다. 바흐솔리스텐서울의 연주와 박승희의 지휘로 만날 수 있다(12.5/통영국제음악당). 지휘자 조용석이 이끄는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은 이 세상에 사라진 캐럴을 찾아 떠나는 합창음악극을 선보인다(12.24·25/세종문화회관). 이야기와 춤,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다. 새해를 목전에 둔 12월 3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는 김봉미의 지휘, 디오오케스트라와 대구오페라콰이어의 연주로 채워진다. ‘세비야의 이발사’ ‘카르멘’ ‘리골레토’ ‘나비부인’ 등 2020년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빛낸 작품들과 오페레타 ‘박쥐’ 등 연말에 자주 만날 수 있는 작품의 아리아를 발췌해 콘서트 오페라로 꾸민다. 특히 이번 제야음악회는 관객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와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주목해보자.
♪공연 정보♬
뮤지컬 ‘고스트’ » 10.6~3.14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 11.10~1.17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국립합창단 ‘메시아’ » 12.1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국립현대무용단 ‘루돌프’ » 12.4~6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박승희/바흐솔리스텐서울 » 12.5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 12.11·12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 12.11·12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
12.18~30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 12.14·15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12.19~27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마르쿠스 슈텐츠/서울시향(협연 박혜상 외) » 12.18~20 롯데콘서트홀
서울시립합창단 ‘메시아’ » 12.19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국립창극단 ‘송년판소리’ » 12.19 국립극장 하늘극장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송년음악회 » 12.2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마시모 자네티/경기 필(협연 서예리) » 12.20·22 경기아트센터·롯데콘서트홀
2020 오르간 오딧세이 » 12.22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화이트크리스마스’ » 12.23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송년음악회 » 12.23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론 브랜튼의 ‘재즈 크리스마스!’ » 12.24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이응광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 12.24 소셜베뉴 라움
드미트리 기타옌코/KBS교향악단(협연 손열음) » 12.24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크리스마스 스페셜 콘서트 » 12.24·25 금호아트홀 연세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크리스마스 선물’ » 12.24·25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리처드 용재 오닐 ‘선물 2020’ » 12.25 예울마루
크리스마스 지브리 탱고 » 12.25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앙상블 더 하프 ‘하프 홀리데이’ » 12.26 아트센터 인천 다목적홀
화음챔버오케스트라 송년음악회 » 12.28 롯데콘서트홀
정명훈/KBS교향악단(협연 에스더 유) » 12.29 춘천문화예술회관
홍석원/부천필하모닉(협연 이효주 외) » 12.29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한경필하모닉 송년음악회 » 12.29 롯데콘서트홀
최수열/디토오케스트라(협연 길병민·레떼아모르 외) » 12.30·31 롯데콘서트홀
국립국악관현악단 ‘윈터 콘서트’ » 12.30·31 국립극장 하늘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야음악회 ‘아듀 2020!’ » 12.31 대구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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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V From Abroad
ADIEU 2020!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미국의 연말 공연계 풍경
독일 GERMANY
올해 독일의 연말은 지난해와 판이한 풍경으로 펼쳐질 예정입니다. 활기차고 풍성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대부분 취소됐고, 인터넷 쇼핑몰이 이 자리를 대신할 듯 보입니다.
많은 공연장은 유동적인 연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고심 중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이 꼽히는데요, 여러 공연장에서 연말에 계획 중이었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마저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합창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비말 전파력 때문이죠.
연말연시를 장식하는 최고의 축제인 ‘송년 음악회’에서는 이국적 정서로 일말의 불안감을 잊고자 하는 심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WDR)은 파야의 ‘사랑은 마법사’를 연주하고(12.31), 키릴 페트렌코/베를린 필은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등을 연주할 예정입니다(12.29~31). 티켓은 이미 매진됐지만, 인터넷 스트리밍은 물론 영화관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라 한국 관객들도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함부르크에서는 민코프스키/NDR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오펜바흐의 음악을 만날 수 있습니다. 테너 롤란도 비야손,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지옥의 오르페’ ‘아름다운 엘렌’ ‘호프만 이야기’ 속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12.31~1.1).
오페라계에도 많은 변화가 보입니다. 드레스덴 젬퍼오퍼와 베를린 도이치 오퍼는 연말의 스테디셀러인 푸치니의 ‘라 보엠’을 취소했습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필요한 베르디의 오페라나 연말 인기 공연 중 하나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또한 많이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함부르크와 에센은 여전히 공연을 준비 중이지만, 레겐스부르크, 켐니츠, 힐데스하임은 공연을 취소했지요. 이 외에도 연말연시에 사랑받던 여러 오페레타의 취소 공지도 줄을 잇고 있는데요, 다름슈타트는 링케의 오페레타 ‘루나 부인’을, 비스바덴은 칼만의 오페레타 ‘마리차 백작부인’을 취소했습니다.
올 연말 독일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오페라는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 될 듯 합니다. 베를린에서는 슈타츠오퍼(12.4~ 2021.1.7.)와 도이치 오퍼(12.11~27)에서, 뮌헨에서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12.11~15)와 게르트너플라츠 극장(12.10~28)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프랑크푸르트, 하노버, 뒤셀도르프 등 스무 곳에 달하는 도시에서 상연될 예정입니다.
글 오주영(성악가·독일 통신원)
오스트리아 AUSTRIA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와 송년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이름나있습니다. 1918년 전까지 640여 년간 중부유럽을 지배해 왔던 오스트리아 제국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신성로마제국의 긴 역사를 지나며 가톨릭 이상 국가 건설을 지향해 왔지요. 지금도 9백만 국민 중 90%가 가톨릭 교인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최고의 명절로 지켜지고 있으며, 이 절기의 경기가 국가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국적으로 열리는 각종 크리스마스 시장입니다. 먼저 빈에서는 11월 13일, 슈테판 대성당 광장과 빈 국립오페라 극장 옆의 게누스 마켓에서 성탄 시장이 열리고, 빈 시청광장에서는 ‘아기 예수 시장(Christkindlesmarkt)’이 시작됩니다. 11월 18~21일 사이에는 빈 3대 성탄 시장인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의 성탄 시장이 문을 열지요. 많은 사람이 가족과 함께 시장에 나와 각종 민속 음식을 즐기며 성탄과 새해 선물을 사곤 합니다.
크리스마스 4주 전인 11월 27일부터는 전국 각지에 ‘대림절 시장’이 열리고, 12월 6일 ‘산타클로스 날’에는 각 크리스마스 시장에 산타클로스가 등장합니다. 미국의 산타는 썰매를 타고 나타나지만, 오스트리아의 전통은 조금 다릅니다. 이곳의 산타는 썰매 대신 다뉴브강 위로 배를 타고 각 도시에 나타나며, 착한 아이를 찾아 주로 책을 선물하곤 하지요.
전국 각 도시의 성당과 공연장은 크리스마스, 대림절, 송년 콘서트, 캐롤 및 칸타타 합창공연, 무도회를 여는데요, 그중 빈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을 제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올해는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쇤브룬 궁전 오랑제리 콘서트(11.21~12.26)에 이어 슈테판 대성당에서는 대림절 콘서트(11.26~12.23)가 펼쳐집니다. 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하모니아 앙상블, 그리고 여러 성악진과 연주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크리스마스 인 빈’(12.18‧19)이 열립니다. ORF 빈 방송교향악단, 빈 소년합창단 등이 출연하며, 사샤 괴첼의 지휘로 헨델의 ‘메시아’를 공연할 예정입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 외에도 미국 흑인영가 가수인 스텔라 존스가 부르는 성탄 송가와 뮤지컬 넘버(12.19·20, 빈 보티브 성당)와 빈 스페인 승마학교에서 펼쳐지는 옛 합스부르크 왕가 승마학교 전통에 따른 시범 쇼(11.14~12.31)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밤, 아름다운 강가에 위치한 린츠나 잘츠부르크 등의 도시에서는 자정 직전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화려한 불꽃놀이로 새해를 맞이하는 거지요.
오스트리아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지난 11월 3일부터 12월 2일까지 락다운(lockdown)을 시행 중입니다. 11월 12일부터 밤 통행 금지가 해제될 예정이지만, 코로나 상황에 따라 크리스마스 및 송년 이벤트 일정 또한 변경될 수 있습니다.
김운하(‘새로운 한국’ 발행인, ‘재오한인’ 편집고문)
프랑스 FRANCE
안타깝게도 올해 프랑스에서는 연말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겠습니다. 또다시 삶이 멈췄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제 조치는 없을 것”이라 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말을 거두고, 10월 28일에 “이틀 뒤부터 12월 1일까지 재봉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문화계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지난 10월부터 단계적으로 대도시의 대중이용시설을 닫고, 밤 9시 이후 통행을 금지해 극장들이 프로그램을 줄줄이 취소한 뒤였으니까요. 야간통행금지 발효 후 로셀린 바슐로 문화부 장관은 ‘티켓을 소지한 관객에 한해 오후 9시 이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허용해달라’ 설득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우리가 더 많은 예외를 만들수록 통금 시간이 효과적이지 않을 위험이 커진다”며 강경하게 답했죠. 극장들은 시즌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파리 오페라 발레는 연말 상징인 누레예프 작품을 못 올리게 된 것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이후 시즌 레퍼토리를 단 한 작품도 올리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파리 오페라가 건물 리노베이션 및 내부 문제로 시즌 레퍼토리 시작을 11월 말로 미뤘는데, 11월부터 다시 이동통제를 하게 되었거든요.
문화는 보건 위기에서 계속해서 ‘비필수’ 분야로 밀려납니다. 대통령 담화에서 ‘문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사립극장연합회 회장 베르트랑 타맹은 “문화는 필수는 아니지만 ‘기본’이다. 인간의 삶은 먹고 마시는 것만이 아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8월 말, 바슐로는 “극장에 가는 것이 슈퍼마켓보다 위험이 적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현재 모든 상점이 닫고 대형 마트만 열려 있기 때문에, 마트는 크리스마스 마켓만큼 붐빕니다.
아직 대부분의 연말 공연이 취소되지는 않았으나 지켜보아야 합니다. 계획대로라면 파리 오페라는 ‘카르멘’(12.16~31), 파리 오페라 발레는 ‘라 바야데르’(12.4~2010.1.2)를 공연하며 스트라스부르 렝 오페라는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12.9~1.24)을 올립니다. 두 가지 버전의 제작 초연을 가지고 인근 도시들을 교대로 순회할 예정입니다.
보르도 오페라 발레는 덴마크 안무가 디나비 욘의 새로운 ‘라 실피드’(12.11~31)로 한 해를 맺습니다. 대니얼 하딩/파리 오케스트라는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말러의 교향곡 8번 ‘천인’(12.22·23)을 올릴 예정이나 취소가 유력합니다. 미코 프랑크/라디오 프랑스 필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림스키코르사코프 ‘눈아가씨’, 스비리도프의 ‘눈보라’ 등 러시아 레퍼토리를 펼칩니다. 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12월 31일 뒤카와 라벨, 리게티, 쿠르트 바일, 거슈윈 등 근현대 레퍼토리로 신년을 맞습니다. 프랑스와 인접한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발레는 프랑스의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세 작품 ‘샹드리용’(12.18·19), ‘로미오와 줄리엣’(12.23·26), ‘호수’(12.30~1.3)로 12월을 채웁니다.
만약 극장이 열리지 않을 경우 파리 오페라는 페이스북, 리옹 오페라는 유튜브, 파리 오케스트라 및 기타 극장들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 합니다. 바슐로는 예산을 추가 편성해 극장 및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오페라 코미크에 오른 라모의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 역시 정부 지원 덕분에 무료 생중계로 바뀌어 전파를 탔습니다. 또한 파리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올 연말까지 온라인 무료 중계됩니다.
올해는 노란 전구와 거대한 트리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보기 어렵겠습니다. 파리의 튈르리, 스트라스부르, 리옹 등 이름난 크리스마스 마켓은 일찌감치 취소되었고, 이맘때쯤 세워져야 할 트리도 아직 없습니다. 연말의 공식적인 시작, 샹젤리제의 크리스마스 조명 점등식은 11월 22일 온라인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윤혜(음악 칼럼니스트)
미국 AMERICA
뉴욕의 겨울을 떠올리는 수많은 상징 가운데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과 더불어 록펠러 센터 앞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있습니다. 특히 점등식은 연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죠. 트리와 함께 세계의 수도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매년 25만 명이 찾는 스케이트 링크, 그리고 라디오 시티 뮤직홀까지, 록펠러 센터는 연말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10월 말부터 불안한 상승곡선을 그리던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11월 중순 하루 18만 명을 기록하며, 최고 수치를 갱신했습니다. 미국 사회가 팬데믹의 충격으로부터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공연예술의 재개를 고대하고 있던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었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마술피리’(12.1)와 ‘신년음악회’(12.31), 그리고 뉴욕 시티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취소되었고, 라디오 시티 뮤직홀의 가족공연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 역시 내년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주요 연주단체가 여는 공연은, 뉴욕 필하모닉 4명의 현악 수석으로 구성된 뉴욕 필 현악 4중주단과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가 함께하는 연주(12.17)가 거의 유일합니다.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열리는 이 음악회에서는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 2번 op.13과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 op.81이 연주됩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은 전멸인 셈입니다. 뉴욕의 한 공연장의 경우, 리허설이나 영상 촬영을 위해 장소를 사용할 때도 연주자들 간의 무대 위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비말감염 위험이 큰 합창과 성악은 아예 금지합니다. 관악기도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할 만큼, 뉴욕은 연주를 위해 모일만한 장소와 환경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록펠러 센터 앞 크리스마스트리는 암울한 1931년 대공황에 등장했습니다. 1933년부터 연례행사로 점등식을 시작했고, 1951년에는 전국에 중계될 정도로 미국인에게 중요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올해 록펠러 센터를 장식하는 트리는 키 23m, 무게 11t에 달하는 노르웨이 단풍나무로,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작은 도시 플로리다에서 베어 지난 11월 14일에 뉴욕으로 옮겨왔습니다. 12월 2일 점등식을 시작으로 희망을 밝힐 이 나무는 시즌을 마친 후, 주거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을 위해 집과 마을을 짓는 비영리 국제단체인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에 기부되어 또 다른 희망을 이어갑니다.
김동민(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