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 콰르텟, 새 역사를 위한 현의 사각형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5월 3일 9:00 오전

COVER STORY

 

Esmé Quartet

에스메 콰르텟

새 역사를 위한 현의 사각형

 

불협화음을 낼 것, 더 크게 더 자주!
무대에선 중후한 4명이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니 힘을 뺀다. 수다다. 하지만 음악을 위한 수다여서 한 글자도 놓칠 수 없다. 다 받아 적고나니 이들의 탄생부터 지금의 영업비밀까지 모두 들어간다. 다른 기사나 영상에서 볼 수 없던 멤버들의 진짜 모습도 나온다. 전략형 리더 원희, 유머로 분위기를 푸는 예은, 세심하게 말을 정리하고 덧붙이는 유나, 차분하게 핵심을 찌르는 지원. 이들의 이야기를 엮으니 한국 실내악의 현재와 미래가 보인다. 에스메 콰르텟의 젊은 날의 초상을 이곳에 ‘모두’ 담았다 글 박서정 기자 커버 사진 황필주(studio79) 의상 협찬 박술녀한복·에몽(aimons)

 

 

하유나(1992~) | 제2바이올린
서울대 음대·파리고등음악원 졸업. 노보시비르 콩쿠르·미르쿠르 콩쿠르 우승. 서울대 재학 중 리시오 콰르텟으로 활동하며 금호영체임버시리즈·서울국제음악제에서 연주. 1968년산 안살도 포찌 사용.

배원희(1987~) | 제1바이올린
커티스 음악원·영국왕립음악대학·쾰른 음대·파리고등음악원 졸업. 영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서밋 뮤직 페스티벌 협주곡 콩쿠르 1위·리피처 콩쿠르 1위. 독일 문화재단 후원으로 1690년산 안드레아 과르네리 사용.

허예은(1992~) | 첼로
서울대 음대·뤼벡 음대 졸업 후 쾰른 음대최고연주자과정, 하노버 음대 실내악 석사과정 재학 중. 서울대 재학 시절 율 스트링 콰르텟 첼리스트로 활동. 1873년산 루이지 파브리스(베니스) 사용.

김지원(1992~) | 비올라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뒤셀도르프 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재학 중. 서울대 재학 시절 율 스트링 콰르텟(Yul String Quartet)을 결성, 여러 무대에서 연주. 2017년 토마스 아일리(베를린)가 제작한 비올라 사용.

에스메 콰르텟은 이리저리 봐도 좀 튄다. ‘현악 4중주단’ 하면 흔히 떠올리는 모습이 있다. 멋지게 연미복을 차려입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주름진 손에서조차 음악적 연륜을 풍기는 중장년의, 백인 남성. 이렇듯 전통적인 현악 4중주단의 모습, 그로 인해 굳어진 오랜 통념은 2016년 나타난 젊은, 동양인, 여성 팀인 에스메 콰르텟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두 음을 동시에 누른 불협화음처럼,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이들은 존재만으로 주변에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 예기치 않은 부조화에 사람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 운명을 직감하기라도 한 걸까? 에스메 콰르텟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곡은 모차르트 현악 4중주 19번 K465 ‘불협화음’. 모차르트는 당대로서는 파격적으로 작품에 불협화음을 활용했다. 그런데 어쩐지 오늘날 청중에게는 불협화음이 빚어내는 불안정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새롭고 낯선 소리에 익숙해지면서, 시대에 따라 불협화음에 대한 감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협화음’의 반대말은 화음이나 자연스러움이 아닌, ‘익숙함’이다. 에스메 콰르텟이 더 많은 무대에 서야 하는 이유,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음악을 듣고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스메 콰르텟은 2018년 우승을 거둔 런던 위그모어 홀 콩쿠르에서 ‘불협화음’을 선보이며 모차르트 해석상까지 받아냈으니, 이 얼마나 완전한 스토리텔링인가. 오는 5월 11일, 에스메 콰르텟은 자신들을 향한 주홍글씨 같은, 혹은 훈장 같은 이 곡을 가지고 리사이틀을 연다. 모처럼 한국에 모인 이들과 이틀에 걸쳐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했다.
사실 기자는 인터뷰 전, 한 가지 굳게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절대 여느 인터뷰처럼 이들을 화기애애한 젊은 여성들로 그리지 않으리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현악 4중주의 팽팽한 긴장감을 글로써 담아내리라. 그러나 객석 사무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 이들은 너무나도 화기애애했고, 동시에 전문가다웠다. “우리가 말이 좀 많죠?” 인터뷰를 시작한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주거니 받거니 끝날 줄 모르던 대화에 잠깐 인터뷰임을 망각한 그 순간, 힘내라는 듯 말을 건넨다. 맞다, 이건 수다다. 하지만 음악을 위한 수다여서 한 글자도 놓칠 수 없다. 다 받아 적고나니 이들의 탄생부터 지금의 영업비밀까지 모두 들어있다.


에스메 콰르텟이 우승한 위그모어 홀 콩쿠르는?

2010년부터 위그모어 홀에서 주최하는 현악 4중주 콩쿠르. 1979년 시작된 포츠머스 콩쿠르를 이어받아 3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역대 우승자는 타카치 콰르텟(1979), 하겐 콰르텟(1982), 아르카디아 콰르텟(2012) 등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이다. 에스메 콰르텟은 2018년 위그모어 홀 콩쿠르 결선에서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5번을 연주하며 우승을 거뒀다. 이들은 1위 이외에도 앨런 브레들리 모차르트상, 브람 엘더링 베토벤상 등을 휩쓸었다. 영국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위그모어 홀은 552석 규모의 실내악 전용공연장이다. 1901년 문을 열었으며, 매년 46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악기는 내 장난감 음악애호가(家)
피아노를 사랑한 바이올리니스트 | 시선은 옆을 향해

허예은 넷 다 가족 중에 음악가가 없어요. 대신 저희 부모님께서는 음악을 워낙 좋아하셨어요.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었지만, 딸들이 음악과 함께 커가기를 바라셨던 것 같아요. 저는 다섯 살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어요. 친언니도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를 했고요. 언니 발표회에 따라갔다가 “엄마, 나 저 큰 바이올린 할래” 말했던 기억이 나요. 첼로를 그렇게 시작했어요. 그때는 저도 어머니도, 바이올린과 첼로를 (운지법·악기 잡는 법·활 쓰는 법이 달라서 헷갈리기 때문에) 동시에 배우면 안 된다는 것도 몰랐어요. 나중에 주변에서 하나만 하라고 조언해줘서 더 좋아한 첼로를 선택했죠.
김지원 저도 바이올린이랑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피아노는 어머니의 취미였고, 바이올린은 또래들과 유치원에서 배웠죠. 은근한 경쟁심에 바이올린에 금방 재미를 붙였어요. 비올라는,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께서 “너는 키도 크고, 팔도, 손가락도 길고 하니 비올라를 해봐라” 권유하셨어요. “저는 바이올린을 하는데요?” 하니, “굳이 그렇게 많이 하는 악기를 왜 하니?”라며 꼬드기셨죠.(일동 웃음)
허예은 너 콰르텟 얘기해야지! 대학 때 에벤 콰르텟 맨날 듣고…
김지원 그건 나중이지. 한참 후에.
하유나 바이올린을 어머니가 다니시던 평생교육원에서 함께 배웠어요. 어머니는 저를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키우려 발음하기 쉬운 ‘유나’로 이름을 지었다고 말씀하세요.
허예은 (공감한다는 듯이) 어딜 가든 유나는 부르기 쉬워. ‘예은’은 아니야.
하유나 그렇게 말씀은 하셨어도, 진지하게 전공시킬 생각은 없으셨던 것 같아요. 5학년 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예술 중학교’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으니까요. 대체 그게 무엇이냐, 하면서 얼떨결에 입시 준비를 시작했죠. 학교는 서울에 있고, 당시 저는 수원에 살았으니까 떨어지면 그만이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가곡으로 입시시험을 봤는데 덜컥 붙었고, 여기까지 왔네요.
배원희 저는 원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피아노로 음악춘추콩쿠르에 나가서 1등한 적도 있어요. 맞벌이셨던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면 어린 저는 피아노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죠. 바이올린은 다섯 살 때쯤 친구 따라 배웠어요. 그러다 4학년 때 선생님께서 저를 친딸처럼 아껴주시고 잘 가르쳐주셔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정말 선생님 한 분 때문에 진로가 바뀌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피아니스트는 의자에 앉아 옆모습만 보이지만, 바이올리니스트는 무대 앞을 보잖아요. 그게 좋았어요. 현악 4중주를 하는 지금은 다시 옆을 보고 있지만요.(웃음)


에스메 콰르텟의 연혁

2016
창단
독일 쾰른 음대 실내악 콩쿠르 우승

2017
독일 바이커스하임 실내악 페스티벌 신인상
노르웨이 트론헤임 실내악 콩쿠르 3위

2018
독일 아이린 스테일스 빌싱 현악 4중주 콩쿠르 청중상
영국 위그모어 홀 실내악 콩쿠르 1위
캐나다 몬트리올 MISQA 페스티벌 상주단체 선정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HSBC 로리엇’ 선정

2019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데뷔
영국 투어 리사이틀
KBS클래식FM ‘2019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발매

2020
아트실비아 실내악오디션 대상
인터내셔널 데뷔 음반 ‘투 비 러브드’(Alpha) 발매
독일 한스 갈 프라이즈 수상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 선정

2021
벨기에 무지크 페스티벌 초청 공연 예정
영국 위그모어 홀 초청 공연 예정
이탈리아 투어 리사이틀 예정

2022
첫 북미·일본 투어 리사이틀 예정


콰르텟을 할 거라는 직감 문어발 첼리스트 | 위그모어 홀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공통점? | 실내악 수업은 필수

배원희 커티스 음악원 유학 시절, 졸업할 때까지 실내악을 매학기 무.조.건. 해야 했어요. 첼리스트의 경우 한 학기에 8개까지 할 정도고, 바이올린은 그나마 인원수가 좀 있어서 2, 3개씩 해요. 매주 레슨을 받았고, 실내악엔 좋은 곡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됐지만, 본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 런던 유학 때 현악 4중주에 푹 빠졌어요. 위그모어 홀에서 벨체아 콰르텟이 연주하는 걸 보고, 바로 저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일 년 내내 위그모어 홀에 찾아갔죠. 그렇다고 당장 사람들을 불러 모아 팀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 위그모어 홀에서 콰르텟을 하리라는 꿈만 간직한 채 독일로 유학을 떠났죠.


 

김지원

음악과 함께한 에스메 콰르텟의 어린 시절

하유나


허예은 선화예중·예고를 나왔지만, 현악 4중주라는 걸 대학에서 처음 경험해봤어요. 국내 음악 교육은 실내악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전문적인 레슨도 없잖아요. 당시에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한두 번 실내악을 해보는 정도였지, 사실 콰르텟에는 별 관심도 없었죠. 그러다 대학교 1학년 때 지원이를 만났는데, 콰르텟이 얼마나 좋은지 ‘세뇌’를 시키더라고요. 갑자기 음악 틀고 이 곡 좋지 않냐고 하고.(웃음) 그때부터 지원이는 현악 4중주에 관심이 많았고 아는 것도 많았어요.
김지원 좋아지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한동안 악기를 쉬었어요. 할 게 뭐가 있었겠어요. 학교 끝나면 매일 연주회장을 찾았죠. 마침 근처에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열렸어요. 현악 4중주라는 게 있다는 걸 그 덕분에 알았어요. 그전까지는 실내악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현악 4중주를 들으면서 ‘정말 좋다’도 아니고, ‘나는 훗날 저걸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예감이 들더라고요. 대학교에 가면 괜찮은 팀부터 만들고 싶었죠. 여러 명과 해보다가 레이더에 걸려든 게 예은이었어요. (두 사람은 서울대 재학 시절 현악 4중주단 ‘율’을 결성, 금호영체임버콘서트·대관령 국제음악제·캐나다 맥길 국제 현악 4중주 아카데미 등에 초청되어 연주회를 가진 바 있다.)
허예은 저를 독일로 유학 보낸(?) 사람도 지원이에요. 원래는 유학 갈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덕분에 쾰른 음대에서 원희 언니도 만났죠.


허예은

배원희

위그모어 홀 콩쿠르 우승 당시


운명의 날 2016년 10월 1일 콰르텟으로 학점 따기
그냥 멘델스존 콰르텟 | 실내악이 미래다

배원희 그게 다 운명이야.
허예은 운명이었던 것 같아. 언니도 파리 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하다 학기 중간에 쾰른으로 왔거든요. 언니랑, 옆 동네에서 유학 중이던 지원이랑 콰르텟을 꾸린 게 에스메 콰르텟의 시초였어요.
배원희 처음엔 실내악 학점을 따려고 만든 팀이었어요. 졸업과제였거든요. 한 학기만 하고 나서 끝! 하고 해체할 팀이었는데…
김지원 그래서 팀 이름도 없었어. 어디서 인터뷰하라고 하면, 연주하던 곡목을 따서 ‘멘델스존 콰르텟’이라고 하고 나갔다니까요.
배원희 그랬는데, 실내악에 대한 둘(김지원·허예은)의 열정을 제가 눈치챈 거죠. 둘은 전부터 합을 맞춰온 게 있어서 잘 맞기도 했고요. 당시 제2바이올린 주자가 남자였는데, 여자로 새로 구해서 콰르텟을 해보자고 설득했어요. 파리에 있던 유나한테 전화를 걸었고, 유나가 독일로 이사 온 2016년 10월 1일이 우리의 창단일이 됐습니다.
하유나 연락을 받았을 때 저는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한국 교육 과정에서는 대학 가는 게 제일 큰 목표잖아요?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뭘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만난 이경선 교수님(서울대)께서 ‘실내악’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해주셨어요. “앞으로는 실내악이 미래다. 솔리스트 위주에서 벗어나 실내악에 중점을 두고 배워봐라”라고요. 대학 시절에 5중주·6중주·피아노 3중주 등 다양한 편성을 다 해봤어요. 2년간 진지하게 활동했던 현악 4중주단이 있었는데, 멤버들이 유학을 떠나면서 뿔뿔이 흩어져버렸죠. 다시 목표가 없어진 거예요. 그 이후로 저도 파리고등음악원을 갔어요. 오케스트라든 실내악이든 솔로든 아직 나는 부족하니까 더 배우고 선택해보자 싶었던 거죠. 에스메 콰르텟을 제안받았을 때도 배움의 기회라는 생각이 컸어요.


에스메 콰르텟에
영향을 준 연주자들 ➊

 

에벤 콰르텟
1999년 창단된 프랑스 현악 4중주단. 불로뉴 비양쿠르 음악원 출신의 피에르 콜롱베 (바이올린)·가브리엘 르 마가주(바이올린)·마티외 에르조그(비올라)·라파엘 메르랑(첼로)로 구성됐다. 2017년 비올라 주자가 마리 실렘으로 교체됐다.

벨체아 콰르텟
1994년 코리나 벨체아(바이올린)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현악 4중주단. 크시슈토프 호셸스키(비올라)가 창단부터 함께하고 있고, 악셀 샤세르(바이올린)·앙투안 르데를랭(첼로)가 차례로 합류했다.

아르테미스 콰르텟
1989년 뤼벡 음대에서 창단된 콰르텟. ARD 콩쿠르·프레미오 파올로 보르치아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몇 차례의 멤버 교체를 거쳐 현재 비네타 사례이카·김수연(바이올린)·그레고르 시글(비올라)·하리에트 크라이그(첼로)가 활동 중이다.

알반 베르크 콰르텟
1970년 빈 음악원 출신 교수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현악 4중주단. 창단 멤버는 귄터 피힐러(바이올린)·클라우스 메츨(바이올린)·하트 바이엘레(비올라)·바렌틴 엘벤(첼로). 40년 가까이 활동하고, 지난 2008년 은퇴를 선언했다.


 데뷔 앨범

베토벤, 브리지, 진은숙:투 비 러브드
Alpha 590

“네 명의 연주자가 전달하는
서정성과 투명함은 듣는 이에게 예상치 못한 깊이와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 프랑스 디아파종지

“신생 앙상블의 젊음과 활기가
세 작곡가의 초기 현악 4중주곡과
짝을 맞춘 듯 어우러진다”
– 영국 BBC 뮤직 매거진

2020년 3월 발매된 에스메 콰르텟의 인터내셔널 데뷔 음반이다. 리더 배원희의 제안으로 작곡가의 첫 현악 4중주곡으로 기획됐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번, 진은숙(1961~)의 현악 4중주와 테이프를 위한 ‘파라메타스트링’(세계 최초 녹음), 프랭크 브리지(1879~1941)의 ‘노벨레텐’을 담았다. 뉴욕 클래식 음악 라디오 채널 WQXR ‘2020년 베스트 음반’으로 선정되고 프랑스 디아파종지에서 만점을 받는 등 해외 주요 클래식 음악 매체에서 호평받았다. 프랑스 클래식 음악 레이블인 알파에서 발매된 최초의 한국인 연주자 앨범이라 더욱더 뜻깊다.

Esmé Quartet presents a programme that combines Beethoven’s first string quartet and ParaMetaString, a quartet ‘with magnetic tape’ that the Kronos Quartet commissioned from the Esmé’s compatriot Unsuk Chin in 1996. Serving as a link between the two works(Beethoven’s first string quartet and Chin’s ParaMetaString) is the Novelletten by the English composer Frank Bridge(1904) which also rounds off an overview of some of the finest chamber music written over the past 200 years. This recording was created in collaboration with the Academy of the Festival d’Aix-en-Provence as part of Alpha’s commitment to support new talents.


절박함이 동력 20대 중반이라는 나이 | 365일 중 360일
전설적인 아르테미스 콰르텟 | 실내악 과정을 밟다

하유나 한국 문화에서 20대 중반이면 적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콰르텟 결성 당시에 다들 20대 중반을 넘긴 데다, 유학 중이라 경제적 독립에 대한 부담도 컸어요. 아마 1~2년 안에 특별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 팀은 와해됐을 거예요.
허예은 ‘우린 잘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전업 콰르텟은 꿈도 못 꿨죠. 다들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아도, 결과가 없으면 끝은 헤어짐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연습에만 전념했죠.
김지원 처음 1년은, 365일 중의 5일만 빼고 매일 만나서 연습했어요.
배원희 결과적으로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게 원동력이 됐어요. 처음부터 제 목표는 런던 위그모어 홀 콩쿠르였고, 그에 따라 움직였어요. 워낙 큰 콩쿠르니까 맨땅에 헤딩할 수는 없고, 잘 준비시켜주실 분으로 독일 뤼벡 음대의 하이머 뮐러(전 아르테미스 콰르텟의 제2바이올린 주자) 선생님을 찾아갔죠. 실내악 과정은 팀으로 입학하는 시스템이에요. 창단 이듬해인 2017년 2월에 선생님께 먼저 레슨을 받으러 갔어요. 인사도 드릴 겸, 우리가 선생님과 잘 맞는지도 확인할 겸 해서요.
하유나 그때 뮐러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우리 콩쿠르 나가야 해요!” 하니까, 깜짝 놀라셔서 눈이 이렇게 커졌어요. 트론헤임 실내악 콩쿠르 1차 오디션에 낼 CD를 녹음해야 했거든요.
허예은 아르테미스 콰르텟하면, 실내악 전문가들에게는 전설이에요. 언니가 가보자고 했을 때 덤덤한 척 “그래요, 가봐요” 했지만, 실은 뮐러 선생님 반에 들어갈 시험을 보면서 엄청나게 떨었어요. 우리의 가능성을 알아볼 첫 무대이기도 했으니까요. 입시가 끝난 뒤에 잘한다,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배원희 저희가 살던 곳에서 뤼벡이 굉장히 멀어요. 기차로 5시간 거리인데도 1~2주에 한 번씩 레슨을 받으러 다녔죠. 다른 건 다 포기하고, 시간도 에너지도 콰르텟에만 쏟은 나날이었어요. 맏언니로서 팀을 잘 이끌고 싶다는 책임감이 강했어요.
하유나 이 어색한 중생들을 살려야겠다?(일동 웃음)
허예은 처음 모였을 때는 서로 어색했거든요. 지금은 가족처럼 편해요.
위그모어 홀 콩쿠르 도전 진짜 콰르텟? | 입시 이후로 이런 연습은 없었다 | 무대에서 뿜어낸 독기
배원희 만난 지 6개월 만에 도전장을 내민 트론헤임 콩쿠르에서 3위라는 성적을 받았어요. 용기를 얻었죠. 우리가 하면 되는구나. 같은 해 12월 즈음 위그모어 홀 콩쿠르 예선 발표가 났어요. 본선 1차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어요.
허예은 유독 콰르텟은 오래되어야 진짜 콰르텟이라고 인정하는 시선이 강해요. 짧은 경력의 신생 콰르텟이 그런 선입견을 뛰어넘으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을 많이 쏟는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쌓아둔 레퍼토리가 없던 때라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총 7곡을 단시간에 완성해야 했죠. 아침에 눈 뜨면 모여서 연습하고, 점심 먹고 나서 저녁에 문 닫을 때까지 연습했어요. 시간을 정해두고 연습하진 않았지만 열 시간은 족히 넘었을 거예요. 정말 자는 시간, 먹는 시간 빼놓고는 하루종일 연습만 했어요.
하유나 그 와중에 먹는 시간 뭐냐고.(웃음)
허예은 중요해! 먹어야지. 그게 스트레스 푸는 건데. 영국 음식 맛이 없었어.
하유나 대학 입시 이후로 이런 연습은 없었다고 하면 좀 와닿으실까요?
김지원 나는 대학 입시보다 열심히 했어.
허예은 누구 하나 강요하지도 않았고,
하유나 누구 하나 싫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허예은 물론 즐겼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서로 초췌한 얼굴을 보면서도 웃으면서 연습했어요. “너 다크서클 1cm 더 내려왔다”면서, 진짜 독하게 연습했어요. 콩쿠르 끝나니 살이 5kg은 빠져있더라고요.
김지원 팀이 잘 맞는다는 건 각자가 가진 욕심의 정도가 맞는다는 거예요. 누구 한 명이 “난 좀 편하게 살고 싶은데” 하면 틀어지는 거죠.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배원희 다들 콰르텟을 향한 야망이 엄청났어요. 야망이 체력을 이겼죠. 나중에 심사위원 얘기를 전해 듣기로는 저희의 ‘기’가 남달랐다고 하더라고요.
허예은 지금 봐도 무섭긴 해.
김지원 진짜 이 악물고 하니까.

Esmé Quartet

Esmé Quartet was formed in 2016 at the Hochschule für Musik in Cologne, Germany.
The name of the quartet- Esmé is borrowed from an old French word meaning ‘being loved’. The group is comprised of four Korean musicians
that were in their youth acquainted with each other as friends and shared common interests and passions in music, the arts, and life.

에스메 콰르텟은 2016년 독일 쾰른 대학에서 결성됐다. ‘에스메’라는 이름은 ‘사랑받는’이라는 뜻의 프랑스 고어를 차용했다.
학창 시절 서로 친구로 알고 지내며 음악, 예술, 삶에 대한 공통의 관심과 열정을 공유했던 네 명의 한국 음악가로 구성되어 있다.


콩쿠르 우승 전략은 심사위원도 관객이다
50분짜리 곡을 한다고? | 1일 1연주 | 콩쿠르 유행곡

배원희 위그모어 홀 콩쿠르는 총 3차까지 있고, 하루도 빠짐없이 라운드가 진행돼요. 모든 라운드의 점수를 합산해서 우승자를 내는 방식이라, 조금이라도 못하면 우승할 수 없어요. 또 콩쿠르이긴 하지만, 일종의 실내악 축제이기도 해요. 모든 참가팀이 런던 명소에서 연주해야 하죠.
허예은 일정상 매일 다른 곡을 연주해야 하니까, 결선 무대에서 선보일 곡은 일주일은 연습을 못 해보고 올라가는 거예요. 저희가 준비한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5번 D887은 50분짜리 대곡이에요. 힘이 빠져서 본 연주를 못할까 봐 결선 당일에 리허설도 제대로 못했어요. 들어가는 템포 정도만 맞춰보고 바로 무대에 섰어요. 믿을 건 우리 넷밖에 없었죠.
배원희 결선곡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어요. 우리가 본선에서 이 곡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너네 미쳤어?”였어요. 화려한 기교로 청중을 사로잡는, 소위 콩쿠르용과는 거리가 먼 곡이거든요. 오히려 학구적이고 심오한 쪽에 가깝죠. 같은 슈베르트의 작품을 하더라도 ‘죽음과 소녀’는 할지언정, 마지막 현악 4중주를 하는 팀은 없어요. 처음엔 저희도 이 곡을 추천하신 뮐러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했죠. 그런데 마라톤 같은 일정에서 이 곡을 완주해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을 얻은 거예요.
하유나 아무리 콩쿠르가 경연이라지만, 심사위원도 결국 관객이에요. 진정성 있는 연주로 마음을 움직이는 게 우승의 팁이라면 팁이죠. 레퍼토리 전략 같은 건 없어요. 우리만 레퍼토리를 잘 고른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른 참가자랑도 잘 맞아야 해요. 만약 다른 팀이 우리와 같은 곡을 들고 나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허예은 콩쿠르 곡에도 유행이 있긴 해요. 전년도 우승자의 곡을 다음 해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식이죠. 저희 때는 라벨이었어요. 저희 이후로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5번이 콩쿠르 곡으로 유행했다고 하더라고요.

 

동양인 여성 콰르텟이라니 콩쿠르 반짝 스타 | 교회 종소리의 감성을 알아? | 현악 4중주라는 자부심과 편견 | 연주로 증명하기

배원희 위그모어 홀 콩쿠르 우승 당시 아무리 1년 6개월밖에 안 된 팀이었다고는 해도 ‘팀으로 얼마나 오래가겠느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이니까, 서양 매니지먼트에서 봤을 때는 ‘한국에 곧 돌아갈 팀’으로 본 거죠. “넷 다 여자니까 결혼하면 금방 팀이 깨질 텐데”라는 편견 섞인 질문도 많았고요.
허예은 ‘반짝 스타’ 취급하면서 자기들끼리 2년 넘는다, 안 넘는다를 가지고 내기를 했다고도 들었어요.
배원희 동양인 연주자에 대한 서양인들의 뿌리 깊은 편견 중 하나가 단순히 테크닉만 좋을 거라고 여긴다는 거예요. 특히 현악, 그중에서도 현악 4중주는 그런 편견이 강하게 작용하는 장르예요. 현악 4중주를 하시는 분들은 음악성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요. ‘우리 백인 음악’의 감성을 ‘타지에서 온 동양인’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느냐는 거죠. 본인들이, 또 서양 작곡가들이 보고 들으며 자란 성당의 종소리라든지, 동요를 모르고 자랐으니, “깊이 있는 음악을 할리가 없다”는 말까지 들었어요.
하유나 사진 속의 드레스를 입은 예쁘장하고 젊은 동양인 여자들을 보고, 마냥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주를 할 거로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에스메 콰르텟은 굉장히 파워풀한 소리를 내는 팀이거든요. 그들의 모든 선입견에 일일이 아니라고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자리에서 논쟁을 벌이는 것도 의미가 없잖아요. 연주로 반문하고, 증명하려고 했어요. “우리가 왜 안 되는데?”
배원희 우리가 정말 우승자다운 우승자라는 걸 보이기 위해, 콩쿠르 이후에 더 열심히 했어요. 콩쿠르 우승으로 잡힌 연주회가 많았는데, 모든 연주회를 콩쿠르처럼 준비했죠. 우리의 이번 목표는 재초청을 받는 것이었어요. 콩쿠르 효과는 2~3년이면 끝나니까요. 매번 성공적인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아야 했죠.
김지원 한 신문에 실린 연주회 리뷰가 인상 깊게 남아서 소개하고 싶어요. ‘현악 4중주는 네 명의 백인 남성이 연미복을 입고 나와서 연주하는 장르로 알려졌다. 이 젊은 여성들을 보라. 이들의 연주는 현악 4중주에 대한 오랜 클리셰가 깨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배원희 에스메 콰르텟은 연주하는 곳마다 재초청받고 있어요. 그렇게 어느덧 5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네요. 내년엔 미국과 캐나다, 일본 투어도 예정되어 있답니다.
허예은 레퍼토리도 꾸준히 넓혀가고 있어요. 현악 4중주곡이 워낙 많아서 아직 안 해본 곡이 무궁무진해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정할 때는 우리가 잘하는 것보다, 에스메 콰르텟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주력해요.
배원희 현실적인 이유로 여러 분야의 레퍼토리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같은 유럽 안에서도 나라마다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다 달라요. 예를 들어 프랑스는 실험적인 현대음악, 이탈리아는 신나고 낭만적인 프로그램, 독일은 학구적이고 에스메 콰르텟의 역사가 녹아든 프로그램, 영국은 정통적인 현악 4중주곡을 좋아하죠. 분위기에 따라 바로바로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가 한국인이기에 흥과 장단 | 옛다 받아라
푸르딩딩 푸르죽죽 | 나랑 같이 갈 사람?

하유나 외국에서 활동하는 콰르텟 중에는 넷 다 국적이 다른 팀이 흔해요. 저희는 한국인 연주자로만 구성된 콰르텟이다 보니, 한국적인 색깔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해외에서 자랑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 한국 작곡가의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저희끼리는 조심스레 진은숙(1961~) 선생님께서 저희를 위한 현악 4중주곡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데뷔 앨범에서 선생님의 ‘파라메타스트링’을 녹음하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배원희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한국적인 요소가 듬뿍 담긴, 한국의 전통적인 흥과 가락을 알릴 수 있는 곡을 하고 싶어요. 윤이상(1917~1995)이 한국의 민족음악을 서양 어법으로 표현한 작곡가로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서양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크로노스 콰르텟이 초연한 ‘옛소리(Sound From The Past)’라는 작품을 연주했는데 객석의 반응이 참 좋았어요. 해금 연주자(여수연)가 작곡한 곡이고, 각 악기가 한국 전통 악기의 소리를 흉내내듯 연주하는 곡이에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나오는 마음속 장단이 있더라고요.
하유나 무용에서 발레와 한국무용의 움직임이 다르듯이, 베토벤·모차르트 할 때랑 한국 음악을 할 때는 소리를 내는 기본적인 방법부터 달라요. 숨을 세는 방법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은 ‘하나.둘.셋.넷’이라면 한국 음악은 ‘하나아~두울~셋’이에요.
배원희 한국 음악에는 매기고 받고가 있어요. 베토벤을 연주할 때 내가 멜로디를 곱게 불러서 너에게 고이 전달해준다는 느낌이라면, 한국 음악은 좀 더 절도 있게 “옛~다, 받아라!”하는 느낌이죠.(일동 웃음)
김지원 넷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해서 좋은 점은 리허설할 때 아주 내밀한 언어적 표현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한국어에 미묘한 차이를 세분화한 형용사가 많잖아요. 그냥 파란색이 아니라, ‘푸르딩딩’ ‘푸르죽죽’ ‘새파란’ 등등. 표현의 폭이 넓은 언어라 음악을 말하기에도 좋아요.
허예은 이게 한국 여자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붙어 다니는 거 좋아하고 정이 많잖아요. 왜, 어릴 때는 여자애들이 화장실도 팔짱 끼고 같이 가고. 이런 친밀함이 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연주회에서 다른 콰르텟을 보면 리허설 때만 모이고, 각자 여행을 다니는 팀도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항상 붙어 다니고, 먹으러도 같이 가고, 하다못해 슈퍼에 잠깐 물 사러 갈 때도 “같이 갈 사람?” 하니까요.


에스메 콰르텟에
영향을 준 연주자들 ➋

하겐 콰르텟
1981년 오스트리아의 하겐 가문의 남매 네 명이 창단한 현악 4중주단. 현재 루카스 하겐(바이올린)·라이너 슈미트(바이올린)·베로니카 하겐(비올라)·클레멘스 하겐(첼로)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쿠스 콰르텟
1991년 독일을 기반으로 창단된 콰르텟. 고전과 현대 레퍼토리를 오가며 참신한 해석을 들려주고 있다. 리더인 야나 쿠스(바이올린)와 올리버 빌레(바이올린)가 25년 넘게 활동 중이며, 윌리엄 콜먼(비올라)·미카옐 하크나자리안(첼로)가 함께한다.

노부스 콰르텟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결성한 현악 4중주단. 한국인 최초로 ARD 콩쿠르·모차르트 콩쿠르·리옹 콩쿠르 등에 입상하며 한국 실내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는다. 김재영·김영욱(바이올린)·김규현(비올라)·이원해(첼로)가 활동 중이다.


제1·2바이올린, 같지만 달라요 솔로와 다른 테크닉
소리의 정체성

하유나 유독 한국에서만 “너는 제1바이올린 할 생각은 없어?”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독주 위주의 음악 교육 때문인지, 멜로디를 안 하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1바이올린 주자보다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처럼 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현악 4중주 안에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은 전혀 다른 악기예요. 마치 서로 다른 전공처럼, 각각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요. 제2바이올린은 솔로 연주를 할 때는 덜 중요했던 테크닉까지 요구해요. 그래서 콰르텟을 하면서 새로 배우고 익힌 테크닉이 많아요. 특히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주법)는 제대로 배웠어요. 대학 다닐 때 피치카토를 못 한다고 혼났거든요.(웃음) 솔로 연주에서는 드물게 나오기도 하고, 뜯어서 음정만 내면 되는 정도지만, 콰르텟에서는 못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테크닉이에요. 타악기처럼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고, 한 악장 전체를 피치카토로만 해야 할 때도 있어요.
배원희 현악 4중주의 전설로 불리는 알반 베르크 콰르텟이나 하겐 콰르텟을 보면, 두 팀 모두 제1바이올린 주자와 제2바이올린 주자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느껴져요. 들으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요. 현악 4중주에서 두 바이올린 주자의 역할이 바뀌면, 첼로와 비올라 주자의 반응도 달라져야 해요.
허예은 그래서 에스메 콰르텟은 처음부터 제1·2바이올린 주자를 고정하기로 했어요. ‘에스메 콰르텟 사운드’라는 틀을 잡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1·2바이올린 주자가 역할을 바꾸면, 아예 다른 팀이라고 할 만큼 소리의 차이가 커요. 비약일 수 있지만, 비올리스트와 첼리스트가 악기를 바꾸는 것과 같아요.

 

이것이 실내악 효과 독주자에겐 외람된 말씀이오만…
무한한 레퍼토리 | 비올리스트의 속사정

하유나 실내악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음악을 더 넓게 보게 된다는 거예요. 솔리스트에게 실례되는 말일 수 있는데, 바이올린 독주를 할 때는 한 줄 악보만 보니까요.
허예은 콰르텟을 하면서 다른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같은 현악기라도 활을 긋는 방식부터가 달라요. 콰르텟을 통해 배운 게 솔로 연주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솔로 연주를 발전시켜서 콰르텟에 접목하기도 해요.
김지원 그래서 실내악 교육이 필요하답니다. 특히나 비올라는 아무래도 곡이 다양하지가 않아요.
허예은 너도 비올리스트에 실례했다!(일동 웃음)
김지원 정말로 고전 작곡가들의 비올라 작품이 많지는 않아요. 음악사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베토벤도 비올라 곡은 없으니까.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허예은 그래 맞아. 모차르트도 첼로 곡이 없어. 모차르트 하려면 콰르텟을 해야 하지.

 

아이디어 모으기 노래로 vs 분석적으로 | 한 마디에 리허설 30분
1차 완성본, 최종, 진짜 최종 | 더 찔러라, 더 깔아라

배원희 저희 넷은 음악적으로 교육 배경도, 좋아하는 장르나 곡을 분석하는 방식도 참 달라요. 저부터도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한국보다 외국에서 보낸 날이 더 많아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에서 공부한 제 연주 스타일은 국제적이죠. 유나는 프랑스에서, 예은이와 지원이는 독일에서 공부했고요. 저랑 예은이는 활달하고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지원이랑 유나는 섬세하고 분석적이죠. 리허설 할 때 하나의 작품을 가지고도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요. “나는 이렇게 노래하고 싶어”라고 하면, 유나는 수학적으로 분석해요.
하유나 저는 시각적으로 접근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빛의 색깔로 음악을 설명할 때도 있어요. 봄 햇살과 겨울 햇빛의 색깔은 다르잖아요. 가끔 무슨 소리냐는 반응일 때가 있죠.
허예은 그래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방법으로 생각해낸 게 하나의 곡을 가지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짜보는 거였어요. ‘옛날 옛적에 공주님이 살았답니다’ 이런 건 아니고요, 제2바이올린이 ‘내가 제일 잘났어’하고 등장하면, 그다음엔 비올라가 ‘어차피 내가 왕이야’라면서 나오는 것 같다는 식이에요. 어떻게든 넷의 아이디어를 뭉치려고 시도해보다 찾은 방법이죠.
하유나 처음 연주하는 곡이라면 악보를 보고 와서, 우선 무작정 연주해봐요. 서로의 연주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논쟁을 벌이기도 해요. 오늘은 괜찮았는데, 내일은 영 아니고, 내일은 아니었다가, 몇 개월 뒤에 다시 첫 번째 버전이 가장 좋아지기도 하죠.
허예은 다들 욕심이 많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해서 뭐 하나에 꽂히면 넘어가질 못해요. 한 마디를 가지고 30분 넘게 논쟁한 적도 있어요. 그다음 날, 그 부분을 아무 생각 없이 연주했는데 잘 될 때도 있고요.(일동 웃음) 그럴 때 진짜 많잖아요, 우리. 그래서 요즘은 한 10분 정도 넘어가면, 누구 한 명이 “스톱! 일단 해봐” 하고 넘어가기도 하죠.
하유나 곡에 따라, 발등에 떨어진 불의 크기(웃음)에 따라 다르지만, 집중도를 높여서 했을 때 3~4일 안에 1차 완성본이 나와요. 물론 수정본이 앞으로 더 있죠. 최종, 최종의 최종, 완전 진짜 최종…
김지원 비올라는 중간음역이라 제가 직접 연주할 수 없는 소리가 많잖아요.
허예은 또 ‘셀프 디스’야? 이게 사람이 진짜 그렇게 되나 봐. 비올리스트가 나이가 들면 비올라 조크를 시작한다더니….(일동 웃음)
김지원 바이올린으로 고음을 찔러줄 때 팍 터지는 쾌감을 느끼고 싶고, 첼로가 밑바닥에서 받쳐주는 것도 느끼고 싶고. 제가 다 할 수는 없으니까 리허설 중에 계속 요구해요. 더 찔러라, 더 깔아라. 그걸 다 맞춰주고 제 음악적 판타지를 실현해주는 고마운 동료들이죠.
배원희 연주 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사무 활동도 분담하고 있어요. 우리끼리는 재미로 ‘에스메 주식회사’라고 해요. 손재주가 좋은 예은이는 ‘허 원장’이에요. 연주나 촬영 전 헤어·메이크업을 최종 점검해주죠.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고요. 글솜씨가 좋고 그림도 잘 그리는 유나는 ‘홍보이사’를 맡고 있어요. 우리 팀의 프랑스어 담당이기도 해요. 지원이는 기획력이 탁월해요. 조용히 관찰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을 말해줘요. 팀의 이름을 찾아준 가장 큰 역할을 했죠. 저는 어릴 때 유학을 떠나서 영어에 익숙한 편이에요.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자신 있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시사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유나 얼마 전에 도로 연수를 받았어요. 이탈리아에 가면(올해 에스메 콰르텟은 이탈리아 투어 리사이틀이 예정되어 있다)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데, 지원이와 예은이에게만 맡기기가 미안하더라고요. 아직 주차는 잘하지 못하지만, 고속도로 직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벨기에 감독 티에리 로로의 다큐멘터리 ‘Korean classics Generation’ 촬영 중

데뷔 앨범 녹음 중

루체른 차이퉁’ 리뷰 기사


에스메 콰르텟 해외 리뷰

“한국에서 온 반짝이는 별들, 그들은 마치 ‘한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솜털처럼 부드러운 피아노부터 다양한 형태의 포르테까지 극적인 범위의 악상을 선보였다. 멘델스존의 마지막 4중주에서 이들은 작곡가 심연의 슬픔까지 추적해낸다. 에스메 콰르텟의 바다색 드레스는 반짝이는 소리를 보여주는 듯하고, 연주는 슈베르트의 내적 혼란을 드러냈다. 첼리스트 허예은은 안단테에서 칸틸레나를 멋지게 부르고, 제1바이올린의 배원희는 밝은 빛깔로 물들이며, 제2바이올린 하유나와 비올라의 김지원은 모든 뉘앙스를 색채감 있게 연주했다. 슈베르트의 방황하는 하모니가 끝나고, 들려온 앙코르 소리는 마치 슈만의 ‘몽상’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 스위스 ‘루체른 차이퉁’

“에스메 콰르텟의 유쾌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인해 하이든 현악 4중주 Op.33-5는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네 연주자는 첫 박자부터 고통과 농담 사이의 균형을 찾아냈다. 산도르 베레스의 현악 4중주 1번에서 보여준 대비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느린 악장이 빛났다. 이들은 나이를 뛰어넘는 음악적 깊이와 성숙도로 현악 4중주단에 관한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털어버렸다. 특히 베토벤 대푸가에서 보여준 에스메 콰르텟의 해석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시작부터 들끓는 용광로처럼 강렬한 이 작품을 에스메 콰르텟은 독주와 앙상블의 투쟁으로 해석해냈다.”
–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성장하는 콰르텟 ‘제5의 귀’ | 콰르텟 전문가의 전문적인 교육
평가하는 관객 | 실내악 연주회 흔해져야

배원희 콰르텟이 발전하려면 ‘우리’ 밖의 누군가가 꼭 필요해요. ‘제5의 귀’죠. 그 귀와 우리의 궁합도 좋아야 하고요. 하이머 뮐러 선생님은 일일이 테크닉을 가르쳐주기보다, 우리가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던져주세요.
하유나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됐어요. 어떤 선생님은 학생을 틀 안에 가둬서 본인 입맛대로 조각하잖아요. 뮐러 선생님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분이시죠.
허예은 에스메 콰르텟의 첫 선생님이라 저희끼리는 ‘아빠’라고 불러요. 선생님도 저희를 ‘Op.4’라고 부르세요. 선생님께서 세 자녀를 두셨는데, 저희가 ‘네 번째 작품’이라고요. 콰르텟으로 성공한 첫 제자라서 애정이 많으세요.
김지원 최근 퀴벡 음대를 졸업했는데요,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서 2020년 가을부터 하노버 음대의 올리버 빌레(쿠스 콰르텟의 제2바이올린 주자) 선생님께 배움을 이어가고 있어요. 원희 언니를 제외한 셋이 등록했어요. 콰르텟은 과반수만 등록해도 레슨은 다 같이 받을 수 있거든요.
배원희 음악을 들어주는 청중의 존재도 중요해요. 실내악 전용공연장인 위그모어 홀에서는 매일같이 실내악이 연주돼요. 내로라하는 현악 4중주단의 연주를 다 들어본 관객 앞에 서면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객석에서 종이에 써가면서 평가도 해요. 자기만의 점수표가 있는 거죠. 연주가 끝나면 백스테이지에 오셔서는, 다른 콰르텟은 이렇게 연주했는데, 너희는 이렇게 하더라 하시며 정말 구체적으로 감상평을 들려주세요. 실내악에 최적화된 베뉴가 있으니, 위그모어 홀을 찾는 팬이 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베뉴가 생긴다면, 좋은 콰르텟이 더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하유나 저는 실내악 연주를 아예 못보고 자란 세대인데, 그때에 비해 지금은 실내악 공연이 많이 열린다는 건 발전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실내악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다만, 여전히 국내 대학에 실내악 전공이 없는 건 아쉬워요.

 

당연히, 여성도 현악 4중주를 연주할 수 있습니다

허예은 어딜 가나 현악 4중주를 뭐라고 정의하겠냐는 질문이 가장 어려워요. 한마디로 정리가 안 되는 걸, 한마디로 정리하려다 보니 관객들이 더 어렵게 느끼는 것 아닐까요?
김지원 콰르텟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습니다!
하유나 현악 4중주,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성부가 단, 네 개밖에 없어요!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일동 웃음) 그런데도 듣기 어렵다는 분께는 ‘콰르텟이란 네 연주자가 모여서 작곡가를 욕하는 것’이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 떠는 느낌으로 들어주세요.
배원희 현악 4중주는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혼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게 아니라, 넷이 동등하게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타협하니까요. 요즘 우리나라 정치가 복잡하고 어려운데, 정치하시는 분이 해보시면 어떨지…. (마침 창문 너머로 선거 유세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허예은 저기 차 지나간다. 가서 얘기하고 와.(웃음) 앞서 원희 언니가 벨체아 콰르텟을 보고 꿈을 키웠다면, 한국에서는 노부스 콰르텟이 저희 또래에 본보기가 됐어요. 직업 콰르텟의 가능성을 보여준 팀이죠. 세계무대에서 한국 콰르텟으로서 길을 열어주셨기에, 지금 우리가 좀 더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배원희 제 학생이 우리 연주를 보고 와서 “선생님, 저 나중에 커서 에스메 콰르텟 할래요”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쁜 거예요. 이 아이가 어른으로 자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도,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멋진 콰르텟으로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요즘 학생 중에 “선생님처럼 콰르텟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물어보는 ‘에스메 키즈’가 꽤 있어요.
하유나 이건 자랑인데, 외국에 저희 또래 여자 연주자들도 콰르텟을 많이 시작했어요. 여자 연주자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 같아 뿌듯해요.
배원희 그럼에도 최근까지 어느 유명 매니지먼트로부터 “여자는 그래도 힘들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심지어 그분도 여자였는데요. 현실적으로 여성 연주자는 육아나 체력 문제로 연주 여행을 계속하기 쉽지 않다는 거였어요. 그런 문제가 없다고는 말 안 할게요. 다만, 우리는 눈앞에 놓인 문제를 직시하고, 어떻게 이겨낼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훗날, 에스메 콰르텟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이 기사를 읽고 의아해하기를 바란다. 아마 그때는 동양인이건 여성이건 각자의 콰르텟이 자유롭게 소리내는 때일 것이다. 인터뷰 중 에스메 콰르텟에게 현악 4중주를 한 마디로 정의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 “한 마디로 정의가 안 되는 걸 자꾸 하려다 보니, 사람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 아닐까요? 현악 4중주의 세계는 무궁무진해요.” 반면 이 기사는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에스메 콰르텟이 들려주는, 그 언젠가의 불협화음에 관한 이야기다.
글 박서정 기자

“발랄하게 통통 튀는 새소리가 연상되는 곡입니다. 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이 작품을 에스메 콰르텟의 연주로 들려드릴게요.” 하이든 현악 4중주 Op.64-5 ‘종달새’ Hob.Ⅲ:63 1악장


 

2021년 한국 공연 일정

5월 1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 현악 4중주 19번 K465
‘불협화음’
에스메 콰르텟이 결성된 후 가장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곡입니다. 저희의 첫 무대를 함께한 곡이죠. 또 위그모어 홀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상을 받게 해 준 곡이기도 합니다! 어느덧 다섯 살이 된 에스메가 들려줄 완벽한 호흡의 불협화음을 기대해주세요^^ -예은

드뷔시 현악 4중주 Op.10
드뷔시의 유일한 현악 4중주로 남은 이 작품은 드뷔시의 초기작임에도 정통적인 현악 4중주 작곡기법과는 확연히 다른,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색채감이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에스메 콰르텟이 추구하는 ‘다채로운 사운드’에 딱 맞아떨어지는 곡이에요! -지원

차이콥스키 현악 4중주 1번 Op.11
차이콥스키는 청중의 감성을 너무나도 잘 자극하는 작곡가죠. 그의 현악 4중주곡은 어떨까요?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천천히 노래하듯)’는 톨스토이가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저희 에스메도 2악장을 이 곡의 하이라이트로 꼽았어요. 톨스토이가 흘린 눈물이 어떤 눈물이었을지 상상하시며 이 서정적인 악장을 들어보세요! -예은

 

5월 16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5번 D887
연주 시간만 50분에 달하는 이 대곡을 슈베르트는 단 열흘 만에 완성했는데 그의 현악 4중주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명곡으로 손꼽힙니다. 에스메 콰르텟에게는 특별하게도 위그모어 홀 콩쿠르 결선 무대를 함께한 곡인데요, 교향곡 같은 풍성한 사운드로 에스메의 더욱 성숙해진 슈베르트를 들려드릴게요. -지원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 Op.57
에스메 콰르텟이 피아니스트와의 첫 협연을 위해 선택한 곡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스무 개의 실내악곡 중 현악 4중주곡을 15개나 작곡했을 만큼 현악 4중주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작곡가입니다. 피아노(협연 김태형)와 현악 4중주의 만남은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해주세요. 콰르텟vs피아노의 구도일지, 아니면 완벽한 한 팀일지 여러분이 바라는 퀸텟은 어떤가요? -예은

 

5월 24일 오후 7시
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 실비아홀

베토벤 현악 4중주 15번 Op.132
베토벤의 후기 4중주곡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현악 4중주 15번은 아름다운 3악장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병에서 회복된 자가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은 이 악장은 실제로 2악장 작곡 이후 죽음 직전까지 갔던 베토벤이 병석에서 일어나 기쁨과 감사를 담아 쓴 곡입니다. 악성(樂聖)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 드릴게요. -유나

 

10월 16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하이든 현악 4중주 78번 Op.76-4
‘일출’
65세 전성기의 하이든의 걸작으로 기록되는 작품번호 76 중 한 곡으로, 1악장의 상승하는 선율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일출’이라는 부제가 붙은 곡입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름답고 섬세한 선율을 들려드릴게요.
-유나

코른골트 현악 4중주 2번 Op.26
오스트리아 출신의 코른골트(1897 ~1957)가 처음으로 할리우드를 방문한 해에 작곡된 곡으로, ‘빈풍의 우아함’과 ‘할리우드의 꿈과 희망’이 담긴 아름다운 곡입니다. 에스메만의 핑크빛 색깔이 담긴 해석을 기대해주세요. -원희

슈만 현악 4중주 1번 Op.41
슈만이 실내악을 많이 쓰기 시작하던 해에 작곡되어 멘델스존에게 헌정한 작품입니다. 아내 클라라의 23번째 생일에 이 작품을 선물로 주었다고 하는데요, 슈만의 로맨틱하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연주할 예정이에요. -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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