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첼리스트 최하영, 현으로 선보인 연극적인 연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7월 11일 9:00 오전

CONCOURS WINNER 2

현으로 선보인 연극적인 연주

첼리스트 최하영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배출한 새로운 스타

 

©Queen Elisabeth Competition/Derek Prager

지난 5월 9일부터 6월 4일까지 이어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하영(1998~)이 우승을 차지했다. 1937년 출범한 콩쿠르는 매해 피아노·바이올린·성악 부문을 번갈아 개최하다 2017년 첼로 부문을 신설했다. 이번 두 번째 첼로 대회에는 152명이 참가했고 최하영,문태국, 윤설, 정우찬 등 열두 명이 결선에 올랐다. 최하영은 언론과 청중으로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외르크 비트만(1973~)과 루토슬라프스키(1913~1994)의 두 첼로 협주곡으로 채워진 그의 결선은 뜨거운 기립박수를 끌어냈고, 극적인 표현력에 중점을 둔 심사위원단은 최하영을 우승자로 호명했다. 그가 두각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3세에 참가한 오스트리아 브람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뒀고, 2018년에는 폴란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첼로 콩쿠르도 석권했다. 그간 잘츠부르크 카메라타·크레메라타 발티카·베를린 심포니·폴란드 필하모닉등과 협연했고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암스테르담 첼로 비엔날레,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에 섰다.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난 최하영은 한국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당시 취미로 배운 첼로에 마음을 빼앗겨 한국예술영재교육원(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다니던 중 5학년 때 참가한 음악 캠프를 계기로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고. 영국 퍼셀 음악학교와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현재베를린 예술대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최하영은 상금과 함께 여러 공연과 음반 제작의 기회를 얻는다. 앞으로 한 달간 벨기에·네덜란드·프랑스 곳곳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빛나는 시작을 앞둔 최하영과 전화로 수상 소감을 나눴다.

 

우승을 축하한다! 긴 여정을 마친 소감을 털어놓자면.

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콩쿠르였다. 어려서부터 바이올린 부문 경연 영상을 즐겨 봤다. 올해 첼로 부문으로 개최된다는 것을 알고 지난해 참가를 결정했다. 무리를 해서 그런지 경연 이후 앓아누웠다. 그래도 지난 금요일(6월 10일) 브뤼셀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에서 수상자 연주를 했다. 휴… 콩쿠르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웃음)

결선 지정곡으로 위촉된 외르크 비트만의 첼로 협주곡 ‘다섯 음악 수첩(5 Album-blätter)’으로 “가장 뛰어난 연주였다”는 언론 평을 받았다. 평온한 표정과 자연스러운 숨이 특징인 작품이었는데, 어떻게 이해했나?

굉장히 어려운 곡이었다. 작곡가가 첼리스트가 아니어서 악기의 특성이 잘 묻어나는 작품은 아니었다. 결선에 오른 열두 명이 모여 함께 악보를 보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이 포지션에서 기교적 요소가 많았고, 자유롭게 루바토를 오가는지라 오케스트라와 템포를 맞추기도 까다로웠다. 이런 난제를 한정된 리허설 시간 안에 완벽히 맞춰야 했다. 작곡가 비트만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은 결선 하루 전 단 1시간 반.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온종일 연습실에 머물기보다는 첼로를 들고 밖으로 나가 악보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정작 무대에 서니 부담이 덜어지더라.

첼로에 상상력을 더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수상자들
이바이 첸(2위·중국), 최하영(1위·한국),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3위·에스토니아)

다른 협주곡으로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루토슬라프스키의 작품을 택했다.

처음 이 작품을 듣게 된 건 작곡가가 이 곡을 헌정한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의 음반을 통해서였다. 두 번째는 로스트로포비치가 지휘하고 하인리히 시프(1951~2016)가 협연한 음반. 작품을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이 곡을 꼭 연주해보고 싶었다. 직접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수 있다니 엄청난 기회가 아닌가! 피아노 버전으로 된 오케스트라 악보가 없어서 첫 리허설에 임하기 전까지 애를 먹기도 했지만.

구조적이라기보다는 무수한 음의 연속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특히 트레몰로·글리산도·피치카토·스토핑 등 수많은 제스처가 이어진다. 암보에 어려움은 없었나?

‘한 편의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4분은 독백에 가까운데, 그 안에서도 여러 캐릭터가 서로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성격을 고려하며 암보했다.

루토슬라프스키에 따르면 이 작품은 서사를 품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연극의 서사구조나 인물 사이 관계성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의 첼로 협주곡만큼 음악이 지닌 연극적 본질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은 없다.

특히 첼로와 오케스트라가 같은 음을 고집스럽게 반복하다, 대답 없는 질문처럼 해결되지 않고 끝난다. 일종의 언쟁이라고 봤다. 이것이 작품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결선에서 선보인 두 작품 모두에서 악보를 따라 연주하기보다는 악보를 다시 써서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심사위원들을 단번에 매료시킨 이유가 아니었을까?

첼로는 내 목소리의 일부이고, 활은 팔의 연장이다. 이 악기로 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객석에 자연스럽게 전해진 것 같다. 연주 후 몇몇 청중이 “루토슬라프스키 협주곡을 통해 잠시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고 말해 주더라.

악기의 어두운 음색이 당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비슷하다. 그 음색이 연극적인 연주에 볼륨감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악기를 소개하자면.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현악기 제작자인 니콜라 베르곤지(1754~1832)가 19세기에 접어들 무렵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콩쿠르 참가를 계기로 쓰게 됐다. 런던 플로리안 레온하르트 펠로우십을 통해 대여받았다. 베르곤지의 다른 첼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희귀한 악기다.

팔 이완이 뛰어난데 운동을 즐겨하는지 궁금했다. 음악성을 키우기 위해 요즘 무엇에 투자하고 있나?

어릴 때 발레와 스포츠를 했다. 신체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상상력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사사한 프란츠 헬머슨(1945~)은 작곡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주에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최근 여러 연주회나 오페라, 전시·연극·무용 등을 두루 관람하고 있는데 도움이 되더라.

배윤미(프랑스 통신원) 사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하영(1998~)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동 음악원에서프로페셔널 스터디 프로그램을 마쳤다. 2020년부터는 베를린 예술대의 볼프강 에마뉘엘 슈미트에게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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