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게임음악 세계에 접속하셨습니다

SPECIAL 당신은 게임음악 세계에 접속하셨습니다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8월 1일 9:00 오전

리니지W (c) 엔씨소프트

음악사에 오페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파급은 ‘게임음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지금과도 같았다. 줄거리를 따라 이야기의 흐름을 걷는 등장인물은 당시 기존 음악들과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했고, 새로운 종합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 시대의 종합예술인 게임의 음악이 이제는 화면 밖으로 나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게임음악 공연의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지금, 앞으로의 게임음악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지면을 준비했다.

기획 장혜선·이의정 기자

PART 1 칼럼
게임음악에 녹아있는
예술성
글 계희승

PART 2 에세이
지휘자 진솔이 매료된
게임음악의 세계
글 진솔

PART 3 리서치
해외 음악계의
게임음악 콘텐츠
글 이의정

PART 4 리포트
게임음악 생태계를
위한 제언
글 장혜선

PART 5 가이드
게임음악,
무엇부터 들을까?
글 이의정


PART 1 칼럼

게임음악에 녹아있는 예술성

음악 가득한 e멋진 신세계!

게임과 음악,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게임을 하는 것과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유사한 점이 많다. 게임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플레이어의 몸짓이 게임의 소리로 전환되는 즐거움’이 게임의 매력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신체 일부를 사용해 도구를 조작하면 소리가 발생하는 게임과 악기 연주, 둘은 기본적으로 같은 행위다.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면 실내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음악학자 윌리엄 청은 ‘수행’ ‘협력’ ‘경쟁’이 음악과 게임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둘 다 즐거운 ‘놀이’여야 한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바흐·모차르트·베토벤을 연구하는 음악학자들이 게임음악에 주목하는 이유다.

플레이어의 감정이입이 중요한 게임에서 음악은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게임음악은 영화에서, 더 나아가 오페라에서 음악이 작동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하지만 게임은 단순히 감상하는 게 아니라 직접 플레이할 때 의미가 발생한다. 즉,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에 가깝다. 플레이어의 신체적 인풋에 의해 디지털 아웃풋이 결정되는 구조 안에서 음악은 게임의 ‘수행성’01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게임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행위’로 읽어 내려는 이러한 시도는 영국의 언어학자 J. L. 오스틴(1911~1960)의 ‘화행이론’02이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음악과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 연구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작됐다.

파이널 판타지 7 (c) Square Enix

게이머 심리를 반영하는 사운드

게임음악에 내재된 ‘수행성의 미학’은 2020년 4월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서 잘 드러난다. 게임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게임음악 공연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처럼 화려한 소리를 담아낼 수 없었던 8비트 ‘칩튠’03 시절부터 존재감을 과시한 ‘파이널 판타지’의 음악이 얼마나 훌륭한지 논의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 음악이 게임을 수행하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파이널 판타지 7’(1997)의 리메이크 버전은 그래픽과 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주었지만,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음악이다.

플레이어와 컴퓨터가 한 번씩 턴을 번갈아 가며 공격 또는 방어를 하는 방식의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전투 중 플레이어의 상태에 따라 같은 음악을 매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해 준다. 예컨대 플레이어가 치명상을 입었을 때 흘러나오는 음악과 비교적 수월한 상대와 대결할 때의 음악, 혹은 플레이어와 상대 모두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나오는 음악은 플레이어가 처한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릴 만한 방식으로 들려주도록 개발됐다. 게임 속 플레이어의 심리 상태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음악은 게임 밖 플레이어가 자기 자신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외재화된 내재적 소리다.

01 수행성(performativity) 언어학에서 출발한 용어로, 언어가 ‘의미’의 기능을 넘어 ‘행위’의 가능성까지 가지는 것을 뜻한다. 명령·선언·약속의 언어에 이런 특징이 담겨 있다.
02 화행이론(speech-act theory) 수행성과 유사하지만, 화행이론은 직접 말을 하는 ‘발화’가 가진 ‘행위’ 기능을 주목한다. 명령·요구·질문·감탄 등 설명의 기능을 넘어선 발화가 새로운 기능을 가지는 것을 뜻한다.
03 칩튠(chiptunes) 1980년대 게임기의 내장된 음원으로 만든 소리를 뜻한다. 사인파·백색 소음 등 여러 기본적인 소리 파형을 겹치고 합성해서 만든 소리로, 고전 게임을 떠올리면 들리는 ‘뿅뿅뿅’ 소리가 대표적이다.

시대를 엎고 다시 태어나고, 기시감을 주기도

음악이 게임의 ‘배경’으로 기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 경험의 일부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바이오쇼크’ 시리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중에서 올더스 헉슬리(1894~1963)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1932)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보자. 표면적으로 1인칭 슈팅 게임(FPS)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게임에 약호화된 종교·윤리학·양자역학·인종차별주의·미국예외주의04 같은 정치적 메시지로 게임뿐만 아니라 미학·철학·종교를 연구하는 전 세계 학자들의 이목을 끌어, 역사상 가장 많이 연구된 게임이 됐다. 거대한 세계관에 걸맞게, 그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음악은 게임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c) Irrational Games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음악에서 가장 자주 논의되는 두 가지는 시대성과 기시감이다. 게임의 배경은 1912년 가상의 공중도시지만 시내에 들어서면 1966년 발표된 비치 보이스의 히트곡 ‘God Only Knows’를 들을 수 있다. 친숙한 음악이지만 게임의 시대적 배경에 어울리도록 ‘바버숍 4중창’으로 편곡되어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해변에서 들을 수 있는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이나 가스펠 풍으로 편곡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Fortunate Son’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인지 부조화를 일으킨다. 시대착오적 음악이 게임 플레이어에게 기시감을 선사한다면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사이렌이 부르는 모차르트 ‘눈물의 날’은 심각하게 왜곡되어 공포감을 유발한다. 그러고 보면 클래식 음악은 유독 호러 게임에 자주 사용된다. 예컨대 ‘디 이블 위딘’ 시리즈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모두 드뷔시의 ‘달빛’을 오래된 피아노와 LP로 들려주면서 공포감을 안긴다. 드뷔시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바그너의 ‘발퀴레’ 모두 어두컴컴한 복도를 방황할 때 소리의 출처가 불명확한 ‘어쿠스마틱 음악’05으로 사용되어 공포감을 조성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게임들은 모두 굴지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제작한 이른바 ‘블록버스터’ 게임들이지만 게임음악의 성공 여부는 그 규모와 비례하지 않는다. 호주의 인디 게임 개발사 ‘하우스 하우스’의 ‘언타이틀드 구스 게임’은 거위가 ‘사고’를 칠 때마다 드뷔시 ‘전주곡’을 다른 방식으로 들려준다. 전주곡 한 곡을 400여 개의 파편으로 나눈 후 다시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 누가 이 게임을 몇 차례 반복해서 플레이하건 단 한 번도 같은 조합으로 들려주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매번 다르게 연주되는 음악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음악 가득한 ‘멋진 신세계’에 머무를 이유는 충분하다.

04 미국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독특한 역사 발전 과정과 정치 제도에 따라 미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특별한’ 나라라는 신념을 뜻하며, 미국이 국제사회의 주체가 되어야한다고 따르는 사상이다.
05 어쿠스마틱 음악(acousmatic music) 처음부터 스피커로 감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음악으로, 전자음악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즉, 연주가 포함되지 않은 듣는 음악이다.
글 계희승(음악학자) 계희승은 줄리아드와 뉴욕 퀸스 컬리지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한양대에서 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 홍콩대에서 음악학 박사를 마쳤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오페라·영화음악·게임음악을 연구, 2017년 한양대 학술대회에서 ‘그래 봤자 음악, 그래도 음악: 게임 음악(학)이 들려주는 소리들’을 발표했다.

PART 2 에세이

지휘자 진솔이 매료된 게임음악의 세계

클래식 음악가인 나는 왜 게임음악에 빠졌나

진솔

“기업가, 철학자, 시인, 지휘자, 그리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이자 19세기의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

영국의 ‘그라모폰’에서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를 수식한 어구이다. 음악적 성향을 떠나 그가 음악사에 기여한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작곡은 물론 문학과 미술, 악기와 건축에 이르기까지, 오페라를 뛰어넘는 대규모 ‘악극’에 그 누구보다도 심취하고 집중하여 최고 수준의 종합예술을 창조해 냈다. 그렇다면 현대의 종합예술은 어떤 형태로 바뀌어 왔을까?

오페라가 거듭된 발전을 거치며 현대화된 음악을 품은 뮤지컬이 되었을 수도 있다. 또는 20세기 급격히 발달한 기술을 바탕으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다. 특히 비대면 콘텐츠가 일상화된 오늘, 문학·미술·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영상 콘텐츠는 대표적인 종합예술의 하나로 여겨진다.

또한 대본 작가와 협업하여 오페라를 발표하고 이후 연출가와 함께 종합예술 무대를 탄생시키던 작곡가는, 이제 기술의 발달과 콘텐츠의 대형화에 따라 역할의 비중이 축소되었을 뿐, 영화음악 작곡가들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달가운 표현이 아니겠지만, 실제로 존 윌리엄스(1932~)나 한스 짐머(1957~) 같은 작곡가들을 바그너의 직속 후배로 여길 만큼 종합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뛰어난 작곡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떠한가?

게임을 시작으로 게임음악에 빠져들기까지

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당시에는 게임음악 같은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며 흥미를 붙이게 됐다. 몇 개월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서 열심히 레벨 업에 집중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마치 기분 전환을 위해 친구를 만나러 가듯 가볍게 만나며 즐기지만, 진성 유저(Quality User)의 피는 어디 가지 않는지 가끔 나도 모르게 밤새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게임음악을 왜 지휘하게 됐는지, 게임음악과 어떻게 가까워지게 됐는지, 무엇보다 왜 하필 게임음악인지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을 좋아하고, 또 자주 손에 잡히도록 늘 가까이 두고 지내 왔기에 자연스럽게 게임음악의 종류와 다양한 뉘앙스에 대해 익숙하게 알고 있었고, ‘음악’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고전적인 전자음조차도 과거의 유저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공연장에서 충분히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소재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왔기 때문이었다.

게임음악은 유저가 접할 세계관의 음향적 반영이다

한편, 커다란 세계관을 가진 게임들의 웅장한 음악일수록 신기하리만치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조화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솔리스트마저도 대중음악 가수가 아닌 클래식 성악가들로 편성되기도 한다. 성경 속의 내용을 담아 합창 가사가 구성되기도 하고, 게임 속 세계관에만 존재하는, 라틴어 같기도 하고 이탈리아어 같기도 한 가상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아무래도 게임의 세계관이 거대한 경우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한 바그너의 악극에서 볼 수 있는 특징과 유사하게 일종의 유도동기(Leitmotiv)를 종족별·상황별로 부여하여, 유저로 하여금 게임 속 환경에서 더 뚜렷한 몰입감과 애착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게임은 이제 종합예술 산업 분야의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많은 이들이 정보 기술(IT) 기반의 환경에 익숙해지고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비대면 가상 환경을 접하게 됐다. 내가 게임을 처음 접하고 즐기던 어린 시기를 지나 20대에 접어들 무렵에만도 ‘게임’ ‘가상세계’ ‘온라인’ 등은 마치 현실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의 도피처로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인식은 180도 바뀌어 게임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논하게 됐고,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거나 심지어 연애를 시작해 결혼에 골인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와 동시에 게임의 콘텐츠로서의 중요성, 게임 속 콘텐츠의 예술성, 나아가 게임 산업의 가치 자체가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고, 정보와 과학 기술 분야의 지식인들은 본 글의 내용과 같이 ‘게임이 알고 보니 종합예술이더라’가 아니라 ‘게임은 종합예술 콘텐츠이므로’로 이야기를 시작할 만큼 게임 속 콘텐츠의 예술성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됐다. 클래식 음악 업계에서는 혁신가이면서도 이단아로 보일 수밖에 없는 나조차도 ‘그 정도야?’ 하고 놀랄 때가 있을 만큼 세상의 변화가 빠르고, 또 동시에 나를 포함한 우리 업계가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게임음악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클래식 음악 업계의 보수성을 대변하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교수님이 나에게 “지휘자님, 악보를 디지털화해서 보시는 것이 편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했고, 나는 당연하게도 “악보만큼은 아날로그를 좋아합니다”라며, “특히 지휘자 보면대는 청중 쪽을 향해 있기 때문에 화면의 빛으로 인해 공연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고, 게다가 시중의 태블릿은 모두 크기가 너무 작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지휘자님, 왜 이렇게 꽉 막히셨어요. 화면 크기는 원하시는 대로 맞추면 되고 적절한 필름을 사용해서 관객에게 빛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입니다. 젊은 지휘자님들부터 더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도전하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종이 악보를 고집하는 곳은 클래식 음악계밖에 없습니다”였다.

그 어떤 장르보다 정서적 몰입도가 높은

다시 종합예술로서의 게임음악으로 돌아가 보자. 앞서 오페라로 대표되는 종합예술이 현대 기술에 힘입어 스크린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렇다면 긴 역사를–그래 보았자 유성 영화가 등장한 지 채 100년이 되지 않았지만–가진 영화음악과 게임음악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게임음악의 관객은 능동형 콘텐츠를 즐기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때 관객이 ‘시청자’인지 ‘유저’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유저’들은 직접 ‘플레이’를 하는 만큼 자신이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상황에 따라 음악이 변하지만, ‘시청자’들은 주로 감독이 구상한 스토리에 따라 삽입된 음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 놓인다. 특히 정해진 서사에 따라 음악도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아무리 열정적인 애호가라도 10회 이상의 반복 감상이 쉽지 않은 영화음악과 달리, 게임음악은 수시간 내지 수일에 걸쳐 플레이하며 같은 멜로디를 수백 번 이상 반복해서 듣기에 유저들이 음악에 대해 정서적으로 몰입하는 강도는 더욱 크다. 대기 화면, 로그인 화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한 상황, 전투 상황, 보스 전투, 종족 전투 등 수많은 유도동기들이 등장하며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특별한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근래에 들어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비로소 게임음악의 예술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는지, 게임음악 공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았고 클래식 음악 분야에 종사하며 고전 예술에 대한 크나큰 존중과 동경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나에게 게임음악은 하나의 연구 주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커다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여기고 양산형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예술 분야의 융합과 새로운 시대의 종합예술을 향한 시야의 확장에 방점을 두고 조금은 천천히 배움과 도전을 펼쳐 보고자 한다.

글 진솔(지휘자·플래직CEO) 사진 플래직

진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만하임 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10대 시절부터 게임 마니아였으며, 게임음악 플랫폼 ‘플래직’을 창단해 다양한 게임음악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최근 잇따라 열리는 게임음악 공연의 섭외 1순위 지휘자이다.

PART 3 리서치

해외 음악계의 게임음악 콘텐츠

전통을 벗어난 신선한 도전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c) Thomas Carlgren

게임음악의 유행은 국내만의 현상일까, 아니면 클래식 음악이라는 보편적 예술이 있는 전세계적 현상일까. 그래서 준비한 이 기사는 해외 오케스트라와 페스티벌이 최근 게임음악을 새로운 음악적 콘텐츠로 어떻게 활용·사용하는지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게임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크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즐기는 ‘온라인 게임’과 제작자가 만든 스토리를 따라가는 ‘비디오 게임’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는 ‘메이플스토리’ ‘로스트아크’ ‘리니지’ 등의 온라인 게임이 성공을 거두었지만, 해외에는 ‘슈퍼 마리오’ ‘파이널 판타지’ ‘어쌔신 크리드’ 등의 비디오 게임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제작자가 의도한 진행과 공간에 맞추어, 의도한 행동을 하게 되는 비디오 게임의 음악은 마치 영화음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은 그 게임을 이용한다는 ‘유저’라는 표현을 쓰지만,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은 정해진 역할을 행하는 ‘플레이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둘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이 영화음악과 유사하고, 해외에서는 비디오 게임 시장이 보다 활발하기에, 게임음악 공연과 음반은 국내보다 해외가 조금 이른 시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정기연주회 레퍼토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례와 음반이 존재하진 않지만, 여러 단체가 공연이 낯선 관객을 위한 하나의 이벤트로 게임음악을 다루고 있다. 또한 게임을 좋아하는 음악가·게임사 등이 게임음악 공연을 기획·주최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 오케스트라 게임음악 공연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찰스 헤이즐우드 ©Steve Tanner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은 2016년 1월, ‘스코어: 비디오게임음악’을 공연명으로 지휘자 찰스 헤이즐우드와 게임음악 공연을 펼쳤다. 선보인 작품은 비디오게임 ‘슈퍼 마리오’ ‘파이널 판타지’ ‘젤다의 전설’ 등의 음악이다. 게임을 모르더라도 한 번쯤 들어본 이름들이다.

공연 전체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중 백미였던 ‘젤다의 전설’ 모음곡은 조회수 280만을, ‘슈퍼 마리오’ 모음곡은 130만을 기록했다. 특별한 선율을 위해 사용된 오카리나와 피아노를 제외하면 전부 오케스트라의 기존 악기를 사용했기에,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에겐 오케스트라 음색을 들어보는 경험이, 클래식 애호가라면 게임음악을 접해 보는 경험이 됐을 것이다.

스코어: 비디오게임음악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National Symphony Orchestra

뮤지컬·영화·힙합 음악 등을 연주하는 미국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2020년 1월 팝스 프로그램이 주목할 만하다. 케네디 센터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12개 이상의 게임음악을 연주했다. 워싱턴 합창단이 함께했으며, 지휘는 앤디 브릭이 맡았다.

앤디 브릭은 작곡가 겸 지휘자로, 비디오 게임음악 작곡과 녹음에 참여해왔으며, 게임음악·영화음악 공연 지휘 활동 역시 꾸준히 이어왔다. 또한 게임음악 공연 프로젝트이자 단체인 ‘GAME ON!’의 지휘자로 소속돼 있다.

덴마크 국립교향악단

이미어 누네

덴마크 국립교향악단은 2018년 8월, 덴마크 국립합창단과 함께 ‘게임 인 심포니’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올렸다. 게임 ‘콜 오브 듀티’ ‘GTA4’ ‘어쌔신 크리드’ ‘바이오쇼크’ 등의 음악을 연주했고, 실황 블루레이를 발매했다. 1925년 창단된 전통있는 교향악단이지만, 이번 8월 덴마크에서 4일간의 엔니오 모리코네 영화음악 공연을 준비하는 등, 게임과 영화를 오가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지휘를 맡은 이미어 누네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곡가 겸 지휘자로, 언론은 그를 ‘게임음악의 아일랜드 여왕’이라 칭했다. 미국의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지난 12년 동안 게임 ‘오버워치’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스타크래프트 2’ 음악 녹음에 참여했다. 2020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을 지휘한 여성으로 기록됐다.

게임 인 심포니

 

쾰른 방송교향악단

©WDR 2022

2016년 10월 게임 ‘파이널 판타지 10’, 2018년 8월 게임 ‘언차티드 2’, 그리고 2020년 11월에 게임 ‘테트리스’ ‘앵그리 버드’ 등 쾰른 방송교향악단(WDR)은 꾸준히 게임음악을 공연 프로그램에 추가하여 게임을 클래식 공연장의 무대로 가져왔다. 2020년 11월 공연의 경우, ‘게이밍 사운드’를 제목으로 한 공연이었다. ‘앵그리 버드’ 음악의 경우 지휘자와 악장이 게임 캐릭터 모자와 함께 연주하는 유쾌함을 뽐냈다.

게이밍 사운드 ‘앵그리 버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게임음악 녹음 오케스트라

게임 어워즈 오케스트라

©The Game Awards

‘게임계의 오스카 상‘이라 불리는 미국의 ‘더 게임 어워즈’(The Game Awards)는 게임 시상식 중 가장 큰 명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다. 매년 겨울마다 열리는 행사를 위해 시상식 측은 수상 후보에 오른 여러 게임의 음악을 섞어 메들리로 공연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상식 측의 전문 오케스트라로 활약하는 ‘게임 어워즈 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 악기뿐만 아니라, 기타·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며, 여러 게임음악 연주자·작곡가를 초대하여 함께 공연하기도 한다. 수상의 대상이 되는 게임들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기에 소개되는 장르나 세계관이 다양할수록 관객은 ‘어떻게 서로 다른 세계관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편곡했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다. 한 예로 한스 짐머가 연주에 참여했던 2018년 공연은 게임 ‘셀레스트’의 판타지 세계에서 출발하여,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지나, ‘갓 오브 워’의 북유럽 신화, ‘몬스터 헌터’의 오지 밀림,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19세기 미국 서부 시대를 거쳐, ‘스파이더맨’을 통해 현재로 돌아오는 구성이었다.

에미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2003년 호주 시드니에서 소규모 단체로 출발했던 에미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게임음악·애니메이션·영화음악을 전문으로 녹음하는 단체이다. 설립의 중심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히로아키 유라가 있었다. 단체 초기에는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장벽을 부수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오케스트라의 부활을 보이자”라는 뜻을 가졌다. 2010년을 마지막으로 현재는 활동하지 않고 있지만, 여타 게임음악 공연이 대부분 2010년대에 출발한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2000년대 초기부터 활동한 이 단체는 게임음악 공연계의 선구자가 아닐 수 없다. 단체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일본·미국에 지사를 냈으며,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게임음악 공연을 펼쳤다. 또한, 게임녹음에도 힘을 썼다. 미국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디아블로 3’의 음악을 녹음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의 음악을 모아 음반으로 발매하는 등 게임음악 녹음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단체이다.

주목할 만한 게임음악 공연

비디오 게임즈 라이브

2002년에 시작된 ‘비디오 게임즈 라이브’는 올해 4월까지도 공연을 이어온 긴 역사를 가진 게임음악 공연이다. 현재까지 총 420회가 넘는 게임음악 공연을 해왔으며, 내셔널 심포니·피츠버그 심포니·샌프란시스코 심포니·스페인 국립오케스트라·폴란드 국립 방송 교향악단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단이 참여해왔다. 세계 각지에서 공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프로그램을 공연하는 나라에 맞추어 구성하는 세심함도 엿보인다. 일본에서는 ‘파이널 판타지’ 음악을, 한국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음악을 연주한 것이 좋은 예이다. 긴 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온 만큼, 공연에서 175개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다.

심포닉 게임음악 공연

2003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처음 열린 이후, 쾰른 필하모니 등에서 정기적으로 게임음악을 연주하는 공연 시리즈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쾰른 방송교향악단(WDR)이 공연을 담당했으며, 2013년부터 런던 심포니가 꾸준히 공연에 참여하여 국제적 행사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게임의 음악을 모아 한 공연에 연주하는 여타 게임음악 공연과 다르게, 이 시리즈는 한 공연에 한 게임사의 음악만을 연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마치 클래식 음악 공연의 ‘작곡가 시리즈’처럼, ‘심포닉 판타지-스퀘어 에닉스’에서는 게임 ‘파이널판타지’ ‘킹덤 하츠’ 음악을 연주하고, ‘심포닉 레전드-닌텐도’에서는 게임 ‘슈퍼 마리오’ ‘동키콩’ ‘젤다의 전설’의 음악을 연주했다.

게임 온!

게임음악만으로 무대를 꾸미는 공연 프로젝트로, 2020년 2월 오리건 심포니의 공연이 첫 출발이다. 2020년 미국 내셔널 심포니와의 공연으로 주목 받았으며, 올해 3월 시티 라이트 심포니와 공연하여 큰 호평을 얻었다. 이를 발판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게임음악 공연을 개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 롯데콘서트홀과 영국의 브리지워터 홀에서 게임음악 공연을 성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 ‘위쳐3’ ‘월드 오브 워크레프트’ ‘문명5’ ‘도타2’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작품을 연주했다.

게임음악, 오케스트라 음반으로 즐겨보다

런던 필하모닉

‘The Greatest Video Game Music 1&2’ Warner Classics 9029542306 (2CD)

2011년에 여러 게임음악을 모은 음반 ‘최고의 비디오게임 음악’을 발매(지휘 앤드류 스키트)했다. 음반에는 게임 ‘앵그리 버드’ ‘슈퍼 마리오’와 같이 대중이 반기는 게임의 주제곡을 비롯하여,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작품까지 24개의 트랙이 있다. ‘롤링 스톤’지로부터 “가장 기묘한 인기 음반”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빌보드 차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에서인지 이듬해 2집 음반이 연이어 발매됐다. ‘조금 유치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을 부숴버릴 정도로, 연주는 나름의 신선함을 제공한다. 몇몇 작품에서는 작곡가의 분명한 정통 클래식 기초가 느껴지기에 명성 있는 교향악단이 왜 게임음악을 녹음하게 됐는지 수긍하게 된다. 여기 소개된 음반은 1집과 2집을 엮은 것으로 2019년에 발매됐다.

덴마크 국립교향악단

‘Gaming in Symphony’ EuroArts 8024267702

2018년 덴마크 국립교향악단(덴마크 방송교향악단)이 펼친 게임음악 공연의 실황 블루레이이다. 전쟁을 다룬 게임음악에는 과감하게 총 소리 효과를 넣거나, 신시사이저를 통한 전자음, 기타, 드럼 등을 사용하여 게임이라는 측면을 부각했다. 어두운 무대 사이로 네온 빛의 조명을 사용하여 가상 세계 이미지를 시각화한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이다. 몇몇 게임은 영상 자체를 게임 속 화면처럼 구성하여, 시청하는 사람에게 마치 게임을 하고 있는 느낌을 선사해준다. 음반은 물론 공연 실황을 담은 블루레이 영상물(EuroArts 8024267704)과 LP(EuroArts 8024267701)로도 발매되어 화제를 낳았다.

글 이의정 수습기자

게임음악 생태계를 위한 제언

국내 게임음악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내에서 게임음악이 본격적으로 극장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2017년이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기던 지휘자 진솔이 게임음악 플랫폼 ‘플래직’을 창업하며 그 시작을 이끌었다. 진솔은 “국내 게임 업체가 대부분 게임음악을 해외 오케스트라와 녹음하는 걸 깨달았고 이걸 국내로 돌릴 방법을 궁리하다가 창업한 것”이라고 밝힌다. 실제로 그간 국내 게임사들은 주로 중부·동유럽의 음악단체에서 게임음악을 녹음해왔다. 최근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LA 심포니 오케스트라, 펄어비스는 바이마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녹음한 바 있다.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 ©플래직

2017년, 게임음악이 무대로 들어오다

2017년 5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역 광장에서 선보인 게임과 국악을 접목한 이색 음악회가 국내에서 플래직이 공식적으로 개최한 첫 게임음악 공연이다. 분당구에 있는 판교에는 국내 굴지의 게임 기업이 모여 있다. 게임문화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성남시는 시민·게임유저·게임사 관계자 등 1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게임&국악 음악회’를 개최했다. 음악회에서는 넥슨·엔씨소프트·네오위즈·스마일게이트·웹젠·NHNent 등 판교 소재 6개 게임사가 개발한 유명 게임의 배경음악을 성남시립국악단이 우리 가락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진솔이 운영하는 플래직은 설립 초기부터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해외 게임사 블리자드와 지식재산권 계약을 맺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블리자드의 게임음악을 편곡해 국내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이다. 진솔은 회사 경영 초기에 “게임사가 공연계 환경을 잘 모르니 설득하느라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라며, “보통 미팅을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고, “게임사에서 보내준 악보들도 곧바로 연주할 수 있는 악보가 아닌 경우”여서 작·편곡 인력을 꾸리게 되었다고 한다. 플래직은 자체 기획으로 2019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와 2019년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를 비롯해 지난 5년간 25회 이상의 게임음악 관련 공연을 주관했다.

게임사 중에서는 넥슨이 그동안 다채로운 게임음악 공연을 선보여 왔다. 2018년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메이플스토리’와 2019년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마비노기’ 공연은 주목할 만하다. 대관 절차가 까다로운 클래식 음악의 성지,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심포니(구 코리안심포니)와 함께한 공연이기에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2020년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개최된 ‘엘소드 홀로그램 콘서트’는 실험적이다. 유저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프로젝트 엘스타’ 네 그룹이 무대에 등장해 홀로그램 공연을 선보이고, 2D 라이브로 실시간 유저들과 소통하며 무대를 꾸몄다. 올해는 3월에 롯데콘서트홀에서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를, 5월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넥슨재단 제1회 보더리스 공연 ‘PLAY판’을 올렸다. ‘보더리스’는 게임 IP를 활용한 실험적인 예술 창작을 지원해 게임의 문화 콘텐츠 가치를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넥슨재단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다.

‘테트리스’ OST 오케스트라 버전
진솔/플래직 게임 오케스트라·밴드

2021년, 게임음악 공연 문화가 달라지다

지난해 코로나 시국에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매진을 기록했다. 이 공연은 국내 ‘최초’로 국공립극장이 게임음악을 정규 기획 프로그램으로 넣었기에 주목받았다. 이 공연을 담당한 세종문화회관 공연제작마케팅팀 조휘영 팀원은 “내부적으로 게임음악 공연을 기획한 이유는 관객 개발 차원”이었다며, “MZ세대를 극장에 유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삼은 만큼 당시 세종문화회관이 최우선으로 한 키워드는 ‘뉴 노멀’. 공연장이라는 하드웨어에 벽을 느끼는 잠재적 관객층을 끌어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굿즈에 신경을 썼으며, 메가박스 실황 생중계, 공연 때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 등 여러 이벤트를 모색했다. 조 팀원은 “관객 반응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며, “관객층은 20대 남성이 전체 관객의 60%를 차지했다”고 밝힌다. 또한 정성껏 코스튬을 준비한 관객이 공연에 온전히 스며들길 바라며, 관객의 존재와 행위도 공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인터랙션을 세종문화회관 무대기술팀과 고민했다. 그 결과 “무대는 관객에게 실시간 미디어아트를 그려내고, 관객은 무대로 실시간 리액션을 보내는, 프로시니엄을 사이에 두고 무대와 관객이 쌍방향 소통하는 그림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지난 6월 13일, 국내 게임음악 공연에 다시금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RPG는 게임 ‘로스트아크’의 다양한 음악을 KBS교향악단 연주로 즐길 수 있는 ‘로스트아크 콘서트: 디어 프렌즈’를 개최했다.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은 사회 곳곳에 기부금으로 활용한다고 밝혀 더욱 관심을 모았다. 티켓을 구하지 못하거나, 당일 공연에 참석하지 못하는 모험가(유저)들을 위해 로스트아크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생중계 방송(조회수 174만 회)도 진행했다. 이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여러 2차 콘텐츠를 유발해 의미가 깊다. 클래식 음악회장이 낯선 이들을 위해 유튜버들은 공연 전부터 ‘로스트아크 콘서트 때 입고 갈 의상’과 같은 가이드 영상을 올렸다. 공연 후 현장 열기에 감탄한 유저들은 ‘로스트아크 콘서트 몰아보기’ ‘로스트아크 콘서트 해외 반응’과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공연에 오른 음악가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소프라노 김선덕의 유튜브 구독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현상도 보였다. 지속되는 ‘선플’을 의식한 KBS교향악단은 자체 유튜브에 지휘를 맡은 안두현과 로스트아크 공연 비하인드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9월 2일, 경기필과 플래직이 공동으로 기획하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 게임음악회-리니지’(지휘 정나라·음악감독 진솔)에 OST 등 다양한 콘텐츠의 IP를 지원한다. 엔씨소프트 사운드센터 백원빈 팀장은 “‘리니지’ 안에 좋은 음악이 상당히 많은데 더 많은 사람들이 듣지 못해 아쉬었다”고 얘기한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음악 관련 자체 아카이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운드센터 내 제작관리팀이 생기면서 게임음악 관련 악보를 정비하는 작업도 착수하기 시작했다. 이번 경기필과의 협업이 수월히 진행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잘 준비된 악보 자료 덕분이다. 백 팀장은 “이 공연을 통해 유저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기면서 게임의 예술적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공연에 대한 설렘을 보였다. 국내 게임음악이 이처럼 다채로운 공연으로 ‘무대화’될 수 있는 건, 그야말로 게임음악 퀄리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원 소스(One Source)는 결국 잘 만들어진 게임음악

그래서 최근에는 많은 게임사가 게임음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엔씨소프트 백원빈 팀장은 “전자 기기들이 진화하고 더 좋은 음질과 많은 용량을 수용할 수 있게 되며 고퀄리티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이유와 환경이 마련됐다”고 한다. 엔씨소프트는 사운드센터라는 전문 부서를 만들어 10년 동안 게임 사운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현재 사운드센터 내부에는 90여 명의 사운드 전문 인력이 있으며 이 안에 많은 전속 작곡가들이 상주하며 게임음악을 만든다. 2013년에는 국내 게임사 중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효과음 디자인 전문 녹음실인 폴리 스튜디오를 세웠다.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활용한 멀티 서라운드 사운드 믹싱룸은 엔씨소프트만의 수준 높은 오리지널 사운드를 만드는 자산이기도 하다. 이번 9월 공연으로 선보이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1998년 출시)는 국내 인터넷 기반 온라인 게임의 살아있는 신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운드센터장 송호근은 ‘리니지’의 음악을 시대의 기술에 맞게 더 어울리는 음악으로 발전 확장 시켜 나가고 있다. ‘리니지’ ‘리니지M’은 작곡가 안진우를 비롯해 미국 영화음악가 조이 뉴먼 등이 참여했으며, ‘리니지W’는 게임·영화 트레일러 음악 제작으로 유명한 유니크 혼 스튜디오, 작곡가 로빈 호프만, 미미 페이지 등 전 세계 여러 음악가가 참여하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형성했다. “스토리, 월드, 플레이 이 세 가지가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과 “그저 화려한 것보다는 게임의 대서사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심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 사운드팀은 지난 20여 년간 넥슨의 게임사(史)와 함께 호흡하며 현재 조직으로 성장했다.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사운드를 중앙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사운드팀은 음악을 제작하는 뮤직프로듀싱 파트 이외에도 효과음 제작하는 사운드디자인 파트, 녹음 업무를 담당하는 스튜디오 파트로 세분화되어 운영 중이다. 사운드팀 직원들은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도 제작이 가능하도록 오랜 기간 연구·개발해 왔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러한 넥슨이 추구하는 게임음악 방향성은 ‘유저와의 소통’이다. 사운드팀은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커뮤니티를 통해 동향을 살피며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음악 접점을 좁혀나간다. 또한 넥슨은 자사 게임의 유명 음악들을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하여 유튜브(NECORD MUSIC)에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호주에서 진행한 엔씨소프트 게임음악 녹음 현장 ©엔씨소프트

‘엘소드 홀로그램 콘서트’ ©넥슨

넥슨 사운드팀 ©넥슨

‘검은사막’ OST ‘VIII. O’dyllita: Overture’ 피아노 협주곡 버전 ©펄어비스

아직 공식적인 게임음악 공연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음악 퀄리티가 워낙 높아서 주목받는 게임사도 있다. 바로 게임사 펄어비스의 오디오실이다. 오디오 디렉터 류휘만에 의하면 “펄어비스는 대중적이고 상투적인 음악보다는 펄어비스 게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음악을 제작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펄어비스의 작곡가들은 상업적인 것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술적인 음악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감정 표현에 효과적인 어쿠스틱 악기를 자주 사용하고, 섬세한 표현부터 격정적인 표현까지 가능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핵심으로 삼는다. 오케스트라 형태의 곡을 제대로 작·편곡하기 위해 이에 대한 노하우를 지닌 작곡가들이 함께한다. 따라서 펄어비스의 게임음악은 클래식 음악회에서 연주가 되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정통 클래식 음악 느낌으로 제작됐다.

류 디렉터는 “세계적인 수준의 퀄리티로 게임음악을 제작하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한다. 이에 펄어비스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연구를 진행한다. 초창기에는 거의 모든 음악을 컴퓨터로 완성했는데, 요즘에는 솔로 악기부터 작은 규모의 앙상블,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까지 어쿠스틱 악기 녹음을 적극 시도 중이라고. 언젠가 펄어비스의 대표 게임 ‘검은사막’이 무대에 오를 날을 대비해 류 디렉터는 작곡가 주인로의 도움을 받아 사운드트랙 ‘VIII. O’dyllita: Overture’를 피아노 협주곡 버전으로 편곡해 두었다. “만약 이 곡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임윤찬과 연주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면 당장 ‘검은사막’ 단독 공연을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도 비쳤다.

‘로스트아크
콘서트: 디어 프렌즈’

KBS교향악단 ‘로스트아크 콘서트’ 코멘터리

넥슨 유튜브 네코드 뮤직 ‘메이플레이리스트’

‘검은사막’ OST ‘VIII. O’dyllita: Overture’ 피아노 협주곡 버전
크리스티안 프랭크/바이마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협연 샤를로트 스테페스)

게임음악계가 나아갈 길

현재 한국에서 제작되는 게임음악의 작곡가들은 저작권을 포기하고 게임사에 양도한다. 게임사는 그 음악을 저작권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 이는 음악저작권협회에서 게임음악 사용에 관한 징수 규정이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음악저작권협회에서는 게임에서의 음악 사용에 관한 사용료 징수를 게임 매출을 기준으로 비율을 정해서 책정하고 있다.

게임음악 작곡가들은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외에 2차적으로 음악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펄어비스의 류휘만 디렉터는 “이러한 점 때문인지 게임음악 작곡가들이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드는 것에 소극적이기도 하다”고 한다.

넥슨 게임음악의 2차 콘텐츠들은 사업·개발 부서의 실행력이 많이 반영된 것이다. 넥슨 사운드팀은 “대부분의 행사들이 유저와 내부 만족도가 높았던 편”이라며, “앞으로는 유저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만으로도 일반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공연으로 발전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메타버스, VR 발전과 맞물려서 독창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게임음악 공연이 기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으로 게임음악 저작권 문제가 합리적으로 정돈되어서 게임사나 게임음악 작곡가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며, 아울러 게임음악이 더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글 장혜선 기자 사진·자문 플래직·엔씨소프트 사운드센터· 펄어비스 오디오실·넥슨 사운드팀

PART 5 가이드

감상을 위한 게임 & 음악 안내

게임음악, 무엇부터 들을까?

영화를 알면 영화음악이 들리듯, 게임을 알면 게임음악이 들린다. 그러나 두어 시간이면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며칠, 몇 달을 지속하는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화면 뒤의 음악’이라는 특징으로 유사해 보이는 영화음악과 게임음악은, 온라인 게임음악 세계로 들어가 보면사실 다른 점이 더 많다. 스토리·사건·장면이 음악과 긴밀하게 연결된 영화음악과 달리 온라인 게임음악의 스토리는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흥미롭게도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 중에는 스토리를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토리 외에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게임 속 가득하기 때문이다. 유저가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스토리보다 ‘전투’와 ‘협력’을 통해 느끼는 희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이 게임음악 공연이 되었을 때, 유저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은 무엇일까? 각각의 게임 속에 어떠한 음악이 등장하는지 들여다보도록 하자.

더불어 25년에 가까운 시간을 견뎌온 게임 ‘리니지’의 음악이 공연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며, 어떤 분야에서 제작된 음악이든 ‘음악’이라는 공통의 예술로 관객이 응집될 수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게임음악 공연이 영화음악을 뒤따라 새로운 공연문화로 자리 잡는 수순 속에 있는 것이다.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지난 6월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안두현/KBS교향악단이 펼친 ‘로스트아크 콘서트: 디어 프렌즈’가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로스트아크’는 ‘아크’라는 강력한 힘을 사용하는 질서의 별과 이를 빼앗으려는 혼돈의 별이 충돌하는 이야기이다. 유저들은 자신이 속한 질서의 별을 지키기 위해 혼돈의 별의 적과 싸우며, 그 외에도 두 행성을 모두 지키려는 우주적 존재에서 뜻이 맞지 않는 타인과 싸운다. 이 모두는 각각 ‘보스’로 존재하며, 다른 유저와 협력하여 이 보스를 무찌르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보스와 싸워 이기는 것은 일회성 콘텐츠가 아니다.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같은 보스와 매일 같이 싸우며, 보스도 성장하는 유저에 맞추어 더 높은 난이도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은 보스와 함께 등장하는 음악을 수십 번씩 듣는다. 지난 공연의 ‘몽환의 아스텔지어’가 바로 유저들이 지치도록 들은 보스의 주제가 중 하나이다.

‘로스트아크’의 총괄 디렉터 금강선은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영화를 ‘음악’으로 추억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만드는 게임의 음악도 그렇길 바랐다. 게임을 처음 제작하던 시기부터 이미 게임음악 공연을 바라고 있던 그의 의지 속에 각 전투 음악은 보스의 특성에 맞추어 꼼꼼히 제작됐다. 오페라·재즈·헤비메탈·팝 그리고 전통음악까지 넓은 범위의 음악을 포함하고 있으며, ‘토르: 다크 월드’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던 작곡가 브라이언 타일러가 이 게임음악 작곡에 참여했다. 공연의 성공 뒤에는 음악을 향한 열정이 먼저 존재했던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미국의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RTS(Real-Time Strategy)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의 PC방 열풍과 함께한 하나의 문화였다. 진솔/플래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밴드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2019년과 올해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게임은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개의 종족이 분리되어 우주 전쟁을 펼치는 이야기로, 여러 편으로 나누어진 게임 시리즈는 마치 세 종족의 전쟁사와 같다. 따라서 음악은 세 종족의 주제곡, 그리고 중요한 전투의 주제곡이 중심을 이룬다. 실제로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테란 모음곡’의 1번과 4번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가장 유행했던 시기에는 헤드셋보다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덕분에 동네 PC방에서 큰 소리로 울려 퍼지던 ‘스타크래프트’ 주제곡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유저의 뇌리에 박혀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흥미로운 점은 마치 스포츠팬처럼 각 유저가 주로 플레이하는 종족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루어진 공연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는 이런 유저의 특성을 파고들어, 좌석을 종족별로 따로 마련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관객은 자신이 지지하는 종족에 맞춰 좌석을 예매했고, 주최 측인 플래직은 종족별 예매 현황을 매주 공개하여 서로 경쟁하는 게임의 특성을 공연에도 활용했다.

메이플스토리

국내 게임사 넥슨의 MMORPG인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에 처음 출시된 게임이다. 악한 목적을 가진 검은 마법사와 군단장을 무찌르는 내용이 존재하지만, ‘메이플스토리’에서 스토리의 역할은 무겁지 않다. 더 중요한 콘텐츠는 모든 유저가 모험가로 시작하여 다양한 직업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것과 그 직업을 얻기 위해 특정한 지역을 모험하고, 성장하여 더 깊숙한 지역까지 탐험하는 것이다. 유저가 직업을 위해 계속 머물거나 돌아다니는 ‘지역’의 주제가가 메이플스토리 음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초보자 시절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따라 모두 다른 지역에 머물기에, 유저들에게 음악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메이플스토리의 음악은 각 지역이 가진 분위기를 잘 표현해내 유저들이 게임의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제작됐다. 공연 프로그램을 가득 채운 ‘시간의 신전’ ‘꿈의 도시 레헬른’ ‘호텔 메이플’ ‘여왕의 정원’ ‘카루파의 마을’ 등 여러 음악이 지역을 위해 만든 음악이다.

2018년 성공적인 예술의전당 공연에 이어, 올해 3월과 7월에도 무대화를 이끈 ‘메이플스토리’ 성공 비결은 19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꾸준히 젊은 세대를 끌어들인 데에 있다. 한 세대에게 추억이거나, 현세대와 소통하는 게임 사이에서 다양한 세대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메이플스토리’만이 가진 강점이다.

 ©넥슨

리그 오브 레전드

미국 게임사 라이엇 게임즈의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정해져 있는 세계관속 새로운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되는 RPG와 다르게, 이미 만들어진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하여 다른 유저와 겨루는 게임이다. 물론 커다란 세계관과 스토리가 존재하지만, 더 방점이 찍히는 것은 각 캐릭터의 개인사다. 음악도 이에 따라 각 캐릭터의 주제곡에 힘을 주었다.

(c) Rol Games

또한, 방대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적을 함께 물리치는 게임과 달리, 매번 똑같은 전장에 풀어진 유저들이 두 팀으로 나누어져 서로 싸우기에, 개발사는 싸움 도구와 방법을 매년 추가·변형하고 있다. 이 각각의 한 해를 ‘시즌’이라 칭하며, 매년 시즌을 ‘개막’하고 이에 맞춰 개막 곡을 선보인다.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161개의 캐릭터가 존재한다. 시즌 개막 곡은 게임에 다양한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표현하여 대부분이 웅장하고, 오페라와 유사한 규모를 보여준다. 모든 시즌 개막 곡은 협력하여 적과 겨루는 게임 방식을 가사에 녹아들어 ‘모두 모여 적과 싸우자’ 외치며 사기를 북돋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

국내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판타지 만화를 기반으로 한 MMORPG로 1998년 처음 출시됐다. 원작 만화는 반역자에 맞서는 왕자의 이야기로, 왕위를 빼앗은 자와 빼앗긴 두 인물이 각자의 동맹을 이루어 싸운다. 결국, 왕자가 왕위를 되찾으며 만화는 마무리됐다. 게임은 원작의 ‘동맹’과 ‘싸움’에 주목하였다. 유저들은 서로 뭉쳐 ‘혈맹’을 맺고, 다른 유저 또는 다른 혈맹과 싸운다. 시리즈는 첫 작인 ‘리니지’를 이어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을 꾸준히 출시했으며, 스토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혈맹’을 이루어 서로 겨루는 방식은 계승되어 ‘리니지’ 시리즈만의 특징이 됐다. 음악의 제목들도 이를 표현하듯 ‘피의 맹세’ ‘아덴의 용사들’ ‘최후의 결전’처럼 동맹·결투를 제재로 삼고 있다. ‘리니지’의 음악은 판타지 세계의 배경이 되는 유럽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편성을 사용하였지만, 리니지의 주요 주제인 혈맹을 제재로 사용한 작품은 단조를 활용하여 동양적인 한과 슬픔의 정서를 담아냈다. 즉, 유럽을 배경으로 하지만 유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한국적 색을 담아낸 것이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게임음악 악보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말하자면 ‘공연 친화적’ 행보를 걷고 있다. 이러한 사정이 입소문을 타, 관현악단이 직접 게임사에 게임음악 공연을 제안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게임 ‘리니지’는 다가오는 9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나라/경기필과 함께하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

글 이의정 수습기자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