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티켓을 미리 준비하자! 여름 끝에 남은 축제 열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9월 13일 12:45 오후

special festival

여름 끝에 남은 축제 열기
유럽부터 미국까지, 여섯 축제 현장으로!

축제에 빠져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면, 좋은 풍경과 좋은 음악이다. 거기에 술까지 곁들여진다면, 축제에 흥이 더해진다. 알프스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스위스 베르비에, 바람과 볕이 좋은 프랑스 본과 독일 라인가우,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레하르, 미국의 뉴욕까지 한국인에겐 덜 알려졌지만, 풍성한 음악이 펼쳐지는 여섯 곳의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이번 기사에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객석’ 통신원들의 음악 축제 스케치가 담겨 있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축제는 돌아온다. 내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은 형광펜을 들어도 좋고, 내년의 축제를 위한 비행기 티켓을 끊어도 좋다! 총괄 임원빈 기자

Switzerland 베르비에 페스티벌 7.15~31

Germany 라인가우 페스티벌 6.25~9.3 베를린 탄츠 임 아우구스트 8.5~27

France 본 바로크 페스티벌 7.8~31

Austria 레하르 페스티벌 7.9~8.28

America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5.14~8.14

——————————————————–

special festival

Verbier Festival

Verbier/Switzerland – 26 July 2017: Landscape of village with Alps background. Shoot from the top view.

베르비에 페스티벌 7.15~31
젊음 가득한 알프스의 여름

알프스 1,500미터 고도의 휴양 마을 베르비에. 카우벨 소리가 청명한 이곳의 여름에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 지도 30년이 되어간다. 올해 29회를 맞은 베르비에 페스티벌(7.15~31)이다. 우리에겐 화려한 라인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들이 ‘오래’ 머물며 연주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베르비에가 명 연주자들이 여름마다 어울리는 장이면서, 자연 속에 영감을 받는 휴가 역할도 하는 연주자 친화적인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덕분에 청중은 다른 페스티벌에서 보기 어려운, 마음 맞는 연주자들의 즐거운 공연과 이들의 인간적인 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마르타 아르헤리치, 미샤 마이스키 등을 비롯한 원로들이 닦아놓은 기반에 이제 다닐 트리포노프, 유자 왕, 클라우스 메켈레 등이 알프스의 ‘슈베르티아데’를 이어나간다. 지휘자이기 이전에 첼리스트였던 메켈레는 7월 23일 실내악 공연 후 “친구들과 실내악을 연주하는 것은 내게 많은 의미이자 그 자체로 ‘나 자신’이다. 오랜 친구,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나누는 것. 그것이 내가 베르비에에 오는 이유다”라는 말을 남겼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무엇보다 이러한 연주자들에게 마스터클래스를 받으며 음악학도들이 성장하는 ‘음악학교’의 역할도 크다. 매일 아침마다 산장에서 5~8개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린다.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FO)는 28세 이하의 젊은 연주자, 베르비에 페스티벌 주니어 오케스트라(VFJO)는 15~18세 학생으로 구성된다.

젊은 오케스트라, 젊은 메켈레, 젊은 말러

필자는 주목할 공연으로 꼽힌 클라우스 메켈레 지휘를 포함한 7월 28~31일 베르비에를 찾았다. 메켈레는 올해 샤를 뒤투아, 자난드레아 노세다가 속한 VFO 지휘자 대열에 합류했다. 28일 음악 텐트의 저녁 공연(메켈레/VFO, 협연 다닐 트리포노프) 역시 ‘메켈레’ 열기로 뜨거웠다. 1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다닐은 순례자적인 모습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했지만 열악한 음향 가운데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강렬함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날의 진가는 2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메켈레는 이번 연주에서 깊은 감동을 추구하기보다, 젊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20대의 말러가 담고 싶었을 즉시성과 열정을 끌어냈다. 봄과 자연, 그것이 상징하는 젊음…. 무대에서 함께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자체가 좋은 그 생동감. 26세 지휘자와 VFO의 활기찬 말러는 청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VFO의 악장이었던 애비게일 홍은 “메켈레와의 연주는 훌륭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강요하기보다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센스가 있고 무엇을 듣고 바꾸어야 하는지 아주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파리 오케스트라 아카데미가 메켈레 부임 이후 아주 활발해진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명문 악단을 무섭게 접수해온 그가 젊은 연주자들과는 어떻게 교감하는지 궁금해 30일 아침 드레스 리허설을 찾았다. 프로그램은 라벨 ‘쿠프랭의 무덤’,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유자 왕),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 리허설에 돌입한 그는 3시간 동안 거의 앉지도 않는 열정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만들기보다는 순간순간 멈추어 음색을 조절하며 곡을 완성해 나갔으며, 특히 현악기 저음부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원하는 소리의 요구와 오케스트라가 그것을 표현해낼 때 반응도 즉각적이었고, 단원과 소통도 빠르고 원활했다.

드레스보다 돋보인 유자 왕의 리스트

오후 7시 30분의 본 공연. 라벨 ‘쿠프랭의 무덤’은 설득력이 부족했지만 유자왕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첫째, 빠른 템포. 작품은 옥타브 도약 패시지가 주 모티브이기 때문에 속도를 아주 조금 올려도 리스크는 훨씬 커진다. 그러나 유자왕은 빠른 템포 속에서도 탄탄한 근육과 넓은 손끝으로 재빨리 옥타브를 붙여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3악장 종결구 옥타브 도약과 화음 연타의 ‘압도적인 빠르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스릴이었다.

둘째, 깃털같이 가벼운 스케일과 장난기 어린 음색들. 리스트는 이 작품을 작곡하는 데 26년이 걸렸다. 그래서 긴 시간 얻은 영감들이 조각조각 튀어 오르는 묘미가 있다. 유자왕은 “(시간이 흐르며) 작품의 바그네리안적인 면모들을 느끼게 됐다. 더 연극적이고, 오페라틱하고, 개성적인 모습을 자유롭게 가져오겠다”라고 한 인터뷰(BBC)처럼, 모티브마다 다른 무게와 질감의 터치로 다양한 표정을 드러냈다.

셋째, 역시 드레스. 이미 29일 저녁 카바코스(바이올린), 카퓌송(첼로)과의 3중주 연주에서 엉덩이가 훤히 보이는 수영복 스타일 드레스를 입어 다음날 아침식사의 화두에 오른 그녀였다. 30일의 빨간 미니 드레스는 엉덩이는 가려져 그나마 덜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파격적인 건 부인할 수 없다.(결국 BBC 프롬스에서 이 드레스가 터졌다!) 그러나 실상 놀라운 것은 드레스가 아닌 연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 그녀의 대단한 장악력이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에서 메켈레는 연습이 덜 된 오케스트라를 어떻게든 광활한 사운드 속으로 끌어내려 애썼다. 다시 한번 자신이 어떻게 지시를 주어야 하며, 젊은 오케스트라와는 어떤 합으로 소리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아주 잘 아는 영리한 지휘자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글 전윤혜(프랑스 통신원) 사진 베르비에 페스티벌

INTERVIEW
VFO 악장 애비게일 홍
빛나는 개성들이 통합의 순간으로!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FO)는 18~28세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한 오케스트라로, 매 1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보름 전부터 페스티벌 폐막까지 베르비에에 상주하며 멘토로 참가한 샤를 뒤투아·자난드레아 노세다에게 집중적인 코칭을 받게 된다. 또 초청된 명 지휘자들과 3주간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게 된다. 2023년 지원은 올 가을에 받는다. 이번에 악장을 맡은 애비게일 홍은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피시오프 컴페티션, 비영리단체 ‘Music For Food’의 음악 코디네이터로도 활동 중인 그를 축제 현장에서 만났다. 공연마다 오케스트라 악장이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FO)의 시스템이 궁금한데요. 매년 여러 명의 악장이 선출됩니다. 올해에는 총 5명의 악장이 있었고 돌아가며 공연을 맡았죠. 악장 오디션은 페스티벌 리허설 기간이 시작될 때 치르며 모두가 후보로 고려됩니다.

VFO 단원들의 하루 일과는 어때요. 일반적으로 하루 6시간씩 리허설을 합니다. 어떤 날은 악기별로, 어떤 날은 전체 오케스트라 리허설로 짜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드레스 리허설로, 연주 당일 아침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설렙니다. VFO의 분위기는 아주 건강하고 활기차요. 단원들은 서로를 지지해 주며 매 연주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합니다.

VFO 단원으로서 올해의 특별했던 점을 꼽자면? 먼저,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연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올해는 특히 설렘과 기대가 컸습니다. 자난드레아 노세다는 우리의 ‘영웅’이자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로서 VFO의 시작을 이끌었어요. 그는 단원 각각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모두가 통합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죠.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함께 이기거나, 함께 잃는다. 홀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수지&브루스 코브너 장학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베르비에 장학금의 장점은 어떠한 지출 없이도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연주자로서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선물이죠. 저도 이 장학금이 없었다면 이번 여름 아마 베르비에에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코브너 부부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처음 만났고 장학금 덕분에 몇 달 후 알프스에서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죠.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일부 후원자들은 장학금에 이름을 붙이고 음악가와 오랜 관계를 유지합니다. VFO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도 있습니다.

Switzerland

————–

트리포노프 ©Agnieszka Biolik
메켈레, 유자왕 ©Nicolas Brodard
에벤 콰르텟 © LucienGrandjean

——————————————————————–

special festival

Rheingau Festival

라인가우 페스티벌 6.25~9.3
와인의 성지에 음악이 흐르다

독일의 대표 화이트 와인 ‘리슬링’은 라인 강변에서 재배된다. 대부분 강변의 경사로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 아래 자라나는 리슬링 포도는 향이 풍부하고 산도가 높다. 비스바덴 근처에서 서쪽으로 라인 강을 따라 뻗어나가는 라인가우(Rheingau) 지역은 로렐라이로 대표되는 풍성한 문화적 유산을 리슬링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고장이다.

1987년부터 시작된 라인가우 페스티벌은 유럽에서 가장 큰 음악 축제 중 하나다. 클래식 음악은 물론이고 재즈, 카바레 공연 외에도 음악학 관련 행사까지 150회 이상의 이벤트가 6월에서 9월에 걸쳐 펼쳐진다. 에버바흐 수도원, 요하니스베르크 성, 폴라츠 성 외에도 라인가우 지역의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그만큼 이 축제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하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찾는 이 행사는 지난 2020년 12만 1천장의 티켓 중 이미 8만장이 판매됐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여파로 취소되어야 했다. 상황은 지난해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4월, 축제조직위원회는 올해 축제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LG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처’가 메인 스폰서를 맡아 공연장 곳곳에서 반가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라인업도 화려했다. 안네 조피 무터와 함께한 만프레드 호네크/피츠버그 심포니(9.2), 요나스 카우프만과 요헨 리더/WDR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오페라 갈라(8.21), 마리아 두에나스와 파보 예르비/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8.25), 안드레아스 숄(카운터테너)과 도로테 오버링어(리코더) 그리고 ‘앙상블 1700’이 함께하는 바로크 연주회(8.12) 등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유려한 역사를 타고 흐른 성스러운 감동

지난 7월 31일, 에버바흐 수도원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이스가 지휘하는 레겐스부르크 대성당 소년합창단(레겐스부르거 돔슈팟첸)의 공연이 있었다. 이 합창단은 975년에 결성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유명한 소년합창단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한 합창단의 뒤에는 지도자들의 공헌이 있었다. 1924년부터 1963년까지 합창단을 이끌었던 테오발트 슈렘스(1893~1963)는 단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데 공헌한 지휘자로 전후와 나치 치하에서도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슈렘스의 후계자인 게오르크 라칭어(1924~2020)는 1994년까지 이 합창단을 이끌었는데, 해외 투어 뿐 아니라 리코딩에도 적극적이었다.

합창단은 2019년부터 크리스티안 하이스(1967~)를 음악감독으로 맞아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합창단 출신인 하이스는 이번에 모차르트 세 개의 미사곡과 모차르트와 동시대를 살았던 크리스티안 칸나비히(1731 ~1798)의 작품을 들고 라인가우를 찾았다. 시작은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 대성당에 재직했을 당시 작곡한 미사 ‘크레도’ K257이었다. ‘크레도’를 제외하고는 간결하게 작곡된 이 작품에서 하이스가 이끄는 소년합창단은 완벽한 앙상블과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음정을 들려주었다. 오히려 성인 솔리스트들의 발성 차이에서 유발되는 통일되지 않은 음정이 때로는 합창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크리스티안 칸나비히는 모차르트와 깊이 교류했던 만하임 궁정의 작곡가다. 그의 교향곡 67번을 2009년에 설립된 고음악 전문 앙상블 호프카펠레 뮌헨이 선보였는데, 두 대의 내추럴호른이 선보인 자신감 있는 칸타빌레는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모차르트의 ‘구도자를 위한 저녁 기도’ K339는 다섯 번째 곡인 ‘주님을 찬양하라’로 유명한 작품이다. 소프라노 솔로를 맡은 카티야 슈투버는 절제된 바이브레이션과 유려한 보컬 라인으로 합창단과 숨이 멎을 듯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에버바흐 수도원의 육중한 벽안에서 울려 퍼지는 순결한 사운드의 결합이 청중을 천국의 문으로 인도하는 듯했다.

한 잔의 와인처럼, 오감의 조화를

8월 2일, 요하니스베르크 성에서는 다른 맛의 연주회가 있었다. 소년합창단의 연주가 청량한 로제 같았다면, 이 연주는 잘 만들어진 리슬링 드라이 와인 같았다. 독일 출신의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1959~),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1959~) 그리고 피아니스트 조성진(1994~)이 함께하는 실내악 연주였는데, 안타깝게도 조성진이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 직전에 불참하게 되어 음악회를 찾은 한국 팬들과 많은 이들은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는 마르쿠스 베커(1963~). 하노버 음대 교수로 에코 클래식상(2000)과 오푸스 클래식 상(2019)을 수상할 정도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이다. 더불어 즉흥 연주에 능한 그는 2021년 독일 재즈상을 수상할 정도로 재즈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순발력이 뛰어난 베커가 대타로 달려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까. 세 사람의 연주는 급하게 결성된 앙상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호흡과 탄탄한 서로 간의 신뢰를 보여주었다. 조성진의 불참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슈베르트의 첼로 소나타 D821로 변경되었다. 마이어와 함께한 풀랑크의 클라리넷 소나타 Op.184에서 보여준 것처럼 베커는 이날, 상대방이 던지는 변화구를 다 받아내면서도 섬세하게 피아노 음색을 조절하는 뛰어난 포수같았다.

라인가우 페스티벌을 더 흥겹게 즐기려면, 공연 시작 몇 시간 전 느긋하게 도착하는 것이 좋다. 공연 장소들이 유서 깊은 와이너리이기 때문이다. 주변 포도밭 언덕 풍경 속에서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며 기분을 고양시킨 후 만나는 클래식 음악 공연의 즐거움은 올림포스 산에서 가니메드가 따라주는 와인을 마시는 제우스 부럽지 않다. 물론 조성진의 부재는 그 어떤 와인으로도 달랠 수 없었지만, 그나마 와인 덕분에 덜 헛헛했던 것은 아닐까.

글 오주영(독일 통신원·성악가) 사진 라인가우 페스티벌

Germany

——————-
요하니스베르크 성
에버바흐 수도원 ©Kloster Eberbach
레겐스부르크 대성당 소년합창단 ©Michael Vogl

———————————————————————

special festival

Berlin Tanz im August

베를린 탄츠 임 아우구스트 8.5~27
존재를 알리는 춤과 노래

“세계 90개국에 걸쳐 7천여 개 언어와 5천여 개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4억 7천여 명의 사람들.” 지난 8월 9일 ‘세계 원주민의 날’을 맞아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성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5% 남짓이지만, 원주민은 인류 문화 다양성의 근간을 이룬다. 자연과의 상생을 중심에 두는 이들 삶의 방식은 환경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원주민의 권리에 관한 논의가 가파르게 증가한 이유다.

올해 34회를 맞은 독일의 최대 무용 축제 탄츠 임 아우구스트(Tanz im August)도 이를 주제로 택했다. 25여 개국 예술가들을 초청해,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식민주의와 원주민 탄압, 사라져가는 소수 토착문화 등에 대해 행동을 촉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아마존 원주민의 시간을 담은 ‘AMAZONIA 2040’, 태국 무용 콘(Khon)과 테파놈을 바탕으로 한 ‘No.60’, 자본주의와 식민주의 탈피를 갈망하는 ‘J’ai pleuré avec chiens–TIME, CREATION, DESTRUCTION’(이하 ‘나는 개와 함께 울었다’) 등이 큐레이션되었다.

이어지는 지면에서는 각각 호주와 서아프리카, 북유럽의 토착문화를 엿볼 수 있는 세 작품, 마루게쿠 댄스 컴퍼니의 ‘Jurrungu Ngan-ga/Straight Talk’(이하 ‘직설’), 아말라 디아노르의 ‘Siguifin’(이하 ‘신비한 괴수’), 엘레 소페 사라의 ‘Vástádus eana–The answer is land’(이하 ‘답은 땅에 있다’)의 현장을 전한다.

 

호주, 그늘진 땅

“대학보다 감옥에 가는 호주 원주민 아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개막작 ‘직설’은 원주민·트렌스젠더·피난민·유색인종 등의 수감율이 기형적으로 높은 호주 사회의 단면을 고발한다.

마루게쿠 댄스 컴퍼니는 그 소수자들이 뭉친 단체다. 이들은 부당한 억압의 피해 사례들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극에 가까울 정도로 대사(가사)가 많은 작품을 완성했다. ‘직설’은 호주 토착어 중 하나인 야우루어로, 그 제목처럼 소수자들을 향한 감시와 폭력에 대한 증언이 85분간 무용수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춤은 개별성이 강했다. 각 인물의 정체성에 집중했다. 발을 구르고 양팔을 흔드는 야우루 전통춤, 트렌스젠더의 보깅, 팔레스타인 출신 피난민의 중동 민속무용 답키와 스트리트댄스 등으로 다양했으나, 이들은 넓은 무대를 활보하지 못하고 무대 중앙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공간에 한정됐다. 보이지 않는 경계에 자꾸 부딪혀 넘어졌다.

등 뒤에 억류당한 두 손, 바닥에 내리받은 머리, 왜곡된 형태로 요동치는 신체는 이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했다. 상처받은 수감자는 다른 이를 상처 입히는 가해자로 변모하기도 하지만, 곧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면서 연대했다. 개별성이 강했던 춤의 흐름은 서로 주고받는 제스처를 통해 통일감을 얻었다. 이 에너지는 대항해 시대 제국군을 연상케 하는 2각모를 쓴 인물의 등장으로 억눌리고 만다. 랩을 이어가던 무용수는 거듭 소리쳤다. “이게 호주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땅에 무겁게 내려앉을 때까지, ‘피난민’ 꼬리표를 단 무용수는 그 빛을 바라보며 힘없는 독무를 춘다. 무너진 그의 모습으로 막이 내렸다. 그의 흐느낌이 작품의 계획된 일부였는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샹들리에 빛이 누군가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제국주의의 그늘이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서아프리카의 창작 에너지

‘신비한 괴수’는 세네갈-프랑스인 무용가 아말라 디아노르와 말리·세네갈·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가 3인이 공동 안무했다. 세 국가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작품명은 말리 토착어 중 하나인 밤바라어로 채택했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세 문화가 충돌하며 발하는 창작 에너지를 암시한다.

무대에는 석양을 닮은 주황빛이 투사된다. 아홉 무용수는 발 구르는 소리에 맞춰 군무를 시작한다. 이들의 소리와 움직임은, 한 여성 무용수의 노래가 더해지면서 크레셴도 된다. 55분 작품의 절반에 이르기까지 춤은 신체가 만들어내는 음악에 의존했다. 이쯤 되면 관객은 아프리카 전통문화의 원초성에 취한다.

전자음악이 무용수의 노래를 이어받으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벽면은 무엇이든 그려져도 좋을 흰 도화지로 색을 바꾸고, 그 앞에 힙합과 비보잉이 가미된 춤으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이 대륙의 예술문화는 과거에 머물러 있으리라는 잠재된 관념에 한 방을 날린다.

이어 한 무용수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듯 일탈한다. 불협화음은 공동체 일원들이 서로에 기대어 하나의 큰 조각이 되는 과정을 통해 해결된다. 4인의 안무가가 밀고 당기는 창작 과정을 가늠케 한 장면이다.

4인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듯한 이질적인 장면도 있었다. 공연 이후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안무가들은 “서로의 필요를 공평하게 수용하고, 조화를 위해 타협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극 중 드러난 결점들은 ‘문화 충돌’의 자연스러운 흔적이었을까? 작품이 비록 ‘매끈’하지는 않았지만, 매력적이고 ‘신비한 괴수’가 된 것은 이런 흠 덕분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자연을 잇는 북유럽의 목소리

사미(Sámi)인은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와 러시아 북서부에 뿌리를 둔 소수민족으로, 그 언어는 현재 약 2만 명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답은 땅에 있다’를 안무한 엘레 소페 사라는 이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는 사미 전통음악인 요이크(Yoik)를 작품의 기둥으로 삼았다. 목소리로 사람과 자연을 잇는다는 철학이 관통하는 이 문화는 한때 기독교의 동화 정책으로 인해 금지됐다. 무용수 7인은 새로 창작된 요이크를 부르며 사미 역사의 연장선을 긋는다.

작품은 공연장 뒤뜰에서 시작됐다. 확성기를 통해 요이크 선율이 울려 퍼지자 “Halt die Fresse!(닥쳐!)”하는 고함이 돌아왔다. 그 이웃에게 이해되지 않는 사미 언어는 그저 소음으로 들려왔으리라. 개의치 않고 무용수들은 발을 구르고 성부를 쌓아 올리며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백스테이지를 통해 공연장 내부로 이동해서도 이들의 노래는 계속됐다.

엘레 소페 사라는 전통춤·탭댄스·현대무용·요가 등의 여러 동작을 아울렀지만 춤은 극의 전개에 있어서 제한된 역할을 했다. 그 힘을 발휘한 것은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한 플롯에서였다. 기성세대로 보이는 4인이 노래를 이어가는 동안, 젊은 세대의 3인은 무대 곳곳에 부딪히고 넘어졌다. 상처 입은 신체를 토닥인 건 노래였다.

기관에서 오랫동안 훈련된 무용수의 정제된 춤에 익숙한 관객은 세 작품에 아쉬움을 표했을 수 있다. 이 무용수들은 주로 구전되는 전통을 익히고, 독학한다.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춤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세 작품에서 무용수의 노래가 필수였다.

이들은 발을 쿵쿵 굴렀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행위였다. 이번 축제는 원주민 예술가들이 직접 자기 표현할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한 안무가는 강조했다. “우리 없이는 우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사진 탄츠 임 아우구스트

Germany

———————–

베를린 시 전경
엘레 소페 사라 ©Antero Hein
마루게쿠 댄스 컴퍼니 ‘직설’ ©Prudence Upton
‘신비한 괴수’ ©Laurent Philippe

——————————————————————————

special festival

Festival International d’Opéra Baroque & Romantique

본 바로크 & 낭만 오페라 페스티벌 7.8~31
와인과 함께, 부르고뉴 바로크 순례

본 바로크 & 낭만 오페라 페스티벌이 40회를 맞았다. 이를 기념하며 축제의 중흥에 공헌한 음악가들이 모여 콘서트 오페라와 성악 리사이틀, 40주년 갈라 콘서트로 구성된 풍성한 잔치를 열었다(이하 괄호는 지휘자명). 개막 공연은 가브리엘리 콘소트 플레이어스·합창단(폴 맥크리시)이 연주한 퍼셀(1659~1695)의 ‘아서 왕’이 장식했다. 르 탈랑 리리크(크리스토프 루세)는 카를로 팔라비치노(1630~1688)의 ‘행운의 섬의 아마존’을 제작하여 프랑스 초연으로 선보였다. 둘째 주에는 레자르 플로리상(윌리엄 크리스티)이 헨델 ‘파르테노페’를, 르 시클레 드 아모니(제레미 로어)가 로시니의 오페라 세리아 ‘탄크레디’를 선보였고, 콘체르토 이탈리아노(리날도 알렉산드리니)는 ‘탄크레디’ 주제에 의한 작품인 몬테베르디의 세미 오페라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전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앙상블 마테우스·나뮈르 합창단(장 크리스토프 스피노시)이 선보인 로시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과 카운터테너 폴 앙투안 베노스 드장의 리사이틀이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날 밤에는 아카데미아 비잔티나(오타비오 단토네)의 헨델 ‘줄리오 체사레’와, 갈라 콘서트 ‘안드레아스 숄과 친구들’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숨겨진 바로크 성지

축제를 창단한 안느 블랑샤르는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르네 야콥스(1946~)가 이곳에 데뷔했을 때, 그는 아직 카운터테너였다”고 회상했다. 축제는 당대연주 운동이 한창이던 1983년 출범했다. 윌리엄 크리스티, 르네 야콥스, 조르디 사발, 폴 맥크리시, 마르크 민코프스키 등의 대대적인 참여로 축제는 바로크 성지로 부상했다. 젊은 지휘자 육성에도 힘을 쏟아 에마뉘엘레 하임, 라파엘 피숑, 티보 노알리 등을 발굴했고, 상드린 피우, 필리프 자루스키, 레아 데상드르 등의 성악가도 이곳을 거쳤다. 축제는 특히 헨델에 방점을 찍었다.

그간 35개가 넘는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공연했는데, 1991년 르네 야콥스 지휘의 ‘줄리오 체사레’가 특히 유명하다. 또 다른 전통은 ‘작품 발굴’로, 올해 제작 초연하는 팔라비치노의 ‘행운의 섬의 아마존’이 그 예다. ‘로시니’는 바로크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10년 전부터 축제가 추진해오고 있는 낭만 레퍼토리로, 청중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7월 23일, 노트르담 바질리크에서 열린 로시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특히 반응이 뜨거웠다. 이 작품은 지휘자 스피노시가 2017년 이곳에서 초연해 큰 성공을 거둔 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파리 샹젤리제 극장 등에서 공연되었다. 금의환향한 스피노시의 자신감이 지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춤추는 듯한 그의 제스처로 로시니 특유의 감미롭고 수려한 선율이 살아났고, 여기에 서스펜스 가득한 아르페지오가 쌍곡선을 이루었다.

1막은 무스타파의 궁정 내관들의 합창으로 시작해, 무스타파의 사랑을 잃은 부인 엘비라의 한탄으로 이어진다. 엘비라 역의 소프라노 그웬돌린 브론딜은 브뤼셀 라 모네 오페라 극장 아카데미에서 무대 경험을 쌓은 젊은 음악가다. 이번 무대에서 좋은 성대 컨디션으로 바질리크 성당을 가로질러 나가는 고음을 선사했다.

엘비라의 하녀 줄마로 분한 콘트랄토 마르게리타 마리아 살라 역시 튼튼한 저음을 자랑했고, 무스타파 역의 베이스 루이지 델 도나토는 가부장적이고 꺼벙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렸다.

4장, 알제리 땅을 밟은 이탈리아 여인 이사벨라는 무스타파의 태도에 한 방을 날릴 영리한 여성이다. 이 역의 단골 성악가인 메조소프라노 안나 고랴초바(1983~)는 첫 아리아 ‘잔인한 운명이여!’에서 연인 린도로와 사고로 헤어지게 된 슬픔, 그리고 무스타파에게 붙잡혀 그의 폭력적인 애정행각에 응해야 하는 운명을 한탄한다. 고랴초바의 안정된 중저음이 심오한 감정을 잘 포착했지만, 이후 이사벨라가 무스타파의 생김새와 행동거지를 조롱하는 독백 중에는 장식음이 느슨해져 아쉬웠다.

13장, 무스타파의 궁전에서 린도로와 이사벨라가 재회하며 기쁨을 만끽한다. 무스타파와 엘비라, 줄마는 두 사람의 관계를 궁금해 하고, 엘비라는 이사벨라가 호랑이 같던 무스타파를 길들였다는 사실에 놀란다. 성악가들은 이마를 치면서 ‘딩동’ ‘꾸와꾸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의아함을 표현했다. 경쾌한 오케스트라가 더해져 유머가 극에 달했다.

2막 5장, 이사벨라는 카바티나 ‘그를 향한 찬양’으로 린도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그녀는 묘한 계획으로 무스타파를 엘리바의 품에 돌려놓은 후 린도로와 이탈리아로 떠난다. 공연이 끝났을 때는 이미 자정이었지만 객석은 앙코르로 뒤덮였다. 땀범벅이 된 스피노시는 기꺼이 그에 답례했다.

카운터테너 유망주를 만나다 24일 저녁, 카운터테너 폴 앙투안 베노스 드장의 리사이틀은 헨리 퍼셀과 헨델의 아리아들로 채워졌다. 스테판 퓌제(지휘·하프시코드)와 레 제포제 앙상블이 함께했다. 전날까지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활약한 드장은 쉬지 않고 이곳 무대에 섰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번 리사이틀은 서정적인 아리아들로 꾸려졌다. 이로 인해 밋밋한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그의 재능과 잠재력은 충분히 전해졌다.

안드레아스 숄과 야쿠프 오를린스키의 음색을 섞어놓은 듯한 드장은 퍼셀의 ‘아서 왕’ 중 ‘가장 동화적인 섬’으로 출발을 알렸다. 비너스가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이 아리아에서 고운 프레이징, 균질한 발성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진 헨델 ‘리날도’와 ‘오를란도’로 예민한 감정선과 역동적인 비르투오소의 대조되는 마력을 꺼내 보였다. 안느 블랑샤르가 이 연주자를 적극 후원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스테판 퓌제 역시 블랑샤르가 주목하는 유망주로, 앞서 22일에 있었던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이끌어 대형 오케스트라 지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갈라 콘서트는 바로크 뷔페와 곁들여졌다. 바로크 뷔페는 당대 요리를 그림과 고문서로 고증해 미슐랭 셰프가 구현한 것이다. 참가자들의 20%가 외국인인 국제 행사로, 관광공사 홍보 담당자 프랑수아즈 비도는 “본이 위치한 부르고뉴 지방은 와인과 미식으로 명성이 자자해 특히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배윤미(프랑스 통신원) 사진 본 바로크 & 낭만 오페라 페스티벌

France

————————-

샤토 드 포마르 농장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폴 앙투안 베노스 드장

—————————————————————

special festival

Lehár Festival Bad Ischl

레하르 페스티벌 바트 이슐 7.9~8.28
풍성한 역사 품은 작은 도시의 오페레타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온천 휴양지 바트 이슐(Bad Ischl)에서 해마다 열려온 ‘레하르 페스티벌 바트 이슐’(이하 레하르 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 최대의 오페레타 축제로 그 다양성을 유럽과 미주에 자랑하고 있다.

레하르 페스티벌은 이 고장에서 오페레타 작곡가로 손꼽히는 프란츠 레하르(1870~1948)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에머리히 칼만(1882~1953) 등 많은 작곡가들이 주택이나 별장을 가지고 살았던 것을 내세운다. 레하르의 주택은 ‘레하르 빌라 박물관’으로 명소가 되었고, 시내 중심가엔 레하르 극장이 있다. 레하르와 칼만의 동상은 축제 극장이 있는 콩그레스 하우스 공원에 돋보이게 자리 잡고 있다.

바트 이슐은 인구 1만 오천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건강에 좋다는 온천수가 전 마을에서 솟아 수많은 역사적인 전설을 자랑하고 있다.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어머니가 바트 이슐 온천장에 와서 왕가를 계승하는 아들과 딸을 낳았다는 전설로 이 마을은 고급 온천 휴양 도시로 크게 발전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 1세는 이곳에 여름 사냥 별궁도 지었다.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다는 그의 황비 ‘엘리자베스 시시’는 사냥 별궁 안에 대리석 황비 별궁을 지었고, 황제 부부가 식사와 간식을 하러 나오는 ‘차우너(Zauner)’라는 명칭의 식당과 제과점이 생겼다. 현재 사냥 별궁은 국가 소유로, 대리석 황비 별궁은 ‘시시 사진 박물관’으로 각각 일반에게 개방되고 있다. 차우너 식당과 제과점은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을 대표하는 곳으로 항상 만석을 이룬다.

트라운·볼프강·몬트 같은 아름다운 호수 40여 개에 둘러싸인 곳. 슈바인베르크 산맥의 설산 준봉 속에 자리 잡은 절경. 바트 이슐의 자연은 그 깊은 역사적 유산에 더해 페스티벌의 풍부한 자원이 되고 있다.

전쟁을 거치고 발전한 페스티벌의 역사

바트 이슐이 자연적인 이점과 역사적인 전설, 풍부한 음악 유산을 이용하여 온 마을의 축제 행사인 오페레타 페스티벌을 시작한 것은 61년 전인, 1961년 4월 9일이다. ‘오페레타 협회’ 창립총회를 열고 회장에 배우 출신 요제프 마인라트를 선출했다. 총회 후 ‘오페레타는 살아 있다’라는 제목으로 세 시간짜리 기념 콘서트를 개최했다.

1938년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후, 오페레타를 퇴폐한 음악으로 금지시켰고, 오페레타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었다. 프란츠 레하르가 오래 거주했던 바트 이슐의 사람들은 1955년 4대 연합국의 오스트리아 10년 연합 통치가 끝나자 오페레타의 부활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1회 ‘오페레타 주간’ 축제에서는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즐거운 과부’ ‘파가니니’, 칼만의 오페레타 ‘집시 공주’가, 축제 마지막 날에는 ‘오늘의 오페레타 멜로디’라는 제목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기리는 곡들의 연주회가 열렸다.

페스티벌은 1967년 큰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오페레타 협회가 분리해 ‘오페레타 커뮤니티 바트 이슐’이 생겨 전문적으로 페스티벌을 조직했다. 40여 명의 오케스트라를 소유했고, 2008년부터 유럽연합(EU)의 자금 보조로 어린이와 청소년 오페레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동안의 오페레타 주간 녹음을 CD로 발표하는가 하면, 클래식 뮤지컬을 레퍼토리에 추가하고 합스부르크 시대의 의상 전시와 군악대 퍼레이드가 포함된 ‘황제의 날’, 왈츠 무도회가 중심이 되는 ‘황제의 밤’ 행사를 추가했다.

더욱 화려해진 오페레타, 도시의 힘이 되다

2022년 레하르 페스티벌은 더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바트 이슐이 유럽연합 문화수도로 지정된 2024년을 향하여 준비가 알차게 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올해와 내년을 선전 강화의 해로 정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의 핵심 오페레타 프로그램으로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빈 기질’, 베를린 오페레타의 창시자 파울 링크(1866~1946)의 ‘달 부인’, 프란츠 레하르의 ‘빈 여인들’ 등 3개 오페레타가 선정되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잘 알려진 작품 ‘빈 기질’은 예술 감독 토마스 아인칭거의 연출로 선보였다. 주인공 발두인 체드라우 공작 역엔 테너 게르트 포겔, 공작부인 가브리엘레 역엔 소프라노 지그린데 펠드호퍼가 열연했다. 라메스 나이르가 연출한 성공작 ‘달 부인’에선 베를린 기술공 프리츠 슈테프케가 기구를 타고 달로 가서 달 부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온갖 사건이 벌어진다. 결국 지구로 돌아오지만, 행복은 멀리 가서 찾을 것이 아니라는 교훈이 강조된다. 레하르의 첫 오페레타로 앙겔라 슈바이거가 연출한 ‘빈 여인들’은 왈츠도 가르쳐 주는 한 피아노 교사에게 네 명의 빈 여인들이 약혼녀 등으로 얽히고설켰다가 모두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오페레타이다.

중요한 부수 행사로는 소프라노 린다 플레흐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콩쿠르 우승자 콘서트를 비롯, 오스트리아 음악 영화 상영, 어린이와 청소년 오페레타단이 출연하는 공연, 황제의 날들과 황제의 밤 왈츠 무도회 등이 거행됐다. 이외 다양한 문화 행사들도 진행된다. 오스트리아 민속 복장 전시회는 물론 유명 대중 가수들의 음악회, 교회음악 페스티벌, 민속 음식 시장 개장 등이 두 달 동안 곳곳에서 열린다.

2023년 레하르 페스티벌은 독일 작곡가 레오 팔(1873~1925)의 ‘마담 퐁파두르’, 오스트리아 작곡가 카를 첼러(1842~1898)의 ‘새 장수’, 프란츠 레하르의 ‘세상은 아름답다’ 등이다.

오페레타는 신나고 흥겹다. 빈의 풍미가 넘치는 왈츠와 폴카, 합창, 화려함과 경쾌함, 열정을 융합한 낭만의 향연이다. 레하르 페스티벌 프로그램 북에서 바트 이슐의 예술 감독 토마스 아인칭거는 “배우와 관객, 사람들이 함께 영혼의 닻을 내리고, 웃고 울고 놓아 주고 표류하고 다시 조정하는 힘의 장소, 바트 이슐 페스티벌로 오라”고 초청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글 김운하(오스트리아 통신원) 사진 레하르 페스티벌

Austria

———————–

바트 이슐의 탁 트인 전경
콩그레스 홀
콩그레스 홀
‘달 부인’
‘빈 기질’

—————————————————————-

special festival

Mostly Mozart Festival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5.14~8.14
새로운 축제로 숨 쉬게 될 지난 역사

 

1966년 ‘모차르트 페스티벌’로 시작된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Mostly Mozart Festival, 이하 MMF)’이 올해로 56번째 해를 맞았다. MMF는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뉴요커들을 위해 링컨센터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명칭이 말해주듯, 모차르트 음악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페스티벌로도 성공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매년 여름, 6주 동안 저명한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이하 MMF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오페라, 현대음악 시리즈, 연극, 강연, 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무대들이 시도되었다. MMF는 뉴욕 필의 파크 콘서트와 더불어 맨해튼 도심에서 열리는 상징적인 여름 축제가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MMF를 만나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펜데믹 동안 26년간 링컨센터 예술감독으로서 페스티벌을 총지휘했던 제인 모스가 떠나고, 그 자리에 인도 출신의 샨타 테익이 지난해 8월 부임했다. 그는 북미 최고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이자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글로벌페스트(globalFEST)’의 공동 디렉터이다. 그의 부임 이후, 링컨센터는 새로운 축제인 ‘도시를 위한 여름(Summer for the City)’을 개최했다(5.14~ 8.14). 따라서 올해 MMF는 독립적인 축제가 아닌 ‘도시를 위한 여름의 일환’으로 개최된 것이다.

MMF의 무대에는 음악감독 루이 랑그레를 비롯해, 지휘자 시안 장(뉴저지 심포니 음악감독), 29세의 아프리카계 미국 지휘자 조나단 헤이워드(볼티모어 심포니 음악감독) 등이 지휘를 맡았고,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소프라노 임선혜 등의 초청 아티스트가 무대를 꾸몄다.

이번 ‘도시를 위한 여름’은 ‘기쁨(Rejoice)’ ‘재생(Reclaim)’ ‘기억(Remember)’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3개월간 1천여 명의 아티스트가 300회의 공연을 10곳의 야외무대에서 개최했다. 뉴욕 한국문화원과의 협업으로 6월 중순에는 악단광칠이, 7월 말에는 유명 인디밴드인 잔나비와 안녕바다가 초청되어 관객들을 만났다.

일부 공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 공연으로 열렸고, 앨리스 툴리홀에서 열린 MMF오케스트라의 공연 역시 관객들이 원하는 만큼 티켓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자율 요금제를 시행했다. 관객들의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자는 시도였다.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은 어디로?

300회가 넘는 ‘도시를 위한 여름’의 공연 중에는 그동안 링컨센터가 기획하지 않았던 형태의 공연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추구하는 방향과 색채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나이·성별·인종·언어·장르를 망라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공연이 펼쳐졌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다양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도시를 위한 여름’이 선보이는 다채로움의 홍수 속에 가장 당혹스러운 곳은 MMF였다. 이미 지난해 여름, MMF가 공중 분해될 운명에 놓여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기존 MMF의 웹사이트를 들어가면, 자동으로 링컨센터 홈페이지로 연결되었다. MMF의 명칭 역시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MMF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나경에 의하면,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이라는 브랜드는 없어지고, 대신 모스틀리 모차르트 오케스트라(MMO)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가게 될 것 같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변화는 혼란과 기대가 혼재하는 곳이다. 56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이어가게 될까. 바라기는 더 넓은 품으로 관객들을 포용하는 악단으로 명성을 써 내려가게 되길 기대한다.

글 김동민(뉴욕 플레이어스 음악감독·미국 통신원) 사진 링컨센터

INTERVIEW
소프라노 임선혜
뉴욕에서 부른 마지막 모차르트 ‘레퀴엠’

MMFO: Louis Langrée conducts Mozart’s Requiem; Soloists: Sunhae Im, soprano, Daniela Mack, mezzo-soprano, Matthew Swensen, tenor, Dashon Burton, bass; Chorus, The Unsung Collective (Tyrone Clinton, director)

임선혜는 이번 MMF의 마지막 공연인 모차르트 ‘레퀴엠’의 솔리스트로 초청되었다. 이미 2004년 2월 프랑스의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인 레자르 플로리상(Les Arts Florissants)과 함께 했던 미국 투어를 통해 링컨센터 데뷔 무대를 가진 그는 2008년도에는 뉴욕 필과 함께 헨델의 ‘메시아’를, 2011년에는 MMF에 초청된 이반 피셔가 이끄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무대를 가졌다. 2014년에는 피츠버그 심포니와 당시 음악감독이었던 만프레드 호네크과 모차르트 ‘레퀴엠’으로 카네기홀 데뷔를 했으니 3~4년을 주기로 꾸준히 뉴욕 무대를 찾은 셈이다.

지휘자 루이 랑그레와의 인연을 묻는 말에 임선혜는 “2005년 피터 셀러스의 연출로 루이 랑그레와 함께 빈에서 함께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벨기에 출신 지휘자 르네 야콥스로부터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와 ‘돈 조반니’ 음반 작업과 공연을 제의받게 되면서 루이 랑그레와의 협업은 성사되지 못했고, 17년이 지난 올해 뉴욕에서 이뤄지게 되었다.

“이번 모차르트 레퀴엠은 원래는 2020년에 예정된 공연이었어요. 팬데믹 때문에 연기가 됐고, 장소도 데이비드 게펜홀 규모의 절반도 안 되는 앨리스 툴리홀로 변경되면서 처음 계획되었던 형태로 공연이 진행될 수가 없게 되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런데도 뉴욕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무엇보다 루이 랑그레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레퀴엠을 연주할 때 유럽에서는 분위기가 무겁고 진지해서 박수를 아예 치지 않기도 하는데, 이번 연주에서는 지휘자가 직접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에게 죽음을 앞둔 인간 모차르트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연주 직후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보면서 유럽과는 다른 새로운 충격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공연에서 유일하게 유럽에서 초청된 솔리스트였던 임선혜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더 언성(The Unsung)’은 창단된 지 2년 된 신생 합창단으로 단원과 지휘자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임선혜는 “리허설 중에 가사의 발음과 선율을 섬세하게 처리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 함께 맞추는 쉽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무대에 오른 그들의 연주는 혁신 그 자체였고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임선혜는 이번 페스티벌에 대거 등용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주자들과 관련해 “이제는 시기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건, 아니면 성별에 대한 구별이건 장벽은 존재해왔다. 그는 “뉴욕은 훌륭한 예술가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인데도 유럽에 있는 제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 역시, MMF의 경계를 뛰어넘는 용기와 선택 때문이 아니었겠는가!”고 말하며 이번 무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America

———————-

조슈아 벨(바이올린)/조나단 헤이워드(지휘) ©Sachyn Mital
‘할렘 르네상스’ ©KevinYatarola
임선혜(소프라노)/루이 랑그레(지휘) ©Sachyn Mital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