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화제의 신보 | 노르웨이 솔리스트 합창단 ‘크리스마스의 노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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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12월 26일 5:49 오후

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합창과 함께하는 성스러운 성탄절

크리스마스의 노래 2집

그레테 페데르센(지휘)/ 노르웨이 솔리스트 합창단 BIS BIS2511

 

킹스 칼리지의 캐럴

캠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 Warner Classics 5419721531(LP), 5419738654(CD)

1950년에 시작된 ‘노르웨이 솔리스트 합창단’은 26인의 전문 성악가들이 모여 활동하는 전문 합창 단체다. 북유럽의 합창단을 대표하는 이들은 찬트는 물론 민요, 현대 합창 음악까지 레퍼토리 폭도 넓다. 1990년부터 함께 해온 지휘자 크레테 페데르센(1990~)과 레이블 BIS에서 꾸준히 음반을 발매해오고 있다. 2013년 크리스마스 노래 1집을 발매한 이후, 매년 크리스마스 공연을 여는 것이 이들의 새로운 전통이 되었다. 이번에 발매한 2집에는 성가 ‘참 반가운 신도여’를 비롯해 바흐의 모테트, 영국의 캐럴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까지 포함했다. 다양한 편곡을 거쳐 예수 탄생의 기쁨과 애수, 그리움 등을 다채롭게 담아냈다. 킹스 칼리지 합창단의 역사는 그 유래가 더 깊다. 1441년 헨리 6세에 의해 설립된 킹스 칼리지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소속된 합창단으로 대학 채플을 담당하고 있다. 16인의 소년 성가대, 14인의 대학 재학생 등으로 이뤄진 이 합창단은 1918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이브, 킹스 칼리지 교회의 ‘아홉 일과와 캐럴 축제’ 미사에서 노래한다. 이 미사는 BBC를 통해 생방송 되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이며,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되고 있다. 높은 천정과 스테인드글라스,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고결한 유럽 전통의 하모니를 들으며 시끌벅적한 연말의 분위기 속,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허서현

 

 

 

 

 

 

 

 

 

 


바흐의 무한 확장

바순으로 연주하는 바흐

브람 반 삼벡(바순) BIS BIS2637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바이올린 버전

줄리아노 카르미뇰라(바이올린)
Arcana A533

바흐는 한 악기가 갖는 소리의 가능성을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와 첼로 무반주 모음곡 등을 통해 증명해냈다. 오늘날의 음악가들은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신이 가진 악기의 경계를 넘어 다른 악기의 영역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모험을 이어오고 있다. 브람 반 삼벡(1980~)은 바흐의 피아노 작품을 바순의 선율에 얹는다. 그는 팬데믹 동안 바흐의 피아노 작품들을 편곡해 10개의 손가락으로 만드는 다채로운 화성을 바순의 어법에 맞게 편입시켰다. 건반악기를 위한 파르티타를 8대의 바순을 위한 작품으로 탈바꿈시키고, 프랑스 모음곡 5번에서는 주요 선율을 남기고 과감히 반주와 대선율은 포기했다. 그런데도 바순의 배음이 만드는 화성의 내밀한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원작품의 숨결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1951~)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의 거장으로 불린다. 4년 전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DG)을 발매한 데 이어 첼로의 영역까지 확장해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음반에 담았다. 그의 동료 마르코 세리노의 바이올린 편곡 악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연구를 더해 완성했다. 원곡인 첼로보다 민첩하고 가벼운 울림과 그만의 사색적 깊이가 만나 익숙함 속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임원빈

 

 

 

 

 


새로 나온 음반

림스키 코르사코프 오페라 ‘크리스마스이브’

게오르기 바실레예프(바쿨라)·율리아 무지첸코(옥사나)/ 크리스토프 로이(연출)/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박물관 오케스트라 외 Naxos 2110738(DVD), NBD0154V(Blu-ray)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을 원작으로,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직접 대본을 쓴 오페라. 오케스트라 음반은 많지만, 전막 공연 영상물은 흔치 않아 레퍼런스가 된다. 대장장이 바쿨라가 옥사나와의 결혼을 위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겪는 모험을 그린 동화 같은 오페라다. 크리스토프 로이의 레지테아터 연출이 돋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겨울철에 어울리는 완벽한 토닉”이라고 호평했다. 2021/22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실황.

 

 

 

 

 

 

 

 

 

 

 

 

 

말러 교향곡 전집

마리스 얀손스(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BR Klassik 900719(12CD)

마리스 얀손스(1943~2019)는 그가 거쳐간 오슬로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에서 말러를 자주 연주하곤 했지만, 그중 완결된 전집을 남긴 것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시간이 유일하다. 2006년부터 약 10년간 그의 말년을 말러의 작품을 통해 기록했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번 전집 중 가장 특별한 점은 말러 교향곡 3번과 5번의 리허설 현장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발레 ‘스타스트럭’

장 클로드 피카르(지휘)/스코티시 발레 오케스트라/ 소피 마틴(스타 발레리나·아프로디테)/ 크리스토퍼 해리슨(안무가·제우스)/ 브루노 미키아르디(피아니스트·에로스) 외 Dynamic OA1364(DVD), OABD7311(Blu-ray)

배우 진 켈리(1912~1996)는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 출현한 대스타였다. 한때 그가 발레리노를 꿈꾸었다가 탭댄스로 전향했던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 그 꿈은 작품을 통해 실현됐다. 그는 1960년 발레 ‘파드되’를 제작했지만, 오랫동안 공연되지 않았다. 그의 사후 스코티시 발레의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해리슨이 안무를 복원했고, 거슈윈의 음악에 쇼팽의 음악까지 덧붙여 완성했다. 202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극장 실황.

 

 

 

 

 

 

 

 

 

 

 

 

 

 

 

다큐멘터리 ‘신성한 노래의 불꽃’


얀 슈미트 가레(연출)/ 에르모넬라 야호·아스믹 그리고리안·바바라 해니건(출연) 외 Naxos 2110710(DVD), NBD0141V(Blu-ray)

우리 시대의 세 소프라노를 관찰한 다큐멘터리로 로열 오페라 실황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에르모넬라 야호(1974~), 2022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히로인 아스믹 그리고리안(1981~), 그리고 현대음악에서 독보적 입지를 확보한 바바라 해니건(1971~)을 다룬다. 세 디바의 공연 90여 분과 비하인드 필름이 담겨 있다. 근래 오페라 영상물 최신작에 관심이 있었다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리카르도 프리차(지휘)/ 오리지날리 오케스트라 & 도니체티 페스티벌 합창단/프레데릭 웨이크-워커(연출)/ 카테리나 살라(아디나)/하비에르 카마레나(네모리노) 외 Dynamic 37944(DVD), 57944(Blu-ray)

‘로맨틱 코미디’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사랑받았는지,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이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지주의 딸 아디나에게 빠진 젊은 청년 네모리노는 자신이 약장수에게 구매한 사랑의 묘약이 포도주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지만, 덕분에 노력이 무엇인지 ‘플라세보’로 깨달으니, 관객은 진정한 사랑의 묘약이 무엇인지 확실히 전달받는다. 청승맞은 테너 하비에르 카마레나가 맡은 네모리노는 이 전달자 역할을 뛰어나게 수행한다.

 

 

 

 

 

 

 

 

 

 

 

 

 

베를린 필 발트뷔네콘서트

다니엘 바렌보임·리카르도 샤이·두다멜· 마리스 얀손스(지휘) 외/베를린 필하모닉 EuroArts 8024269514(20CD)

1984년부터 베를린 필은 매 시즌의 마지막 인사를 야외 공연장 발트뷔네에서 건네 왔다. 둥근 원형극장 가운데에는 그 시대 최고의 지휘자만이 오를 수 있다. 고전적인 레퍼토리부터 영화음악 등 폭넓은 작품이 연주되며, 대미는 언제나 ‘베를린의 공기’가 울려 퍼진다. 1998년 다니엘 바렌보임부터 2022년 키릴 페트렌코까지 24년의 여정이 담겼으며, 웨인 마샬이 함께한 2020/21시즌의 미공개 다큐멘터리도 만나 볼 수 있다.

 

 

 

 

 

 

 

 

 


소리 나무의 뿌리로

채수현 ‘경기 12잡가-숲’ 채수현(노래), 이춘희(장구) Sound Press GGC 20133(2CD)

87쪽으로 구성된 채수현(1985~)의 이번 음반은 서가에 꽂아두고 싶은 책 같은 음반이다. 낭창하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맛도 살아 있지만, 가사지에 담긴 노랫말을 읽어내려가는 맛도 일품이다.

2장의 CD로 구성된 이번 음반에 담긴 노래는 ‘잡가’다. 잡가(雜歌)란 오늘날 민요 전공자들이 부르는 노래이면서도, 민요와 다른 태생과 기원을 가졌다. 민요가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세속의 노래였다면, 잡가는 이보다 전문화된 기교의 노래였고, 가창자들도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주로 불리던 전문 예능인들이었다.

민요가 짧은 형식과 노래로 순간의 흥을 돋우었다면, 전문 가창자의 기교와 기예가 담긴 잡가는 민요보다 더 긴 시간과 기교적인 복잡한 형식을 지녔다. 이 음반에 수록된 잡가는 일명 ‘경기 12잡가’로 불리는 노래다. 유산가, 적벽가, 제비가, 소춘향가, 집장가, 형장가, 평양가, 선유가, 출인가, 십장가, 방물가, 달거리로 이상 12곡으로 구성되었다. 각 곡의 길이는 짧게는 8분 내외, 길게는 17분이다. 이러한 노래를 잡가 발표회라는 공연명으로 무대 위에 올리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가창자는 앉아서 부르곤 하는데, 그래서 잡가의 연행 방식은 좌창(坐唱) 형식인 경우가 많다. 채수현은 현재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에 재직 중이다. 2008년 온나라국악경연대회 금상, 2017년 KBS국악대상 민요상, 2019년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장원 등을 수상했으며, 경기소리그룹 앵비, 두번째달, 최고은 등과 민요와 잡가를 이 시대에 맞게끔 새롭게 디자인해온 전통 소리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오늘날 젊은 소리꾼들은 자신이 갈고 닦은 전통 소리를 창작과 협업의 재료와 요소로 사용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새로움’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기원’과 ‘뿌리’를 돌아보기도 한다. 창작국악에 매진했던 국악인이 어느 날 산조나 전통음악을 들고 우리 앞에 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수현도 기본이자 근본을 되짚어 보기 위해 12잡가로 회귀한 시간을 음반에 담았다. 하여 이 음반에 담긴 그녀의 목소리가 파고 내려가는 ‘깊이’가 앞으로 채수현이 올라갈 ‘높이’이자, 나아갈 ‘넓이’이기도 하다. 뿌리 깊은 나무들이 모였을 때야 무성하고 든든한 숲이 형성되기에 음반 제목도 ‘숲’이라 지었다.

12잡가는 단출한 구성이다.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 없이 장구와 나란히 나아간다. 이번 앨범에는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이 12곡 전곡의 장구 반주를 맡았다. 최고의 명창이 제자의 소리 길에 동행하는 셈이다.

오래 전에 불린 노래는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지만, 노랫말의 단어는 지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민요나 잡가 공연에 가보면 관객은 가창자의 노래를 듣고, 무대 위로 펼쳐진 자막을 읽는다. 이때 듣는 맛이 좋아도 읽는 맛이 아쉬울 때가 많다. 소리에는 귀티가 나도, 기계로 쏟아대는 자막과 글자 모양새에는 기품이 서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듣는 이의 편의를 위해 영상으로 띄워놓을 뿐이다. 그 지독한 편리성 때문에 이 음반이 더 귀하게 다가온다. 고급스러운 글씨체로 노랫말을 박아 넣었고, 옆에는 오늘날의 언어로 내용을 풀어 놓았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며 읽어 내려가다 보면 손에 들린 음반은 어느새 고서(古書)의 품위를 느끼게 하는 책으로 변해 있다. 이 음반의 매력이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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