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화제의 신보 | 피아니스트 마티아스 키르슈너라이트의 하이든 피아노 협주곡 전곡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1월 13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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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돌파

 

하이든: 피아노 협주곡 전곡

 

 

마티아스 키르슈너라이트(피아노)/
하일브론 뷔르템베르크 체임버 오케스트라
Berlin Classics 0302297BC(2CD)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0~7번

미하엘 코르스틱(피아노)/
콘스탄틴 트링크스(지휘)/빈 ORF 방송교향악단
CPO 555447-2(4CD)

 

 

 

피아노 협주곡은 고전시대에 이르러 다수의 작품으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중 하이든은 건반을 위한 협주곡을 남기며 그 틀을 다졌고, 베토벤은 총 5곡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자기 음악 어법 발전의 발자취를 남겼다. 마티아스 키르슈너라이트(1962~)는 고전 시대 피아노 협주곡 레퍼토리 작업이 활발한 연주자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은 물론, 멘델스존의 미완성 피아노 협주곡 e단조를 녹음해 에코 클래식 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하이든의 9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한 이번 신보에도 정통의 설득력 넘치는 해석이 담긴다. 모차르트의 협주곡에 비해 많이 연주되지 않기에, 인상적인 연주로 고전 레퍼토리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기회다.

미하엘 코르스틱(1955~)은 베토벤 연주에 정평이 나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음반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22년에도 독일 음반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신보에 피아노 협주곡 전곡이 담겨 있으나, 특별한 점은 5개의 협주곡 외에 세 개의 작품이 더 포함된 것이다. 베토벤이 열네 살에 피아노 부분의 작곡만을 남긴 피아노 협주곡 0번과 단편 악장만을 남긴 6번,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을 편곡한 7번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남긴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게 됐다. 충실하면서도, 베토벤 특유의 비루투오시티를 잊지 않은 미하엘 코르스틱의 빛나는 통찰이 담긴 음반이다.  허서현

 

금관악기의 새로운 발견

장-미셸 드페이: 튜바를 위한 실내악

 

 

 

 

스테판 라베리(튜바)
Indesens INDE151

 

파리 1900: 코넷의 예술

 

 

 

 

에릭 오비에(코넷)/로랑 바르샬(피아노)
Indesens INDE152

 

코넷과 튜바는 금관악기에서 각각 최고음과 최저음을 맡고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잘 볼 수 없는 코넷과 오케스트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튜바는 그만의 음색에 집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파리 오케스트라의 단원인 튜비스트 스테판 라베리(1975~)는 영화음악과 클래식 음악 작곡가장 미셸 드페이(1932~)의 튜바 작품을 신보에 담았다. 느리고 강력한 음색의 악기라는 오명과 달리 이번 신보에서 들려주는 튜바는 유려하고 포근한 음색을 가졌다. 타악기 앙상블, 금관 5중주 등 다양한 편성이 튜바와 함께한다. 라베리는 리옹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1992년 독일 마르크노이키르 콩쿠르에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작곡가 드페이는 파리 음악원을 졸업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 2위에 오르며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코넷은 화려한 음색으로 브라스밴드에서는 빼놓을 수 없지만, 클래식 음악 악기로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베를리오즈는 그의 ‘환상교향곡’에 적극 코넷을 활용했으며, 차이콥스키 역시 ‘카프리치오 이탈리아’에 효과적으로 악기를 녹여냈다. 이번 신보에는 1900년 프랑스 황금시대의 향수를 간직한 코넷 작품들이 수록되었다. 기욤 발레(1871~1943), 가브리엘 파레스(1860~1934) 등 프랑스 출신 작곡가들의 코넷 독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임원빈

 


오케스트라로 태어나는 가곡

슈베르트 가곡 오케스트라 반주 편곡

 

 

 

마티아스 괴르네(바리톤)/
브레멘 도이치 캄머필
DG 4839758

볼프: 관현악 가곡집 ‘펜테실레이아’

 

 

 

베냐민 아플(바리톤)/지몬 가우덴츠(지휘)/
예나 필하모니
cpo 5553802

 

피아노와 함께하는 가곡은 시구 하나하나를 차근히 밟아가는 매력이 있지만, 오페라의 화려한 오케스트라 음색에 밀려 수수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런 순간에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가곡은 마법의 힘을 발휘한다. 익히 알고 있던 가곡 작품이 다른 악기를 만났을 때 들리는 새로운 음색은 음악을 듣는데 익숙해진 숙련된 청취자에게 적합한 시도일 것이다.

음반과 내한으로 꾸준히 국내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 온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1967~)가 다시 슈베르트 가곡을 들고 왔다. 특이사항은 역시 피아노를 오케스트라로 편곡했다는 것.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파트너 알렉산더 슈말츠, 국내의 관객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조성진과의 궁합은 잠깐 잊고, 다수와도 능하게 호흡하는 괴르네를 들어 볼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청중과 만나보지 못 해 조금은 낯선 바리톤 베냐민 아플(1982~)은 현재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이다. 그런 그는 오페라로, 또 가곡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데, 슈만과 슈베르트의 노래를 담은 음반으로 단단하고 야무진 발성의 노래를 들려준 바 있다. 이번 음반에는 볼프가 직접 편곡한 여러 가곡을 골랐다. 또한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쓴 비극에 볼프가 음악을 붙인 ‘펜테실레이아’는 쏟아질 듯한 심벌즈와 금관악기의 화려한 도입의 관현악 작품을 찾고 있다면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이의정

 

‘양’금에 ‘금’지된 것은 없다

윤은화 양금 1집 ‘무경계 無經界’

 

 

 

 

윤은화(작곡·양금), 진미림(가야금),
박신혜(바이올린), 안진(타악) 외
국설당 WMED1342

 

쇠로 된 현을 때리는 채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타법은 점 단위의 음들을 과감하게 흩뿌린다. 윤은화의 양금 연주는 그 속도감부터 남다르다. 스포츠카 속도계의 바늘이 시속 200km를 넘을 때의 속도감이 이러할까. 음악가의 연주력과 상상력에 가속도를 쉽게 걸 수 있도록 악기를 튜닝(개량)한 것도 윤은화만의 특징이다. 쾌속의 속주도 견디고 수용할 만큼 악기의 엔진이 든든한 것은 물론 음역도 넓어져 채로 튕겨내는 소리의 가짓수도 다양하다.

음반 ‘무경계’는 윤은화가 작곡과 연주, 양금과 다른 악기와의 경계를 허문 음악 모음집이다. 먼저, 모든 곡들이 윤은화의 손 끝에서 나왔으니 ‘작곡가 윤은화’의 면모가 돋보인다. 수록된 11곡 모두 그녀가 지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을 묘사(‘구름이 지나가고’)하고, 반복되는 리듬 안에 양금은 목소리와 박수 소리, 글로켄슈필 소리와 혼재(‘난장’)한다. ‘바람이 부는 언덕’은 산사의 물소리, 새소리, 종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썼고, ‘잔잔한 호수’는 평화로운 풍경을 채로 쳐서 내는 현의 울림과 점으로 살포시 그려간 은은한 점묘화 같다. 전통음악에서 얻은 모티프도 다채롭다. ‘혼돈’은 동해안별신굿의 동살풀이 장단을, ‘수심가’는 서도민요 ‘수심가’를, ‘양금시나위’는 시나위를 모티프로 했다.

양금의 역사를 보여주는 곡은 ‘구라철사금성’이다. 구라철사금(歐邏鐵絲琴)이란 양금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유럽을 뜻하는 ‘구라파’(歐羅巴)에서 온 ‘철’(鐵)로 된 ‘현’(絲)을 얹은 악기라는 뜻이다(선조들은 악기를 가야금, 해금 등과 같이 금(琴)이라 칭했다). 양금(洋琴)이란 이름도 양옥·양복·양식 등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문물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원산지 격인 유럽에서 양금은 피아노의 조상이 되기도 했다. 해머로 쇠로 된 현을 치면서 피아노가 탄생한 것이다. 윤은화가 지은 ‘구라철사금성’은 겹겹이 쌓여가는 양금 소리를 통해 악기의 옛날부터 현재를 표현하고 있다.

지역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온 악기의 역사처럼 윤은화는 주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음반명과 같은 곡 ‘무경계’에서 그녀는 현을 누르고, 문지르며 ‘주법의 경계’도 파괴한다. 양금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기획자’로서, 새 음을 쓰는 ‘작곡가’로서, 새 음을 표현하는 ‘연주자’로서의 삼위일체가 이 한 곡에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금이 보여주는 낮은 능선의 잔잔한 음악부터 숨 막힐 듯 질주하는 광속의 음악까지 한데 담긴 음반이다. 윤은화는 독주 활동 외에 동양고주파 멤버, 월드뮤직그룹 통일앙상블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송현민

 


new & good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전곡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
Unitel Editions 807908(8DVDs), 808004(4Blu-ray)

다니엘 바렌보임(1942~)이 베를린에 위치한 불레즈 홀에서 2020년에 연주한 실황이다. 바렌보임은 베토벤 전곡 연주로 이미 정평 나 있다. 특별한 것은 베토벤 소나타를 신약성서에 비유한 한스 폰 뷜로 에디션의 운지법을 반영했으며, 에라르 피아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바렌보임 피아노’로 연주했다는 점. DVD에는 베토벤 작품에 대한 그의 마스터클래스 현장도 담겨 있다. 한글 자막 포함.

 

 

 

 

 

브라질의 협주곡

아이작 카라체프스키·닐 톰슨·로베르토 티비리사(지휘)
외/ 미나스 제라이스 필하모닉·고이아스
필하모닉·상파울루 교향악단 Naxos 8.506046(6CD)

브라질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며, 브라질 근현대 음악 중 관현악 주요 작품들을 수록한 전집이다. 브라질 외무부에서 후원하는 ‘브라질의 음악’ 시리즈는 브라질 페드루 1세(1798~1834)의 ‘테 데움’과 같은 역사적 작품부터, 클라우디오 산토로(1919~1989)의 교향곡 등 대표적 브라질 작품을 아우른다. 민속 음악의 뉘앙스, 유럽의 음악을 만나 탄생한 변화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음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파질 세이(피아노) Warner Classics 5419723396

파격적인 해석과 담대한 타건으로 호평을 받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에 이어서 파질 세이(1970~)가 바흐 건반음악의 정수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을 신보에 담았다. 그는 음반 발매를 앞두고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온 인생을 바쳐야하는 여정”라며 소회를 밝혔다. 1998년 발매한 ‘바흐 작품’에 이어 두 번째 바흐 음반이다. 예고편으로 올려진 유투브 ‘아리아’ 영상은 2주간 17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입증했다.

 

 

에이토르 빌라 로부스 : 현악 4중주 전곡 작품집

다누비우스 현악 4중주단
Naxos 8206006(6CD)

빌라 로부스(1887~1959)의 관현악 작품들이 작곡가 명성의 원동력이 된 것은 틀림없지만, 그 이면에는 작곡가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라고 고백했던 현악 4중주가 있었다. 브라질 출신인 그는 고향의 리듬과 선율을 음악 속에 담았다. 길게는 14년의 공백을 갖고 작곡된 17편의 현악 4중주가 다누비우스 현악 4중주단(바이올린 주디트 토트·어델 미클로시, 비올라 체칠리아 보돌로이, 첼로 일로나 위브리)의 연주로 새로 빚어진다.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4부작

도널드 러니클스(지휘)/
도이치 오퍼 베를린 오케스트라&합창단/
클레이 힐리(지크프리트)· 니나 스템메(브륀힐데)·
이앤 페터슨(보탄)/ 슈테판 헤르하임(연출) 외
Naxos 2107001(7DVDs), NBD0156VX(4Blu-ray)

 

대본을 완전히 해체하여 새로운 해석을 더 하는 ‘레지테아터’의 시대이다. 여러 연출가가 중 호평의 길을 걷고 있는 슈테판 헤르하임(1970~)은 2021년 베를린 도이치오퍼에서 16시간 분량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선보였다. 그의 ‘반지’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소재는 ‘난민’으로, 전쟁과 불화를 지나온 2022년을 더욱 돌아보게 한다. 올해 탄생 210주년을 맞이한 바그너의 세계를 살펴보기에 이보다 적합할 수가 없다.

 

베르디 ‘리골레토’

안토니오 파파노(지휘)/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합창단/
리파리트 아베티시안(공작)· 카를로스 알바레스(리골레토)·
리세트 오로페사(질다)/올리버 미어스(연출) 외
Opus Arte OA1354, OABD7303(Blu-ray)

 

베르디 성공 가도의 가속을 달아 준 작품 ‘리골레토’는 한 해도 빠짐없이 울려 퍼지는 불필재언의 명작이다. 주요 역할에게 고르게 주어진 매력적인 아리아가 특징이며, 만토바 공작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은 오페라를 몰라도 흥얼거릴 수 있는 만인의 곡이다. 2021년 로열 오페라 실황에서 질다를 맡은 리세트 오로페사는 같은 해 로열 오페라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탁월한 소프라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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