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 INTERVIEW
낭만 발레를 완성한 환상적 작품
‘지젤’의 모든 것
상반기 발레계는 파리 오페라 발레 내한부터
주요 국내 발레단의 ‘지젤’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하얀 발레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군무 ‘발레 블랑’은 ‘지젤’의 명장면 중 하나다. 낭만 발레의 정점을 찍은 이 작품은 1841년 초연 이후, 오랜 세월 사랑 받아온 ‘고전’이다.
오는 3월, 이 작품을 초연한 파리 오페라 발레가 내한을 갖는다(3.8~11/LG아트센터 서울). 전통의 유산을 간직한 이 발레단은, 수백 년간 그 움직임의 정체성을 구축해온 에투알(수석 무용수)들을 대동해 더욱 눈길을 끈다. ‘지젤’의 원작은 현재 소실되었으며, 파리 오페라 발레가 내한해서 선보일 버전은 1991년, 파트리스 바르와 외젠 폴리야코프가 재안무한 버전이다.
국내 발레단에게도 ‘지젤’은 단골 레퍼토리다. 국립발레단은 파리 오페라 발레와 동일한 안무 버전으로 공연을 올려왔다. 올해 5월에는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을 예정 중. 유니버설발레단은 4월, 부산시민회관과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예정하고 있으며, 이들은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와 유병현 연출 버전의 ‘지젤’을 선보여왔다.
굳이 공연의 종류를 분류하자면, 발레는 기본적으로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다. 그럼에도 ‘지젤’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사랑의 간절함과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수백 년을 이어온 ‘지젤’의 힘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여전히 우리는 ‘지젤’을 사랑하며 그 비극에 매료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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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Jail/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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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왜 ‘지젤’인가?
시와 요정이 등장하는 환상의 세계
1841년,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비평가인 테오필 코티에(1811~1872)는, 독일 문학가 하인리히 하이네가 쓴 평론집의 일종인 ‘낭만파’(1833)를 읽고 감탄했다.
“친애하는 하이네 선생님, 몇 주 전 당신의 뛰어난 책을 읽고 멋진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아무 곳이나 펼쳐도 나오는 대목이지요. 옷단이 항상 축축한 흰 드레스를 입은 ‘엘프’들, 부부 침실의 천장에 작고 고운 발을 드러내는 ‘닉스’들, 가련하게 왈츠를 추는 눈같이 흰 ‘윌리’들, 그리고 독일 달빛에 부드러이 빛나는 하르츠(Harz)산맥과 일제(Ilse) 강둑에서 당신이 만난 탐스러운 요정들 말이죠. 저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이걸로 멋진 발레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티에를 사로잡은 것은 달빛 아래 춤추는 윌리(Wili)다. 결혼식 드레스와 꽃관으로 장식하고 남성을 꾀어 밤새 춤추다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존재이다. 책을 읽던 고티에는 빈 종이에 ‘윌리들, 발레’라고 제목을 커다랗게 썼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달빛 어린 으스스한 밤 풍경이 무대 위에서 구현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그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우연히 극작가 베르누아 드 조르주(1799~1875)를 만나 자기 아이디어를 말했다. 조르주는 사흘 만에 ‘지젤, 혹은 윌리들(Giselle, ou Les Wilis)’의 대본 초고를 완성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골 처녀 ‘지젤’이 마을에 나타난 낯선 남자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지젤을 흠모하는 마을 청년 ‘힐라리온’이 그가 약혼녀(바틸드)가 있는 공작임을 폭로하고, 충격받은 지젤이 죽는다. 윌리가 된 지젤은 윌리들의 대장 ‘미르타’로부터 알브레히트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지만, 연인을 지켜낸다. 새벽종이 울리자 윌리들이 사라지고 알브레히트가 남는다.
구성을 갖춘 낭만 발레의 생존력
‘라 실피드’(1832)가 19세기 낭만 발레의 시작이라면, ‘지젤’은 그 완성이다. 낭만 발레는 ‘닿을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인간의 예정된 실패’라는 주제를 변주한다.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이 교차하며 죽을 운명의 존재가 지닌 멜랑콜리한 정서가 가득하다.
그러나 ‘지젤’은 낭만 발레의 틀을 넘어서는 호소력을 가진다. 사랑·배신·죽음은 영원한 이야기 소재이고, ‘지젤’은 이를 깊게 파고든다. 사랑하지만 나를 배신한 이를 용서할 것인가, 복수할 것인가. 사랑 앞에서 나의 감정에 충실할 것인가, 현실의 의무에 충실할 것인가. ‘지젤’은 우리를 시험케 하는 실존적 질문을 담아냈기에 지금껏 살아남았다. 고티에와 조르주가 대본을 완성한 것은 1841년 봄이고, 그해 7월 ‘지젤’이 초연되었다. 대본부터 작곡, 안무, 연습이 불과 서너 달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왜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졌을까?
‘지젤’은 오로지 카를로타 그리시(1819~1899, 상단 사진)라는 발레리나를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그리시는 파리 발레계에 별안간 나타난 신예 스타였고, 파리 오페라 극장과 1년 출연 계약을 한 상태였다. 스타마케팅에 몸이 달았던 극장장 레옹 피예가 고티에와 조르주의 대본의 가치를 알아봤고, 예정된 작품을 미루면서까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아돌프 아당(1803~1856)이 빠른 속도로 작곡했고, 발레단의 수석안무가인 장 코랄리(1779~1854)가 안무를 맡았으며, 그리시의 스승이자 연인인 페로(1810~ 1892)가 그리시의 모든 춤과 마임 장면을 안무했다.
대본가 두 명과 안무가 두 명이 있는 상황이다. 갈등이 생길 법도 하지만 협업은 순조로웠다. 고티에와 조르주는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페로는 자기 이름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작품 세세한 부분까지 책임졌다. 그리시의 스물두 번째 생일인 1841년 ‘지젤’이 초연되었다. 1막이 끝났을 때 이미 성공했고, 2막이 끝나고는 전설이 되었다. 약 6개월간 26회 공연되었으며, 그리시의 사진과 악보집이 불티나게 팔렸다. ‘지젤’이라는 이름의 비단 원단과 조화(造花)도 등장했다.
‘지젤’이 지금까지 유효한 힘은 무엇일까. 하이네의 표현대로 “감자 주머니 속 오렌지”처럼 두드러진 그리시의 스타성도 있지만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19세기 초 파리 오페라를 중심으로 발레가 인기를 끌면서 제작 관습이 크게 바뀌었다. 발레 대본가가 등장하여 세세하게 장면을 설계했고, 작곡가들도 익숙한 춤곡 멜로디를 반복하는 대신 작품을 새로 작곡하면서 음악적 통일성이 개선되었다. ‘지젤’의 대본은 낭만주의의 정수를 담되 모든 장면을 구체적으로 기술했고, 음악은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를 사용해 캐릭터의 심리를 확실하게 표현한다. 안무가-대본가-작곡가가 팀을 이루어 긴밀하게 협업하니 작품의 논리구조와 예술성이 발전했다.
초연 버전은 소실, 발레 뤼스로 부활
발레는 살아있는 전통이고, ‘지젤’ 역시 변했다. 무엇보다도 초연 때엔 지금보다 연기 장면이 많고 춤이 적었다. 오늘날에도 ‘지젤’은 발레리나들이 연기에 도전하는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초연 때는 연기 비중이 훨씬 높았다고 하니 어떤 모습이었을까.
당시의 발레는 ‘발레-판토마임’이라 불렸다. 춤과 연기가 동등하게 중요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대본은 감정을 전달하는 대사와 독백 분량으로 가득하며, 마임과 음악으로 정교하게 전달되었다. 무용학자 매리언 스미스에 따르면, ‘지젤’ 대본에서 마임이 54분, 춤이 60분이다. 마임이 절반인 셈이다. 하지만 점차 마임 장면이 짧아지거나 아예 생략되었다. 발레 작품에서 춤이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것이지만, 이야기가 전에 비해 섬세하지 않게 전달되는 아쉬움도 있다.
예를 들어 1막에서 지젤 어머니는 지젤과 지금보다 훨씬 길게 실랑이를 벌이며, 앞으로 딸에게 닥쳐올 비극적인 일을 암시했다. 지젤을 사랑한 마을 청년 힐라리온 역시 훨씬 많은 장면에 등장하며 이야기를 끌고 갔다. 2막에선 윌리가 된 지젤이 알브레히트가 미르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십자가에 머물게 하며 미르타와 갈등을 빚는 장면이 집요하게 펼쳐졌다. 이런 장면들은 오늘날의 버전에도 흔적이 남았지만, 매우 짧게 처리되기 때문에 그 뉘앙스가 생생하게 전달되진 않는다.
1841년 초연의 성공 이후 ‘지젤’은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1842년엔 런던·빈·상트페테르부르크, 이듬해엔 베를린·밀라노에서 공연되었다니 당시 얼마나 화제작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파리 오페라 버전은 1868년 이후 소실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버전들은 마리우스 프티파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든 버전에 기초한다. 이후 1910년 디아길레프가 이끄는 발레 뤼스가 서유럽에서 미하일 포킨 버전을 올리면서 ‘지젤’은 서유럽에 다시 소개되어 전 세계 발레단의 인기 레퍼토리가 되었다.
여운을 남기는 동시대의 ‘지젤’ 재해석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버전도 있다. ‘지젤’에서 안개와 달빛을 걷어내면 계층이나 젠더 등 사회적 이슈를 읽어낼 수 있다. 안무가들은 낡은 ‘지젤’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발견하며 새로운 동시대성을 획득했다.
미국 할렘 발레의 ‘크레올 지젤’(1984, 재안무 프레데릭 프랭클린)은 남북전쟁 전 루이지애나 늪지의 자유 흑인 농장을 배경으로 흑인사회의 격차를 다루었다. 할렘 발레를 설립한 아서 미첼은 첫 전막 발레 공연을 준비하면서 미국 흑인 무용수가 독일 농민을 연기할 의미가 없다고 여기고, 그들에게 와닿는 이야기로 바꾼 것이다. 설정에 비해 안무는 고전적이다. 하지만 ‘크레올 지젤’의 진정한 파격은 흑인 발레단이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진 ‘고전’ 작품을 공연했다는 데 있다.
아프리카 안무가인 다다 마실로(1985~)의 ‘지젤’(2017) 역시 파격적이다. 발레 움직임에 컨템퍼러리댄스·아프리카 츠와나족의 전통춤을 결합했고, 남아프리카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여느 버전에서는 용서받던 알브레히트가 처참하게 복수를 당하면서 충격을 주었다. 맨발의 무용수들이 전자음악에 춤추는 마실로의 ‘지젤’은 고전적인 ‘지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미투 운동’이 첨예한 오늘날의 관객에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 외에도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했던 마츠 에크의 ‘지젤’(쿨베리 발레, 1982), 이민자의 의복 공장을 배경으로 한 컨템퍼러리댄스 안무가 아크람 칸의 ‘지젤’(잉글리시 내셔널 발레, 2016) 등이 유명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난민 무용수들이 결성한 우크라이나 연합 발레단(United Ukrainian Ballet)의 ‘지젤’이 있다.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나 우크라이나 편에 선 알렉세이 라트만스키(1968~)가 안무를 맡았고, 다른 발레단으로부터 의상과 장치를 기증받고 오케스트라를 빌려 작년 런던에서 초연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모인 이들이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지만, 작품 역시 의미심장하다.
마지막 장면을 보자. 원작의 대본은 알브레히트와 바틸드의 결혼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이후 버전들은 알브레히트가 절망과 죄책감에 홀로 남는다는 설정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라트만스키 버전에선 지젤이 무덤으로 사라지기 전에 알브레히트에게 용서의 제스처를 행한다. 가해자가 과거에 대한 후회 속에 갇히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며 살게끔 허락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삶을 잃은 자들이 말하는 관용이 얼마나 큰지, 우리로선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
글 정옥희(무용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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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타 그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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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연합 발레단 ‘지젤’
©Mena-Brunette/xmb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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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파리 오페라 발레의 새 예술감독 호세 마르티네즈
‘지젤’로 30년 만에 한국을 찾는 이유
지난 1월 호, 본지에서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새 수장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스페인 출신의 호세 마르티네즈(1969~)는 로잔 콩쿠르·바르나 콩쿠르를 섭렵하고 안무가로서도 브누아 드 라당스 안무상 수상했다. 1997년 파리 오페라 발레의 에투알(수석 무용수)로 임명됐으며, 2011년에 파리 오페라 발레를 떠나 2019년까지 스페인 국립 무용단 단장을 맡았다. 그는 경력을 고루 갖춘 적임자로 평을 받았다. 1993년 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파리 오페라 발레의 내한에 그도 솔리스트로 함께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당시 선보인 작품 또한 ‘지젤’로, 그 후 30년 만의 내한이다.
이번 내한은 30년 만이다. 단원 전원이 투어에 나서는 경우가 자주 있나.
발레단은 파리에서 매년 180회 이상 공연을 한다. 투어를 할 시간은 거의 없고, 해외 공연은 1년에 한 번이다. 최근 파리 오페라 발레는 많은 발전을 이뤘고, 현대 무용 경험이 단원들을 성장하게 했다. 우리만의 전통을 잘 유지하면서 진화해왔고, 이 모습을 여러 나라에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지젤’은 파리 오페라 발레가 초연한 작품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만의 ‘지젤’의 특징이 있다면.
원작에 충실한 것. 대대로 이어져 오는 전통을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판토마임 장면은 많이 삭제되었지만, 원작의 본질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다.
지금은 파리 오페라 발레의 예술감독이지만, 한때 이 발레단의 에투알이었고, 그 이후로는 안무가로도 활동했다.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보는 ‘지젤’은 어떤 작품인가.
다양한 버전의 ‘지젤’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었고, 2021년에는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발레를 위해 안무 버전을 만들기도 했었다. 남성 무용수에게도 중요한 작품이다. 극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기술은 물론,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낭만 발레로서의 탁월함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매우 현대적인 발레라고도 생각한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지금도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고전 작품이던, 현대적 재해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던 모든 안무가는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용수 출신이라 그런지, 1막 마지막 지젤의 ‘매드 씬’(연인의 배신을 깨닫고 머리를 풀어헤치며 광란으로 치닫는 것을 표현한다)을 좋아했다. 안무가로서 작품을 만들면서 다시 보니 2막에서 미르타가 긴 솔로를 펼친 이후 요정 ‘윌리’들이 등장할 때가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
국내 공연에서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무용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춘다.
음악과 발레를 연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자다. 이 소통이 잘 이뤄질 때 특별한 공연이 완성된다. 한국의 연주자들이 가진 감성을 빨리 들어보고 싶고, 좋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해 파리 오페라 발레 단원들의 갈라 콘서트가 한국에서 큰 인기였다. 에투알로 성공해 돌아온 박세은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로 가득 찼었는데, 이번 내한에서는 함께 하지 않는다. 취임 후 박세은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아직 공연에 선 모습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무용수라고 생각한다. 아마 앞으로 몇 년간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공연을 올릴 안무가들 모두 박세은과 함께 신작을 발표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자국의 문화예술 발전을 후원한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예산은 어떻게 진행되나.
예산의 60%가 티켓 수익과 대관, 후원 등으로 자체 수익 내에서 운용된다. 파리 오페라를 돕는 파트너와 후원자들이 있고, 대부분 차세대 예술인과 빛을 보기 어려운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데에 그 후원을 사용한다.
본지에서는 해외 통신원을 통해 파리 현지 소식을 매달 다루고 있다. 올해 파리 오페라 발레 공연 중 하나를 추천해준다면.
보비 젠 스미스와 오르 샤라이베가 선보일 ‘Pit’(3.17~5.30)이 이번 시즌 하이라이트이며, 시즌 마지막은 카롤린 칼송의 ‘Signs’(6.19~7.16)이 장식한다. 웨인 맥그레거가 선보일 ‘The Dante Project’(4.29~5.31)는 단원들에게 현대적 안무의 또 다른 새 세계를 열어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LG아트센터 서울
MINI INTERVIEW
에투알 도로테 질베르 & 폴 마르크
한국에서의 공연을 앞둔 소감은?
도로테 질베르 지난여름, 갈라 콘서트를 위해서 한 달간 한국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분위기와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던 터라 이번 한국 방문도 기대가 된다.
폴 마르크 아마 갈라 콘서트에서의 모습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가 선보일 작품을 기대해달라.
‘지젤’ 내에서의 맡은 안무에 대한 당신만의 해석은 무엇인가.
도로테 질베르 ‘지젤’은 수년간에 걸쳐 발전해왔다. 1막에서는 순수한 시골 처녀였지만, 2막에서는 광기에 빠져있다. 2막에서의 ‘지젤’에 대한 내 해석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 같다.
폴 마르크 ‘지젤’의 사랑을 배신한다는 점에서, ‘알브레히트’는 잔인한 악역을 담당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지젤을 사랑하며, 단지 약혼녀가 있다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해석을 반영한 안무 표현 방식의 특징은 무엇인가. 파리 오페라 발레의 에투알은 단순한 수석 무용수를 넘어 움직임의 전통을 계승하는 사람들이기도 한데.
도로테 질베르 1막과 2막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2막에서는 마치 유령이 된 듯 발소리도 들리지 않아야 하고, 움직임의 환영이 느껴져야 한다. 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우아한 몸짓과 느린 움직임, 스텝은 모두 우리 발레단이 이어온 유산이다.
폴 마르크 알브레히트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현실적이다. 느리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지젤과의 신체접촉이 계속 많은데, 2막에서 그녀가 실제 유령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려면 아주 구체적으로 세밀한 움직임의 표현을 신경 써야 한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총 6인의 에투알이 내한한다. 지젤 역을 위해 미리암 울드 브람·레오노르 볼라크·도로테 질베르가, 알브레히트 역을 위해 제르망 루베·폴 마르크·위고 마르샹이 한국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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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po Medrano
도로테 질베르(지젤)와 위고 마르샹(알브레히트)
©Agathe Poupeney/OnP
도로테 질베르
©James Bort/OnP
폴 마르크
©James Bort/O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