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아담 피셰르,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탐구하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3월 6일 9:00 오전

WELCOME 1

 

지휘자 아담 피셰르

모차르트 본고장 악단이 온다!

14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 모차르트만으로 구성하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이하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가 온다. 모차르트의 작품으로만 구성해 나흘 동안 서울과 수도권에서 연주한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1989~)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도 함께한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1841년 모차르트 재단의 출범과 함께 설립된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100년 넘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오페라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의 지휘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해석 전문가로 손꼽히는 아담 피셰르(1949~)다. 피셰르가 덴마크 국립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7년간 녹음한 모차르트 교향곡 45개 전곡 음반(Dacapo)은 2015년 인터내셔널 클래식 음악상을 수상했다.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며 읽어본 그의 답변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한국에 처음 오신 건 2009년이었죠. 당시 하이든 서거 200주기를 기념해 예술의전당에서 하이든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했습니다. 한국 청중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습니까?

한국 청중은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잘 감상할 줄 안다고 느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아시아(한국) 음악을 이해하는 정도보다 훨씬 깊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이든뿐만 아니라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힙니다. 이번 내한은 모차르트 고향의 악단인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함께합니다. 오케스트라의 강점을 꼽는다면?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 연주에 관한 오랜 전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원 각자가 지닌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애착이 느껴집니다. 이 악단과 함께 모차르트를 연주한다는 것은 어느 지휘자에게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도전일 거예요.

이번 내한에서 나흘 동안 모차르트 교향곡 35·38·40·41번을 공연합니다. 협주곡을 포함해 전부 모차르트로만 구성한 프로그램인데, 관객들에게 어떤 점을 전달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모차르트의 탁월한 작품들이 담아낼 수 있는 감정의 양이 얼마나 대단한지 관객이 발견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 작품들이 마땅히 연주돼야 할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겠습니다.

한편, 레이 첸이 협연할 모차르트의 협주곡들도 기대가 됩니다. 이 작품들을 해석할 때 중요한 점은 무엇입니까?

이번이 레이 첸과의 첫 협연입니다.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할 때 중요한 것은 협연자와 지휘자, 오케스트라가 동일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겠죠.

즐겨 지휘하시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은 이른바 ‘고전주의 음악’이라는 범주로 묶입니다. 이 시대의 음악과 음악사에서 갖는 중요성은 무엇입니까?

빈 고전주의는 왠지 음악사 전체에서 중심에 위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19~21세기의 대부분 작곡가는 빈 고전주의가 발명한 노하우를 써서 작곡했고, 지금도 곡을 쓰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와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면 그에게 무엇을 물어보시겠습니까?

오페라 ‘마술피리’ 작곡을 마치고 그다음 계획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고 싶군요.

젊은 시절 롤 모델이 되어준 지휘자는 누구였습니까?

카를로스 클라이버(1930~2004)입니다. 그가 지휘할 때 음표 하나하나에 믿을 수 없는 강렬함이 스며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더 큰 세계로의 탐구

지난 2010년, 헝가리 국립 오페라 음악감독직을 사임했습니다. 2011년 발효되는 헝가리의 매체 법안에 항거하는 의미였는데요. 법안으로 인한 반유대주의와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을 우려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헝가리는 잘못된 방향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는 게 유감입니다. 지난 500년 동안 헝가리는 갈등이 있을 때마다 늘 잘못된 편에 서는 게 전통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그들은 이런 전통을 계속 보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동생인 이반 피셰르(1951~)도 한국 청중에게 익숙한 지휘자입니다. 형제가 어렸을 때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요?

이반과 저는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세 소년 중 두 명으로 출연했었습니다. 당시 합창지휘자가 우리 둘 다 두 번째 소년 역할을 부르게 했어요. 번갈아 출연시키려고 말이죠. 그래서 제가 세 번째 소년의 노래를 익혔고, 비로소 함께 노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두 번째 소년의 노래를 영영 부를 수 없게 된 건 인생에서 후회로 남아있어요. 저는 열세 살의 나이에 오페라 가수를 은퇴해야 했으니까요. 이반은 좀 더 어린 열두 살에 그만 두었고요.(웃음)

여러 레이블에서 수많은 음반을 녹음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음반은 무엇이고, 이후 음반 발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이든을 다시 시작할 겁니다! 35년이 지났지만, 하이든 후기 20~25개의 교향곡을 다시 녹음하고 싶어요.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훌륭하게 말이죠. 그 음반 녹음은 덴마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낙소스 인터내셔널 레이블에서 시작했습니다. 또한 드보르자크와 버르토크의 관현악곡들을 뒤셀도르프 심포니와 녹음하고 싶습니다.

음악과 관련된 활동 이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즐기는 취미가 있습니까?

세 명의 손자와 함께 노는 겁니다.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일입니다!

현재 예정된 중요한 계획을 알려주세요.

제게는 언제나 다음 연주회가 가장 중요하답니다. 4월과 5월에는 빈과 뒤셀도르프에서 공연합니다. 아주 특별한 미래의 계획 중 올해 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이 있습니다. 모차르트 오페라 ‘양치기 임금님(Il re pastore)’을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콘서트 형식으로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현재 마에스트로의 꿈은 무엇입니까?

2033년 브람스의 2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겁니다. 그의 교향곡 전곡을 완주하면서요. 그때엔 제가 84세가 되겠네요.

글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진 베이스노트

 

Performance information
아담 피셰르/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협연 레이 첸)

3월 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K385, 40번 K550, 바이올린 협주곡 5번 K219

3월 1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교향곡 38번 K504, 41번 K551, 바이올린 협주곡 3번 K216

3월 11일 오후 5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K385, 40번 K550, 바이올린 협주곡 3번 K216

3월 12일 오후 5시 남한산성아트홀 대극장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K385, 40번 K550, 바이올린 협주곡 5번 K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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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ilvia Csibi

 

 

Adam Fischer, Dirigent

 

 

©sf-marco-borr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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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연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모차르트적인 ‘악동’은 ‘역동’적인 연주를 준비 중!

 

레이 첸은 아담 피셰르/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K216과 5번 K219를 협연한다. 대만 혈통인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커티스 음악원에서 수학하고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2008),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9) 등 명망 있는 콩쿠르에서 우승을 휩쓸며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2월, 그가 음악가들을 위해 만든 애플리케이션 ‘토닉(Tonic)’의 신규 버전 출시와 LA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무는 레이 첸을 미국 현지에서 만났다.

 

아담 피셰르/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5번을 연주한다. 지난 12월에도 안드리스 포가의 지휘로 같은 악단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함께 연주했는데, 이들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나?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지난 연주에서 긴밀하게 결합한 체임버 오케스트라 특유의 하나 된 소리를 들려주었다.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동료’ 같다면, 유럽 오케스트라가 ‘가족’과도 같은 느낌이다. 아담 피셰르와는 이번 무대가 처음이다. 그가 얼마나 훌륭한 지휘자인지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기대가 크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이번에 연주하는 곡들에 관해 설명한다면.

모두 강렬하고 활발한 작품으로, 내가 좋아하고 즐겨 연주하는 작품이다. 협주곡 5번이 더 대중적이다. 장식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찬란한 느낌마저 든다. 오페라적인 선율과 화려한 도입부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3번은 보다 사적으로 나누고 싶은 작품이다. 5번은 드러내기 위한 곡이라면 3번은 나누기 위한 작품이라고 할까?

모차르트의 젊은 시절과 지금의 당신은 분명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지극히 자유로운 영혼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으로 하는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해낸다는 점에서. 그런 점에서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모습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즉흥적이고 재능이 넘치는 천재였다. 다시 말해 모차르트는 ‘정해진 틀은 없다(There were no rules)’는 말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에는 딱딱한 규칙이나 연속적인 자가복제가 없고, 늘 마디마디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러한 그의 캐릭터는 내가 음악에 다가가는 방식에서 비슷하게 느낀 것이다.

모차르트를 가리켜 ‘정해진 틀이 없다’는 표현은 한편으로 당신을 잘 표현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 모차르트나 멘델스존의 작품들에서 나와 같은 에너지와 분위기를 느꼈다. 이 작곡가들의 유년, 젊은 시절 작품들에는 유사한 정신이 있다. 마치 규칙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러한 지점을 자유, 선택의 자유라고 느낀다.

많은 음악가가 ‘완벽한 모차르트’를 연주하려고 할 때 ‘벌거벗은 기분(being naked)’이 든다고 말한다. 첫 시작이 쉬울 수는 있으나 사람들이 기대하는 완벽한 모차르트의 상을 드러내는 것, 특유의 톤과 구조와 음색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고. 그래서 공연을 위해 150퍼센트를 준비했는데, 무대에서는 50퍼센트 밖에 발휘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 질문 자체가 공연에 임하는 내 태도에 대한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는 ‘벌거벗은 기분이면 어때? 그게 뭐가 문제이지?’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다음 무대를 위해선 ‘200~300퍼센트로 준비해야겠다. 그래서 무대에서 100퍼센트를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 증발된 100퍼센트에 집중하는 타입이다. ‘오늘 나는 왜 그 100퍼센트가 드러나지 못했을까’라며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내가 너무 경직되었나? 뭐가 문제였지?’라면서 집중할 것이다. 열심히 더 많이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알고, 나의 문제를 알고, 이를 통해 음악과 예술을 알아가는 것이다.

글 이지영(베이스노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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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욱(Workroom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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