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새 시대를 위한 교향곡
류재준 : 교향곡 2번
랄프 고토니(지휘)/ SIMF(서울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
임선혜·이명주(소프라노)/ 김정미(메조소프라노)/국윤종(테너)/ 사무엘 윤(베이스)
Dux DUX1897
뉴 센츄리 체임버를 위한 음악 : 필립 글래스, 탄둔 외
다니엘 호프(바이올린)/ 알렉세이 보트비노프(피아노)/
뉴 센츄리 체임버 오케스트라
Deutsche Grammophon 4864128
음악사를 위협하는 위기들은 여러 차례 닥쳐왔다. 전염병과 전쟁, 그리고 수많은 인재(人災)가 그러했다. 극장은 무너졌고, 연주자들은 악기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순간에도, 예술의 발전은 쉬지 않았다. 역경은 영감이 되고, 골방은 창작의 작업실이 된다. 코로나 종식 선언과 전쟁 종식 염원이 공존하는 작금의 때에 새 시대 희망을 노래하는 오케스트라 선율이 이목을 끈다.
작곡가 류재준(1970~)의 교향곡 2번은 셰익스피어가 흑사병으로 극장 공연이 중지된 상황에서 154편의 소네트를 남긴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 3관 편성의 크고 풍성한 관현악법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다섯 명의 독창자와 합창의 결합, 능숙한 작곡 기량이 두드러지는 푸가 모티브는 삶에 대한 격려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백주영을 악장으로 김상진·김민지·조성현·김한 등으로 구성된 서울국제음악제(SIMF) 오케스트라의 첫 음반이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1973~)가 2018년부터 음악 감독으로 함께 하고 있는 뉴 센츄리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30주년을 맞아 기념 음반을 발매했다. 가장 최근에 위촉 혹은 공동 위촉한 4개의 작품을 모았다. 필립 글래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탄둔의 이중 협주곡, 터니지의 ‘비가(Lament)’, 제이크 헤기의 ‘서곡’ 모두 최초 녹음이다. 이로써 포스트모던 시대에 활동 중인 작곡가의 초상이 완성된다. 허서현
노래의 재발견
리스트: 오케스트라를 위한 가곡
임선혜(소프라노)/ 스테파니 호우츠일(메조소프라노)/ 토마스 햄슨·토마시 코니에츠니(바리톤)/
마르틴 하젤뵈크(지휘)/ 빈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빈 합창단
Aparté AP324
라이징
로렌스 브라운리(테너)/케빈 J. 밀러(피아노)
Warner Classics 5419756371
가곡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가곡과 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우리 시대 아프리카계 미국 작곡가들의 가곡을 만나볼 수 있는 음반이 발매됐다.
마르틴 하젤뵈크(1954~)가 이끄는 빈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빈 합창단이 리스트의 가곡과 슈베르트 가곡 편곡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도플갱어’ ‘아버지의 무덤’ ‘거인’ 등은 세계 최초 녹음이다. 리스트의 가곡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독창적인 작곡과 편곡으로 동시대 작곡가 및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음반 녹음에 참여한 소프라노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스테파니 호우츠일, 바리톤 토마스 햄슨·토마시 코니에츠니의 곡 해석은 리스트 가곡의 탁월한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더한다.
동시대의 새로운 가곡도 빼놓을 수 없다. 테너 로렌스 브라운리(1972~)가 피아니스트 케빈 J. 밀러와 함께 우리 시대 아프리카계 미국 작곡가들에게 위촉한 새로운 가곡을 선보인다. 다미엔 스니드, 브랜든 스펜서, 자스민 반스, 조엘 톰슨, 숀 E. 옥페브홀로의 새로운 가곡들은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들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음반은 기쁨, 믿음, 사랑 그리고 도전 앞에서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며, 할렘 르네상스 시대를 다룬 독창적인 문학과 어우러진 다채로운 음악들을 선보인다. 홍예원
이 달의 추천 음반
SELETED RECORD
리게티 탄생 100주년
명연으로 빚은 독주·실내악·관현악 음반
국내에서는 이미 리게티 죄르지(1923~2006)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공연이 올랐고, 오르고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새로운 신보도 있지만, 좋은 평과 상을 받은 지난 음반도 있고,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그가 직접 참여한 좋은 명반도 남아있다.
디오티마 콰르텟이 올해 3월에 발매한 ‘변신’(Pentatone)❶은 리게티의 현악 4중주 두 곡이 담긴 음반이다. 그중 현악 4중주 1번은 빠르기에 맞추어 17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디오티마 콰르텟은 20세기 이후의 작품에 주력하는 단체답게 각 부분의 특성이 잘 살아나도록 연주했다. 날카롭고 빽빽한 전자적인 음색도, 서정적이고 울림이 풍부한 음색도 그들의 현으로 모두 들을 수 있다. 프랑수아 그자비에 로트와 그가 창단한 악단 레 시에클의 리게티 신보(Harmonia Mundi)❷도 기대를 받을만한 음반이다. 시대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기에 지금까지 18·19세기 작품을 주로 녹음했으니, 이번에 선보이는 음반은 악단의 새로운 색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음반에는 목관을 위한 6개의 바가텔, 13개 악기를 위한 체임버 협주곡, 목관 5중주를 위한 10개의 작품이 담겨있다.
평단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근 10년간의 음반도 둘러볼 가치가 충분하다. 현대음악 연주 전문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바르톡과 리게티 음반(Alpha)❸에서는 리게티의 피아노(나가노 히데키)·첼로(피에르 스트로슈)·바이올린(잔 마리 콩케르) 협주곡을 들을 수 있으며, 페테르 외트뵈시/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앙상블 모데른과 함께한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음반(Naïve)❹에서는 리게티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각각 들어볼 수 있다. 잔잔하고 조잘대는 불협화음으로 시작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이 특히 매력있다. 현의 소리에 깊게 빠져들고 싶다면 킴 카쉬카시안의 무반주 비올라 음반(ECM)❺과 벨체아 콰르텟의 현악 4중주 1번 음반(Alpha)❻을 추천한다. 무반주 비올라의 경우 잔향이 강하게 가미되어 있어 공간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작곡가의 피아노 연습곡집 세 권을 모두 모은 대니 드라이버의 ‘18개의 에튀드’(Hyperion)❼도 재미있다. 2~4분의 피아노 작품이 서로 다른 인상을 주며 빠르게 넘어가기 때문에 짧은 집중이 필요할 때 감상하기 좋다. ‘BBC 뮤직’과 ‘그라모폰’ 등에서 좋은 평을 받은 연주이다.
리게티의 피아노 작품이라 하면 피에르 로랑 에마르(1957~)의 연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리게티와 20년간 함께하며 새로운 작품의 연주를 담당했고, 창작자의 지지를 받는 녹음을 완성해 왔다. 그러니 소니 사가 작곡가가 살아있는 동안 마치려 했던 음반 전집에서 에마르가 피아노 작품(Sony)❽을 담당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시리즈는 비록 전집을 담지는 못했지만 총 7장의 음반으로 상당수의 리게티 작품을 완수했다. 또한 작곡가가 직접 참여했던 텔덱 사의 ‘리게티 프로젝트’도 리게티의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탁월하다. 작곡가 사후 10주기를 위해 워너 클래식(Warner Classics)❾에서 5장의 CD로 재발매한 것으로 들어보면 된다. 마지막 추천은 작곡가의 서거를 기리며 발매됐던 DG의 모음 음반(DG)❿으로 피에르 불레즈, 클라우디오 아바도, 데이비드 애서턴 등이 지휘한 녹음이 포함돼 있다.
글 이의정 기자
화제의 신보
NEW & GOOD
R. 슈트라우스 ‘카프리치오’
옌스-다니엘 헤어초크(연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크리스티안 틸레만(지휘)/
카밀라 닐룬드(백작부인)/크리스토프 폴(백작)/ 다니엘 벨레(플라망) 외
Arthaus 109459 (Blu-ray)
독일 후기 낭만주의기에 다수의 오페라를 남긴 R. 슈트라우스의 말년작이다. 바로크부터 오페라계에서 이어져 온 논쟁 ‘말(대본)이 중요한가, 음악이 더 중요한가’의 주제를 미망인이 된 부인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작곡가와 시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등장인물은 각자 자신의 분야가 더 우위라며 논쟁한다. 새로운 ‘백작부인’의 표상으로 등장한 핀란드 소프라노 카밀라 닐룬드(1968~)의 역량이 돋보이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지휘자인 틸레만의 역량도 탁월하다. 그렇다면 결국 그녀의 사랑은 누가 차지했을까? 오페라는 그 결말을 열어둔 채 마무리 짓는다.
다큐멘터리 ‘나치 치하의 클래식 음악’
아니타 라스커 월피쉬·푸르트벵글러·R. 슈트라우스/
다니엘 바렌보임·크리스티안 틸레만· 노먼 레브레히트 외(인터뷰)/ 크리스티안 베르거(연출)
C major 762808(DVD)
나치 치하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은 두 인물,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954)와 첼리스트 아니타 라스커 월피쉬(1925~)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독일인 푸르트벵글러는 히틀러 정권에 협력했다. 통치 기간 대부분을 독일에 머무르며 지휘했고, 종전 후 부역 혐의를 받았다. 반면 아니타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끌려왔다. 수용소의 여성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목숨을 부지하다가, 독일이 패전하며 구출되었다. 97세가 되었음에도 당시 상황을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는 아니타가 고통스러운 역사를 진술한다
푸치니 ‘라 보엠’
다니엘 오렌(지휘)/ 파올로 가바체니·피에로 마란기(재연 연출)/
토리노 왕립극장 오케스트라·합창단/ 마리아 테레사 레바(미미)/ 이반 아욘 리바스(로돌포) 외
Arthaus 109458(Blu-ray)
1896년 2월,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 초연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는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 예술가 세 명과 철학도 한 명의 애환을 그렸다. 그로부터 150년이 흐른 2021년, 당시의 무대·의상·동선·연기스타일을 고스란히 재현한 ‘라 보엠’이 토리노 왕립극장 무대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1973~)를 잇는 테너 이반 아욘 리바스(1993~)가 로돌포 역을 맡는 등 떠오르는 젊은 성악가들이 주연으로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라 보엠’의 부활 현장을 만날 수 있다.
푸치니 ‘투란도트’
프랑크 알레우(연출)/호셉 폰스(지휘)/
리세우 대극장 오케스트라·합창단/ 아이린 테오린(투란도트)/ 호르헤 데 레온(칼라프)/에르모넬라 야호(류) 외
C Major 763508(DVD), 763604(Blu-ray)
스페인의 퍼포먼스 그룹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멤버였던 프랑크 알레우(1966~)가 미래의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연출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구현했다.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 실황으로 투란도트 역은 소프라노 아이린 테오린(1963~)이, 칼라프 역은 테너 호르헤 데 레온(1970~)이 맡았다. ‘투란도트’는 푸치니 사후 2년 뒤인 1926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의 지휘로 초연됐다. 푸치니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3막 이후의 부분은 프랑코 알파노(1875~1954)의 판본을 사용했다. 오페라는 총 3막으로 고대 중국에서 펼쳐진 가공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