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신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5월 13일 8:00 오전

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반가움과 놀라움을 보여줄 셋!

 

 

베토벤: 교향곡 4번(트리오 편곡) 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바이올린)/ 요요 마(첼로)/이매뉴얼 엑스(피아노)

Sony 19658881642

 

 

베토벤: 3중 협주곡

니콜라 베네데티(바이올린)/ 세쿠 카네-메이슨(첼로)/ 벤저민 그로브너(피아노)/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Decca 4854624

 

 

모든 솔리스트가 실내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몇몇 음악가의 만남은 세기의 앙상블이 되어 세월이 지나도 회자한다.

20세기를 풍미한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과 전설적인 실내악 음반을 남긴 첼리스트 요요 마가 또 한 번의 명반 시리즈를 남기는 듯하다. 베토벤 교향곡을 3중주 버전으로 편곡한 음반 프로젝트에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이매뉴얼 엑스가 2021년부터 함께 하고 있다. 중견 연주자들의 긴밀한 화합은 단 세 악기로 교향곡 사운드를 표현하고도 남을 시너지가 된다. 세 사람이 하나로 만들어내는 벅찬 음악의 감동에 집중하게 되는 명반. 음색의 완급을 조절하는 노련함은 감탄을 더한다. 피아니스트 샤이 워즈너가 편곡한 교향곡 4번 트리오 버전, 그리고 베토벤 3중주 7번 ‘대공’이 수록돼 있다.

앞선 이들이 이미 완성된 앙상블이라면, 니콜라 베네데티와 세쿠 카네 메이슨, 벤저민 그로브너는 그 출발점에 섰다. BBC 영 뮤지션 콩쿠르를 거쳤다는 것, 그리고 솔리스트로도 사랑받는 연주자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2023년 영국 전역을 함께 순회하며 협주곡을 연주했던 이들의 조합을 확인할 수 있는 음반. 오케스트라 위에 얹어진 이들의 음악은 앞서 나가며 이끄는 열정적인 바이올린,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첼로, 무게감 있는 피아노의 명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종합세트다. 영원히 회자할 차세대 ‘세기의 앙상블’이 또 한 번 탄생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기회다. 허서현

 

 

‘최초’라는 명칭이 붙은 녹음

 

루이 베이츠: 선율과 노래

시릴 뒤브와(테너)/트리스탄 라어스(피아노)

Aparté AP345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세르게이 하차투리안(바이올린)

Naïve V5451

 

 

 

음반 발매는 아티스트 개인의 도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록 보관의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이런 음반은 ‘최초’라는 어휘를 통해 그 특별함을 더한다.

루이 베이츠(1895~1953)는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프랑스 작곡가로, 세계가 전쟁으로 물들었던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다. 그의 음악은 음울한 시대를 모르듯이 마냥 부드럽고 우아하다가, 독특한 화성을 거짓 종지 위치에 사용하면서 그 불안을 방출해 버리는 듯하다. 포레의 가곡 음반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테너 뒤브와(1984~)의 목소리는 그 우아함과 우울함에 잘 녹아들며, 트리스탄 라어스(1981~)의 피아노는 간지러우면서도 쓸쓸한 프랑스 음악의 특징을 들려준다. 수록곡의 대다수는 역사상 첫 녹음이다.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6곡은 자주 녹음되지만, 이 음반은 특별하다. 외젠 이자이(1858~1931)가 오랜 기간 연습과 무대에서 직접 사용한 바이올린 ‘괴르네리 델 제수 이자이’로 녹음했기 때문이다. 이자이는 직접 이 악기에 대한 기록도 남겼으며, 그의 장례식에서도 이 바이올린이 사용됐다. 작곡가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이 괴르네리로 녹음한 것은 처음이다. 음반은 밝고 화려하다기보단, 음울하고 짙은 음성을 가졌다. 2000년에 시벨리우스 콩쿠르를 최연소의 나이로 우승했던 하차투리안(1985~)은 이 악기의 특성을 더욱 멋지게 끌어냈다. 이의정

 


 

화제의 신보 new & good

 

둘을 위한 라흐마니노프

세르게이 바바얀·다닐 트리포노프(피아노)

DG 4864805(2CD)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바바얀(1961~)과 다닐 트리포노프(1991~)가 3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두 대의 피아노 앞에서 마주한다. 지난해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린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의 실황 음반이다.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1번과 2번, 마지막 작품이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교향적 무곡’ 그리고 트리포노프가 직접 편곡한 교향곡 2번 중 3악장이 담겼다.

 

 

차이콥스키: 오직 고독한 마음뿐

올레샤 골로프네바(소프라노)/ 블라디슬라프 술림스키(바리톤) 외/

마리우츠 클롭추크·니콜라이 페테르센(피아노)/ 크리스토프 로이(연출)

Naxos 2110770

 

2021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실황. 실험적 오페라 연출가의 대표 크리스토프 로이(1962~)가 이번에는 차이콥스키의 러시아 가곡을 엮었다. 24개의 가곡은 3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음악극으로 재탄생했다. 중년의 남자 주인공(바리톤)을 둘러싼 관계를 그려내는 구성이다. 슈베르트를 겨울나그네에 빗댄 ‘어느 겨울나그네’와 더불어 깊이 있는 통찰로 실험적 도전을 이어나가는 연출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상물.

 

바그너 ‘발퀴레’

도널드 러니클스(지휘)/ 도이치오퍼 베를린 합창단·오케스트라/

니나 슈템메(브륀힐데)/이아인 패터슨(보탄)/ 브랜든 조바노비치(지그문트)/

엘리자베스 타이게(지클린데) 외/ 스테판 헤르헤임(연출)

Naxos 2110741-42(2DVD), NBD0158V(2Blu-ray)

 

‘발퀴레’는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노르웨이 연출가 헤르헤임(1970~)이 난민 문제를 모티브로 새롭게 해석한 2021년 베를린 도이치오퍼 실황 영상이다. 그는 작품 속 시대와 장소는 물론, 캐릭터까지 재해석하는 레지테아터 스타일의 연출가로, 2007·2009·2010년 독일 ‘오페른벨트’지의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됐다. 바그너 스페셜리스트인 도널드 러니클스(1954~)의 정교한 지휘가 극장의 음향적 효과를 더한다.

 

 

바흐의 여섯개의 음영

막스 릴자(첼로)

Pentatone PTC5187204

 

밴드 ‘아포칼립티카’의 첼리스트 막스 릴자(1975~)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전자 음향을 얹은 작품이다. 원곡 속 몇 개의 음을 전자음으로 바꾸어 거리감을 더하거나, 선율 진행을 방해하여 충돌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원곡에서는 활로 연주하는 부분을 피치카토로 바꾸어 전자음과 유사해지는 효과를 만들거나, 전자음으로 새로운 기음을 추가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반드시 스테레오로 감상할 것.

 

 

빈필 신년음악회

크리스티안 틸레만(지휘)/빈 필하모닉

Sony 19658858949(DVD), 19658858959(Blu-ray)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한 202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실황 영상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들은 물론, 브루크너(1824~1896)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연주한 ‘카드리유’도 감상할 수 있다. 요제프 헬메스베르거(1855~1907)의 ‘에스투디안티나 폴카’, 한스 크리스티안 룸뷔에(1810~1874)의 ‘해피 뉴 이어! 갈로프’ 등 빈 신년음악회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도 아홉 곡 포함돼 있어 더욱 특별하다.

 

 

로열 발레: 파드되 외

사라 램브/마라 갈레아치/타마라 로요/카를로스 아코스타/

알리나 코조카루/나탈리야 오시포바/매튜 골딩/ 로베르타 마르퀴즈/최유희 외

OpusArte OA1379(2DVD), OABD7317(2Blu-ray)

 

로열 발레의 실황 영상물에서 명장면을 엄선한 ‘베스트 컬렉션’이다. 고전 발레부터 모던 발레까지 총 15개 작품에서 발췌한 ‘파드되(2인무)’와 ‘지젤’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등 14개의 유명 작품의 독무·2인무·군무를 담은 ‘에센셜 로열 발레’,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에센셜 로열 발레’에는 무용수들의 인터뷰가 담겨 생생함을 더한다. 각 공연을 빛낸 로열 발레의 주인공들을 한 번에 만날 기회다.

 


 

화제의 신보 CHIDREN

 

이수인 동요·가곡집 ‘솜사탕’

동요와 함께, 동심 찾기

Aulos Media AMC2-210

 

현음어린이합창단/코리아모던필 앙상블/ 임용묵(기획·제작)/김은혜(프로듀서·편곡) 외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을 앞두고 등장한, 4월의 축복 같은 음반이다. 이수인(1939~2021)이 작곡한 동요 36곡이 2장의 CD에 담겼다.

첫 곡 ‘산새가 아침을’부터 진가가 나온다. 후렴구 “쪼로롱 짹째굴 쪼로롱 짹째굴 쪼로롱 쪼로롱 짹째굴”에는 실제 새소리가 함께 흐른다. “고요한 아침 바다 모래밭에 종종걸음 발자국 물새 발자욱”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물새 발자국’의 전주부터 잔잔한 파도 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고즈넉한 바이올린 독주가 더해진다. 바닷가에 써놓은 글자가 잔물결에 지워지는 아쉬움을 노래하는 어린이의 가슴에 듣는 이의 감정이 가닿는다. 동요이기에 자연에서 건져 올린 가사들이 많은데, 사이마다 물소리나 풀벌레 소리가 등장해 자연의 표정을 드러낸다.

25명으로 구성된 현음어린이합창단이 녹음했지만, 단원들이 독창한 곡이 더 많다. 김승리 어린이가 음반명과 동명의 ‘솜사탕’을 독창으로 불렀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든 솜사탕. 하얀 눈처럼 희고도 깨끗한 솜사탕.”

짧게는 1분대, 길게는 3분대의 노래들이다. 트랙이 바뀌며 여러 노래가 금세 지나간다. 노래마다 어린이들의 목소리와 색채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자연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으니, 자연의 풍광이 노래와 함께 펼쳐졌다가 바뀌는 것 같다.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카시아꽃’(한소은 노래), ‘수선화’(한소은 노래), ‘봉숭아꽃’(진영후 노래), ‘방울꽃’(조아현 노래), ‘코스모스’(용재비나 노래) 등이 트랙을 수놓는다. 언제 이렇게 많은 꽃의 이름을 들어볼 수 있을까.

그중 ‘아카시아꽃’은 동요로 태어난 노래지만, 가곡이나 대중가요처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한소은 어린이가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그 나이대에만 표현할 수 있는 쓸쓸함이 잘 녹아 있다(이수인은 가곡 작곡에도 열심이었다. 2007~ 2020년까지 자택에서 동호인을 모아 월마다 ‘성산살롱음악회’를 열었고, ‘고음을 위한 이수인 서정가곡선’(2007)을 발간하기도 했다).

반주는 현악기들과 피아노·아코디언·기타로 구성된 코리아모던필 앙상블이 맡았다. ‘소라 목걸이’에서, 노래의 절반을 차지한 “랄랄랄 랄랄랄랄라”라는 의태어와 어우러지는 바이올린, 아코디언의 독주 부분이 즐거움을 더한다.

이수인은 1968년 서울중앙방송국(현 KBS) 어린이합창단의 지휘자가 되며 방송 프로그램에 필요한 동요들을 짓기 시작했다. 하여 과거에 태어난 노래들이지만, 곡마다 오늘날의 감각과 세련미를 갖췄다. 동요 프로그램 ‘누가 누가 잘하나’를 비롯해 ‘불후의 명곡’ ‘열린음악회’ 등의 가요 프로그램에서 편곡자로 활약하는 김은혜가 옛 동요에 오늘의 감각을 입혔다.

끝으로 고품질의 음반이다. 기술력을 동원해 96kHz 24bit의 음질을 갖췄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임용묵 아울로스미디어 대표가 맡았다. 2019년에 발매한 동요 전집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도 그의 기획작이다. 1924년에 태어난 윤극영(작곡가)의 ‘반달’부터 21세기의 동요 123곡을 4장의 CD에 담은 대작이었다. 음반이 출시되던 해(2019)에는 어린이날을 제정한 방정환(1899~1931) 탄생 120주년을 위한 기획들이 성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동문학가로 활동했기에 문학계에선 ‘정본 방정환 전집’을 내놓았는데, 음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도 보폭을 맞추며 잃어버린 동심 찾기에 한몫했다.

이수인은 소프라노 조수미에게 중요한 존재이다. 1968~2008년, 40년간 KBS어린이합창단과 ‘누가 누가 잘하나’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으니, 어린이들의 목소리에서 ‘꿈’과 가능성을 찾는 데 명수였다. ‘누가 누가 잘 하나’에 출연했던 초등학교 4학년생의 조수미도 이수인의 적극적인 추천과 조언으로 노래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수인이 생전에 남긴 말은 어린이에게 동요를 들려주고, 어른들이 ‘다시’ 들어야 할 명분을 심어준다. “동심은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다. 동요처럼 우리 세상이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송현민 편집장 사진 아울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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