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하는 다양한 오케스트라들,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루브르의 음악가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6월 10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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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내한을 앞둔 다양한 오케스트라들

오페라 오케스트라부터 체임버·시대악기 오케스트라까지, 서로 다른 매력

 

 

악기 구성에 따라 규모와 작품이 달라지는 것은 실내악만의 특권은 아니다. 오케스트라 역시 오페라·실내악·시대악기 등 어느 장르와 동거하느냐에 기능과 개성이 달라진다. 오케스트라의 개성은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1. 오페라+오케스트라

 

첫 내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반주’를 넘어, 명작을 ‘완주’한다

 

©Jonathan Tishler

뉴욕 센트럴파크 서쪽, 링컨 센터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명문 오페라 극장이다. 1883년, 지금의 브로드웨이에 설립된 후, 언제나 세계에서 주목받는 위상을 유지했다. 바그너의 제자였던 안톤 세이들(1850~1898) 초대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말러·토스카니니·브루노 발터 등이 이 오페라 하우스를 거쳐 갔다. 브로드웨이 건물에서 오페라 무대를 제작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1966년 좋은 무대 시설을 갖추어 개관한 링컨 센터로 이전했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제작된 여러 오페라의 수많은 미국 초연을 이 극장이 맡았으며, 세계 초연된 미국 작곡가 작품도 많다. 필립 글래스의 작품들과 탄둔, 존 코릴리아노와 윌리엄 호프만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세계 초연작만으로도 현재까지 100개가 넘는 오페라를 선보였다. 베르디·바그너·푸치니 등 오페라 명인들의 작품은 물론 바로크 오페라도 다수 공연했으니, 레퍼토리에는 부족함이 없다. 달리 말하면 1년간 극장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모든 공연 일정을 전담하는 것은 극장의 소속 관현악단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이다. 극장의 개관과 동시에 창단된 이 악단은 매년 스무 편에 가까운 오페라 작품을 최대 주 7회 공연으로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오페라만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1991년부터 매년 카네기홀에서 정기 공연을 선보여 왔으며, 이 역시 그들의 오페라 공연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음악감독 야닉 네제 세갱

최고의 오페라에서 지휘하는 기쁨

 

올해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카네기홀 정기 공연은 눈여겨볼 만하다. 바로 그 라인업과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첫 방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오페라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작품 연주에 의아할 수도 있지만, 2018년부터 메트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맡은 야닉 네제 세갱은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George Etheredge

2018/19 시즌부터 음악감독으로서 메트 오페라를 이끌고 있다. 처음 직책을 맡았을 때의 기억과, 이 악단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메트 오페라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영광이다. 140년을 넘어서는 유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 자신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자신이 사랑하는 의미를 찾아 남들과 공유하며 지내는 것이 삶이지 않은가. 나는 그 삶을 메트 오페라에서 찾았다.

긴 역사가 증명하듯,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이야기를 꺼내면 언제나 메트 오페라가 빠지지 않는다. 이번 첫 내한은 오페라가 아닌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로 이루어진 콘서트인데, 극이 없는 공연에서도 메트 오페라의 장점을 느낄 수 있을까?

메트 오페라가 세계 최고의 오페라 단체로 불리는 이유는 음악뿐만 아니라 행정과 준비 과정까지 모두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한국 데뷔 무대를 준비하며 우리의 강점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 동행하는 솔리스트를 선정할 때도 우리의 탁월함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고, 과거에 우리와 호흡을 맞추어 메트 오페라를 이해하고 있는 이들로 선정했다.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은 이에 잘 어울리고 많은 사랑을 받는 성악가들이다.

메트 오페라가 최고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어느 분야든, 최고의 위치에서 모두를 이끄는 단체는 혁신의 선구자가 되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메트 오페라도 혁신을 위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레퍼토리를 찾아 선보이는 데에 여러 노력을 들이고 있다. 음악감독·성악가·오케스트라, 그리고 이를 받쳐주는 여러 행정 담당자들이 ‘최고의 공연’이라는 단결된 목표에 헌신하기 때문에 메트 오페라가 지금의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연하고, 개방적이다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이름 그대로 오페라를 전문으로 하는 오케스트라이다. 일정 기간 동안 2~3시간씩 연주해야 하는 오페라 공연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교향곡 작품을 연주하는 콘서트 공연은 악단에 드문 기회이겠다.

실제로 오페라 악보를 익히기에도 시간이 빠듯하기에 브람스·차이콥스키·말러와 같은 위대한 작곡가의 교향곡을 연주할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는다. 이는 반대로 기회가 찾아오면 더 열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 말러의 환상적인 교향곡 5번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고, 오케스트라 역시 이에 활력을 내뿜고 있다.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외에도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를 맡았었고, 현재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는데,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페라 공연은 밤마다 매일 찾아온다. 그때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이며 가수와 함께 호흡하는데, 같은 작품이어도 공연마다 모두 다른 일이 일어난다. 매일 이어지는 무대 현장에 반응하는 예민한 감성은 오페라 오케스트라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은 이러한 빠른 반응과 유연성, 개방성을 가진 오케스트라에 매우 적합한 작품이다.

관현악 작품을 지휘할 때와 오페라 작품을 지휘할 때의 차이는 무엇인가?

페이스 조절이다. 작품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전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고, 두 가지 경우의 페이스를 다르게 관리한다.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이 인상적이다. 직업 성취에 이러한 성격의 영향이 있을까?

세상을 대할 때 당신이 언제나 기쁜 마음을 안고 있다면, 상대는 당신의 작업에 “NO”라고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태도를 가진 이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할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는 타인과 의견을 나누기에 가장 간단한 전략 중 하나이다. 부정적인 태도는 언제나 당신의 발목을 붙잡을 뿐이다.

 

최선의 프로그램을 들고 한국으로!

이번 내한 시 19일과 20일의 프로그램이 다른데, 첫날은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와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발췌), 그리고 콘서트 오페라로 버르토크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을 선보인다.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은 우리 오케스트라의 높은 수준을 첫인상으로 심어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악단의 폭넓은 음악 색채를 보여줄 수 있으며, 동시에 솔리스트가 매우 빛나는 걸작이다. 바그너와 드뷔시는 버르토크에게 큰 영향을 준 작곡가들이다.(‘푸른 수염 영주의 성’은 푸른 수염과 유디트 두 인물만 등장하는 1시간 남짓한 짧은 오페라이다.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 기법처럼 ‘피’를 상징하는 모티프가 반복되며, 조성도 무조성도 아닌 다조성을 사용하여 어둡고 침울한,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 낸다)

이튿날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의 빠르기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 지휘자 사이에서 흥미로운 논쟁거리이다. 이 악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러 5번 교향곡은 어느 지휘자든, 어느 악단이든 연주 자체가 큰 기쁨인 작품일 것이다. 말러의 본질이 담긴 작품이고, 언급한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가 가진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은 작품의 심장과 같다. 작곡가의 뿌리인 오스트리아와 연관된 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관현악곡이 마치 오페라처럼 완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은 엘리나 가랑차와 크리스티안 반 혼이 함께한다. 특히 엘리나 가랑차와는 2009년 ‘카르멘’ 공연을 함께하였는데, 그의 매력은 무엇인가?

가랑차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시대 최고의 메조소프라노이다. 그가 이룬 많은 업적과 경력은 그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역설한다. ‘카르멘’ 공연 후 그와 친밀한 관계를 쌓게 됐고,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빈의 쇤베른 궁전에서 빈 필하모닉과 함께 여름밤 콘서트에도 같이 연주했다.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의 유디트 역은 감정적인 힘과 뛰어난 가창 능력을 요하는데, 엘리나가 이를 보여줄 것이다.

 

야닉 네제 세갱(1975~) 2018/19 시즌부터 메트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되었다. 피아니스트로 경력을 시작하여 2009년 ‘카르멘’을 통해 오페라 지휘자로 데뷔했다. 2008~2018년 로테르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역임했고, 2012년부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협연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

오페라는 인간의 본성을 담는 거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일하는 방식에 가랑차는 “매우 빠르고 직관적이라서 좋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은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많은 국내 팬들이 기다려온 가랑차와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야닉 네제 세갱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2009년 ‘카르멘’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들었다. 그를 어떤 지휘자라고 생각하는가?

성악가들의 목소리를 뛰어나게 이해하는 지휘자로, 함께 작업하면 모든 것이 수월해지도록 만든다. 그가 성악가의 노래와 숨을 주의 깊게 들으며, 상호 간의 이해를 안고 무대에 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함께 공연하면 언제나 즐겁기에, 이번 공연을 정말 기대하고 있다.

‘푸른 수염 영주의 성’의 유디트 역은 사랑과 공포 사이를 오가는 인물로, 그의 행적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나 가스라이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유디트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유디트의 행적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그가 푸른 수염 영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진실에 다가서며 느끼는 불안을 모두 표현해야 한다. 내게 유디트는 신뢰와 호기심 사이를 긴장감 있게 오가야 하는 여정이다. 감정적 혼란과 내부 갈등을 잘 표현하고, 유디트가 가진 취약성이 극이 진행되는 동안 청중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페라 가수로서, 오늘날의 청중에게 오페라가 어떤 중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오페라는 단순히 음악이 더해진 극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이를 통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볼 수 있다. 오페라를 직접 관람하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인생·사랑·시기·복수·열정. 오페라는 이 모든 주제를 다루어 누구에게나 성큼 다가간다.

새로운 배역을 맡을 때 작품의 인물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우선 인물의 배경·동기·특이 사항 등 인물에 관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작품의 시대적 맥락을 파헤치거나, 작곡가의 의도를 연구하고, 다른 성악가가 그 배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소화했는지 연구한다.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말이다. 그리고 맞춰진 퍼즐은 생생하게 무대 위에 오르게 된다.

평소 이런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남편이자 지휘자인 카렐 마크 치촌(1971~)과 나누는가? 음악가와 함께 살며 서로의 음악성을 더하는지 궁금하다.

전혀!(웃음) 식탁에서 업무 관련 주제는 금기어이다.

마지막으로 메트 오페라 무대에 서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전해달라.

당신의 테크닉을 갈고닦고, 여러 음반을 듣고, 음악 양식에 관련된 책을 읽고, 역할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라. 젊은 음악가라면 필시 무대 경험에 목마를 것이다. 그렇지만 무대에 올라서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는 공을 들여야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더 이상 그것에 시간을 쏟을 수 없다. 빈약한 기본기로 활동하는 것은 젊은 성악가에겐 언제나 독이 된다. 지금은 그 기본기를 채우기에 완벽한 시기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충실히 임하는 것, 이를 잊지 말기 바란다.

이의정 기자 사진 롯데문화재단

 

엘리나 가랑차(1976~) 2008년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시나로 메트 오페라에 데뷔했으며, ‘파우스트의 겁벌’ ‘삼손과 델릴라’ ‘장미의 기사’ ‘로베르토 데브뢰’ ‘카르멘’ ‘티투스 황제의 자비’ 등으로 메트 오페라 무대에 올랐다. 마이닝엔·프랑크푸르트 국립극장 등에서 활동했으며, 로열 오페라·잘츠부르크 페스티벌·바이에른 오페라 무대에도 출연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야닉 네제 세갱/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6월 19일 롯데콘서트홀(협연 엘리나 가랑차·크리스티안 반 혼)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드뷔시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버르토크 ‘푸른 수염 영주의 성’

6월 20일 롯데콘서트홀(협연 리제트 오로페사)

몽고메리 ‘모두를 위한 찬송가’, 모차르트 아리아 중 2곡 K583·K70, 말러 교향곡 5번

 


 

2. 체임버+오케스트라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넓고 깊은 소리를 품은 ‘작은’ 공동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정의는 우선, 단원의 수를 기준으로 한다. 기존 교향악단이 큰 편성의 작품을 다루기 위한 몸집을 갖추고 있다면, 바로크나 고전의 레퍼토리를 소화하기 적합한 20~30명의 단원을 갖추고 있을 때 ‘체임버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이 붙는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나 고전시대의 작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이들은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유연하게 적응한다. 큰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 혹은 극장에 소속되어야 기존 교향악단과 달리, 대부분 민간의 형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등장한다. 비교적 작은 단원의 수이기에, 연주 투어를 위한 기동성도 좋은 편이다. 다수의 음반 목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다.

이들의 창단에는 대부분 특별한 계기와 역사에 따른 목적성이 존재한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특정 레퍼토리에 대한 전문화, 혹은 유명 지휘자와의 긴 인연을 계기로 성장한다. 혹은 지휘자의 리더십 없이, 연주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한 실내악적 연주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나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이 그 예다. 유럽에는 전통과 혁신 속에 각 지명을 딴 다수의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활발히 활동한다. 그중 오는 6월에는 오케스트라 드 챔버 드 파리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협연으로 내한(12일 롯데콘서트홀, 13일 춘천문화예술회관, 14일 고양아람누리)하며,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도 윤홍천·신지아 협연(20일 울산 현대예술관, 21일 천안예술의전당, 22일 강동아트센터, 23일 통영국제음악당)을 앞세워 한국 공연을 갖는다.

무엇보다 6월 한국을 찾는 또 하나의 단체,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특별함을 품은 체임버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1956년에 창단된 이 단체는 빈 출신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볼프강 슈나이더한, 스위스의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바움가르트너에 의해 하프시코드와 함께 하는 현악 오케스트라로 형태를 갖췄다. 일찌감치 다양한 장르에 거침없이 도전해 온 이들은 최근 소니 클래식스에서 12세기부터 현시대까지의 여성 작곡가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을 녹음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에서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투어의 동반자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Performance information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지휘 및 협연 루돌프 부흐빈더)

6월 26·30일(예술의전당), 29일(부산문화회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5번

 

 

예술감독 다니엘 도즈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비결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페스티벌을 자신들의 본거지로 두고 있다는 점. 루체른에서의 일부 일정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를 돌며 연간 40회에 가까운 투어 일정을 소화한다.

 

©Fabrice Umiglia

지난 3월, 양인모와의 협연 공연에 이어 또 한 번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해외 투어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클래식 음악을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루체른에서 교향악 및 실내악 연주 시리즈를 가질 때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즌은 투어를 하며 보낸다. 시즌에 따라 최대 40개의 공연을 하며, 대부분 해외 투어다.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는 규모가 작은 대신, 음악적으로 더 섬세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와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적 차이가 있나?

우리의 레퍼토리는 기존 교향악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루돌프 부흐빈더와 함께 연주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휘자 없는 우리의 연주 방식이, 조금 더 역동적이라고 생각한다. 교향악단보다 더 적은 수의 현악기 단원들이 연주하는데, 이는 목관 악기와의 음향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악기 단원들이 더 넓은 표현의 범위를 소화하게 됨을 의미한다. 지휘자가 없는 연주는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며, 더 명확한 앙상블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지휘자가 없는 체제는 2012년, 본인이 예술 감독을 맡으며 생긴 변화다.

오히려 창단 당시, 단체를 만든 루돌프 바움가르트너와 볼프강 슈나이더한 밑에서 공연을 했을 때와 유사한 형태다. 이 작업 방식이 있었기에,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오늘날 공연계에서 매력적이며 흥미로운 실내악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예술감독을 맡으며 레퍼토리의 확장도 꾀했다. 3월 한국에서 선보였던 모차르트 교향곡 41번이나, 6월에 선보일 루돌프 부흐빈더와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도 이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오케스트라로서 우리 단체를 재정의했고, 음악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길을 열었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현악 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레퍼토리 확장에 따라 객원 연주자가 필요할 텐데 어떻게 운용하고 있나?

현재 핵심을 이루고 있는 현악 단원들과 정기적으로 함께 해온 관악·타악 객원 연주자를 보유하고 있다. 여러 음악적 도전에 참여하며 함께 작업해 온 이들이다. 본질적으로는 이들을 모두 확장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로 생각한다.

지휘자가 없는 리허설 모습이 궁금하다.

리허설 진행을 이끌고, 해석을 통해 음악적인 내용을 내가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발언권은 모두가 가지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의견을 내는 모습이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해석을 다듬고 융합해 나가는 것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강점이 된다.

2012년부터 10년 넘게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예술 감독을 맡아 왔다.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어떤 점에 매료된 건가?

오케스트라와 나의 인연은 오래됐다. 2000년부터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악장이었으며, 내 스승인 구나르 라르센스 또한 오랜 시간 이 악단의 악장이었다. 우리에겐 연주에 대한 열정과 음악에 대한 헌신이 늘 있었고, 이게 우리만의 특별함을 만든다. 여러 해를 지나며 변화와 진화를 거쳤고, 레퍼토리는 확장됐으며, 시대에 발 맞춰 우리의 감각 또한 변해왔다. 이는 내가 체임버 오케스트라에 매료된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6월에 한국에서 선보일 루돌프 부흐빈더와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은 이미 2019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바 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와의 연주에서 가장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

부흐빈더의 베토벤 연주가 주는 영감은 무척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면에서 그의 해석이 가진 명확성을 꼽고 싶다. 그의 베토벤은 맑은 계곡 같고, 신선하며, 생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부흐빈더와 예술적 관계를 맺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풍부한 경험과 음악적 ‘지혜’를 가진 음악가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과 존경심은 모두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허서현 기자 사진 빈체로

 

다니엘 도즈(1971~) 호주계 중국인으로 다수의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이어왔다. 2000년부터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악장을, 2012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았다. 루체른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재단에서 대여한 171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한다.

 


 

3. 시대악기+오케스트라

 

루브르의 음악가들

바로크 악기만의 ‘음색’이 우리의 무기

 

이름 하여 ‘고음악 단체’가 되려면,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었다. 우선은 바로크 악기 사용이다. 거트 현(악기용 창자실)을 사용하며 비브라토는 없이 연주하는 현악기나 개량된 밸브가 없는 관악기가 그것이다. 이들을 이끄는 수장은 오로지 18세기 이전의 음악에 천착하여 그간 발견되지 못한 원전의 악보를 세상에 소개해야 했으며, 뛰어난 해석가이자 연구가로서의 덕목을 갖춰야 했다. 이 연주 방식을 ‘정격 연주’ 혹은 ‘원전 연주’, 혹은 ‘역사주의 연주’ 중 어떤 용어로 부르는 것이 적합할지 논의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즈음 시대악기 단체들은 지역별 레퍼토리에 특화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오케스트라는 비발디를, 프랑스에서 피를 물려받은 이들은 라모와 륄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식이었다.

이 흐름으로부터도 시간이 더 흘렀다. 오늘 소개할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는 이 흐름을 이어받았지만, 조금 더 새롭다. 마크 민코프스키가 이끄는 프랑스의 시대악기 오케스트라 ‘루브르의 음악가들(Les Musiciens d Louvre)’이다. 이들은 시대악기를 사용하지만, 바로크 음악만을 연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악기 특유의 음색으로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 심지어 베를리오즈나 바그너의 음악까지 섭렵한다. 이제 시대악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레퍼토리에 대한 제약이 아니라, 특별한 음색이라는 오케스트라만의 무기가 됐다.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폭넓은 레퍼토리는 민코프스키의 활동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1982년, 그가 열아홉의 바수니스트였을 당시 창단한 이 단체는 창단 초기 헨델과 퍼셀, 그리고 륄리와 라모 등의 바로크 음악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민코프스키는 루브르의 음악가들과의 성공 이후, 프랑스 보르도 오페라의 극장장을 역임하는 등 유럽의 오페라 신을 활발히 오가는 지휘자로 자리 잡았다. 그는 “바로크 전문가라는 말은 내게 이제 어울리지 않는다. 그건 20년 전의 이야기”라며 자신의 영역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2013년과 2016년에 이어 오는 6월,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세 번째 내한을 앞두고 있다. 2013년에는 라모와 글뤼크의 작품으로 강렬한 인상을, 2016년에는 멘델스존과 슈베르트 등의 작품까지 선보이며 그 역량을 인정받았던 이들은 이번 내한에서 모차르트의 작품을 중심에 두고 공연을 펼친다. 무엇보다 지난 2023년, 민코프스키가 베르사유 왕립 오페라에서 모차르트의 ‘다 폰테’ 3부작(피가로의 결혼·돈 조반니·코지 판 투테)을 지휘하며 모차르트 오페라에 대한 호평을 받은 바, 그의 해석에 궁금증이 이는 때이기도 하다.

 

Performance information

마크 민코프스키/루브르의 음악가들

6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교향곡 41번,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6월 15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모차르트 교향곡 39·40·41번)

6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오페라 및 콘서트 아리아 외)

 

 

예술감독 마크 민코프스키

가장 뛰어난 표현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를 추구한다

 

©Benjamin Chelly

내한을 앞둔 그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오페라 신에서의 활약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의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오전 리허설을 막 끝낸 후였다. 시종일관 ‘시대악기’스러움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진취적인 답변이 이어졌다.

 

루브르의 음악가들과 함께 하는 세 번째 내한이다. 여러 오페라 극장 및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만, 이들과의 연주는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41년 전에 창립한 이 오케스트라와는 분명 특별한 관계이긴 하나, 세계의 어떤 오케스트라든 내겐 특별하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곧 있으면 일본 도쿄에서도 오케스트라를 만나게 된다.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오랜 세월 함께 해왔지만 계속 변화하는 단체다. 다양한 연령대의 음악가들이 새롭게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이면서도 동시에 젊은 단체다.

이 단체를 창단했을 때, 본인의 나이는 불과 열아홉 살이었다.

당시에 나는 오케스트라를 정말 지휘하고 싶은 ‘어린 바순 연주자’였다. 18세기의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앙상블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하던 동료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하나의 취미 생활처럼 시작한 것 같다. 연주자의 선정 기준은 ‘얼마나 역동적인 연주를 하는가’였다. 이 기준은 현재의 오케스트라 단원 선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후 더 많은 지휘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이 ‘취미 생활’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니게 되었다. 지금은 내게 도전 거리를 주는 과제로 남아있다. 연륜이 생길수록, 무대 위에서 전날의 나보다 항상 나아질 수 있느냐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정의하는 여러 단어가 있다. ‘고음악’ ‘시대연주’ ‘바로크 악기의 사용’과 같은 표현이다. 이중에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단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그중에서는 고를 수 있는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표현력이 좋은 오케스트라’라고 답하고 싶은데, 거만하게 들리려나.(웃음) 18·19세기의 악기를 사용하는 것은 작곡가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마치 화가가 색감을 잘 살리기 위해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랄까. 그러나 고증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가이다. 작곡가는 음악적 풍경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위해 음악을 작곡하고, 청중에게도 이것이 들려야 한다. 지휘자로서 내가 할 일은 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고, 음악가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39·40·41번을 연주한다. 레퍼토리 구성에는 어떤 의도가 있나.

이 세 작품을 함께 연주할 때 느껴지는 연결성이 있다. 모차르트가 이 작품을 같이 연주하길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연달아 연주하는 건 의미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언어가 없는 오페라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해 베르사유 왕립 오페라에서 모차르트의 ‘다 폰테 3부작’을 선보였다.

정말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곧 영상물로도 발매될 것이다. 세 개의 오페라를 연달아 공연함으로써, 오페라가 가진 독특한 형식에 주목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 프로덕션을 선보이면 좋겠다! 무대 장치들이 비교적 가벼운 것들이어서 비행기나 배로 운송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한국의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해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오페라 작업을 거치며 모차르트에 대한 해석이 더욱 깊어졌을 것 같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속에서는 인간적인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솔로 악기인 오보에나 플루트에 자신만의 분위기를 투영했고, 그 순간에 만들어지는 음악은 정말 강렬하다. 많은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지휘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모차르트를 매일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들려주는 프랑스 레퍼토리를 기대한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프랑스 레퍼토리들에 대한 음악적 이야기를 남겨준다면.

물론 루브르의 음악가들과 많은 프랑스 레퍼토리를 연주해 왔다. 라모·륄리·글루크와 같은 프랑스 음악가들은 모두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을 묻는다면 ‘춤’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다. 프랑스 음악에는 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많다. 그러나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이미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스로를 프랑스인이라고 규정하지 않으며, 나 또한 혼혈로 태어나 프랑스에서의 성장을 겪었을 뿐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과 유럽의 즐거운 문화적 만남이 발생하길 바란다. 특별한 앙코르도 준비할 계획이니 기대해 주길!

허서현 기자 사진 아트센터인천

 

마크 민코프스키(1962~) 1982년, 바로크 시대의 당대 연주를 선보이는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창단했고, 프랑스 레퍼토리와 헨델을 선보이며 성장했다. 이후 유럽의 오페라 극장과 오케스트라를 거치며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2016~2021년 프랑스 보르도 오페라 극장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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