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먼 레브레히트 칼럼, 스타의 뒤를 바짝 쫓는 유망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6월 3일 9:00 오전

노먼레브레히트칼럼 | SINCE 2012

영국의 평론가가 보내온 세계 음악계 동향

 

 

스타의 뒤를 바짝 쫓는 유망주

핀란드 지휘자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짜배기는 누구?

 

클라우스 메켈레 ©Eduardus Lee

 

 

오늘날 오케스트라 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느린 악장에서 틱톡 클립을 촬영하는 관객의 스마트폰 버튼 소리도, 급여에 다양성·포용성·형평성을 주장하는 CEO들의 용쓰는 소리도 아니다. 공연장의 진정 중대한 뉴스는 바로 이름에 움라우트(알파벳 모음 위에 붙는 표시)가 두 개나 붙는 키다리 핀란드인이 28세의 나이로 세계 최정상 두 곳을 포함한 주요 오케스트라 네 곳의 수장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핀란드는 어떻게 지휘 강국이 되었을까?

 

 

 

메켈레가 과연 검증된 지휘자인가

지휘자이자 첼리스트인 클라우스 메켈레(1996~)는 6년 전 오슬로 필하모닉, 4년 전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직을 맡았으며, 2022년에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선임되고 또 지난 4월 시카고 심포니와도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며 차기 음악감독 자리에 앉았다. 하늘을 날 듯 기쁘겠지만 이 껑충한 지휘자가 500여 명이나 되는 음악가들의 이름을 외우고, 이들과 함께 작업하기 위해 투어를 하며 수많은 교향악을 배우느라 고생할 게 뻔하다. 다르게 말하자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래로 가장 많은 타이틀을 보유한 이 핀란드인은 개인이 달성한 중대한 공식 업적이 아직 없다.

데카 레이블로 나온 그의 시벨리우스, 스트라빈스키 음반은 군데군데 미숙하거나 아니면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의문을 자아낸다. 공연 실황은 어쩌면 더 나을 수 있겠으나, 잠재력은 실질적인 결과물에 비해 과평가되어 있다. 넷이나 되는 오케스트라가 손잡고 같은 주식에 투자한 게 아니라면, 어쩌다 자신들의 미래를 이 청년에게 맡겼는지 미스터리이다. 근래 지휘계의 우량주는 푸른 십자 국기를 펄럭이는 핀란드라는 국가이다.

 

핀란드는 왜 지휘 교습소가 됐나?

관련한 모든 정보를 나열하며 지루하게 설명할 생각은 없고, 열댓 명 정도의 이름만 대보겠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음악감독 에사 페카 살로넨(1958~), BBC 심포니에서 달리아 스타세브스카(1984~)와 함께 핀란드인 다수를 이끌고 있는 사카리 오라모(1965~),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의 안나 마리아 헬싱(1971~), 맨체스터 BBC 필하모닉의 욘 스토르고르스(1963~), 십 년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통솔 중인 미코 프랑크(1979~).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 ©Marco Borggreve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혁신한 오스모 벤스케(1953~), 핀란드 내셔널 오페라의 수장이며 리스본과 라티(Lahti)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한누 린투(1967~), 미국 대형 악단과 조율 중인 수자나 말키(1969~), 지난 여름 바이로이트에서 ‘니벨룽의 반지’를 지휘한 피에타리 잉키넨(1980~), 헬싱키 필하모닉의 수장 유카 페카 사라스테(1956~), 아이슬란드와 이탈리아의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는 에바 올리카이넨(1982~),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1985~)까지. 스코틀랜드와 비슷하게 인구가 550만 명뿐인 핀란드는 이외에도 수많은 지휘자를 배출했다(스코틀랜드 출신 지휘자 이름을 두 명 이상 댈 수 있겠는가?).

핀란드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살로넨은 우아함을 뽐내며 전용 제트기를 타고, 벤스케는 미국 모터사이클 클럽인 헬스 엔젤스와 함께 오토바이를 탄다. 38세의 로우발리는 근황을 묻는 BBC 라디오 3 진행자에게 방금 숲에서 멧돼지를 잡아와 페스토 소스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라 답했다. 재즈 음악가와 결혼한 스타세브스카는 우크라이나에서 구호 임무를 수행 중이다.

핀란드인이 공통적으로 지닌 것은 스승, 문화, 에이전트이다. 이들의 지휘 스승인 요르마 파눌라(1930~)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적 능력보다 리더십에 집중하여 10대들을 선별한다. 비올리스트일 때는 오케이 사인을 받고 넘어가더라도, 지휘자일 때는 이겨내거나, 나가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 입 대신 손을 쓰라며 파눌라는 고함친다. 올해 93세인 그는 불퉁한 호통 대신 이따금 인정의 헛기침을 하기도 한다.

파눌라의 방식은 가장 좋은 순간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 핀란드인과 잘 맞았다. 핀란드인은 휴대전화를 발명했지만 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강건한 고립주의를 길러냈다. 치른 전쟁은 러시아와 두 번, 언어는 에스토니아어 말고 유사한 구석도 없는 말을 쓰는 게 핀란드이다. 고립과 자족은 지휘자의 필수 덕목이다. 그의 제자 중 절반 이상이 에이전시 해리슨패럿 소속으로 함께 관리를 받고 있다.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 갈 지휘자들

타르모 펠토코스키 ©Romain Alcaraz

메켈레는 이 중에서도 가장 기다란 새싹이다. 팔순을 앞둔 해리슨패럿의 창립자 제스퍼 패럿은 눈물을 글썽이며 메켈레야말로 전 세계가 기다려 온 인물이라 말한다. 이 청년은 사회적 품위, 카메라에 대한 감각, 사적인 위험을 무릅쓰는 욕망을 가졌다. 8년이나 선배인 대담한 중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유자 왕과의 열애는 그녀의 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두 사람은 서로의 부모님과 만나고, 커플 캐리어를 끌고 다녔다. 그리고 14개월 뒤 이들의 결별 소식으로 인해 오케스트라들은 정신없이 4년 치 협연 일정을 조정해 댔다. 부루퉁한 유자와 달리 속내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장착한 모습을 보면, 공인으로서 메켈레가 세 발은 더 앞서 있다.

메켈레의 공식 계획은 우선 다음 몇 년간 오슬로와 파리를 오가면서 긴장을 풀고, 시카고로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2027년쯤엔 후광이 사라질 수도 있고, 만약 바람의 도시 시카고를 실망하게 하면 하늘을 찌르던 인기 역시 마에스트로를 도와줄 순 없을 것이다. 일부 음악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잘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잘하는 건 아니다. 리허설과 공연에 있어서는 로우발리가 더 철두철미하다. 그는 코펜하겐 필하모닉과 예테보리 심포니를 거치며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야말로 세계 최정상에 오를 다음 주자이다.

더욱 유망한 인물인 타르모 펠토코스키(2000~)는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태어나 최고의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한 최연소 지휘자이다. 핀란드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펠토코스키는 파눌라로부터 개인 강습을 받았으며, 22세의 나이로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모두 지휘하고 빌뉴스, 브레멘, 툴루즈의 오케스트라 수장 자리를 꿰찼다.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세 곡이 포함된, 올 5월 DG에서 발매된 그의 데뷔 음반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명료하고 역동성이 넘친다. 펠토코스키는 낡은 음악을 새롭게 바꿀 힘과 진정한 마에스트로의 상을 갖췄다. 게다가 유자 왕과 즐겁게 피아노 연탄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지휘계의 미래는 밝아 보이고, 미래는 핀란드를 바라보고 있다.

번역 evener

 


 

노먼 레브레히트 칼럼의 영어 원문을 함께 제공합니다

본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he biggest noise to be heard in orchestral music is not the click and whirr of audience smartphones shooting Tiktok clips in the slow movement. Nor is it the straining of CEOs shoving diversity, inclusion and equity monitors onto the payroll. No, folks, the really big noise in symphony halls is a beanpole Finn with two umlauts in his name who finds himself, aged 28, at the head of four major orchestras, two of them world-beaters. Now how the Helsinki did that happen?

Klaus Mäkelä is a conductor and a cellist. Six years ago, he was hired as music director by the Oslo Philharmonic, two years he added the Orchestre de Paris and in 2022 the Royal Concertgebouw of Amsterdam. Last month, the Chicago Symphony Orchestra inked his name on a million-plus dollar contract. Even if he could walk on water, lanky Klaus would have trouble remembering the names of 500 musicians at his command let alone the plethora of symphonies he must learn to keep them all in work, on tour and keen to play. Put another way: this Finn has more titles than anyone since Herbert von Karajan and he has yet to put a significant personal score on the board.

His Decca recordings of Sibelius and Stravinsky are unconvincing – ceviche in patches, if not totally raw. His live concerts are perhaps more exciting but the potential is priced above the tangible product. How four fine orchestras put their future in such soft hands is a mystery, unless they all bought into the same brand. The dominant brand in batons these days flies a blue-cross Finnish flag.

I won’t bore you with a catalogue aria: a dozen names will suffice. Esa-Pekka Salonen, 65, is at the San Francisco Symphony. Sakari Oramo, 58, heads a pack of Finns at the BBC, along with Dalia Stasevska, Anna-Maria Helsing at the BBC Concert Orchestra and John Storgards at the BBC Philharmonic in Manchester. Mikko Franck, 45, has presided at Radio France for ten years.

Osmo Vänskä, 71, transformed the Minnesota Orchestra. Hannu Lintu, 56, head of Finnish National Opera, also leads orchestras in Lisbon and Lahti. Susannah Malkki, 55, is in line for a big US band. Pietari Inkinen, 44, conducted Bayreuth’s Ring last summer. Jukka-Pekka Saraste, 68, is chief of the Helsinki Philharmonic. Eva Ollikainen, 42, directs orchestras in Iceland and Italy. Santtu-Matias Rouvali is music director of the Philharmonia Orchestra in London. And more. From a country with a population the size of Scotland’s (go on, name two Scottish conductors).

Finns come in many forms. Salonen is the acme of jet-set sophistication. Vänskä goes biking with Hell’s Angels. Rouvali, 38, told a Radio 3 presenter who asked what his day was like that he had just killed a boar in the forest and was preparing it for dinner with pesto sauce. Stasevska, who married a jazz musician, runs mercy missions into Ukraine.

What the Finns have in common is a teacher, a culture and an agent. Their professor of conducting was Jorma Panula, a man who scanned teens in the Sibelius Academy orchestra less for musical ability than for leadership qualities. A violist would get a nod and a baton: beat or drop out. Use your hands, yelled Panula, not words. Panula, now 93, modified monosyllabic truculence with an occasional grunt of approval. His method chimed well with Finns, who are phlegmatic at the best of times. Finns invented mobile phones and hardly use them. Two wars with Russia and a language that has no close relations except Estonian have bred a hardy isolationism. Remoteness and self-sufficiency are key components in a conductor. More than half of Panula’s graduates share the same management at HarrisonParrott.

Mäkelä, though, is the tallest shoot in the pack. The agency’s founder Jasper Parrott, pushing 80, speaks of him with tears in eyes as the one the world has waited for. The young man has social graces, an eye for the camera and an appetite for personal risk. A love affair with the flamboyant Chinese-US pianist Yuja Wang, eight years his senior, was lived out in phone images on her social media. Each met the other’s parents. They wheeled identical cabin bags. Then, after 14 months, their breakup had orchestras frantically unscrambling four years of joint dates. As Yuja sulked, Mäkelä wore a feline smile. He had jumped three rungs on the celebrity scale.

Mäkelä’s stated plan is to wind down Oslo and Paris over the next couple of years while gearing up for Chicago. There is, of course, a calculated risk that the gloss will wear off by 2027; all the hype in the world will not help a maestro who shortchanges the windy city. He’s good, say some musicians, but not that good. Rouvali, in rehearsal and concert, is more penetrative. Rouvali’s trajectory, via Copenhagen and Gothenburg, has been discreet. He is next in line for one of the world summits.

Even more promising is Tarmo Peltokoski, born at the turn of the century and the youngest baton ever to be signed by the elite Deutsche Grammophon label. The son of a Finnish-Philippine couple and a private student of Panula’s, Peltokoski conducted a full Ring cycle at 22 and went on to head orchestras in Vilnius, Bremen and Toulouse. His debut DG recording of the last three Mozart symphonies, due for release this month, positively explodes with clarity and vitality. Peltokoski has the power to turn old music into new, the mark of a true maestro. He also plays four-hand piano for fun with Yuja Wang. The future of conducting is looking brighter. The future is looking Finnish.

 

노먼 레브레히트 영국의 음악·문화 평론가이자 소설가. ‘텔레그래프’지, ‘스탠더즈’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블로그(www.slippedisc.com)를 통해 음악계 뉴스를 발 빠르게 전한다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