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GRATULATION
심포니 송 예술감독 함신익
미래의 음악가를 위한 마중물이 되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민간 오케스트라가 걸어온 길 & 포부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그는 5월 10일 중국 청두(쓰촨성의 수도)를 다녀온 이야기로 운을 떼었다. 2006년부터 중국에서 연주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에 쓰촨성문화예술센터 개관 기념 연주회에 초청받아 쓰촨교향악단과 공연했다는 소식이었다.
연주 후 그곳 단원에게 받았다는 영문 메시지도 보여주었다. “정말 놀라운 공연이었다. 우리는 마에스트로와 연주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 신중함, 멘탈 아우라를 느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함신익은 “‘멘탈 아우라’가 무슨 의미인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강렬한 인상을 받은 듯하다”라며 껄껄 웃었다.
혓바늘이 돋을 정도로 치열하게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다는 말에서, 해외의 악단과도 열정적인 그가 자신의 악단인 심포니 송엔 얼마나 더 열정적일지 예상할 수 있었다. 함신익은 대전시향(2001~2006)과 KBS교향악단(2010~2012)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후 2014년 ‘함신익과 심포니 송(이하 심포니 송)’을 창단했다. 기회가 필요한 젊은 유망 연주자를 단원을 선발하고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독특한 악단이었다. 심포니 송(S.O.N.G.)이라는 이름(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오케스트라를 표방한다는 악단의 정체성이 담겨 있었다.
‘연주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이 악단이 벌써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심포니 송의 시작을 묻자, 함신익은 아무래도 자기 DNA엔 개척자 정신이 있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간 심포니 송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책장에 악보와 책이 빼곡히 놓인 사무실에는 은은한 커피 향이 맴돌고 있었다.
10주년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음악들을 연주하며
심포니 송 창단 10주년을 축하한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2014년에 첫발을 뗀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게으를 수 없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그대로 멈추기 때문이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고 뛸수록 그 차이가 아주 분명하고 선명하게 눈에 보였다. 그렇게 10주년을 맞았으니 정말 감사하고 기적 같다. 오케스트라는 2014년에 만들어졌지만, 사실 심포니 송을 구상한 건 훨씬 이전이다. 저서 ‘다락방의 베토벤’(2003)에도 ‘심포니 송’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러니 심포니 송은 내 마음속에선 창단 20년을 맞은 셈이기도 하다.
창단 연주회는 2014년 8월이었는데(예술의전당), 10주년 기념공연을 지난 5월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2014년 8월에 창단 연주회를 열었을 뿐, 3월에 이사회를 구성해 5월에 정식 창단했다. 그렇기에 내게 5월은 더욱 뜻깊은 달이다. 대관 신청을 하는데, 마침 5월에 자리가 있었다. 5월에 10주년 창단 기념연주회를 준비하라는 하늘의 뜻처럼 느껴졌다.
특별한 공연이니만큼 프로그램 선정에도 고심했을 것 같다. 1부와 2부의 말러가 눈에 띄는데, 프로그램의 의미는 무엇인가?
단원들을 위한 선물처럼 준비한 곡이다. 1부엔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와 베토벤 아리아 ‘아! 못 믿을 사랑이여’를, 2부엔 말러 교향곡 4번을 준비했다. 말러의 작품은 단원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향곡 4번은 단원 한 명 한 명의 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10주년이니 만큼 심포니 송 단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곡했다.
6월 공연의 부제는 ‘브람스 페스티벌’이다. 브람스 작품 중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을 선보인다.
나는 아직도, 브람스의 악보만 만져도 가슴이 떨린다. 봐도 봐도 새로운 점이 나오기 때문에 항상 공부해야 하고, 그래서 심포니 송은 매년 ‘브람스 페스티벌’을 준비한다. 특히 6월 공연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었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고, 김다미(바이올린)가 바이올린·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을 추천했다. 청중에게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심포니 송의 성격과도 잘 맞아, 나도 그에 맞춰 세레나데 1번을 골랐다. 두 곡 모두 자주 연주되지 않지만, 아주 아름다운 곡이다.
오직 실력으로만 다진 입지와 운영 방식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의 결심이 궁금하다.
유학 시절, 오케스트라와 지휘를 맞춰볼 기회가 필요해 직접 학생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4년간 운영했다. 아스펜 여름음악캠프에 초청받을 때도 그곳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의 DNA엔 개척자 기질이 있다. 미국엔 ‘뉴 월드 심포니’라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학업을 마친 연주자들을 선발해 2년간 프로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곳에서 실력을 쌓은 뒤 원하는 곳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주 경력을 쌓기 위해 아무 오케스트라에나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니까. 마찬가지로, 나는 한국에도 그런 역할을 할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심포니 송’을 창단했다. 우리는 단원들이 최대 5년까지 활동할 수 있다. 함께 하는 동안 되도록 심오한 레퍼토리를 다루고,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물론 잘 성장한 단원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면 나도 아쉽지만, 그래도 이것이 우리의 취지이자 목표다.
연주 경험 외에, 심포니 송의 단원들이 얻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녹슬지 않는 실력과 음악을 향한 열정이다! 나는 단원들의 성장을 위해, 매년 모든 단원과 1대 1 코칭 시간을 마련한다. 단원이 자신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그들 연주를 분석한다. 이는 절대 단원의 성적을 매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 훌륭한 예술가가 되고,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해 심포니 송에 머무르는 일이 없도록 돕고자 함이다. 예전에 “선생님, 제 연주 좀 듣고 평 좀 해주세요”라며 매일 같이 나를 찾던 단원이 있었다. 그 단원은 지금 자신이 원하는 악단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민간 오케스트라인 만큼 후원과 자금 운용에 고민이 많았을 텐데, 심포니 송을 10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특별한 홍보 전략이 있는가?
연주 실력이다. 연주회를 마치면, 관객과 후원자들에게서 곧이어 다음 연주회를 제안받았다. 우리의 연주가 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의미다. 심포니 송의 공연에선 모든 연주자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렇기에 모든 인원이 적극적으로 연주에 참여한다. 우리 연주회를 다녀간 사람들이 “심포니 송은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라고 말하는데, 우리들의 그런 열정이 연주에서 느껴진 게 아닐까. 지난 10년간 오롯이 우리의 실력으로 입지를 다져왔다면, 앞으로는 더 전문적인 방법을 통해 심포니 송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전 국민이 심포니 송을 알게 되는 그날까지!
심포니 송이 바라보는 곳
심포니 송과 함께한, 잊지 못할 애환의 순간은 언제인가.
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전하는 ‘더 윙’ 프로젝트가 정말 보람찼다. 공원같은 노상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천 명이 모여든 적도 있었다. 관객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쁘다. 클래식 음악 공연도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의 장벽을 낮추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코로나가 막 유행했을 시절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오케스트라 공연이 계속 취소될지라도 심포니 송은 단 하나의 공연도 취소하지 않았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면 바로 다음 날 연습실에 나와 연습하기도 했으니. 그땐 후원도 줄고, 티켓도 팔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지만, 잘 버텼다. 우리에겐 우리만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특정 기업의 후원이나 국가사업에만 매달려 기금을 운용했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심포니 송의 다음 10년 계획을 귀띔해 줄 수 있나?
언제나, 더 훌륭한 연주를 할 것이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때인 만큼 여러 계획을 하고 있다. 더 탄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사무국을 안정화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단원들이 성장하고 자극받을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 코로나로 인해 무산됐던 해외 연주 재개 등도 생각 중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심포니 송 전용 홀을 짓고 싶다. 지금은 자체 연습 시설이 없기에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우리만의 홀에서 우리가 마음껏 연습하고 공연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예술감독·지휘자로서의 신념은 무엇인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다. 나는 단원들에게 항상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연주자도 아니다. 우리는 예술가다”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전부를 전달하는 일에 고생을 감수하는 이들이며, 나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지휘자 함신익’이 ‘음악에 진심인 사람,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심포니 송의 전체명은 ‘함신익과 심포니 송’으로, 내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악단이다. 언젠가 내가 단체를 떠나게 되어, 그냥 ‘심포니 송’이 되어도 우리가 쌓아온 이 전통이 잘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글 김강민 기자 사진 함신익과 심포니 송
함신익(1957~) 폴란드 피텔버그 콩쿠르에 입상(1991)했고, 미국 예일대 교수로 재직했다. 대전시향(2001~2006)과 KBS교향악단(2010~2012)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후 2014년 ‘함신익과 심포니 송’을 창단해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함신익/심포니 송(협연 김다미·주연선)
6월 27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브람스 바이올린·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세레나데 1번
함신익/심포니 송(협연 박진수)
9월 26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드칭 웬 ‘드보르자크를 기리며’(세계초연 위촉곡),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 Op.53·‘전설’ Op.59
함신익/심포니 송(협연 유영욱)
10월 21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교향곡 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