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김성영
미래의 기술로 음악감상법이 달라진다
대전예술의전당과 한국과학기술원이 협업한 워크숍에서 선보인 새로운 음향 기술은 무엇인가?
5월 9일과 10일, 대전예술의전당(관장 김덕규)은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과 오케스트라 음향을 녹음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몰입형 녹음(이머시브 리코딩)에 관한 워크숍과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하였다. 캐나다 맥길 대학에서 녹음 엔지니어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리처드 킹 교수가 직접 강의와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김성영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함께 했다.
“몰입형 음향은 도이치 그라모폰과 애플 뮤직 등에서 최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계를 위해서 몰입형 녹음 기술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해요”라고 김성영 교수는 운을 떼며, 이번 워크숍과 기술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이었다.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는 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기술의 문화 활용 연구를 겸하는 곳이다. 그중 우리 연구실은 음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몰입형 녹음은 나의 전문 분야이다. 지난해부터 카이스트에 재직하게 됐는데, 이전까지 클래식 음악 녹음 관련 행사가 없어서 이번 워크숍을 개최하게 됐다.
문화기술대학원과 실제 공연이 협업했던 최근 사례가 있을까?
소프라노 조수미가 우리 학교의 초빙석학교수로 계신다. 덕분에 지난해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소속된 ‘조수미 공연예술연구센터’ 주최로 인공지능(AI) 연주자와 함께 성악·피아노 듀오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공연장에 있는 것만 같은 청취 경험
몰입형 음향 기술이란 무엇인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애플 뮤직에서 현재 제공 중인 돌비 애트모스 포맷의 음악으로 한정하는 협소한 개념이 있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거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3차원 환경으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면 모두 몰입형 음향 기술이라 생각하면 된다.
몰입형 녹음 기술이 다중 채널을 활용하여 녹음하는 만큼, 이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12대의 스피커가 필요하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이러한 녹음 기술의 의의가 무엇일까?
전혀 다른 차원의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 큰 비용이 드는 것은 맞지만, 브라운관 TV와 LCD TV가 주는 경험의 질이 다른 것과 같다. 또한 최근에는 돌비 애트모스 음향을 지원하는 스피커 제품이 많아 졌다. TV와 함께 구입하는 사운드 바로도 이러한 몰입형 음향을 부분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자동 운전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량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미디어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에 맞추어 몰입형 음향을 제공하는 카오디오도 개발되고 있다. 또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는 다른 작업이기도 하다. 상용화와 제품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놓고, 우리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한다.
애플 뮤직에서 제공하는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지원 음원은 녹음부터 다중 채널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해 공간 음향으로 후가공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스테레오 녹음을 몰입형 음원으로 바꾸는 것과 녹음부터 다채널을 활용한 것은 감상자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가?
마이크에 무척 가깝게 녹음하는 팝이나 록 음악은 두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어쿠스틱 음향을 활용하는 클래식 음악은 공간 녹음이 중요하다. 같은 연주라도 공연장마다 다르게 다가오듯, 홀(Hall)의 특성이 몰입형 녹음 기술을 통해 선명해진다. 즉, 몰입형 녹음 기술은 그 어떤 장르보다 클래식 음악에서 중요하다.
그렇다면 녹음을 위해 홀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겠다.
공연장 구조로 인해 소리가 어떻게 방사되는지 고려해야 한다. 슈박스 형과 빈야드 형 등 기본 무대 형태에 따른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이를 시작점으로 잡고 각 홀에 맞추어 세부적으로 음향을 조정해야 한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에서 리처드 킹 교수와 함께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이 조정법을 실습해볼 수 있었다.
김성영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이러한 기술 분야에 관심을 가져서 협업하는 일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하며, 대화를 마쳤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만큼 클래식 음악도 이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글 이의정 기자 사진 대전예술의전당·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김성영(1972~) 1995년부터 2001년까지 KBS라디오 기술국에서 근무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야마하 연구원, 2012년부터 로체스터 공과대학 부교수로 재직했다. 가상 현실과 음향 기술을 융합하는 새로운 청취 경험을 개발 중이다.
INTERVIEW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음향팀장 성재훈
지난 1월 29일 대전예술의전당은 카이스트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첫 사업으로 이번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전예술의전당이 이러한 협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카이스트에서는 녹음 기술과 음향 연구를 이전부터 진행해 왔으나, 악기와 공연장이라는 실습 자재와 공간이 부족하여 인근에 위치한 대전예술의전당과 함께하게 됐다. 우리 또한 전문 인력과 장소를 제공해 리처드 킹과 같은 해외 우수 인력의 교육 콘텐츠를 얻을 수 있기에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 행사는 어떻게 기획되었는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해 카이스트 측과 소통하여 올해 4월 초부터 진행했다. 특히 시립교향악단 사무국과 여자경 예술감독이 마스터클래스를 위한 리허설 녹음을 흔쾌히 승낙하여 진행이 수월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클래식 녹음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 바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음향 관련 마스터클래스를 자주 진행하고 있지만, 지방에는 이러한 기회가 적다. 대전예술의전당은 충청도·전라도·경상도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기 적합한 위치에 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가 매우 좋은 평가를 얻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진행을 원하고 있다.
워크숍·마스터클래스 참가자 박이든
워크숍과 마스터클래스에서 흥미로웠던 점을 전하자면?
이전까지 떠올렸던 몰입형 녹음 기술이 대상을 다양하게 이동시키며 겪어보지 못한 음향 체험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번 워크숍은 현장감과 실제감을 녹음을 통해 재현해 내는 사실적인 기법이라 새로웠다. 또한 현장 녹음에 참여자가 자유롭게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강의 방식으로 배움의 질이 높아 즐거웠다.
현재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데, 이번 마스터클래스와 비슷한 실습이 카이스트에서도 진행되고 있나?
연구실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몰입형 녹음을 위해서는 워낙 많은 장비가 필요하여 외부와 협업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앞으로도 실제 관현악단과 녹음으로 협업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마스터클래스에서 구체적으로 얻은 배움이 있다면?
이 워크숍 전까지는 클래식 음악 녹음을 위해 각 악기를 중심으로 마이크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간의 현장감을 구현하기 위해서 악기가 아니라 공간을 고려한 마이크 설치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또한 데카 트리(Decca Tree) 마이크는 어떻게 변형하여 설치하는지 등 여러 종류의 마이크에 맞춘 설치법을 실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