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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오브 어스 Part II
비극과 상처로 점철된 복수극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기로 한 ‘조엘’과 ‘엘리’.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이 되었습니다. 조엘이 엘리를 구출하고 4년이 흐른 어느 날, 그들 앞에는 잔인한 운명이 찾아옵니다. 6월 호에 살펴본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전작)의 후속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Part Ⅱ’(이하 후속작)를 살펴봅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의 주인공인 엘리와 조엘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새로운 주인공 ‘애비’가 등장하죠.
처절한 복수극
지난 작품에서 어렵사리 미국을 횡단하고 안전한 마을로 돌아온 조엘과 엘리 앞에 나타난 이 의문의 여성은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힙니다. 조엘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애비에게 살해당하고, 엘리는 꽁꽁 묶인 채 조엘의 죽음을 흐느끼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유저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애비, 이 인물은 대체 어디서 등장한 것일까요.
애비는 4년 전, 조엘이 죽인 어느 무고한 의사의 딸입니다. 조엘은 유일무이한 항체가 될 엘리를 구하기 위해 수술실에 침입해서 그곳의 모든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죠. 그곳에 바로 애비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애비는 복수심과 증오의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조엘을 죽이기로 결심했고, 결국 엘리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조엘을 살해했습니다.
즉, 이번 작품은 절대적인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 복잡한 인간 사회를 다룹니다. 지난 이야기가 어두우면서도 환상이 곳곳에 묻어나오는 서부극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그저 처절한 두 인물의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죠. 4년 전, 조엘이 엘리를 지키기 위해 저질렀던 모든 일들은 반대편의 시야에서 본다면 또 다른 ‘폭력’에 불과했고, 따라서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감정은 ‘불편함’과 ‘불쾌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하면서 다른, 전작과 후속작의 음악
전작에서 조엘에 몰입했던 여러 유저의 모험담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폭력의 수위는 보다 높아졌습니다. 계속해서 쓴맛처럼 감정의 찝찝한 잔향이 남는 후속작이 탄생한 것이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새 작품이지만, 이러한 주제의 변화는 게임의 주제곡에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후속작도 구스타보 산타올랄라(1951~)의 기타음악은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사운드입니다. 전작과 후속작의 주제곡은 동일한 악기와 똑같은 선율을 공유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전작의 주제곡에선 기타가 일정한 타악기의 리듬 위에서 흥미진진한 음악을 전개했다면, 후속작에서는 연주자의 애드리브로 불규칙한 기타 선율이 흘러나오죠. 축축 처지는 박자와 함께 공허함마저 느껴지는 주제곡은 플레이어의 모험심을 자극하기보다 이 작품 전체가 쓸쓸하고, 뒷맛이 영 깔끔치 못한 이야기로 전개될 것을 암시합니다.
마음속 온기가 끊어낸 복수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뻔하고도 상투적인 주제는 이 후속작에서 매우 잔인하게 구현됩니다. 애비에게 복수하기 위해 시애틀로 향한 엘리, 그 과정에서 그는 애비의 모든 동료를 가차 없이 고문하고 죽입니다. 마치 조엘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애비의 소중한 친구들, 심지어 아이를 가진 임산부까지 우발적으로 죽인 엘리 앞에 또다시 애비가 나타납니다.
애비는 충격에 빠졌고 진심으로 엘리를 끝장내기로 다짐하는데, 몇 번의 주먹이 엘리의 얼굴을 내리치자 애비 곁에 있던 ‘레브’라는 여인이 안쓰러운 얼굴로 애비의 복수를 저지합니다. 복수라는 것은 공허하고, 결국 자신을 좀먹는 것임을 말하는 것만 같았죠. 그렇지만 서로의 복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1년 뒤 엘리는 애비를 다시 찾아내 최후의 결투를 벌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엘리는 이미 자신의 복수가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둘은 피 튀기는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렇게 허무한 복수의 굴레 속에서 엘리과 애비라는 두 여인은 계속해서 공허한 심연으로 추락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엘리의 분노의 감정이 향하는 인물이 누군가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그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엘입니다.
이 작품에서 엘리는 끊임없이 조엘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엘리는 조엘에게 “나는 왜 살고 있는가” “항체가 되어야만 했던 나는 왜 지금 이렇게 멀쩡히 움직이고 있는가”를 묻지만, 조엘은 거짓말을 일삼을 뿐이었습니다. “항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말이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노래한 음악
또한 조엘은 엘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는데, 바로 엘리를 세상에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이었습니다. 이 둘은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했으니 말이죠. 그래서 엘리의 감정은 비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통제되지 못하고 폭발합니다. 그런데 엘리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조엘에 대한 온기, 그리고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엘리가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에서죠.
엘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낡은 통기타로 ‘미래의 나날(Future Days)’이라는 곡을 연주하는데, 미국의 록밴드 ‘펄 잼(Pearl Jam)’의 노래를 편곡한 것입니다. 작곡가 산타올랄라는 이 음악이 게임의 전체를 관통하는 음악이라고 밝혔죠. 조엘은 어린 엘리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며 기타를 선물합니다. 가사 역시 조엘과 엘리의 관계와 더불어 작품의 주제를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내가 너를 잃게 된다면, 나 자신을 잃는 것과도 같겠지. (…) 모든 복잡한 일과 게임 속에서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지만, 게임은 결코 끝나지 않네. (…) 나는 믿네, 우리의 미래는 너와 내가 함께하는 나날임을.”
엘리는 작품에서 기타를 마주할 때마다 이 음악을 연주합니다. 조엘과 함께 했던 추억과 자신의 마음속 남아있는 온기를 느끼면서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는 결국 연주하던 기타를 방 안에 둔 채 또 다른 여정을 떠납니다. 증오의 감정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기타가 상징하는 것이 ‘조엘’이라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엘리가 결국 혼자라는 씁쓸한 사실을 알려주는 모습일 겁니다. 마지막까지 함께하고자 했던 둘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죠.
글 이창성 서울대학교 작곡과 이론 전공을 졸업 후 동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게임과 음악의 관계에 관심을 두어 게임음악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KBS 1FM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