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테 콰르텟, 다시 써내려갈 젊은 콰르텟의 꿈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7월 17일 9:00 오전

WITH ENSEMBLE

 

아레테 콰르텟

다시 써내려갈 젊은 콰르텟의 꿈

 

리옹 콩쿠르 우승으로 3개 콩쿠르를 석권한 젊은 그들의 여정

 

 

지난 4월, 프랑스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아레테 콰르텟의 리옹 콩쿠르 우승 소식. 2021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 2023년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인 이들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우승 타이틀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그 사이 ‘최초’ 혹은 ‘최다’라는 결성 5년 차를 맞이한 젊은 콰르텟의 이름 앞에 수많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들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지난 6월 8일, 프레미오 파올로 보르치아니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아레테 콰르텟 앞으로 조금 늦은 축하 메일을 보냈다. 리옹 콩쿠르 이후의 일상을 묻는 질문에 최근 제2바이올린 멤버로 합류한 박은중은 “평소처럼 매일 만나서 연습하며 지내고 있어요”라고 답을 보내왔다.

이들에게 서로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똑똑하고 리더십 있는 전채안(바이올린), 풍부한 음량을 지닌 박은중(바이올린), 정보력이 뛰어난 장윤선(비올라), 그리고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리더 박성현(첼로).

현악 4중주는 서로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네 사람이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대학 시절부터 함께 연주해 온 이들은 지금도 직장인처럼 ‘나인 투 식스(9 to 6)’로 연습하며 하나의 팀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리더 박성현에게 콩쿠르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두는 비결에 대해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서로를 믿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의지를 잃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더 큰 빛이 보이지 않을까요?” 이들의 목표는 하나다. 이름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 음악을 통해 ‘아레테 콰르텟’으로 기억되는 것. 그래서 다가올 여름에도, 내년에도 이들의 연주는 계속될 예정이다.

 

콩쿠르 우승, 그 뒷이야기

지난해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 이후 1년 만이네요. 콩쿠르 우승을 축하합니다!

전채안 이번 리옹 콩쿠르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을 그들의 고향에서 선보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세계 각국의 여러 콰르텟과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고요.

새로 합류한 박은중(바이올린)과 함께 우승한 첫 국제 콩쿠르이기도 하죠.

박성현 멤버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 치르는 대회라고 생각하며 준비했어요. 국제 콩쿠르를 처음 준비하는 박은중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텐데,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잘 이겨내 줘서 대견하게 생각해요. 멤버들을 잘 이끌어 준 전채안에게도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네요.

콩쿠르 1라운드에서는 파스칼 뒤사팽(1955~), 2라운드에서는 테오도르 뒤부아(1837~1924), 뤼시앵 뒤로주아르(1878~1955) 등의 작품을 연주했습니다. 곡 선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아요.

전채안 이번 콩쿠르에서 1라운드는 프랑스 현대 작곡가, 2라운드는 프랑스 낭만 작곡가의 작품을 필수로 연주해야 했어요. 쉽게 접할 수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이 아니었기에 거의 모든 곡을 들어보며 새로 공부했죠. 특히, 각 작곡가의 생애와 주변 환경, 현악 4중주 외 다른 작품까지 들으며 해석적인 부분에 집중했어요. 1·2라운드의 무대를 프랑스 고전 시대부터 중기 낭만,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곡들로 구성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작품들의 다양한 색깔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콩쿠르를 준비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박성현 사실 콩쿠르 준비는 늘 힘들어요. 네 명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약속된 플레이를 지키고, 그 약속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논의를 거쳐야 하거든요. 그 결과를 악기로 표현하기까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옹에서 있었던 일화도 궁금해지네요.

장윤선 콩쿠르 중에 묵었던 홈스테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홈스테이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정한 노부부를 만나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어요. 할머니의 뛰어난 음식 솜씨 덕분에 리옹의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었죠. 한국만큼이나 정이 넘치는 곳이었어요. 콩쿠르 동안 여러 홈스테이 호스트들 간의 기 싸움도 인상 깊었는데, 그 흥미진진한 모습에서 콩쿠르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웃음)

 

한 팀이 되기까지, 도전과 성장의 시간

©Shin-joong Kim

어느새 창단 5년 차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 팀’이 된 아레테 콰르텟의 첫 만남을 떠올려 본다면요?

전채안 대학 시절, 박성현을 중심으로 앙상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현악 앙상블 팀을 구성했어요. 기획부터 대관, 홍보까지 직접 발로 뛰며 연주 기회를 만들었죠. 언젠가 일본의 산토리홀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공연 뒤풀이 도중 콰르텟 결성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때 현악 4중주에 진심이었던 친구들이 모여 결성한 팀이 바로 지금의 아레테 콰르텟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장윤선 올해 초 하이델베르크 현악 4중주 페스티벌 무대가 떠오르네요. 브람스 현악 4중주 3번 Op.67을 연주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한 관객이 눈물을 보이며 “여러분의 음악에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매우 특별하고, 잘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셨어요. 해외 공연장에서 연주하다 보면 저희가 유일한 동양인일 때가 많아서 위축되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음악을 계속해야 할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새 멤버 박은중과 함께 선 첫 유럽 무대이기도 하고요!

박은중 늘 무대 뒤에서 가장 힘들고,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하나의 연주를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어렵고 힘들지만, 그 과정들이 있기에 무대에서의 희열이 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현악 4중주는 멤버 간의 소통과 조화가 중요한 음악이죠. 아레테 콰르텟의 음악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박성현 저희가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은 ‘객관적인 음악’입니다. 연주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해석이 아닌, 작곡가 중심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면, 작곡가가 전하고자 했던 감정과 목소리가 무엇인지 저희가 느낀 바를 청중에게 대신 들려주는 거죠. 호흡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투자한 시간은 저희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고요. 아레테 콰르텟의 방향성에 대해 자문하며 좋은 방향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선배들의 길을 따라 새롭게 나아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완벽한 앙상블을 만들어 내는 현악 4중주의 세계에서 아레테 콰르텟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새내기 악단이다.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선배 콰르텟들은 이들이 실내악이라는 터전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전채안은 “노부스 콰르텟을 보며 콰르텟의 꿈을 키웠고, 케루비니 콰르텟을 만나며 우리의 길을 확신했어요. 에벤 콰르텟과 카살스 콰르텟에게 배우는 동안에는 아레테 콰르텟만의 확실한 목표를 만들었죠”라며 선배 콰르텟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올해로 17년 차를 맞이한 노부스 콰르텟은 아레테 콰르텟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평소 이들과 음악적 고민을 나누는 편인가요?

전채안 노부스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선생님과 음악에 대한 고민은 물론, 일상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합니다. 멤버들과 함께 맛집에 방문하기도 하고요. 콰르텟 활동에 물심양면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께 늘 감사하고 있어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여러 콰르텟의 연주 활동을 보면 각 콰르텟만의 색깔이 드러나곤 하는데요. 아레테 콰르텟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박성현 저희의 특징은 ‘같은 음악을 하며 하나로 모이는 소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콩쿠르를 준비하며 저희가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청중에게 어떤 음악을 전할지, 어떤 작곡가의 인생을 들려줄지는 전적으로 저희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결국 현악 4중주에는 멤버들의 확신이 담겨야 하고, 그 확신은 단순히 감이나 고집이 아닌, 청중을 설득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7월, 독일 라인가우 페스티벌 데뷔를 앞두고 있죠. 앞으로 아레테 콰르텟은 어디로 나아갈 계획인가요?

박은중 내년에 리옹 콩쿠르 특별상 부상으로 유럽 투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실내악 페스티벌 등 여러 무대에 도전하며 한국에 현악 4중주를 더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홍예원 기자 사진 목프로덕션

 

 

아레테 콰르텟

박은중(바이올린) 성정음악콩쿠르 최우수상, KBS한전음악콩쿠르 금상, 동아음악콩쿠르 및 이화경향콩쿠르 1위 등 국내 다수 콩쿠르를 석권하며 이름을 알렸다. 김남윤·이지혜·김성숙을 사사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전채안(바이올린)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영재 입학 및 졸업했다. 김남윤·민유경을 사사했으며, 현재 뮌헨 국립음대 실내악 과정에 재학 중이다.

장윤선(비올라) 안드레아 포스타치니 콩쿠르 입상 및 국내외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졸업 후, 서울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재학 중 실내악 연주를 계기로 현재 아레테 콰르텟의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박성현(첼로) 선화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국내 유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드러냈으며, 모차르트 콩쿠르 1위, 베를린 라이징 스타 그랑프리 콩쿠르 3위를 차지하며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Performance information

아레테 콰르텟 리사이틀(2024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8월 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야나체크 현악 4중주 1·2번, 버르토크 현악 4중주 5번 Sz.102

 


 

실내악, 다음 세대를 위한 과제

노부스 콰르텟부터 에스메 콰르텟까지, 한국의 실내악계가 젊고 단단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 역시 실내악이다. ‘객석’에 담긴 발전을 위한 목소리들을 다시 들춰보았다.

정리 홍예원 기자

 

노부스 콰르텟

‘비인기’ 장르의 먹고사는 문제 2013년 8월호

노부스 콰르텟에게 콩쿠르 출전 비용부터 시작해, 도대체 어떻게 활동을 해나가는지 묻자 “정말 힘들어요”라는 탄식이 자동으로 터져 나왔다. 현악 4중주 자체가 국내에서는 워낙 ‘비인기’ 장르이다 보니 솔로 연주자들에 비해 후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 과거 20대 초반의 노부스 콰르텟에게 제1의 목표를 물었을 때, 그들은 “존속”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이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꽤 많은 젊은 현악 4중주단이 창단되고, 사라지고, 혹은 개점휴업 상태로 남았다.

빛나는 성과 속 무관심한 지원 2014년 5월호

“우리 음악계는 결과물을 가져와야만 눈을 돌리는데, 문제는 결과가 좋아도 지원을 안 해준다는 것이죠. ARD 콩쿠르에서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는데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포기한 것 같아요.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고. 이제 유럽의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했지만, 우리처럼 활동하고 싶은 팀이 생긴다면 그들은 또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지 걱정돼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기교 위주의 음악교육,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2014년 5월호

실내악은 애초 우리 음악도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 일반 학교에서 음악을 전공으로 준비하는 학생에게 실내악 활동은 꿈도 꿀 수 없다. 대학의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클래스는 학점을 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 점수따기 식의 기교 위주 음악교육은 특히 실내악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 “한국에서는 솔리스트로 연주를 해야만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말처럼 이 땅에서 실내악이 살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수정이 절실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실내악의 꽃이 피기까지 2015년 5월호

실내악은 음악의 꽃이지만 그 꽃이 피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그는 실내악을 중심으로 한 축제가 청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청중과 연주자, 정책하고 지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예전에 비해 젊은 연주자들이 실내악에 관심을 갖고 좋은 연주를 많이 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내악 연주자로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국내 단체가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우리의 음악계도 균형 잡힌 발전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스메 콰르텟

실내악이라는 ‘선택지’의 부재(不在) 2021년 5월호

배원희 실내악 전용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는 매일 같이 실내악이 연주돼요. (…) 실내악에 최적화된 베뉴가 있으니, 위그모어홀을 찾는 팬이 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베뉴가 생긴다면, 좋은 콰르텟이 더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하유나 저는 실내악 연주를 아예 못 보고 자란 세대인데, 그때에 비해 지금은 실내악 공연이 많이 열린다는 건 발전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실내악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다만, 여전히 국내 대학에 실내악 전공이 없는 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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