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와 모라비아 음악·예술기행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7월 17일 9:00 오전

WORLD FAMOUS FESTIVAL

 

체코 프라하와 모라비아 음악·예술기행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와 삶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Pražskė jaro

 

유럽의 명문 축제로 자리 잡은 ‘프라하의 봄 축제’를 보면서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스메타나 음악의 정취를 느꼈다. 모라비아 지역과 브르노를 방문하면서는 체코의 민속음악과 현대음악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살폈다. 1주일간 머문 체코의 음악 풍경과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이형옥(편집인) 협찬·사진 체코관광청,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 속으로

프라하의 5월은 화려하다. 볼 것 많고, 이야기 거리도 풍성한 도시에 ‘음악’이라는 아름다운 꽃이 또 피어나기 때문이다. 유럽의 어느 유명 음악축제보다도 먼저 열리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이하 프라하의 봄 축제)’는 매년 5월 12일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 기일에 그의 곡 ‘나의 조국’ 연주로 문을 연다. 스메타나는 체코밖에선 드보르자크보다 덜 알려진 작곡가지만, 그의 음악을 통해 체코 음악의 정체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축제와는 차별 되는 느낌이다. 또 오랫동안 공산 치하에 있었던 나라가 어떻게 이런 명문 클래식 음악축제를 80년 가까이 키워올 수 있었는지 뒷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프라하의 봄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독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해 창설되었다. 그 해는 마침 체코 필하모닉의 창립 50주년을 맞는 기념해이기도 했는데, 바라던 독립은 커녕 소련의 압제 치하로 가는 또다른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체코가 완전 민주화된 것은 1989년, 이른바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은’ 벨벳 혁명 이후다. 놀라운 점은 이 시기를 버텨낸 체코인들의 자존심. 그리고 음악 사랑이다. ‘태어날 때부터 바이올린 한 개쯤은 가지고 온다’는 체코 속담처럼, 음악이야말로 체코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했다. 오래전 고향 빈에서 괄시받던 모차르트를 알아봤고, 베토벤·브람스·하이든 등을 품었던 프라하의 안목에 보헤미아 특유의 낙천적 정서가 더해진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1968년 소련의 압제에 항거한 프라하 시민혁명 때도 ‘프라하의 봄 축제’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축제는 자국민들의 그런 열정과 특출한 음악성 덕분에 무럭무럭 커갔다. 창립 초기 지휘를 맡았던 체코 출신 거장 라파엘 쿠벨리크와 마에스트로 카라얀·푸르트뱅글러·번스타인을 비롯, 바이올리스트 오이스트라흐·메뉴인, 피아니스트 리히테르·루빈스타인, 파바로티 등이 이 축제에서 세기의 명연을 쏟아냈다. 축제기간 중 열리는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도 축제만큼이나 유명한 명물. 로스트로포비치(1950년, 첼로), 제임스 골웨이(1968년, 플루트), 파벨 하스 콰르텟(2005년, 현악 4중주)같은 우승자를 꿈꾸는 젊은 연주자들을 지켜볼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로 79회째를 맞는 ‘프라하의 봄 축제’는 두 가지 더 특별한 의미가 보태졌다. ‘체코 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의 탄생 200주년을 맞는 기념해이자, 10년마다 돌아오는 ‘체코 음악의 해’이기 때문이다. 축제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키릴 페트렌코 지휘)에게 ‘나의 조국’ 오프닝 콘서트를 맡겼고,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리카르도 샤이 지휘),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미코 프랑크 지휘) 등 굴지의 오케스트라를 초대해 프로그램 선택의 폭을 넓혔다. 평소 잘 연주되지 않는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 전막 연주 또한 기대를 모으는 공연이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5월 열렸던 프라하의 봄 축제 열기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이웃나라 독일·오스트리아·영국·이탈리아는 물론,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아시아에서까지 몰려온 인파로 북적댔다. 6월 초까지 3주간 총 50회로 이어진 ‘프라하의 봄 축제’. 그것은 블타바강을 따라 흐르는 화려한 낭만의 선율이자,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선 한국 음악가들을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귀환

조성진의 공연(5월 24일·루돌피눔 드보르자크홀)은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 무려 8년만에 돌아온 그를 환영하는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의 출연 프로그램 공개 후, 단 사흘만에 티켓이 매진되었을 정도다. 무엇보다 그의 선곡의 연계성이 놀라웠다.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리스트의 음악을 라벨이 어떻게 구현해 냈는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1부 첫 두 곡, 라벨의 ‘고풍스러운 미뉴에트’와 ‘소나티네’는 라벨 특유의 우아한 선율과 몽글몽글한 터치가 잘 살아난 연주였다. 그러나 마지막 곡 ‘밤의 가스파르’에서 보여준 조성진의 강렬한 터치는 그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남았다. 라벨이 베르트랑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이 곡은 피아니스트들에겐 무한한 상상력과 함께, 어려운 기교를 총동원해야 하는 난곡으로 유명하다. 모두 세 곡으로 구성됐는데, ‘한밤 중에 소중한 무엇인가를 지키는 가스파르를 방해하는 세가지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제1곡 ‘물의 요정’(옹딘)에서 조성진은 트레몰로로 시작하며 물이 흩뿌려지고 수면에 파장이 퍼지는 듯한 움직임을 생생히 묘사했다. 제2곡 ‘교수대’에선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종소리를 반복해 누르면서 음울한 선율을 쌓아 올렸다. 가장 어렵다는 제3곡, ‘스카르보’(요괴)에선 빠른 흐름 속에서도 깊이와 무게를 챙기고, 페달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가져가며 변덕스럽고 장난기 많은 요괴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냈다. 어둠이 가시고 새벽이 오듯, 순식간에 끝나버린 그의 연주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아직 공연이 안 끝났는데도 무려 4번이나 커튼콜을 해야 했을 정도였다.

조성진과 한국 대사부부, 파벨 트로얀 총감독

2부에서 연주한 ‘순례의 해-이탈리아’ S.161은 리스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본 풍경과 페트라르카, 단테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담은 곡이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단테의 작품을 읽고 작곡한 제7곡, 일명 ‘단테 소나타’이다. 이 곡에서 조성진은 무게감 있는 타건으로 사자(死者)가 느낄 법한 절망을 잘 묘사하면서도, 금세 밝은 터치로 전환해 또 다른 세계(천국)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잘 드러냈다.

본 공연이 끝나자 청중 전원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계속되는 환호와 박수 속에서 조성진이 앙코르로 선사한 곡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그 우아한 선율을 들으며 그가 이제 유럽 무대에서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공연 직후 로비에서 만났던 두 체코 청년들은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다면서도 “어메이징!”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연주가 끝난 후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리셉션에서 조성진은 “이 축제에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기뻤고, 또 다시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체코 작곡가와 프랑스 악단의 문화적 협력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악장 박지윤과 미코 프랑크 상임 지휘자 ©Pražskė jaro

핀란드 출신의 미코 프랑크(1979~)가 상임 지휘자로 있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국내에서도 본 적이 있다. 한때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았고, 또 현재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2026년부터 서울시향과 겸직을 맡게 되는 악단이다. 이렇듯 정평이 나 있는 악단은 이번 음악제에서 악장 박지윤의 활약과, 체코 작곡가 크시슈토프 마르자트카(1972~)의 ‘동굴 벽화의 깊은 곳’(Sanctuaries-in the depth of cave paintings) 세계 초연으로 기대를 끌었다(5월 27일·루돌피눔 드보르자크홀).

프랑스 여성 작곡가 루이스 파렝(1804~1875)의 서곡 2번이 끝나자, 프랑크는 지휘봉을 작곡가에게 넘겼다. 국내에선 흔한 광경이 아니어서 신선했다. 마르자트카가 “프랑스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밝힌 이 곡은 최초의 인류가 의식을 행하고 안식처로 삼은 동굴을 일종의 피난처(sanctuary)로 여긴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세계 초연인 만큼 관객들은 긴장감을 안고 이 곡을 들었다. 무의미한 소리로 관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호른 소리, 때때로 악기 대신 실제 돌을 마주쳐 소리를 내는 플루트와 오보에, 그리고 단원들은 중간마다 발을 구르거나 짧은 노랫가락을 주문처럼 흥얼거리기도 했다. 선사시대에 인류가 동굴에서 느낄 수 있던 자연의 신비, 생존의 본능 같은 두려움, 소망, 기쁨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악단 내에서 부글거렸다. 협연은 프랑스 출신인 아마우리 쿠이토가 맡았는데, 모딜리아니 콰르텟의 멤버이자, 평창대관령음악제에 방문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인류의 불안한 생존을 날카로운 주법으로 섬세하게 연주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부에서 지휘봉을 다시 든 프랑크는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라 발스’를 들려주었다. 프랑스 음악에 정통한 악단답게 물 흐르듯 시원하고 신나는 연주로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세계 초연곡과 후반 공연을 무리없이 이끈 악장 박지윤에게 뜨거운 악수를 건넨 프랑크 때문에 더 행복한 연주였는지도 모른다. 다음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다는 어느 관람객은 “어제의 연주가 너무 좋았다”며 악장의 이름을 물어보기도 했다.

 

 

스메타나의 진가를 보여준 오페라 ‘리부셰’

이번 축제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리부셰’(5월 28일·루돌피눔 드보르자크홀)는 정식 오페라가 아닌 콘서트 형식이었다. 그러나 전 3막을 고스란히 연주하는 공연이어서 장장 3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성악가 8명이 내용에 따라 등·퇴장을 반복하고, 무대 뒤 70여명에 달하는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까지 자리잡고 있어서 대작임을 느낄 수 있었다. 스메타나가 1881년 프라하 국립극장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내용은 체코 건국 신화 속 리부셰 공주가 남자형제들과의 권력 갈등을 극복하고 남편 프르제미슬의 도움을 받아 왕국의 기틀을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예지력이 뛰어났던 리부셰 공주는 프라하에 터를 잡은 후 ‘체코민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천명하는데, 바로 그 부분이 많은 체코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한다. 오늘날에도 매번 대통령 취임식 때 축하곡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오페라를 처음 지휘한다는 흐루샤와 체코 필하모닉의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1막에서 각 악기군과의 신중한 조율을 모색하면서도 신비한 음향을 만들어냈던 흐루샤는 형제간의 갈등, 3각관계를 묘사하는 2막에서는 소리의 진폭 조절로 극의 긴장감을 잘 드러냈다. 등장인물들 간 화해와 협력을 나타내는 마지막 3막에서는 강렬한 하모니와 웅장한 사운드를 이끌어냈다. 특히 70여명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성악가들이 어우러진 오페라의 마지막 부분 연주는 마치 애국가를 듣는 듯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8명 성악가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리부셰 역을 맡은 소프라노 카테지나 크네지코바(1982~)의 목소리는 여왕의 위엄을 나타내는 듯 우아하면서도 당당했다. ‘프라하의 봄 콩쿠르’ 우승자 출신인 그녀는 유럽의 여러 오페라 무대에서 이미 그 기량을 인정받은 정상급 성악가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리부셰’ 역할 맡기를 소망해왔다는데, ‘리부셰’야말로 ‘선함과 명석함, 고귀함의 화신’이라고 덧붙였다. 프르제미슬 역으로 주목을 끈 베이스바리톤 아담 프레체트카(1985~) 역시 빈 슈타츠오퍼,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 등에서 활약하는 베테랑이다. 이밖에도 리부셰의 남자형제 역을 맡았던 성악가를 포함한 출연진 모두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체코의 성악가들이어서 1,200명 관객들의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동양인에겐 낯선 언어의 오페라인데도 깊은 감동으로 와닿았던 무대를 만든 주역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공연이었다.

 

 

interview

현지 인터뷰 ①

 

축제 총감독 파벨 트로얀

올해 40세인 그는 2022년부터 축제 감독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축제 기간 동안 늘 공연장 1층 뒷자리를 지키던 그는 유서 깊은 축제의 총감독을 맡기에는 너무 젊어 보였다. 하지만 예술경영과 작곡을 공부하던 학생 때부터 18년 동안이나 축제와 인연을 쌓아왔다. 그로부터 들은 ‘젊은 내공’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유서 깊은 축제의 총감독을 맡기엔 너무 젊어 보인다!

고맙다.(웃음) 하지만 나와 음악제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되었다. 처음엔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음악제의 여러 분야에서 일해왔다. 교육 프로그램, 온라인 마케팅, 대변인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음악제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올해 축제에 담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우연인지, 체코의 많은 음악가는 ‘4’자로 끝나는 연도에 태어나거나 사망했다. 올해는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이기에 그의 음악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 모두 그의 음악이 체코를 넘어 세계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길 원한다. 그래서 매해 개막을 여는 ‘나의 조국’도 세계 최고의 악단 중 하나인 베를린필에게 의뢰한 것이다. 베를린필은 카랴얀 시절부터 일곱 번이나 축제에 참여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고, 키릴 페트렌코도 체코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많아 우리의 바람을 훌륭하게 소화해주었다. 개막 공연을 이틀 연속 공연(5월 12·13일)한 것은 축제 역사상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축제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는 입장에서 조성진을 섭외한 배경도 궁금하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직후에 그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운 좋게도 바로 다음해 그를 축제에 초청할 수 있었다. 개막공연을 앞두고 열린 프롤로그 행사에도 그가 와주었고, 권위 있는 콩쿠르의 우승자였던 만큼 기자회견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그는 유망한 신예였지만, 많은 관객이 그의 연주에 감명받았고, 나 또한 그의 천재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후 체코필하모닉과 두어 번 협연한 그를 눈여겨 보다가 다시 초청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는 한국 음악가들도 많이 입상했다.

맞다. 특히 목관악기 부문에서 그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2015년 김유빈(플루트 1위), 2019년 유채연(플루트 1위), 2022년 김민주(바순 1위), 그리고 2021년 아르테 콰르텟(현악 4중주 1위) 연주도 빼놓을 수 없다. 콩쿠르는 매년 2개의 악기 부문을 정해 개최하는데, 수상자는 다음 해 축제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는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이끌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필요한데, 이번 축제를 보니 그러한 발판을 제공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늘 실력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지원한다. 그리고 올해 ‘체코 음악의 해’는 현존하는 작곡가들을 위한 해이기도 하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체코 출신의 크시슈토프 마르자트카(1972~)에게 위촉한 곡을 초연했다. 그는 현재 프라하와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국가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여러 관점으로 음악이 해석될 때에 세계적인 작품이 나온다고 믿는다. 100년 후 이곳에 스메타나처럼 위대한 작곡가가 나타날 것을 기대해 본다.

 

현지 인터뷰 ②

 

축제 홍보대사·지휘자 야쿠프 흐루샤

©Pražskė jaro

올해 축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인 것 같았다. 그는 오페라 ‘리부셰’의 지휘뿐만 아니라 수석객원지휘자로 있는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와 공연도 하고, 축제의 미래를 논하는 포럼의 발표자, 홍보대사까지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는 현재 상임지휘자로 있는 밤베르크 심포니와 내한해 한국 음악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5년부터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직을 맡을 만큼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고 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반갑게 인사를 건넨 그와 축제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브르노 출신인 당신이 이 축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인가? 이 축제가 지휘자 경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하다.

TV를 통해 처음 축제를 본 것은 10살도 안 되던 때였는데, 가족이 이 축제를 즐겨봤기 때문에 나도 보게 됐다. 내 또래 아이들은 보통 아이스하키(체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나 축구를 시청하기 마련인데, 나는 매년 ‘나의 조국’을 들으면서 음악가로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같은 작품이나 악보라 해도 지휘자나 오케스트라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도 차차 알게 되었는데, 그것이야말로 내 지휘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이 축제가 전쟁이나 공산정권 아래서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에 우리는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국제적으로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14~15세쯤이었다. 당시 나는 ‘언젠가 체코 필하모닉을 이끌고 ‘나의 조국’을 연주하고야 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직은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웃음) 대신 2010년과 2019년 축제 개막 공연에서 각각 프라하 필하모닉,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나의 조국‘을 공연했다.

올해는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인 해이다. 스메타나가 체코인들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가는지, 또 당신을 비롯한 후대 음악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체코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스메타나에 대해 배운다. 그는 체코 음악의 아버지 같은 존재이고. 당시의 체코 음악을 독일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첫 작곡가였다. 지휘자로서의 나는 스메타나의 음악을 좀 더 깊게 파고들어 그 수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 때로 스메타나의 오페라는 너무 체코적이어서 공감하기가 힘들다는 이도 있지만, 그의 현악 4중주곡(‘나의 생애로부터’)이나, ‘나의 조국’ ‘팔려간 신부’ 등을 섬세하게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탁월한 음악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내게도 19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이번에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를 처음 지휘(콘서트 버전)한다. 누군가에게 낯설 수 있는 이 작품에 대해 말한다면?

우선 ‘리부셰’는 ‘나의 조국’보다 먼저 작곡된 작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둘 다 체코 신화와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리부셰’가 연극적인 특성을 더 많이 지녔다. 체코는 오랫동안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품고 있었기에 이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 스메타나는 사실 바그너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바그너보다 11살 어렸지만, 둘 다 야심찬 작곡가였고 대담했으며 예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었다. 바그너가 독일인의 단합을 위해 ‘니벨룽의 반지’나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을 작곡했던 것처럼 스메타나도 당시 체코의 상황을 고려해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교향시 작곡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는 ‘리부셰’에서 오늘날 현대음악 같은 선율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음악이야말로 1870년대에 만들어진 현대음악의 가장 높은 형태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크라사바(리부셰의 남자형제들이 공통으로 흠모하는 여인)와 그녀의 아버지가 30분간 주고받는, 형제간 화해에의 권유 대목을 이 오페라의 백미로 꼽고 싶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내한했던 소감을 묻고 싶다. 당시 한국 청중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나?

그 질문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 우리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세계의 음악가들은 한국 관객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말하는 데 이견이 없다. 한국 관객들은 매우 활기차고 자연스러우며 드라마틱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와 밤베르크 심포니도 한국 공연에서 매우 행복했기에 또 방문하고픈 계획이 있다. 인터뷰 이틀 후(5월 28일), 흐루샤는 ‘리부셰’ 리허설 현장으로 우리 일행을 초대했다. 리허설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그로서는 상당한 배려를 한 것이다. 마침 그가 오페라의 클라이맥스라고 말한 크라사바와 그녀의 아버지 루토보루가 주고받는 아리아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공연이 없는 낮시간에 돌아본 프라하의 음악 명소

 

프라하의 5월은 낮이 길다. 밤 9시나 되어야 해가 지기 때문에 공연 전에 다양한 장소들을 돌아볼 수 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다가 파산할 뻔한 귀족 일가의 수집품을 모아놓은 ‘롭코비치박물관’, 모차르트 친필 악보 등을 모아놓은 프라하 최대의 ‘음악박물관’, 모차르트가 오페라 ‘돈조반니’를 초연했던 ‘에스테이트극장’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이다. 그중 본지에 이미 게재된 곳은 빼고 소개한다.(‘객석’ 2024년 1월호 참조)

 

큰 뜻 품은 젊은 음악가들의 집결지

프라하에서 가장 작은 콘서트홀

프라하의 봄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토마스 얌니크(1985~)가 운영하는 ‘프라하에서 가장 작은 콘서트홀’은 공연장이라기보다는 상가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사무실처럼 보였다. 불과 2.5평 남짓한 규모에 한 대의 피아노와 의자 몇개만 달랑 놓여 있다. 그는 ‘언젠가 무대에 오르기를 간절히 원하는 젊은 음악가들을 위해 이 공연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의도답게 토마스는 젊은 음악가들을 모아 이곳에서 공연하고, 그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 후원자들에게 송출한다. 재원 마련은 주로 클라우드 펀딩에 의존한다. 토마스는 희망 연주자 모집도 스마트폰으로 한다는데, 이를 통해 희망자의 거주지 위치는 물론 경력, 연주 영상을 확인할 수 있어 연주매칭이 쉬운 편이라고. 얼마 전 시험 삼아 한 첫 송출에서 약 2백만 원이나 모았다는 그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국외로 확대할 꿈에 부풀어 있다.

 

묘비명도 예술이 되는

비셰흐라드 공원 묘지

체코어로 ‘높은 성’이란 뜻을 의미하는 이곳은 신화 속 리부셰 공주가 점찍은 애초의 프라하 발상지였다. ‘강 건너 서쪽 언덕에 빛나는 땅이 있다’는 계시를 받고 블타바강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 성벽을 개설하고 체코왕국을 세웠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곳엔 성베드로와 바울 성당 등이 세워졌고, 건국 신화 속 인물들을 묘사한 아름다운 동상도 놓였다. 지금은 사계절 꽃이 펴 산책하기 좋은 공원으로 변모했다. 스메타나 ‘나의 조국’ 중 첫 번째 곡인 ‘비셰흐라드’는 바로 이곳의 풍광을 묘사한 것이다. 두 대의 하프가 특정음형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그 곡에선 조국의 독립을 기원하는 스메타나의 열망이 느껴진다.

성당 뒷켠에 국립묘지가 있다. 그닥 넓은 묘역은 아니지만 묘비 하나하나에 새겨진 이름들만 봐도 체코를 대표하는 예술가 묘역이라는 사실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스메타나·드보르자크·쿠벨리크 등의 음악가들은 물론, 화가 알폰스 무하, 시인 얀 네루다를 비롯한 문학가들과 무용인, 과학자 등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각양각색의 모양을 한 6백여 개의 비석들에는 그들의 찬란했던 생애를 묘사한 아름다운 글귀들이 새겨져 있다. 묘역 한가운데 있는 스메타나의 묘소에는 그가 직접 쓴 악보도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맥주, 마시지 말고 건강에 양보하자

베르나르드 맥주 스파

지금은 영화제로 유명해진 카를로비 바리는 체코의 온천으로 유명했고, 브람스나 베토벤 등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곳에 천연광천수가 있다면, 프라하에는 맥주를 이용해 만든 스파가 있다. 이 방식은 중세부터 전해 내려온 입욕법으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은 다음, 맥주 홉과 비타민 추출물 등을 풀어 만든다. 30분쯤 목욕을 즐기는동안 욕조 옆 수도꼭지로 차가운 맥주를 무제한 즐길 수 있다. 목욕 후, 짚으로 만든 침대에 누워 몸에 좋은 성분이 흡수되길 기다리는 동안 저절로 피로가 풀린다.

 

고도(古都)에 자리 잡은 현대식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하

좁은 골목과 비좁은 땅이란 입지 조건 때문에 큰 호텔 체인이 들어서기 어려웠던 프라하에 세워진 고급 호텔이다. 수도원을 개조했기에 정원과 방이 널찍하고 쾌적하다. 특히 루프탑까지 연결되는 스위트룸은 구시가지의 골목길과 지붕들이 보이는 전망까지 자랑한다. 프라하 최고의 맛으로 유명한 호텔 요리는 단품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마돈나 같은 팝스타부터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가들도 이곳에 묵곤 한다.

 

 

 

 

제2의 도시 브르노에서 만난 오페라와 민속축제

프라하에서 머무는 동안 잠시 짬을 내어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를 방문했다. 체코는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프라하가 속한 지역이 보헤미아이고, 브르노는 모라비아 지방 주도이다. 두 도시 사이 거리는 자동차로 2시간 남짓에 불과하지만 환경과 기질만큼은 사뭇 다르다. 관광객들로 번잡한 프라하에 비해, 브르노는 인근에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한적한 풍경이다. 프라하 시민들보다는 조금 소박하지만 활기 넘치는 성격이어서 체코인들끼리는 금방 알아볼 정도란다. 브르노는 인근에 대학이 많아 ‘학생들의 도시’라 불린다. 브르노에도 체코의 음악 자산은 풍부하다. 브르노 국립극장을 비롯해,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야나체크 극장, 유럽 최초로 전기를 사용한 마헨극장 등이 있다. 무엇보다 브르노는 올해 탄생 170주년을 맞은 작곡가 야나체크(1854~1928)의 고향이기도 하다. 평생을 이곳에서 보내며 대학교수로, 평론가로 음악교육에 몰두했던 그는 ‘체코 현대음악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지금도 자주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예누파’와 관현악곡 ‘신포니에타’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야나체크는 서유럽 음악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았던 선배들과 달리 모라비아 지방의 민요나 민속음악을 수집했고, 그 선율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의 음악은 영화 ‘프라하의 봄’(원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도 흐른다.

 

야나체크의 고향에서 만난 ‘루살카’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야나체크의 고향에서 그의 작품이 오를 공연을 기대했으나, 정작 만난 것은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5월 25일·야나체크극장)였다. 그래도 기분이 묘했던 이유는 야나체크와 함께 체코의 음악을 널리 알린 드보르자크의 대작을, 야나체크의 이름을 딴 극장에서 본다는 점에서였다.

작품의 줄거리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 비슷하다. 뭍의 왕자를 사랑한 물의 정령(루살카)이 목소리를 잃은 대가로 그와 결혼하지만, 왕자는 이웃 나라 공주의 유혹에 넘어가 그녀를 버린다. 뒤늦게 깨달은 왕자가 사라진 루살카를 찾아 용서를 빌지만, 결국은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2005년에 리모델링한 현대식 건물에, 넓은 무대를 갖춘 야냐체크 극장에서 본 ‘루살카’는 풍성한 음악과 세련된 무대 연출로 관객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데이비드 라독의 연출은 별다른 장치가 눈에 띄지 않는 심플한 무대였지만, 회색과 청색을 섞어 바른 사방 벽과 창틀로 깊은 바닷속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곳곳에 세워진 바다 식물 같은 잿빛 풀들은 등장인물을 더 드라마틱하게 보이게 하는 장치였다.

기존의 ‘루살카’ 연출 사진을 보면, 여주인공이 인어 지느러미를 입고 나온 경우가 많았지만, 루살카 역의 소프라노 야나 슈레이마 카치르코바는 간단한 원피스 차림이어서 더 무대와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극 중간쯤 말 못 하는 여주인공에게 싫증 난 왕자가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찢어버리는 파격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관계의 파탄을 그보다 더 효율적으로 표현할 방법은 없을 듯했다. 루살카 역을 맡은 카치르코바는 소리의 강약 조절과 고음 컨트롤이 아주 뛰어난 성악가였다. ‘루살카’의 대표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아주 담담하게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처음 만나는 체코어 오페라였지만 왠지 친숙한 느낌, 그것이 ‘루살카’의 매력이었다. 공연 후 리셉션장에서 만났던 극장 대표는 한국의 여러 단체들과 내한공연을 위한 물밑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모라비아의 숨은 문화창고, 블치노프 마을

브르노에서 1시간쯤 걸리는 블치노프 마을에 도착한 것은 일요일 아침 10시경. 매년 5월 마지막 주말 이틀동안만 벌어지는 특별한 민속축제 ‘왕들의 기마행렬’을 보기 위해서였다. 블치노프 마을에서만 200년 이상 전해 내려온 축제로, 현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축제다.

축제는 헝가리의 마티우스 코르비우스왕이 적들을 피해 도망을 치는 도중, 들키지 않으려고 여성 드레스를 입고 리본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입에는 장미꽃을 물고 있었다는 전설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오늘날에는 어린 소년이 왕 역할을 맡는데, 여성과 잠자리를 해본 적 없는 소년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학계에서는 마을의 소년들이 18세가 될 때까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일종의 성인식 의미를 담고 있다고 풀이한다. 봄이 시작되는 오순절 맞이 행사 중 하나이다. 블치노프 마을에서 올해의 왕으로 뽑힌 소년은 열 살도 안 돼 보이는 통통한 미소년이었는데, 이젠 그 어린 나이여야만 진짜 순결한 소년인가 싶어 절로 웃음이 났다. 축제는 전통복장을 한 2명의 시동과 왕실 기마대가 왕을 호위하며 마을을 통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말 옆구리에 달린 통에 돈을 넣으며 각자의 소원을 비는데, 이때 기마대가 내지르는 화려한 입담 내용 때문에 많은 웃음이 터지는 유쾌한 행사다.

이날, 왕의 행렬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몰려든 구경꾼들이 성당 담장, 계단 등에 걸터앉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오후 2시쯤 드디어 입에 흰 장미꽃을 문 왕이 등장하자 우르르 몰려 사진을 찍는 바람에 마을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1시간 만에 끝나는 이 행사 뒤에는 마을 입구와 중앙에 자리 잡은 계단식 운동장에서 흥겨운 음악 파티가 벌어졌다. 현악기와 침발롬(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인기 있는 전통악기), 혹은 금관악기 등으로 구성된 밴드는 클래식과 재즈가 섞인 묘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웬지 구슬프고 아련한 느낌이 드는 선율이었다. 체코의 작곡가들은 이러한 선율을 토대로 그들의 곡을 작곡했다. 드보르자크의 ‘둠키’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와 야나체크의 현악곡 등에서 보헤미아나 모라비아의 민요를 닮은 선율이 느껴지는 이유다. 축제 기간에 열리는 마켓에서는 맛있는 페이스트리, 자두 증류주(슬리보비체), 와인까지 제공된다. 전통을 사랑하고 고향을 지키려는 마음들이 넉넉해 보이는 축제였다.

 

 

터키 항공의 특별 서비스

 

프라하로 향하다 만난, 튀르키예

프라하로 가는 길은 직항 노선과 경유 노선이 있으나 모두 12시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전세계 347개의 목적지로 운항하는 터키항공을 이용할 경우, 두 가지 특별한 부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목적지는 프라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첫 번째 ‘스탑오버 서비스’. 이것은 이스탄불 공항에서 환승하고 최소 20시간 이상 체류하는 승객들에 한한다. 터키항공과 제휴한 호텔로부터 무료 1~2박을 제공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는 2박, 이코노미 승객은 1박)또한 비즈니스석 승객에게는 5성급, 이코노미석 승객에겐 4성급 호텔이 제공된다.  호텔 배정은 무작위로 진행되지만 대부분 시내와 가까운 호텔이어서 잠깐의 관광을 하기엔 별 무리가 없다. 참고로, ‘스탑오버 서비스’는 터키항공 웹사이트에서 신청이 가능하고, 선호하는 호텔도 신청 가능하다. 이메일로 신청할 경우 호텔 배정은 랜덤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 ‘투어 이스탄불 서비스’는, 이스탄불 공항에서의 경유 시간이 6~24시간인 승객들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터키항공이 제공하는 교통편으로 이스탄불 명소들을 두루 구경할 수 있고, 이용객들은 6개 관광코스 중 본인의 일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된다.

승객들은 위 두가지 서비스 중 한가지만 선택할 수 있는데, ‘스탑오버 서비스’ 경우, 관광지로 가는 교통편을 따로 준비해야 하지만, 수준급 호텔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며 취향대로 움직일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터키항공의 두 가지 서비스는 평소 이스탄불 관광을 꿈꿨던 여행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스탄불의 이국적인 사원들과 동·서양을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 저렴하고도 예쁜 물건들 많기로 유명한 그랜드 바자르 쇼핑몰 등을 두루 돌아볼 수 있으므로.

이스탄불에 20시간 이상 머무는 승객들이라면 전용무대에서 매일 공연되는 전통의 민속무용 ‘수피댄스’(일명 세마춤) 공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흰색의 긴 스커트를 입은 남성 군무단이 코란을 외운 후 피리 반주에 맞춰 원형무대를 빠르게 회전하는 공연이다. 그들은 회전속도가 빨라질수록 신에게 더 가까워진다고 맏는데, 절정의 순간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습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단, 수피댄스는 ‘투어 이스탄불 서비스’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기내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터키항공은 비즈니스석 경우, ‘플라잉 셰프’가 기내에서 직접 요리하는 특별식을 맛볼 수 있는데, 홈메이드 오믈릿과 다양한 튀르키예 전채 요리 및 아다나케밥과 같은 그릴 요리가 제공된다. 또 완전히 눕혀지는 풀 플랫(Full Flat) 좌석과 숙면을 위한 침구세트를 승무원이 직접 세팅해준다. 이스탄불 공항 2층에 자리 잡은 라운지에서는 샤워실 이용도 가능하다. 샤워실은 타 항공사에 비해 넓고 쾌적하며 세제와 미용 용품도 잘 갖춰져 있다. 5년 전 오픈한 이스탄불의 신공항은 규모와 면적이 인천공항의 3배나 되고, 명품 및 각종 브랜드 상점이 즐비해 면세 쇼핑을 즐기는 여행객들에겐 더 없는 공항이다. 터키항공은 현재 인천-이스탄불 노선을 주 11회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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